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클로에(59)
* * *
사르륵 클로에의 옷가짐이 풀어 헤쳐져 흘러내린다. 지금껏 처녀를 잃지 않은 클로에임에도 옷을 벗는 하나하나의 동작에는 숨길 수 없는 여성의 요염함이 넘쳐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제 이 행위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그 행위를 계속해 나갈 각오를 다진 클로에와 기레스에게 거리낄 것은 없었다.
설령 그것이 하일즈에 대한 지독한 배신일지라도, 각오를 다진 클로에에게 이 행위는 이미 감미로운 행복에 지나지 않았다.
"으응♥"
기레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허리에 손을 감아오자, 클로에는 목의 깊은 곳에서부터 애교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호응해, 춤을 추는 것처럼 몸을 살랑거리며 기레스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아아.....'
기레스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 걸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클로에는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자신의 은밀한 장소를 어루만졌다고는 해도, 언제나 안마든, 애무든 형식상으로는 연습에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단순한 연습이 아닌, 애정어린 기레스의 애무에 그녀는 이루 형언하기 힘든 정신적인 쾌감을 느꼈다.
"클로에."
기레스의 말에 반응해 고개를 들어보면 기레스의 얼굴은 코앞이다. 미남미녀가 즐비한 이세계에서 빈말로도 잘생겼다고 말해줄 수 없는 외모지만, 클로에에겐 그 툭툭한 외모조차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허리를 끌어안아 기레스는 눈을 감고 자신의 고개를 들이밀었다.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클로에도 살짝 자신의 고개를 올려 기레스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을 가져간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레스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온 클로에지만, 어디까지나 연습 하에 이루어진 행위였기에, 클로에는 당연히 지금까지 기레스와 입을 맞추어 본 적이 없었다.
코앞에서 느껴지는 기레스의 뜨거운 숨은 클로에의 흥분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아직 입이 닿지 않았는데도 클로에는 기대로 목구멍은 근질근질 거렸다.
"으무.."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각별한 것이다. 서로의 성기를 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입술을 뒤섞는 애정행각은 처음이었던 클로에는 기레스의 열로 상기된 입술을 받아 들이며 아찔한 행복을 느꼈다.
단순한 애정표현에 지나지 않는 행위임에도 입술에 잔잔히 느껴지는 열기는 기레스의 흥분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아 클로에의 흥분을 더욱 부추긴다.
역설적으로 추잡한 욕망으로 쾌락을 탐하는 게 아닌 단순한 애정행각이기에 더욱 더 클로에의 마음은 달콤하게 차올라 갔다.
자신의 입술을 바라는 클로에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절경중의 절경이었지만, 이렇게 맛있게 차려진 진수성찬을 앞두고 기레스가 여기서 멈출 리는 없다.
"하읍! 헤으으.. 츄릅."
슬그머니 내밀어 오는 혀에 클로에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그 녹아버릴 듯한 쾌감에 넋을 잃어 버렸다. 서로의 타액으로 매끌거리며 부드럽기 짝이 없는 돌기가 얽히고 섥혀 간질이는 느낌에 클로에는 몸을 비틀어 가면서 기레스의 혀를 받아 들여 나간다.
"츠륩 하아.. 아음. 쯔읍.. 하.."
어느새 클로에는 양팔을 기레스의 목에 걸어 스스로 나서서 혀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기레스의 타액을 한방울도 놓치지 않을 것처럼 클로에는 게걸스럽게 기레스의 혀를 탐해나갔다.
"아흣."
정신없이 혀를 빨면서 달아오른 클로에의 음부가 찌르르 떨려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기레스의 손은 클로에의 음핵을 꼬집어 살살 굴리면서 침대를 향해 클로에를 들이 밀었다.
위에서는 혀를 통해, 아래에서는 보지를 통해 동시에 주입되는 농후한 쾌감은 클로에의 이미 흐물흐물해진 클로에의 이성의 가면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
"쪽. 츠릅 넬름 쯔으읍."
기레스를 부둥켜 안고 정신없이 혀를 돌리면서 허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클로에의 모습은 탕부라는 말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아..?"
클로에의 보지를 손으로 살살 애무하던 기레스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여전히 들썩거리는 클로에의 잘록한 허리는 기레스의 손가락을 향해 쾌락을 갈구해 나갔다.
'으흣..!?'
겉은 말랑말랑한 듯 하면서도 빳빳하게 선 부드러운 무언가가 클로에의 음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이 기레스의 성기라는 것을 아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연인인 하일즈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처음 접촉한 자지였음에도 거부감 따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클로에는 자신의 허리를 살짝 비틀어 기레스의 육봉을 받아 들이려 들었다.
"기레스.."
가는 양팔을 목에 휘감고 요사스러운 미소로 기레스의 이름을 교태스럽게 속삭이는 클로에의 목소리는 남성을 미치게 만들정도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깃들어 있었다.
"아..."
마치 방금 전 입을 맞추었던 것처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귀두가 클로에의 음부에 살짝 맞닿았다.
"하아.. 아으.."
한시라도 빨리 넣어지고 싶은 마음에 클로에가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며 신이 나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음탕하게 허리를 흔들자, 기레스의 허리는 그녀의 응석을 받아들여 그대로 비밀스런 구멍에 성기를 집어 넣었다.
"아흑!"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던 처녀막이 뚫리는 순간 느껴지는 아픔은 잠시 뿐이다.
"아.. 으응.. 하아.. 하아.."
한번 기레스가 허리를 흔들어 나갈 때마다 느껴졌던 아픔은 거짓말처럼 쾌감으로 바뀌어 나간다.
'미칠 것 같아..'
처음 느껴보는 속살을 희롱당하는 느낌은 쾌락은 물론이고 아픔까지 포함해 클로에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처녀를 잃은 아픔조차도 기레스와 함께라면 그저 쾌락을 위한 조미료에 불과했다.
기레스와의 섹스는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져드는 것 같이 끈적하면서도 숨이 막혀 버릴 정도로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너무 기분이 좋은데도 되려 두려움을 느껴버릴 정도로 농후한 쾌감을 클로에에게 선사해 주었다.
"아아.. 핫. 히야앙.. 앗.. 아응. 기레스.. 기레스...!"
정신없이 기레스의 이름을 부르며 클로에는 이제는 숨길 필요 없는 음탕한 교성을 마음껏 내지른다. 그 교성소리는 남자라면 음경을 빨딱 세우고 여자라면 절로 음부가 젖어버릴 것만 같은 요사스러움을 머금고 있었다.
기레스가 허리를 흔들어 나갈 때마다 클로에의 속살 하나 하나는 기다렸다는 듯 기레스의 육봉을 반겨 나갔다. 마치 자신의 주인과는 별개로 의지를 가지고 살아 있는 것만 같이 클로에의 보지는 기레스의 자지를 꽉 조여왔다.
허리를 흔들 때마다 움찔거리면서 쫑긋 거리는 익숙한 기레스의 육봉의 느낌이 클로에의 안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아... 너무 좋아.'
둘이서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연결되어 같이 쾌락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은 클로에의 정신을 더욱 더 먼 곳까지 인도하고 있었다.
연습의 행위를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완고했던 이성의 브레이크는 이미 진즉에 망가져 버린 클로에는 진심으로 기레스에게 자신의 처녀를 내어줄 수 있어서 기뻐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쾌감과 정신적인 즐거움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얽혀 클로에를 극락의 절정으로 인도해 나갔다.
기레스가 자신에게 쾌감을 주어서 기쁜 것인지, 아니면 기레스에게 안겨서 기분이 좋은 것인지 클로에는 이제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기레스에게 빠져 들었다.
"응.. 하아.. 아응..하음.."
이성 따위는 멀리 던져 버리고 서로의 속살을 누비고 탐하는 그 모습은 흡사 짐승처럼 보인다.
"아.. 아아.."
파도가 물을 빨아 들이는 것처럼 클로에는 절정을 예감했다. 떨어지고자 하는 기레스를 클로에는 팔로 엮어 자신의 가슴에 끌어 안았다.
"읏.. 클로에!?"
"아앙♥"
자신의 안에 가득 채워지는 기레스의 정을 느끼면서 클로에는 환희에 찬 교성을 내질렀다.
"하아.. 아아.."
클로에는 자신의 안에 찬 기레스의 정액을 느끼면서 절정의 여운을 만끽했다. 기레스의 손에 의해 수도없이 절정을 느껴온 클로에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랫배를 요염하게 쓸어 내리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절정을 맛보았다고 생각했다.
"안되잖아 클로에!"
"뭐가?"
"설마 임신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기레스는 기가 차다는 듯 지그시 클로에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 그정도는 알고 있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피임마법을 챙겨오지 못한 내게도 책임은 있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안에 싸면 안되지!"
"그건 그렇긴 한데.."
'아쉬웠단 말야.'
한차례 절정으로 머리가 맑아진 클로에는 차마 그런 말을 입에 담지는 못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성에 이성을 다 팔아 먹었어도 특유의 완고함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생애 첫 섹스의 절정을 기레스와 떨어지면서 받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애가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다분히 하일즈를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머릿속이 기레스에 대한 꽃밭으로 가득한 클로에는 그 미래를 상상하곤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아, 안되지 이건 아냐.'
이미 하일즈에 대한 배신이란 배신은 다 했으면서도 클로에는 거기까지 하일즈를 배신하는 것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눈에 깃든 저속한 기대의 빛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클로에는 자신에게 훈계하고 있는 기레스를 살짝 불만스럽게 쳐다보았다.
'기레스는 나와 섹스를 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자신은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인데도 기레스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서 그녀는 살짝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사귀자고 고백까지한 클로에에 비해 분명 기레스는 자신을 싫어할 리는 없다고 말해주었고, 좋아한다고도 말해주었지만 사랑한다고는 단 한마디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냥 좋아해서 배려하고 있을 뿐인걸까?'
지금까지 기레스가 사심없이 자신과 하일즈를 도와주고 있었다고 생각한 클로에는 이번에도 '좋아하는' 자신을 위해서 기레스가 순수한 호의로 자신을 도와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기레스와 함께 절정을 맞이해서 행복했던 클로에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뭐야? 갑자기 시무룩해져서는.. 이렇게 잔소리 하는 건 미안하지만, 피임은 말야.."
"기레스."
"응?"
"아까 내가 사귀자고 했을 때의 답을 듣고 싶어.. 설령 사귈 수는 없다해도..."
이미 손바닥 안에 놀고 있는 클로에의 저 말의 의미를 기레스가 모를 리 없다. 살짝 기레스는 딴청을 피우는 척 눈을 돌리고는 투덜거리면서 클로에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사랑해."
"정말..?"
"구구절절하게 이유라도 들려주랴?"
"응."
클로에는 이불 안에서 기레스에게 찰싹 달라붙어 눈을 반짝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매사 솔직하지 못하고 완고하며 고지식한 그녀가 제정신인 상태로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설사 기레스의 앞이라고 해도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이나 클로에는 기레스의 마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엑.. 정말?"
"응."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할 생각도 않고 클로에는 예쁜 눈을 말똥거리며 기레스에게 대답을 종용해 왔다.
"그러니까..내 생애 첫 친구기도 하고......"
그렇게 기레스는 클로에를 사랑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로맨스고 뭐고도 없는 마치 변명이라도 하는 것 같은, 의미 없어 보이는 사랑하게 된 이유의 나열을 클로에는 기레스의 품안에서 행복한 얼굴로 들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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