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00화 (100/238)

〈 100화 〉 클로에(55)

* * *

"오늘은 또 렉스가 고백을 해왔었어."

"뭐!? 그녀석은 벌써 세번째잖아!"

"그래서 거절하기 위해 만나러 가지도 않았어."

'젠장..'

처음 클로에로부터 수많은 고백을 전부 거절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하일즈는 우쭐한 생각마저 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여자친구는 고백에도 끄덕없을 정도로 이정도로 자신을 사랑하며, 임자가 있음에도 고백을 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우쭐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한때 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심지어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도 고백을 했다는 말을 듣게 된 하일즈의 마음에는 아주 천천히 불안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던 것이다.

매일같이 연상은 물론 연하에 심지어는 졸업을 해 일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클로에에게 고백을 해오는 사람들은 넘쳐 흘렀다. 스스로의 요구에 의해 그것을 들어야 하는 하일즈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오늘 클로에가 고백을 받은 대상이 렉스라는 점도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데에 한 몫을 보태고 있었다.

하일즈는 클로에에 이어 마을 학생이라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2인자이며, 크게 드러내지는 않아도 교내 제일가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일즈에 비견될 만한 학생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클로에가 언급한 렉스도 그 중 하나였다. 학생의 탑2를 꼽는다면 클로에와 하일즈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다섯 손가락을 꼽는다면 그 안에는 반드시 렉스가 들어간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렉스는 빼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렉스는 클로에와 달리, 소피아가 기레스의 괴롭힘 건으로 들고 일어나기 전까지는 마을 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의 영향력을 자랑하던 명문가의 자식으로 가장 마지막까지도 기레스를 괴롭히고, 기레스가 모든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현재의 입지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장본인이었다.

때문에 클로에는 기레스를 괴롭힌 렉스만큼은 철천지 원수를 대하는 것처럼 마음 속 깊히 증오하고 있었지만, 그런 클로에의 속내를 모르는 하일즈의 속은 불안으로 까맣게 타들어갔다.

일면 유아독존 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속은 은근히 소인배스러운 하일즈다. 겉으로는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심을 가지지만, 나름 인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거듭된 고백은 하일즈의 속을 야금야금 부식시켜 나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클로에에게서 보고를 듣지 않자니, 그건 더더욱 불안했다. 열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렉스는 벌써 세번이나 클로에에게 고백해온 것이다.

만약 클로에가 렉스에게 세번이나 고백 받았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하일즈는 백치처럼 그런 사실이 있는줄도 모르고 일상을 지냈을 것이다. 그런 천치같은 자신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며 저려온다.

그렇기에 설사 마음이 썩어 문드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클로에의 보고를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바탕 난리를 쳐서 뒤엎고 싶지만, 클로에가 조용히 넘기자는 것도 일리는 있었다.

이제 하일즈는 철없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유페르 가문의 일각. 아니 장남인 기레스가 병신인 것을 감안하면 기둥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에 유페르 가문의 이미지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하일즈의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마을 내의 유력자라면 더더욱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렉스는 하일즈가 무력이나 정치로 쉽사리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상대도 아닌지라 그는 반 강제적으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클로에. 너 제대로 거절한 건 맞는거지?"

평소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 협박해도 절대로 튀어나오지 않았을 말이지만, 속이 곪아 썩어 문드러져가는 하일즈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무슨... 뜻이야?"

"렉스가 고백을 한 건 벌써 세번째잖아."

"나는 제대로 거절했어."

하일즈의 불안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클로에는 자신을 의심하는 듯한 그 질문이 불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렉스가 고백한 걸 의심한다니..'

그녀는 문무양면은 물론이고 외모에 재력, 권력까지 빼어난 그 렉스이기에 하일즈가 더욱 불안해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클로에에게 있어 '기레스를 괴롭힌' 렉스라는 존재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흠씬 두들겨 패서 그 잘난 콧대를 꺽어주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존재이기에, 하일즈의 그 의심은 더욱 아니꼽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클로에에게 집착하게 될 정도의 일그러진 애정에 심지가 흐물흐물해진 하일즈는 스스로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의미도 없이 물고 늘어졌다.

"하아..."

'기레스라면 이렇게 구차하지 않았을 텐데..'

해서는 안될 연인과 친구의 비교. 하지만 클로에에게 해서는 안된다는 자각 따위는 없었다.

'음... 조금쯤은 기레스도 하일즈를 닮아도 좋을지도....'

하일즈의 저 구차하게 매달리는 행동을 기레스가 한다고 살짝 상상하자 클로에의 입가에는 미소가 서렸다. 다소 한심하다고 여길 정도의 하일즈의 구차한 행동도 기레스가 하면 그 신선함에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기레스가 그럴 리 없지만..'

어디까지나 하일즈와 이어주기 위한 관계를 철저히 지키는 기레스를 상상하곤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시무룩 해졌다. 영문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오른 클로에는 하일즈를 노려 보면서 말했다.

"갈래."

"뭐?"

"어차피 답이 나올 이야기도 아니잖아? 나는 똑바로 거절을 했어. 그걸 네가 의심하고 있는 것에 무슨 이야기가 더 필요해?"

"그.. 그건.."

하일즈 본인이 생각해도 지금 클로에에게 하는 말은 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기 위한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 투정이었다.

"아무래도 서로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네."

"자.. 잠깐만 클로에!"

"쫓아오지마."

마치 자신을 벌주던 소피아를 연상시키는 클로에의 차가운 눈빛에 하일즈는 쫓아갈 생각도 못하고 덩그러니 놓여 클로에가 나간 문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일즈와 다투어 버렸는데.. 하일즈에게 고백에 대한 이야기를 괜히 한 것 아냐?"

겨드랑이를 훤히 노출 시키면서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클로에는 기레스에게 하일즈와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아흐응.."

기레스는 뒤에서 껴안아 풍만한 가슴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발딱 선 유두를 동글동글 비틀어 나갔다.

"내가 말한 건 솔직하게 요즘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하라고 했던 건데.."

"하읏.. 응.. 그렇게 했잖아?"

클로에는 자신의 체중을 뒤의 기레스에게 맡겨 기대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고백에 대한 보고는 하일즈의 의견이잖아. 너니까 그걸 곧이 곧대로 가감없이 말했겠지. 하루에 열번 고백을 받았다니 뭐니 그런 것 아니겠어?"

"아... 응... 그게 어때서?"

"하일즈가 하루에 고백을 열번 받았다고 생각해 봐라."

'음..'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하일즈가 자신을 끔찍히 좋아한다는 것을 느껴 마음의 여유가 있는 클로에는 별반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그게 뭐 어쨌다고?' 같은 느낌이다.

'응..?'

문득 클로에는 기레스가 하루에 고백을 열번 받는다고 생각해 보았다. 아주 잠시 생각했을 뿐인데도 클로에는 머리가 오싹해질 정도의 불안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레스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닌데 어째서..'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내었다.

'그래. 기레스가 연인이 생기게 되면 '하일즈를 위한' 이 연습을 할 수 없게 되니까....'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데에는 이미 도가 튼 클로에였다.

"으....."

"알겠냐? 하일즈가 불안할 만도 하지. '너 정도 되는 연인'이 매일 같이 고백을 받는다면 말야."

"그, 그렇네."

클로에는 기레스의 자신을 치켜 세우는 말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하일즈가 고백을 듣고 싶어하는 걸 어떡해."

"글세.. 그 부분은 어떻게 말하기 힘든데.. 나는 하일즈가 아니니까.. 누가 고백했는지 잘 알지 못하도록 두루뭉술하게 이야기 한다거나.. 아니면 고백한 사람을 좀 까내린다거나 그런 식으로 하일즈의 불안을 거두는 노력을 했다면 어떨까 싶기는 하지만.."

어느 쪽도 클로에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다.

그저 고지식하게 하일즈의 불안을 풀어주겠다고 누구에게 고백을 받고 거절했는지 정직하게 이야기 했던 자신을 떠올린 클로에는 살짝 하일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레스. 너는 내가 고백을 이렇게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때?"

"음.. 왜 그런 걸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일즈와 비슷한 느낌이려나."

"뭐?"

바로 얼마 전 하일즈의 구차한 모습을 봤던 클로에는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애무도 잊고 기레스의 말에 집중했다.

"혹시나 하일즈보다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고백을 받아 들일까 불안한 건 사실이지."

"아아.. 역시 그쪽인가.."

딱히 한숨을 내쉰것도 아닌데도 클로에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거 외에 뭐가 있어?"

그런 클로에의 의도와 심정이 뻔히 들여다 보여 귀엽다 생각하면서도 기레스는 천연덕 스럽게 되물었다.

"아.. 아니 예상대로라는 이야기였어."

클로에는 살짝 허둥대며 자신의 아쉬움을 숨겼다.

"싱겁기는.. 이번 일로 하일즈가 미워진 게 아니라면 얼른 화해 하도록 해."

"이정도로 미워지거나 하지는 않아. 화해는 조금 있다가 할 거지만."

괜시리 무심한 기레스를 놀려주고 싶은 생각에 클로에는 기레스와 몸을 부벼가면서 간을 보았다.

"어째서?"

"하일즈는 내게서 고백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렇게 불안하게 된 거잖아?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조금 이야기를 안 듣는 것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럴 턱이 있겠냐.'

하지만 기레스는 굳이 그 사실을 클로에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하일즈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구만.'

클로에는 자신이 말한 것을 지켜 며칠 간 하일즈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하일즈의 마음은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처럼 피폐해 졌고, 머릿속에는 클로에의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클로에의 매력에 몸도 마음도 절여져,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으면 않을수록 하일즈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클로에가 기레스와 만나기 이전이었다면,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하일즈는 고백에 대한 보고를 좀 더 부드럽고 시원스레 넘길 수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도 지금도 클로에를 사랑했던 마음은 거짓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설사 클로에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하일즈는 '자신에 걸맞는' 여인과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진다고 했던가. 기레스에게 길들여져 숨길 수 없는 농밀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클로에는 이미 하일즈에겐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둘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어머니인 소피아에 이어, 연인인 클로에 때문에 눈이 한없이 높아진 하일즈는 마을의 어떤 여인도 성에 차지 않았다. 짧은 식견이지만, 젤가와 다른 도시에도 가본 적이 있는 하일즈다. 그의 기억 속에 소피아나 클로에에 버금가는 여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쫓아오지마.]

클로에의 차가운 시선을 떠올리면서 하일즈는 스스로 자신을 질책했다.

'바보 같은 녀석.. 클로에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걸...!'

벌써 며칠이나 클로에를 만나지 못해 부풀어 오른 불안증세는 말끔한 엘리트였던 하일즈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칠어져 있었다.

'만약 이 일로 클로에가 나를 싫어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두려움에 몸이 짓이겨질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백을 하는 녀석들은 존재하겠지..'

금단의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간다. 그 고지식하며 고고한 클로에가 자신을 배신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미래에 절대란 것은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 아니 억에 하나라고 해도, 자신이 클로에와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하일즈의 망상은 폭주해 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서 클로에가 다른 남성과 긍정적으로 시시덕 거리는 장면을 상상하면 가슴이 시큰거리며 아려온다. 마치 볼링 공처럼 단단하고 무거운 혹 덩어리가 가슴 속에서 쿵쿵 거리며 흔들리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이다.

'으아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상황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클로에를 향한 거듭된 고백은 하일즈에게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만들어 홀로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불안감을 부풀어 올려 나갔다.

'만약 클로에가 다른 남자의 고백을 받아 들인다면?'

자신만이 알고 있는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클로에의 극상의 신체를 타인의 남성이 만지는 것을 상상하자 하일즈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어..?'

하지만 분노하는 와중에도 하일즈의 육봉은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욕구불만인가..'

클로에와의 애무는커녕 최근에는 불안감에 자위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하일즈는 이미 하루 온종일 떠올린 클로에를 다시금 되새김질해 생각했다.

푸르스름한 은빛이 감도는 머리칼에 늘씬한 듯 하면서도 나올 곳은 풍만히 나온 터질듯한 굴곡을 자랑하는 몸매와, 일견 냉정하기만 한 듯 보이지만 온화함을 겸비한 조각같이 아리따운 외모까지, 하일즈는 클로에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라 '과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래......"

그렇게 독백하며 마음을 잡는 하일즈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슬슬 화해를 하기는 해야할 텐데.. 이대로 사이가 더 안좋아지면 기레스도 곤란하니까..'

하일즈와의 화해를 생각하면서도 클로에는 자연스럽게 기레스를 엮어 생각했다. 화해를 했다는 이야기에도 기뻐할 기레스를 생각한 클로에의 입고리는 자연스레 살짝 올라가 있었다.

"클로에."

"앗! 하일즈!"

'마침 잘됐네.'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오늘 방과 후에 그곳에서 보자."

클로에가 먼저 지난 일을 사과하려는 순간 하일즈는 그녀보다 먼저 할 말을 하곤 사라져 버렸다.

'여기서 화해해도 상관 없는데.. 하긴 학교에서 사과하는 것도 모양새가 빠지긴 하려나.'

방과 후 클로에는 기레스에게 적당히 이야기해두곤, 하일즈와의 비밀장소로 향했다. 문을 열자 언제부터 있었는지 하일즈가 미리 도착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사과하는 게 힘든 가보네..'

비장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는 하일즈를 보고 클로에는 평소의 자존심 강한 하일즈를 떠올렸다. 평소의 하일즈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클로에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하여간 자존심만 세다니까.. 어쩔 수 없지 여기선 내가 먼저..'

하일즈에게 적당히 미안하기도 했겠다. 애시당초부터 먼저 사과하려 했던 클로에가 표정을 풀고 사과를 하려는 순간, 하일즈는 더 없을 정도로 진지한 얼굴로 똑바로 클로에를 응시하며 말했다.

"결혼하자. 클로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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