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클로에(61)
* * *
"으읏... 아아.."
클로에의 비단결 같은 손가락이 육봉을 쓸어내자 하일즈의 자지는 벌렁거리면서 클로에의 손을 가득히 적셔 버릴 정도의 정액을 토해냈다. 평소라면 당연한 것처럼 요령좋게 하일즈의 정액을 피했을 클로에는 그 정액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는 듯 걸쭉한 정액 덩어리를 자신의 손에 받아 내었다.
정액에 더럽혀진 클로에의 가녀리면서도 청아한 손은 요사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할짝."
클로에는 혀를 삐쭉 내밀어 끝부분으로 살짝 하일즈의 정액을 맛보며 요사스럽게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
그 사람을 발정나 미치게 만들 것 같은 요염함에 하일즈의 사정 직후인 육봉은 방금 전보다도 더욱 단단히 발기해 버렸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요염히 웃는 표정과는 다르게 클로에의 속마음은 전에 없을 정도로 냉정함을 되찾고 있었다.
'이러면 섹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겠지?'
클로에는 하일즈가 섹스를 떠올리지 않게 하기 위해 평소에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자신의 요염한 치태로 하일즈의 마음을 희롱해 나갔다. 자신의 수음에 자지를 터질 것만 같이 발기시키고는 거친 숨소리와 충혈된 눈으로 애틋하게 다음을 바라는 하일즈의 모습에 이미 섹스를 바라는 기색 따위는 전혀 없었다.
남자의 생각을 읽는 게 서툴다고 자신하는 클로에조차도 하일즈의 속내가 뻔히 보일 정도였는지라, 그녀는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살포시 요망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나저나.. 역시 하일즈의 정액은 조금도 빨고 싶은 생각이 안드네. 같은 정액인데 어째설까..'
정액을 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디까지나 한번 뿐으로 하일즈를 발정나게 만든 클로에는 더 이상의 서비스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클로에는 자신의 손에 반들거리는 하일즈의 정액을 그대로 육봉에 끈적하게 바르기 시작했다.
"우호오.."
원래부터가 남자의 육봉을 쥐어 짜는데 특화된 것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클로에의 손에 로션같은 정액까지 더해지자, 하일즈는 아찔한 자극에 허리를 들었다 나왔다 정신없이 움직였다.
"앗!"
그 몸부림에 클로에는 살짝 하일즈의 자지를 놓치고 균형을 잃었다.
"미 미안해 클로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클로에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하일즈는 그 우람한 육체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해 나갔다.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내 손에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는 걸 내가 싫어할 리 없잖아."
기레스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가족들에게 명백하게 사악한 적의를 내비칠 수 있는, 아니 이제는 기레스의 취향에 길들여져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소피아와는 다르게 하일즈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 클로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하일즈가 자신의 손에 만족해 '섹스를 원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덤으로 자신이 배신하고 있는 하일즈가 저렇게까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클로에의 죄책감이 서린 마음도 한결 편해지는 것이다.
"크 클로에.."
누가봐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는 배려심 깊은 클로에의 말에 하일즈는 적잖게 감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설사 마음이 그렇다 해도, 그것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클로에다.
"조금 더 기분 좋을 수 있게 노력해 줄게."
클로에는 서늘한 양손으로 하일즈의 자지를 뿌리까지 움켜쥐고는 끈적하게 퍼올리듯 움직여 나갔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무언가를 쥐어 짜는듯한 클로에의 손기술에 하일즈는 헤벌쭉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클로에의 척수반사라도 당하는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해 나갔다.
"우우욱.. 오오.."
폭죽이 올라가 터지는 것처럼 하일즈의 정액은 천장까지 힘차게 날아갔다. 다소 이른 타이밍의 사정이었지만 하일즈는 참아낼 수 없었다. 하일즈가 조루라기보다는 기레스에 의해 단련된 클로에의 남자를 쥐어짜 사정시키는 기술이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훨씬 음탕해 보이는데.. 역시 클로에도 굶주려 있었나..?'
"흐하..아.."
클로에의 본심을 읽는다면 까무러칠 정도의 착각을 하면서 하일즈는 뱀처럼 달라붙는 클로에의 손길에 녹아내린 표정으로 신음했다.
평소 클로에는 하일즈와 애무를 할 때는 흥이 살지 않고 또 기레스만큼 하일즈가 요령 좋게 사정을 참는 편도 아니었기에 적당한 기술로 희롱해 주고 끝내왔다.
하지만 지금 클로에는 조금이라도 더 하일즈가 섹스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게 하기 위해, 기레스에게 애무하는 것보다 살짝 떨어질 정도로 정성을 다해 하일즈를 후려나가고 있었다.
하일즈가 애무를 받고 기뻐하면 기뻐할수록, 하일즈와 '섹스하지 않아도 좋은' 클로에의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 진다.
"으으.. 으으.."
클로에를 상상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자위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하일즈의 자지는 마치 수개월은 자위를 하지 않은 것처럼 너무나도 민감했다. 벌벌 떨리는 하일즈의 육봉을 클로에는 부드럽게 감싸 쥐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욱.. 우옷.."
사정을 하려고 뻐끔거리던 하일즈의 자지는 거칠게 맥동하기만 할 뿐, 사정할 수 없었다. 살살 움직이는 클로에의 손길에 넘쳐 흘러버릴 것만 같은 쾌감만이 꼭대기에서 넘실거리며 출렁이기만 할 뿐이었다. 클로에는 불알을 살살 핥으면서 하일즈의 깊은 곳부터 천천히 손을 움직여 나갔다.
깊숙한 우물 밑바닥에 고여있던 물 한방울까지 퍼올려 건져내는 것처럼 클로에는 하일즈의 숨겨진 쾌감마저 찾아내었다.
"우아 아아."
하일즈는 사정하고 싶은 마음에 어린아이처럼 허리를 펄떡이면서 움직였지만, 부드럽게 움켜쥔 클로에의 손은 그의 사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째서 갈 수 없는 거지!'
오나홀처럼 동그랗게 말아 쥔 클로에의 아름다운 손에 자신이 허리를 흔들고 있는 상황임에도 하일즈는 절정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이 기묘한 느낌이 '처녀'인 클로에의 기술 때문이라는 것을 하일즈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으.. 클로에!"
'이정도면 되려나..?'
바닥이 쩍쩍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하일즈의 고환에 남은 쾌감 한방울까지 건져낸 클로에는 벌렁거리면서 맥동하며 하일즈의 육봉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처럼 쥐고 흔들었다.
"으호오어어어옷!"
그와 동시에 물을 넣은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하일즈의 정액은 방 안 사방으로 흩뿌려져 버렸다.
광란의 사정이 끝나고 클로에와 하일즈는 침대 속에서 차분히 정사의 여운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그나저나 미안한데.. 나만 즐긴 것 같아서."
"괜찮아."
"내가 싫다는 이야기야."
하일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로에의 봉긋한 가슴을 움켜쥐고 클로에를 만족시키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사용했다.
"으으.."
분명 같은 장소에서 함께 들은 신음소리인데도 서로가 느끼는 바는 완전히 달랐다. 가슴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불쾌함에 새어 나온 클로에의 신음소리는 그녀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 하일즈에게는 달콤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하일즈.."
클로에는 살짝 하일즈의 품에 들어가면서 그의 손을 치우며 속삭이듯 말했다.
"응?"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식은 역시 조금 미루는 게 낫지 않을까?"
"어째서?"
"이번 해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는 건 아니지?"
클로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일즈가 모를 리 없었다. 벌써 수년 간을 클로에와 함께 합격하기 위해 준비해 온 시험. 5년마다 한번씩 돌아온다는 황립사관학교의 시험이 돌아온 해인 것이다.
"우리가 시험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혼까지 준비해 가면서 여유를 부릴만큼 만만한 시험도 아니잖아?"
"하지만.."
"네가 거듭된 고백으로 불안해 하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러니까 여기선 간소하게 '약혼'을 하는 건 어떨까?"
한 발자국 물러선 듯 부드러운 말투로 클로에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일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약혼..?"
"응. 따로 성대하게 식을 치르지는 않지만, 남들에게 약혼이라 공표한다면 고백을 하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나는 결혼식 때문에 리움 사관학교의 시험을 놓치고 싶지는 않아."
"우리의 실력이면 리움 사관학교는 안전하잖아."
"만에 하나..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면 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떨어지게 되면 평생 결혼식을 떠올리면서 후회하게 되겠지. 나는 그런 마음의 짐이 생길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
확실히 클로에의 말은 정론이었다.
"거기에... 세상에 한번 뿐인 결혼식이니만큼 대충 끝내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클로에는 기레스가 시킨 것도 아님에도 '결혼'을 연기하고 싶은 일념으로 하일즈를 구슬려 나갔다.
'확실히..'
클로에의 제안의 숨은 의도는 조금도 짐작하지 못하고 하일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만큼은 아니지만, 결혼을 약속한다는 약혼의 무게는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입장상 쉬이 나서지 못한 하일즈지만, 결혼이 아니라 약혼 정도만 되어도 자신의 무력과 권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결혼을 해서 한시라도 빨리 클로에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차피 결혼이라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면, 좀 더 성대하고 좀 더 멋진,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세상에 둘도 없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건 아니었다.
필시 리움 사관학교의 시험을 앞두고 급하게 준비하게 된다면, 시험이든 결혼식이든 지장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결혼은 시험이 모두 끝나고 하는 건 어떨까?"
어느샌가 클로에의 '식'에 대한 연기는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연기로 바뀌어 있었다.
'시험인가..'
"결혼이 아니라, 약혼이라고해도.. 하일즈 널 '좋아하는' 마음이 변할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결혼을 승낙받고 클로에의 애정어린 애무를 듬뿍 맛본 하일즈의 뇌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이라는 말을 '사랑하는'이라고 보정해 버린다. 아주 조금 의미를 비틀었을 뿐인데도, 클로에의 말은 사랑고백에서 배신의 언약으로 극과 극의 의미를 오가고 있었다.
"그래서.. 하일즈. 어떻게 생각해?"
이제는 하일즈를 어떻게 구슬려야 할 지 점점 요령이 생긴 클로에의 행동과 말투에는 달콤한 애교가 은근히 배어 있었다. 설사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늘여놓고 있다 해도 클로에의 부탁이라면 진지하게 들어줄 것을 고민할진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할 일이 없다는 기특한 말을 속삭이는 클로에의 부탁을 하일즈가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까지 수 년간을 함께 해왔는데 몇개월 정도 쯤이야.. 참지 못할 것도 없지.'
"알았어. 클로에 결혼은 시험이 끝나고 잡는 걸로 하자."
"고마워! 하일즈."
클로에는 함박 웃음을 짓고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하일즈를 끌어 안았다.
'오옷!'
정자가 메말라 버릴 정도로 쥐어 짜였음에도 끌어 안아 살살 스치는 클로에의 살결은 절로 하일즈의 마음을 안달나게 만들어 버린다.
자신에게 매달려서 흔들리는 음란한 몸뚱이와 코를 찔러 오는 달콤한 잔향에, 순식간에 발정으로 가득차 버린 하일즈의 머릿속에는 클로에가 어째서 결혼을 연기하는 것에 이렇게나 기뻐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설 공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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