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클로에(62)
* * *
하일즈와 결혼을 연기한 바로 다음 날. 고백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클로에는 하일즈가 청혼한 아지트에서 기레스와 몸을 부둥켜 기레스의 몸을 탐했다. 클로에는 침대 위에서 기레스를 끌어 안아 서로의 유두 끝을 살살 스치면서 너무나도 능숙하게 기레스의 음욕을 데워 나갔다.
"듣자 하니까 하일즈와의 결혼을 연기한 모양이던데?"
"아. 벌써 하일즈가 말한거야?"
"결혼이라는 건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중대사니까 말이지. 특히 아버지가 관심이 많거든.."
어차피 정해진 답이 없는 이야기기에 기레스는 적당히 하일즈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 편이 클로에가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클로에는 하일즈나 티나와 함께 어린 시절 젤가와 어울렸던 일을 떠올렸다. 지금 기레스와 몸을 뒤섞고 있는 이 장소도 그 당시 젤가와 만든 추억 중 하나였다.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
다른 것도 아닌, 결혼이라는 중대사다. 지금까지는 머리에 하일즈의 고백을 거절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클로에였는지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은 지금은 젤가나 소피아 그리고 티나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은 모두가 대환영이야."
젤가는 여러 전쟁을 치르면서 사람을 보는 견식을 길러왔다. 그런 그가 본 클로에의 재능은 진짜배기였다. 마을 단위로 생각해 보면 고작해야 마을에서 1~2위를 다투는 실력자라는 느낌이지만, 사실 클로에는 어디에 내어놔도 1~2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일즈가 클로에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클로에를 사랑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며느리로 삼고 싶었을 정도로 젤가는 클로에를 눈독 들이고 있었기에 아주 오래 전부터 클로에를 신경 써 주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클로에는 결혼을 할 수 있어서.. 이렇게 앞으로도 기레스의 품에 안길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약혼하는 걸로 했다면서?"
"응. 아무래도 하일즈가 다른 사람들의 고백에 불안해 하는 것 같아서.."
"그럼 그냥 결혼을 하면 좋지 않았나?"
"아.. 그게 말이지."
결혼을 하게 되면 하일즈와 섹스를 해야 하니까.. 라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 하일즈도 나도,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잖아.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치뤄가면서 준비해도 될 정도로 리움 사관학교의 시험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일즈나 너는 합격은 거의 안전하잖아?"
"합격 자체야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기레스 네가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
뚱한 얼굴로 클로에는 기레스를 쏘아보면서 귀엽게 툴툴거렸다.
"내가 뭘?"
"네가 리움사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내가 1등을 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누구 때문에 결혼을 미뤘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일즈와의 섹스를 피하기 위해 그녀는 서슴지 않고 기레스를 위하는 마음마저 이용해 먹는다. 마치 다른 의도 때문이 아니라, 기레스를 위해서 결혼을 미뤘다는 듯한 거짓말을 그녀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1등을 차지해 기레스를 지목하고 싶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며, 결혼식을 준비하면 필연적으로 시험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녀는 사실만 가지고 교묘히 자신의 본심을 숨겨나갔던 것이다.
"결혼식 '같은 걸' 준비하다가 1등을 하지 못하게 되면 나야 상관 없지만, 기레스 넌 리움사관학교에 가지 못하게 될텐데 그래도 괜찮아?"
타인은 물론이거니와 부모와 하일즈의 앞에서도 단단히 조여져 있던 마음의 끈은 기레스의 앞에서는 한없이 느슨하게 풀어져 버린다.
태어나서 단 한번뿐인 결혼식을 '따위'로 취급하고 기레스와 리움사관학교에 같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그녀의 무의식적인 '진심'은 너무나도 가볍게 말에 섞여 나온다.
'아..'
뒤늦게 그 실언을 자각해도 클로에의 마음은 너무나도 편안했다. 기레스가 알아도 상관 없는, 아니 오히려 자신의 그 의도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감이 솟아오를 뿐이다.
"나같은 걸 위해서.. 리움 사관학교에 가보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
이런 말을 하면 자신의 쾌락에 흠뻑 빠진 이 가련한 소녀는 더욱 무리를 할 것이라는 것을 기레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그 숱한 시간을 들여 만들어 조교해 왔다.
"무리는 안해.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인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클로에는 자신의 뼈와 살을 갈아서라도 1등을 차지해서 기레스와 함께 리움 사관학교에 가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그나저나 클로에 하일즈와 섹스는 했어?"
"어? 어 으응. 어제 고백을 받고.."
"어째 냄새가 더 난다 했더니만.. 그런데 왜 거기서 얼떨떨한 반응인 거야?"
"그게.."
클로에는 꾸물거리면서 기레스의 품 안으로 기어 들어와 자신의 부드러운 살결을 은근히 비비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하일즈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하일즈의 자지를 자신의 허벅지 근처로도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했으면서도 그녀의 말에는 마치 정말로 하일즈의 자지를 받아 들이고 실망한 듯한 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미 그녀의 안에서 하일즈의 애무와 섹스는 상상만으로도 그 역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행위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기레스가 있으니까.."
짙은 아쉬움을 풀풀 풍기면서도 은근 기뻐보이는 안색은 소피아와는 다른 느낌으로 남자의 마음을 흐물흐물 녹아내리게 만든다.
"후우.. 다행이다."
기레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본 클로에는 예쁜 눈을 껌벅였다.
"혹시나 하일즈와의 섹스가 기분이 좋으면 어쩌나 싶기도 했었거든."
반대로 말하면 기레스도 하일즈와의 섹스가 기분이 나쁘기를 바랬다는 이야기에 클로에의 마음 속에는 달달한 음심이 가득 차올랐다.
"기레스.."
상체를 들어 봉긋한 가슴을 늘여 모으면서 클로에는 고혹적인 시선으로 기레스를 바라보았다.
"아 잠깐만 클로에."
"으.. 뭐야."
"어제 하일즈와 했을 때, 질내사정은 했어?"
섹스를 방해하는 기레스의 뜬금없는 꼼꼼한 질문에 클로에는 쌜쭉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군. 하지만 앞으로는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
'그럴 일은 없을텐데..'
클로에는 기레스라면 몰라도 하일즈와는 결혼하기 전까지 몸을 섞을 일이 전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기레스에게 자신은 하일즈와의 섹스를 이미 끝내고 실망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해 왔지."
기레스가 내민 종이를 보고 클로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야 이건..? 마법?"
"그래 피임계열 마법이야. 사전부터 사후까지 준비해 봤어. 저번에 실수로 내가 싸버린 것도 있고 해서 서둘러서 구해왔지."
"아.."
클로에는 자신이 처녀를 잃었던 생애 첫 섹스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정액이 듬뿍 싸질러져서 자신의 안에 채워지는 그 행복한 감각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 뒤로 기레스는 철저하게 질내사정만은 피해왔기에 약간의 욕구불만마저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실수로 질내사정을 당해도 나름대로는 안심할 수 있을거야. 완전한 건 아니라고 해서, 가급적이면 피하는 게 좋지만.."
기레스의 말을 들은 클로에의 눈빛은 음욕으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청아하기 짝이 없이 하늘처럼 새파했던 클로에의 눈은 시퍼런 음탕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저것만 있으면.. 안에.. 또 받을 수 있는 거네?'
임신을 막는 피임마법은 클로에에게는 기레스의 정액을 자신의 질내에 받을 수 있는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섹스해 줄 생각이 없는' 자신의 연인이자, 남편이 될 하일즈는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럼 일단 사후의 피임마법을 사용해야 겠네?"
"음..?"
"저번에 한번 사정한 적이 있잖아."
그녀는 자신이 주도해 순진한 척하는 기레스의 행동을 유도해 나갔다. 그녀가 그렇게 나오면 기레스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저번 것까지 포함해서 일단은 사후 피임 마법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기레스와의 여러가지 행위를 기대하곤 있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역시 질내사정이 너무나도 고픈 클로에는 적극적으로 사후 피임을 하기를 종용해 왔다.
'어지간히 질내사정이 마음에 든 모양이구만.'
소피아처럼 대놓고 요구해 오지는 않았지만 클로에도 기회만 나면 은근히 기레스를 놓아주지 않기 위해 음탕하게 몸을 얽혀오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자의 쾌락을 탐하는 심리를 읽는데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레스가 클로에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마치 임신이 걱정된다는 듯 핑계대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정자를 체내에 가득 받고 싶어 피임마법을 요구해오는 클로에의 배덕적인 거짓말은 그야말로 기레스의 취향 그 자체였다.
"그렇네. 이쪽이긴 한데.. 어?"
주섬주섬 종이를 챙겨들고 클로에에게 보여주기가 무섭게 기레스의 손에 있던 피임 마법은 어느샌가 클로에의 가녀린 손에 넘어가 있었다. 그녀는 가는 눈웃음을 짓고는 재빨리 적힌 마법을 외우고 자신의 자궁을 향해 은은히 문질러 나갔다.
"이걸로 오늘은 사정 받아도 문제 없는거지?"
애교스럽게 얼굴을 살짝 기울이면서 클로에는 요염한 미소를 띄우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기레스를 부추겨 온다. 대답보다는 행동으로 기레스는 그녀의 아랫배를 둥글게 매만져 화답해 주었다.
"아앙♥"
어제까지만해도 남편이 될 연인의 정액을 쥐어 짰던 장소에서 클로에는 기레스의 위에 올라 타 정액을 받아들이기 위해 음탕하게 허리를 돌려 나간다. 구불구불한 고기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레스의 육봉을 조여오고 있었다.
'이거야..'
딱히 기레스가 허리를 움직인다거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클로에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하일즈의 자지가 들어와 본적도 없는 미지의 섹스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웠다면 기레스와의 섹스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저 육봉을 머금고 있는 것만으로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으응 으히잇!"
기레스가 허리를 움직여 조금 더 깊게 그녀의 질내를 파고들기 시작하자 클로에는 뇌를 강타해 오는 진한 쾌감에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균형을 잃지는 않는다. 클로에의 곱디 고운 양손에는 기레스의 손이 걸려 있었다.
'아아..'
그것은 클로에의 육체만을 만족시켜주는 목적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낭비인 행위였지만, 그렇기에 그 애정행각은 클로에에겐 더욱 더 각별해서 정신적인 고양감을 불러 일으켰다.
"으움..."
클로에는 유연한 몸으로 몸을 굽혀 기레스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갔다.
"쪽."
가볍게 입을 맞추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둘은 혀를 내밀어 뒤섞어 나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될 하일즈에게는 해준 적 없는 짐승처럼 추잡하게 서로의 혀를 탐하는 행위를 하면서 클로에는 자신의 몸이 기레스에게 독점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쯔읍. 츄릅 흐음 쪽."
얼굴을 이리 저리 비비면서 클로에는 기레스의 입 안 구석구석을 정신없이 빨고 돌려 나갔다. 혀와 혀가 섞일 때마다 간질거리는 쾌감은 머리를 들쑤시고 지나간다. 그 아찔한 쾌감을 맛보면서도 그녀의 허리는 끊임없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푸아... 아하아아아아... 할짝."
한번 숨을 내쉬고 클로에는 기레스의 입과 얼굴을 자신의 예쁜 혀로 정성스레 핥아 나갔다. 시킨 적도 가르친 적도 없음에도 클로에는 그저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기레스를 봉사해 나갔다.
"아움... 파아 우읍 아아 아읏. 응하아아. 아아앙!"
그 기특한 클로에의 애무에 기레스는 허리를 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기 시작했다.
"기레스..! 기레스으..! 할짝."
손을 놓으면 이보다 더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음에도 클로에의 깍지를 낀 손은 풀어지지 않는다. 기레스의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클로에의 몸은 행복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기레스.. 나.."
클로에는 촉촉히 젖은 눈으로 기레스를 애틋하게 쳐다보았다. 얼마나 방아질을 했는지 음부에서는 끈적이는 꿀물로 가득해 허리가 흔들릴때마다 찌걱거리는 음탕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 절정의 신호를 놓칠 기레스가 아니다.
"아으.. 아앙. 너무 조아.."
조금 더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면서도 좀 더 세심한 성감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레스의 육봉에 클로에는 애처럼 말을 늘어뜨린다. 언제나 완벽하고 고고해서 뭇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클로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쾌감에 이성이 날아갈 것 같으면서도 정액을 안에 받고 싶은 욕구만큼은 잊지 않았는지 기레스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흔들면서도 육봉에 체중을 싣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으음 츄휴읍 아우움. 할짝."
기레스가 맛보여 주는 절정은 아래도 위도 놓칠 수 없다. 땀과 애액, 침으로 반들거리면서 빛나는 클로에의 몸은 어느 곳 하나 쉬는 곳 없이 쾌락을 탐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 음탕한 갈망에 의해 클로에의 비단결 같은 머릿결은 앞뒤로 미칠듯이 흔들려 나간다.
'온다... 와!'
"클로에!"
"히야아아앙♥"
자신의 자궁에 가득 따라지는 정액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클로에는 몸 안에 퍼져나가는 절정의 파도에 몸을 움찔이며 자지러 지며 기레스의 위에 포개지듯 쓰러져 내렸다. 그렇게 절정의 여운에 탈진해 쓰러지면서도 붙잡은 손은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레스. 쪽. 할짝"
여전히 기레스의 육봉은 클로에의 안에 들어간 채로, 클로에는 기레스의 품에 기대 절정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입술을 맞추어 가슴을 핥기 시작해 점점 위로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피아도 그렇고 이녀석도 그렇고..'
그 애무에 기레스는 마치 뱀 앞에 선 개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육봉을 세워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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