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클로에(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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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하일즈는 클로에의 허락을 받아 대대적으로 약혼을 공표하고 나섰다. 클로에로서도 이 이상의 무의미한 고백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가급적이면 약혼의 발표는 빠른 편이 좋다고 생각해 결혼을 연기할 때와는 다르게 하일즈의 약혼 발표를 선뜻 허락했다.
"거 거짓말이죠? 클로에 씨?"
떠밀리듯 나선 한 남성이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나섰다.
"사실이에요."
하일즈만 말한다면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지만, 클로에가 공인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때때로 믿지 못하고 따로 물어오는 이도 있었지만 클로에의 냉정한 한마디에 뭇 남성들의 잡초같은 용기는 쑥쑥 뽑혀 나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에에게 꼬리를 흔들었던 남성들의 대부분은 꼬리를 말고 사라져 버렸다.
간간히 고백을 해오는 간 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 그들의 고백은 클로에의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단순한 연인 사이일 때는 강압적으로 사람들의 고백을 막을 수 없었지만, 이제 하일즈에게 그런 족쇄는 없었다.
"어째서 클로에가 싫다고 하는데 또 고백을 해온거야. 이쪽도 한번은 눈을 감아 줬잖아."
"자.. 잘못했습니다. 하일즈 씨. 한번만 용서해 주세... 우억."
수년 간 기레스를 괴롭히면서 단련해 온 기술이 남자의 복부를 꿰뚫었다.
"한번은 이미 용서 했잖아. 두번은 없어."
여유로운 하일즈의 말에는 그간 참아오며 쌓인 독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우가아악."
하일즈는 클로에에게 한번 이상 고백을 해온 사람을 그야말로 비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구타했다. 맞은 사람은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다.
하일즈에게 죽을 것만 같이 얻어 맞았다고 주장하고 싶어도 외상은 전혀 없었고, 하일즈라는 마을 내에서도 손을 꼽는 권력자의 자제에게 따로 불려 핍박을 받았다고 선동을 하고 싶어도 이미 하일즈와 클로에가 약혼까지 한 이상, 누가봐도 잘못한 것은 거절당하고도 뻔뻔스레 남의 아내가 될 여인에게 고백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크헉.."
사정없이 꽃히는 하일즈의 주먹질은 남성의 욕망을 도려내 거세시켜 버린다. 아무리 클로에가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해도 서로 깊히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이상, 단순한 호감이나 성욕보다는 눈앞의 폭력이 더 무서운 것이다.
곧 절벽 위의 꽃처럼 바라만 보았던 이전처럼, 클로에에게 고백을 하는 남성은 씨가 말라 버렸다.
"하으응.."
간살스럽게 흐느끼는 클로에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아읏.. 클로에. 거기는.."
상대는 기레스가 아닌 하일즈였다. 클로에의 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목소리만으로도 혈액은 배는 될 정도로 빠르게 돌아 하일즈의 자지는 말뚝처럼 우뚝 솟아난다. 눈앞에 놓인 거대한 육봉을 보면서 클로에는 살짝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손가락을 굴려 살살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그 클로에의 애무에 마음이 들썩이며 동해버린 하일즈도 지지 않기 위해 클로에의 성기를 열심히 빨아 제낀다.
'읏..'
사실 빤다는 행위가 기분이 덜 좋을 수는 있어도 기분이 나쁠리는 없음에도, 이미 기레스에게 하일즈의 애무 행위는 역겹다고 극한까지 세뇌가 되어 버린 클로에는 하일즈의 혀가 자신의 음부의 겉을 핥는 행위에 극도의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응~"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백이면 백, 느끼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불쾌함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달콤함을 머금고 있었다.
"우웁.."
클로에는 자신의 체중을 하일즈에게 맡기고는 허리를 음탕하게 꼬아 돌리면서 손가락으로 하일즈를 정성스럽게 애무해 주었다.
'우아.. 클로에.. 클로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는 클로에의 잡티 하나 섞이지 않은 선홍빛의 예쁜 보지에 침을 칠하면서 하일즈는 육봉의 안에 가득 찬 쾌감에 몸을 덜덜 거리며 떨기 시작했다. 육봉의 뿌리부터 귀두에 이르기까지, 그의 페니스는 마치 전신을 애무한다고 착각을 느낄 정도로 민감해 졌다.
마음을 녹여버리는 클로에의 요염한 교성소리와 함께 성기의 세포 하나하나에 쾌감이 가득 메워진다.
클로에의 입맛대로 반죽되어 버린 하일즈의 뇌 속에 섹스를 바라는 생각 따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섹스 뿐이랴, 최근 하일즈는 클로에와 만날 때마다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손으로 애무해 주기를 간청해 왔다. 클로에의 다른 애무들은 그녀의 손기술에 비해서는 평범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되도록 클로에가 손속에 사정을 둔 탓이다.
평범이라고는해도, 그간 애무를 받아왔을 때와는 크게 다르지 않기에 기분이 좋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지금처럼 전신의 쾌락을 하나 하나 건져내 쥐어 짜내는 마성의 손기술에 비하면 아무래도 싱겁게 느껴졌던 것이다.
자연히 클로에는 목적한 대로 하일즈의 육봉을 자신의 '손으로만' 애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아앗!"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하일즈는 자신의 덧없는 음욕의 결정체를 내뿜었다. 자신의 손에 거미줄처럼 늘어져 범벅이 되어 버린 정액을 클로에는 쓱쓱 휴지에 닦는 것처럼 하일즈의 육봉에 닦아 나갔다.
"흐히익!"
이제는 버릇이 되어 버릴 것만 같은 정액 로션의 애무에 하일즈는 우람한 몸을 배배 꼬면서 절정의 여운을 만끽했다.
"기분 좋았어?"
애교 섞인 클로에의 말에 하일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좋았어."
"다행이다."
클로에는 요망하게 웃음 지으며 하일즈의 품에 살짝 안겼다. 전체적으로는 아담하면서도 부분부분 여성미가 넘쳐 흐르는 풍만한 클로에의 몸이 달라붙자, 하일즈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의 손을 놀려 그녀의 유두를 움켜 쥐었다.
"아흣."
새어나오는 달콤한 교성소리는 남자의 자존심을 추켜 세워주어 하일즈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하일즈와 기레스를 동시에 만나게 된 클로에는 자연스럽게 이 배덕적인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하루 하루 공들여 그녀는 자신과 기레스 그리고 덤으로 하일즈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온 것이다.
이따금씩 간드러진 교성소리를 내뱉어 주는 것만으로 하일즈가 행복해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줄 수 있다. 하일즈가 자신의 손가락에만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행복해 할 수 있다면 그녀로서는 그 이상 좋은 게 없는 것이다.
"으응.."
주물 주물 가슴에 쌓여나가는 불쾌함도 이제는 기레스와의 쾌락의 감칠맛을 위한 조미료와 다를 바 없어서 그녀는 은근히 나락까지 떨어지는 하일즈의 그 손길을 혐오하면서도 즐기게 되었다.
하일즈에게 있어선 어느 것 하나 배신이 아닌 게 없는 지독한 행위. 이전의 타인에게 빚을 만들기 싫어했던 클로에라면 어느 것 하나라도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위를 그녀는 너무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태연히 행해 나간다.
어차피 자신이 기레스와 계속해서 만나기 위해서 하일즈와 인연을 쌓아가야 한다는 현실은 이미 자신의 안에서 결정된 이야기나 다름 없다. 설령 그것이 하일즈를 배신하는 행위라 해도, 할 수밖에 없다면 그 안에서라도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그리고 언제까지고 기레스에게 안기기 위해,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의 남편이 될 하일즈를 속이고 속여 행복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나저나 클로에는 그.. 애액이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닌가봐?"
약혼을 하고 나서 눈에 띄게 문란해진 것만 같은 클로에에게 하일즈는 성적인 이야기를 은근스레 꺼내들었다. 기레스의 화보집도 그렇고, 여성이 느끼게 되면 더 많은 양의 조수를 뿜는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은 까닭이다.
"애액이라니..? 하일즈는 그런 걸 아는거야?"
"아 아냐.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나 책을 통해서 조금 본 것 뿐이야. 다른 여자 같은 건 없다고!"
"네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누워 있는 이불부터 침대까지 자신의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클로에는 훈훈하게 하일즈의 말을 받아 주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부부처럼 느껴질 좋은 분위기였다.
"스읍.. 하아."
클로에는 덮고 있는 이불을 품에 안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기레스와 정액과 자신의 애액으로 범벅이 되었던 이불의 숨겨진 음취를 찾아 맡아내자, 그녀의 전신은 삽시간에 음열로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걸 내게 직접 묻는 건 조금.. 배려심이 없는 거 아냐?"
입을 삐죽이며 불만스레 이야기 하면서 클로에는 조심스럽게 하일즈의 손을 살포시 잡아 자신의 음부를 향해 가져갔다.
"어엇?"
손에 느껴지는 미끌거리는 축축한 액체는 틀림없는 클로에의 애액이었다. 기레스와의 정사의 흔적인 음취를 맡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클로에는 애액을 지려버린 것이다. 그 배신의 결정체인 애액을 이용해 그녀는 하일즈의 마음을 희롱해 속여나가고 있었다.
"나도 조금쯤은 나온다고.."
이제 그녀는 아주 조금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하일즈가 행복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고결하면서도 냉정하게, 그리고 침상에서는 적절히 자신의 빈틈을 보이면서 클로에는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연인에게 한조각씩 행복의 마음을 심어 주었다.
"으흑! 클로에!"
"앗! 하일즈. 그만둬. 애무는 한번에 1회만 하기로 약속했잖아."
클로에는 미꾸라지처럼 하일즈의 굵은 팔뚝에서 쏙 빠져나오며 말했다.
"그.. 그렇지만."
"시험이 끝날때까지는 참아. 지키지 않으면 시험이 끝날때가지 만나주지 않을거야."
클로에는 짐짓 하일즈가 덮쳐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해도 덮쳐온다면 '합법적으로' 한달정도 하일즈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슬쩍 스치고 지나간 까닭이다. 하지만 이미 클로에의 포로가 되어 버린 하일즈에게 반론이 있을 리 없었다.
"으으.. 알았어 클로에."
틈만나면 기레스와 만나, 이 장소에서 음탕하게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정액을 탐하면서도 클로에는 하일즈에게는 '아쉽긴 하지만, 이제 결혼을 할 사이니까 장래도 성실히 준비해야지.' 라는 명분으로 한번 만날 때 한번의 사정을 하기를 권유해 왔다.
하일즈는 실로 '고지식한' 클로에답다고 생각하면서도 몇번이고 클로에의 몸을 애무하고 싶은 마음에 소심한 반론을 몇차례 내세워 보았지만, 결국 꼬리를 내리고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클로에도 참고 있으니까..'
본래가 오만해서 클로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하일즈지만, 지금은 더더욱 클로에가 자신을 거부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뱅어같은 매끄러운 손으로 정성을 다해 자신의 육봉을 애무하고, 음탕한 교성을 내지르며 몸을 파르르 떠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클로에가 사실은 자신의 애무를 받기 싫어서 이런 거짓말을 한다고 어찌 생각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하일즈는 이렇게까지 자신의 애무에 음탕한 교성을 내지르며 좋아하는 클로에가 '자신과의 미래'를 위해서 행위를 참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여자 하나는 잘 잡았다니까..'
클로에와 어려서부터 소꿉친구가 아니었고, 지금 이렇게 결혼을 약속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하면 눈앞에 깜깜해 졌다. 필시 클로에의 성격상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면, 그는 절대로 클로에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클로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명한 상상. 하지만 현실은 그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자신의 품에서 행복한 미소를 입에 담아 새근거리는 숨을 내쉬는 클로에를 보면서 하일즈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건 사람을 이렇게나 바꿀 수 있는 거구나..'
예전에는 너무나도 희소했던 클로에의 저 행복한 미소를 요즘에는 심심하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일즈는 그것이 필시 클로에가 결혼을 약속해 자신과 함게할 각오를 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클로에 나와 결혼해서 행복해?"
"응. 너무너무 행복해."
듣고 싶은 그대로의 대답. 하지만 그 달콤한 목소리에 숨은 행복의 대상은 하일즈가 아니다.
"사랑해. 하일즈."
클로에는 그렇게 기레스에게 계속해 사랑받아 안기기 위해 하일즈에게 감미로운 사랑을 속삭여 나간다.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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