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티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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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했던 봄기운이 가시고 여름의 열기가 스멀스멀 기어올 무렵, 클로에와 하일즈의 약혼이라는 사건은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어차피 이제와서 클로에를 노릴 방법도 없거니와, 그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가 목전까지 왔기 때문이었다.
기레스의 마을에는 5년에 한번 찾아오는 리움 사관학교의 시험은 세프람 제국의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들어가고 싶은 최고의 학교중 하나였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어떤 길을 걷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세프람 제국 내에서 리움 사관학교의 명성은 자자했다.
학교의 명칭은 사관학교를 붙히고 있지만, 리움 사관학교는 군부에 관련된 학교라는 느낌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굳이 따지고 든다면 군사학도 들어가 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에 가까워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유망한 젊은이들을 위한 모든 영역의 학문이 열려 있는 것이 리움 사관학교라는 곳이었다.
물론 그렇게 넓은 학문의 폭을 자랑한다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곧 권력을 의미하는 이세계 세프람 제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재능을 살려도 군부 쪽에서 살리는 경우가 잦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이지 필수는 아닌 것이다.
딱히 군인이 될 필요도 없고, 스스로가 배우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며, 설사 어느쪽에도 관심이 없다고 해도, 졸업장만으로도 자신의 재능을 입증해 인생의 최소한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에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덜컥]
"어서 와. 기레스."
문을 열자 간드러진 여성의 목소리가 하일즈와 클로에의 아지트 안에서 들려온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소피아는 침대 위의 이불을 자신의 나신에 두른 채로 기레스를 맞이했다. 소피아는 이불 위로도 선명히 느껴질 정도로 볼록 튀어나온 자신의 풍만한 가슴의 굴곡을 은근히 자랑해, 보란듯히 몸매를 은근히 노출하며 기레스를 유혹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클로에면 어쩔 뻔 했어?"
"기레스의 발소리를 내가 착각할 리 없잖아."
소피아는 자신의 몸을 휘감고 있던 이불을 잡고 있는 손의 힘을 뺐다. 스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빛에 비쳐 뽀얀 백옥빛으로 빛나는 소피아의 눈부신 나신을 가리던 이불이 천천히 흘러내리듯 떨어져 내린다. 매끄러운 살결이 보일듯 말듯한 그 아슬아슬한 자태에 기레스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완벽한 몸매를 뽐내며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기레스에게 접근하는 소피아의 움직임은 걸음만으로도 애가 타게 만들어 버릴 정도의 요염함을 풍기고 있었다.
"거기에..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는걸.."
어느새 기레스에게 접근한 소피아는 가녀린 손가락으로 기레스의 옷자락을 집어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벗겨 버렸다. 기레스도 그에 질새라 소피아의 잘록한 허리를 안아 들었다.
"하앗."
오랜만의 기레스의 손길이 닿자, 소피아는 전신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쾌감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그 여린 진동은 소피아가 얼마나 기레스를 애타게 기다려왔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남자의 정력, 특히나 이세계에서는 열등하기 짝이 없는 기레스의 정력은 극히 한정적이다. 클로에를 손에 넣기 위한 사전작업을 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비는 시간이 많아 소피아를 마음껏 안아줄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클로에를 조교하기 시작한 뒤로는 기레스의 정력으로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레스에 대한 일이라면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소피아는 기레스가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기레스의 그 사정을 알아차리고는 클로에를 함락시키기 전까지 자신을 안지 않아도 좋다고 스스로 권해주었다.
오직 쾌락으로 여성을 굴복시키는 것밖에 모르는 기레스로서는 소피아의 그런 말이 너무도 기특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레스는 비단 현생 뿐 아니라 전생에서조차도 자신이 여성에게 쾌락을 주입해 준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여성들도 그가 주는 쾌락에 취해서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배신할 생각은 품어도 쾌락 그 자체를 스스로 포기할 생각을 하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기레스 본인이 명령한다면 어느 여성이든 그 명령에는 충직히 따르기 마련이었지만, 소피아처럼 기레스를 위하는 마음으로 먼저 나서서 성행위를 멀리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늘은 클로에와의 관계도 거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한 기레스가 그간 열심히 참아온 소피아에게 상을 주는 날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상을 준다라는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없다.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 것은 소피아 뿐 아니라, 기레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기레스는 자연스럽게 소피아의 곁에 달라 붙어 그녀의 말랑말랑한 살결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기레스가 탱글탱글한 소피아의 몸을 조물조물 만지면 소피아의 몸은 기다렸다는 듯 꼬물꼬물거리며 반응해 나간다.
"아흐응"
얼마만에 맛보는 전희인지 소피아는 눈물이 날 만큼 기쁨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마치 예전 자신을 욕실에서 조교했던 그 때부터 시작해 기레스에게 지금껏 느꼈던 쾌감을 전부 모아 복습이라도 해 나가는 것처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소피아의 몸은 달달히 쾌감에 절여져 나가고 있었다.
소피아는 하늘거리는 손으로 기레스의 바지를 훌렁 벗기고는 음욕에 젖은 눈으로 기레스의 팬티를 향해 자신의 어여쁜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아.. 냄새."
소피아는 기레스의 팬티에 코끝을 맞대고 황홀한 표정으로 숨을 들이켰다. 그 행위 하나만으로 그녀의 음부에서는 한차례 애액이 주륵 새어 나왔다. 소피아는 작은 입으로 기레스의 불알쪽 팬티의 끝을 물고는 서서히 아래로 당겨 그의 팬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다 벗긴 팬티를 들어 한차례 기레스의 체취를 흡입하고 그녀는 뱀처럼 기레스의 육봉에 달라 붙어 혀를 냘름 거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클로에와 즐겼던 거네? 츄릅."
소피아는 정성스럽게 기레스의 육봉에 자신의 침을 칠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흡 스읍. 부러워.."
이미 몇번이고 빨았지만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기레스의 잔향을 맡으며 소피아는 질투심에 뾰로통한 얼굴을 지었다. 기레스가 바라는 것을 위해서라면 성욕을 참는 것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라지만, 그건 그거고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다.
클로에 못지 않게 소피아도 기레스와 함께 몸을 섞을 장소는 마땅치 않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첫 손가락에 꼽힐 소피아가 집을 그대로 두고 어딘가의 숙박업소를 이용할 수 있을 리도 없기에, 필연적으로 기레스와의 성행위는 집에서 몰래로 정해져 있었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젤가와 아이들을 속이는 맛이 있어서 즐겁기 짝이 없다 느끼는 소피아지만,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이렇게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살을 섞을 수 있는 클로에가 부러운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자주 애용하도록 하자고, 이러니 저러니해도 이 집은 우리 가족이 만든 집이니까.. 엄마인 소피아가 이용하는 건 당연하잖아?"
"앞으로라곤 해도.. 우움 할짝."
소피아는 말 끝을 흐리면서도 기레스의 자지를 혀로 맛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왜?"
"기레스는 리움 사관학교를 노릴거잖아? 하음."
"음.. 그랬지."
육봉을 입에 담아 달콤한 사탕을 맛보는 것처럼 미끌거리는 혀를 굴리는 소피아의 음탕한 혀놀림을 만끽하면서 기레스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개 개인이 마법을 따로 익히기 위해서는 리움사관학교나 혹은 그에 준하는 세프람 제국의 명문학교에 입학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가능성이 없어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클로에의 힘을 빌려 리움사관학교를 갈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소피아와 멀어지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전생때는 정말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해본 적이 없는 기레스다. 여자가 부족하면 현지에서 얼마든지 조달하면 되고, 그게 아니어도 입학을 하게 된다면 어차피 클로에와 함께 입학하는 이상 여자에 굶주릴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음에도, 기레스는 소피아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기레스 본인이었다.
"하아... 내가 클로에의 위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소피아는 기레스의 육봉에 대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피아의 따끈한 숨결이 기레스의 자지를 살랑거리며 스치고 지나간다.
"나도 이왕이면 그 편이 좋기야 한데 말이지."
한없이 가볍게 지나가는 투로 말했지만 소피아에게는 그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한마디는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그러고 보니.. 클로에한테 들은 건데.. 분명 리움사관학교의 나이제한은 40세까지라고 들었는데.. 시험 치를 수 있는 것 아냐?"
지역마다 뽑는 주기는 다르지만, 리움 사관학교는 5년 전후의 긴 텀을 두고 있는만큼 지원할 수 있는 연령에 제약은 심하지 않은 편이다. 보통 젊었을 때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대기만성처럼 뒤늦게 합격을 하는 이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건 무리야. 나는 리움사관학교의 졸업생이니까... 졸업생은 다시 재입학 할 수 없게 되어 있거든."
기레스는 소피아와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면역마법을 배웠다고 말했을 때, 리움 사관학교를 나왔다고 말했었던가..'
기레스가 마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쯤이었다.
"그런데 만약 클로에와 동갑이었다면 1등할 자신은 있는거야?"
소피아는 살짝 눈알을 위로 굴리면서 생각했다.
"열번 중에 한번 정도일까?"
"열번 중에 한번이라니?"
"클로에도 그 나이대 치고는 정말 뛰어나긴 하지만 말야. 당시에 같이 시험을 치렀다면 열번 중 한번 정도를 제외하면 내가 전부 이기지 않았을까 싶어. 그정도 실력이라면 말이지."
'진짜냐..'
새삼스럽지만 소피아의 적나라한 비교에 기레스는 속으로 반쯤 질려 버렸다. 매일 같이 클로에와 리움사관학교를 위한 특훈을 하는 기레스는 클로에의 능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뛰어나다고 느낄 뿐이었지만, 같이 훈련을 하고 직간접적으로 있는 그대로 비교당한 기레스는 그야말로 인간의 성능의 차이라는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본 클로에의 그 괴물같은 모습조차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피아와 좋은 승부를 겨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소피아의 재능이라는 건 기레스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클로에라... 설마하니 그 완고한 아이가 약혼자를 그렇게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소피아의 눈망울에는 부러움의 빛이 역력히 서려 있었다. 약혼자를 기레스를 위해서 배신한다는 상상을 하자 소피아의 음부에서는 추잡한 물이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도 할 수 있다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소피아다.
"그건 그렇고 기레스. 티나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기레스가 꺼내지도 않았음에도 소피아는 먼저 나서서 여우처럼 요사스럽게 애교를 부리며 자신의 딸의 이야기를 기레스에게 꺼내들기 시작했다.
"하일즈도 그렇지만, 더 복수해 주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기레스의 사상에 심취한 소피아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기레스가 어떤 생각을 할 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복수의 동기가 없었어도 아마 기레스라면 파탄나게 만들었을텐데, 남매에게 그토록이나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한 기레스가 고작해야 소피아가 벌을 준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조금 고민하고 있는 중이야."
"무슨 고민?"
"티나도 리움사관학교를 노리고 있잖아? 그러니 리움사관학교를 가서 노릴지, 아니면 가기 전에 노릴지."
"이왕이면 가기 전에 노렸으면 좋겠는데.."
"어째서?"
"어째서라니.. 티나는 기레스를 싫어하고 있잖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내가 있을 때 시도하는 편이 좋기도 하고.."
소피아는 녹아내릴듯한 교태스러운 눈빛으로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어 나갔다.
"기레스에게 티나가 굴복 당하는 걸 직접 보고 싶으니까.. 아아..."
자신의 딸을 기레스에게 팔아넘긴다는 금단의 배신에 소피아는 환희에 가득찬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 가벼운 절정을 맛보았다. 육체적 접촉 없이 정신적인 고조만으로 절정을 느끼는 것은 온몸을 발정나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달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 소피아가 원하는대로 가볼까?"
"정말?"
자신의 딸을 팔아넘기는 것처럼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산뜻한 표정으로 소피아가 되물어 온다.
"그래. 사실 사관학교의 시험도 얽혀 있겠다. 이 편이 더 재밌을 것 같기는 했거든. 이번에는 소피아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아 보도록 할까?"
"정말이야? 후훗. 기대되네."
자신의 딸을 기레스의 달콤한 수렁에 굴러 떨어트릴 지독한 생각에 소피아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한껏 달아오른 나신을 기레스에게 뱀처럼 엮어 간드러진 목소리로 잔혹한 말을 속삭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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