〈 115화 〉 티나(7)
* * *
티나는 독기 서린 눈으로 기레스를 노려보았다. 적의를 잔뜩 머금은 표독스러운 시선은타오르는 것만 같은 새빨간 머리칼과너무나도 어울렸다. 그런 독살스러운 티나의 시선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굴복시켜 버리고 싶은 가학심이 치밀어 오른다.
"읏! 미친새끼..."
"왜? 하기 싫어?"
"그걸 말이라고.."
"육노예 주제에 인간 취급은 받고 싶었나보지?"
"으읏.."
"못하겠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던가?"
하일즈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순결이든 몸이든 팔 각오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이런 식의 추잡스러운 능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티나는 기레스의 말에 순간 망설이곤 머뭇거렸다.
"하긴 어차피 인간은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법이지. 아직 시작도 안했겠다 지금이라도 하일즈를 '팔면' 너는 노예 취급 당하지 않아도 되잖아?"
기레스는 자연스럽게 티나가 이 능욕을 포기하게 되면 하일즈를 팔아넘기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버렸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티나가 여기서 능욕을 포기해 버리게 되면 하일즈가 불행해 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 것이다. 오빠의 불행을 대가로 자기 자신은 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일즈를 지키는 헌신적인 사랑의 결정체나 다름 없었던 티나의 숭고했던 결심은 기레스의 세치 혀에 의해 하일즈를 팔아 넘기느냐 아니냐로 둔갑해 버렸다.
"내가 너라면 주저없이 하일즈를 팔아 넘겼을 걸?"
'짐승만도 못한 새끼..'
애초에 하일즈를 팔 생각도 없었지만 금수만도 못한 기레스가 팔아 넘긴다고 잘난 듯 조잘대면 티나는 당연히 그 반대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버린다.
그렇게 유도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티나는 사납게 대꾸했다.
"잡소리는 집어쳐! 빨면 되는 거잖아 빨면!"
'내가... 내가... 하일즈 오빠를 팔 것 같아!?'
기레스의 세치 혀에 의해 티나의 마음은 하일즈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하일즈를 팔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교정되어 버렸다.일면 둘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그 둘은 본질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할 수 있었다.
티나는 기레스에게 직접적으로 책 잡힐 일은 하지 않았다. 사실상 아무 잘못도 없는데 클로에의 잘못을 자진해 이어받아 하일즈를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기레스의 저열한 능욕을 받아들였을 뿐인 것이다.
티나가 하일즈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어지간히 초월적인 정신력이 있는 게 아니면 추잡한 능욕 앞에서 잘못도 없이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도저히 못 버틸 것 같다면 언제든 그만두고 내려와도 잘못한 게 없는, '떳떳한 자신'은 할 만큼 했다고 자위할 수 있을 정도로 무른 것이다. 하지만 기레스는 티나를 그런 식으로 도망치게 둘 생각이 없었다.
기레스의 능욕을 포기하는 것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하일즈를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못 박아두면 그 자체만으로 티나는 자신의 '짓지도 않은' 죄업에 묶여 버리게 된다. 거기에 하일즈를 향한 티나의 비틀린 애정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반석으로 티나의 정신에 올가미를 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발을 들이밀고 있는 기레스의 앞에 티나는 머뭇거리면서 무릎을 꿇어 앉았다. 금방이라도 물어 뜯을 것처럼 호기롭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생전 마을 최고의 영애로 대접받던 티나가 이런 노예 취급에 익숙해질 수 있을 리 없었다.
'으으..'
하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일즈의 불행을 제물로 삼아 자신만 달아날 수는 없는 것이다.
티나의 백옥빛으로 은은히 빛나는 아리따운 얼굴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기레스의 발에 서서히 다가갔다.
'으.. 역겨워..'
설사 사랑하는 하일즈의 발이라 해도 쉽사리 좋다고 생각하지 못할진대 눈앞에 있는 것은 다름아닌 기레스의 발이라는 현실에 티나의 눈살은 절로 찌푸려져 버린다. 가까히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역겨움은 배가 되어서 티나는 당장이라도 도망쳐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 극상의 경치를 만끽하며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도 남지않은 지근거리에서 기레스는 자신의 발가락을 꼬물꼬물거리기 시작했다.
"으읏.."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꾸릿한 냄새와 역겨운 발놀림에 티나는 인상을 구겼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할 일은 하나 뿐이다.
티나는 반들거리는 선홍빛 혀를 빼꼼 내밀어 기레스의 발등의 끝에 살짝 가져다 대고는 냅다 떼버렸다.
"돼 됐지!?"
"성의를 보여줬으면 적당히 넘어가주려 했는데 역시나 짐승만도 못한 년이구만.."
"뭐..? 우웃!"
입을 벌린 틈을 타 기레스는 재빠르게 자신의 발을 티나의 얼굴에 들이 밀었다.
"바보라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랴? 빨아서 깨끗하게 만들어."
못해먹겠다는 말이 목구멍 근처에서 살살 멤돌아 근질거린다. 박차고 일어나 못해먹겠다고 가볍게 떨쳐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마음에 족쇄를 채워버리는 게 기레스라는 인간이다.
이미 티나에게 이 행위를 그만 두는 것은 가족이자 사랑하는 오빠인 하일즈를 '스스로' 팔아넘기는 금단의 행위가 되어 있었다.
"으으.. 으..."
기레스의 발을 앞에 두고 티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안에선 이대로 기레스를 거절할 수는 없다는 마음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신이 저 역겨운 기레스의 발을 혀로 깨끗히 청소하냐는 마음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싫다면 꺼지시든가."
사실은 티나 하나를 손에 넣기 위해 클로에마저도 멀리 했으면서도 기레스는 마치 '티나에게는' 아무 미련이 없다는 투로 심드렁하게 말했다.
티나가 아니면 클로에를 안으면 그만이고, 그마저도 티나가 방해한다면 하일즈의 복수를 실행하면 그뿐이라는 말투인 것이다.
"자 잠깐만.."
티나는 흘끔 눈앞에 놓인 기레스의 발을 바라보았다. 굳이 객관적으로 따지고 들자면 크게 모나지 않은 평범한 남성의 발이었지만 기레스를 싫어하는 티나의 눈에는 세상 무엇보다도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정돈하지 않아서 은근히 거슬릴 정도로 자라난 발톱과 보기 싫어도 눈에 들어오게 되는 듬성듬성 난 털에 이어, 지금까지 뭘 했는지 투박하게 박인 굳은 살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한둔데도 없는 역겨운 발을 향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져갔다.
차마 자신이 핥게 될 발을 눈으로 직시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티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입을 열어 탐스럽게 빛나는 혀를 내밀었다.
"존나게 뜸들이네. 시발."
기레스는 한차례 욕지꺼리를 하면서 그대로 티나의 열린 구멍 안으로 자신의 발을 집어 넣었다.
"으 으부붑!"
입 안에 들어오는 이물감에 티나는 허우적거리면서 고개를 돌리려 들었다.
"뱉으면 계약은 끝이야. 이젠 두 말 안한다."
그 나약한 기레스가 내뱉은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가운 말투에 티나는 본능적으로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으브브.."
"오오.. 인간의 입이라는 건 이런 기분인가.. 꽤나 좋은 느낌인데?"
이미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온갖가지 플레이란 플레이는 다 해본 주제에 기레스는 마치 첫 동정을 뗀 악당같은 비열하면서도 찌질한 어투로 감탄하며 말했다.
"그대로 혀를 움직여.."
"브브으!"
티나는 마치 항의라도 하는 듯 독살스럽게 기레스를 노려 보았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입에 대기 싫어서 한참을 망설이며 마음까지 꺾일 뻔 했던 티나는 어느샌가 흉측한 발을 입에 문 상태로 기레스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 독기서린 시선이 기레스에게는 훌륭한 조미료일 뿐이라는 것을 아직 어린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아니 설사 어른 이상으로 현명했다고 해도, 기레스를 상대로 티나의 눈에서 적의가 사라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두번 말 안한다고 했지?"
'개새끼 언젠간 죽여버리겠어.'
이 굴욕은 언젠가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마지못해 매끄러운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기레스의 발가락에 닿은 혀는 원치도 않는 짠맛과 쓴맛을 그대로 느껴버린다.
"우부웁. 쭙.."
하기 싫어 미칠 것 같다는 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미숙한 혀놀림에도 기레스는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막을 수 없었다. 저 싫어 죽겠다는 얼굴을 발정난 암캐의 얼굴로 물들일거라 생각하면 그 기대감만으로 사정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티나의 따끈한 입 안에서 기레스는 발가락을 꼬물거리면서 티나의 혀를 음미했다. 미끌미끌하면서도 오돌도돌한 돌기가 스치는 혀의 느낌은 썩어도 준치라고 서툰 티나의 실력으로도 기레스의 발가락을 간질이며 기분을 적잖게 고조시켜 나갔다.
입 안에서 살아있는 무언가가 꾸물거리는 느낌은 한 평생 겪어본 적이 없는 티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혀를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가만히 기레스의 발을 머금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므으..."
'일단은 차근차근 불쾌함에 적응하도록 조교해 나가볼까?'
티나를 만난지는 오늘이 첫 날. 지독하게 마음을 먹는다면야 성감대를 못 찾을 것도 없지만, 오랜만에 악역역할에 마음껏 심취할 수 있게 된 기레스는 차분히 티나를 조교해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츄릅.."
'으읏!?'
기레스의 발이라는 흉측한 물건을 입에 담고 있음에도 티나의 입에는 침이 고여 버렸다. 사실 인간이라면 무언가를 물고 있을 때면 따로 침을 삼키지 않는한 침이 고이는 것은 생리적으로 당연한 현상이었지만 티나는 기레스의 흉측한 발을 입에 물고 있으면서도 입 안에 침이 고였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어라~?"
기레스의 발을 핥아 고인 역겨운 침을 차마 삼킬 수는 없었던 티나의 입에선 조금씩 침이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조각같이 예쁜 턱을 따라 흐르는 침을 허겁지겁 자신의 손으로 닦는 티나의 모습을 기레스가 놓칠 리 없었다.
"뭐야 그렇게 내 발이 맛있었던 거냐?"
'큭!?'
"으므으으.. 아니..."
입을 벌려 말을 하려고 하자 삼키지도 못하고 고여버린 티나의 투명한 침은 그대로 넘쳐 입술을 타고 흘러내린다. 티나에게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곤 하지만 티나 정도 되는 절세미녀라면 남자의 발을 핥으며 넘쳐 흐르는 침은 그것만으로 절묘한 그림이 되어 버린다.
"동생이라는 년이 발을 핥으면서 침이 고이는 변태였을 줄이야~"
[꿀꺽]
기레스에게 농락 당하느니 차라리 삼켜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 티나는 입 안 가득 고여버린 침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렇게 침을 삼켜버릴 정도로 맛있었다 이거지?"
"푸읍.. 웃기지 마! 그런 오물이 맛있을 리가 없잖아!"
"오물이라.. 그럼 앞으로는 무조건 마시는 걸로 가자고."
기레스는 오늘 티나에게 보여준 표정 중에 가장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뭐!?"
"뭘 놀라고 있는 거냐? 나는 지금 네게 복수를 하고 있는 거라고. 네가 싫어하는 짓이라면 찾아서라도 하고 싶은 게 나란 말이다. 먹기 싫어? 싫으면 알지?"
거절할 경우 티나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하일즈의 불행 뿐이다.
기레스는 티나에게 '싫으면 하일즈 따위는 내다 버리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큭... 비열한 놈..."
'이정도로 오물이라니.. 진짜 오물을 퍼먹인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말 하나 안지는구만..'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약점이 잡혔으면서도 따박따박 대드는 여자는 전생에 흔치 않았다. 물론 티나를 손아귀에 두게 된 이상 저런 앙칼진 반응은 기레스의 흥만 돋게 만들 뿐이다.
'진짜는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일단은 착각하도록 냅두도록 할까..'
기레스는 나중에 일그러질 티나의 얼굴을 기대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그럼.."
"으븝.. 어흑."
기레스는 티나의 입에서 침으로 범벅이 되어 반짝이는 자신의 발을 꺼냈다. 따끈따끈한 입에 얼마나 머금고 있었는지 발가락의 살은 살짝 불어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발 청소는 이만하도록 하고.. 슬슬 본방으로 가보도록 할까.."
아직 티나의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