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클로에(53)
* * *
"후우.."
"으응.."
클로에는 절정의 여운 속에서 음부에 전해지는 기레스의 숨결에 몸을 바르르 떨면서 열락이 잔뜩 서린 미소를 지었다.
'역시 기레스가 그렇게까지 자신만만 할만 했네.'
"끝났는데 어땠어?"
"정말 좋았어."
클로에의 순수한 감상에 기레스는 무슨 소리냐는 듯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하일즈의 애무와 비교해서 어땠냐고. 원래 그것 때문에 한 거잖아."
"어? 아 하일즈 말이지."
시작도 전에 이미 비교할 꺼리도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클로에의 머릿속에는 이미 하일즈의 애무따위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윽'
클로에는 하일즈의 애무를 떠올리자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기레스는 그런 클로에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보름달 같은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물거렸다.
"하앗."
클로에는 속 안에 부풀어 메워가던 불쾌함의 풍선이 펑 하고 터지면서 쾌감으로 바뀌는 것같은 느낌을 받으며 달콤한 교성소리를 내뱉었다. 마치 배설하는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하일즈의 불쾌함을 푸는 기레스의 애무는 단순한 애무보다 더욱 감미운 쾌감을 클로에에게 선사해 주었다.
"뭐하는 거야 기레스."
"어? 기분 나빴어?"
"나쁘진 않았지만.."
입을 삐죽이면서 살짝 쑥스러워하는 클로에에게 기레스는 분위기를 진지하게 깔고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말야. 이렇게 언제까지고 연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기회가 되는대로 여러가지 연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까지고 연습을 할 수 없다니?"
기레스의 말에 클로에는 예민한 표정을 짓고 날카롭게 되물었다.
"당연하잖아. 평생 이렇게 연습할 생각이었어?"
"그.. 그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내심 클로에는 가슴이 차갑게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언제부턴가 클로에는 기레스와의 이 연습이 끝날 거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있었다. 하일즈가 있는 한 기레스는 자신이 바라면 언제고 도와줄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왜 지금 갑자기 이런 말을.."
"우리 마을 사람들은 졸업을 하게 되면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편이잖아?"
"그랬나?"
마을의 결혼 같은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클로에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관심이 없어 알아보지 못해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우리 마을은 그런 편이야. 하일즈와 네가 결혼까지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길어도 5년 이상 걸리지는 않겠지. 이렇게 몸을 섞어가는 속도를 보면 더 빠를수도 있을거고.."
기레스는 스스로가 대견스럽다는 듯이 코를 만질 거렸다. 그 꼴을 보는 클로에는 은근히 배알이 틀려 속에 화가 쌓여 나갔다.
'왜 이리 속이 답답하지..'
기레스가 하일즈와 자신의 사이를 응원해 주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인데도 그녀는 마치 하일즈가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마냥 속이 사막처럼 메말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잘록한 도자기를 빚어내는 것처럼 허리에 기레스의 손이 닿자 그녀의 몸은 기쁨에 흔들거리며 반응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이렇게 돕는 내 역할은 끝이라고 생각해."
기레스의 말은 정론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뒤의 일은 하일즈와 클로에의 몫인 것이다.
연인이라는 것은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워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운가 하면, 조금의 미숙함이나, 엇갈림으로도 쉽게 찢어질 수도 있는 달콤 쌉싸름한 관계인 것이다.
그런 미숙함이나 엇갈림을 돕는다는 허울 좋은 명분이 먹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인 사이일때 뿐이다.
"상식적으로 결혼을 한 뒤에도 이런 연습을 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 그렇지."
연인인 사이에도 이런 연습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 점은 딱히 지적하지 않는 클로에다. 설사 이상하다고 자각했다 해도, 그 점을 클로에가 지적하는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연습이 끝나는 그 날까지 클로에 너와 여러가지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기레스는 클로에의 엉덩이를 음탕하게 주물 거렸던 손을 지렁이처럼 꾸물꾸물 기어 클로에의 보지 구멍을 향해 집어넣었다.
"하읏.."
"물론 클로에 네가 허락을 해준다면 말이지만.."
기레스의 속삭이는 목소리는 클로에의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나간다. 악마가 유혹하는 듯한 기레스의 달콤한 목소리에 클로에의 몸은 절로 흥분에 겨워 닿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음열이 느껴질 정도로 달아 올랐다.
"물론 허락해 주지 않아도 상관 없어. 이미 나는 네게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받았으니까."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다는 듯 후련한 말투로 그렇게 기레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클로에에게 조잘거린다.
".....아.."
"뭐?"
"좋아."
클로에는 몸을 들어 기레스의 몸에 체중을 실어 올라타고는 살짝 고개를 뒤로 돌려 음욕에 흠뻑 젖은 눈으로 기레스를 바라보았다. 땀에 살짝 젖은 그녀의 비단실 같은 은청색의 머리카락은 그녀의 얼굴에 달라 붙어 고혹적인 요염함을 더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1년 전 아직 소녀 티가 풍겼던 클로에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많이 배워두면 그만큼 하일즈도 기뻐해 줄테니까.."
기레스의 품에서 하일즈의 애무를 잊고 있었던 클로에는 그렇게 자신의 연인을 '팔아' 쾌락을 갈구해 나간다.
방학의 끝을 앞둔 마지막 날. 하일즈는 클로에와 데이트와 함께 그녀와의 애무를 즐겼다. 오늘도 클로에에게 실컷 쥐어짜인 하일즈는 지친 몸으로 침대 위에서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누운 것을 안주삼아 절정의 여운을 들이키는 기분은 하일즈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스읍."
클로에는 등을 돌린 자세로 색색이며 숨을 들이쉬었다.
'클로에..'
최근 한층 더 아름다워진 클로에에게 하일즈는 두번째의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클로에가 잘 훈련된 군인처럼 절도 있었다면, 지금의 클로에는 그 안에서도 무심결에 남자의 마음을 호려버리는 감출 수 없는 매력의 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후우.. 그나저나 오늘 너무 싸댔나. 얼마 전에 빨았는데 벌써 이렇게 냄새가 나다니..'
하일즈는 침대의 이불 곳곳에서 풀풀 풍기는 정액의 지린 음취를 맡았다.
'클로에가 싫어하겠는걸.'
하일즈는 클로에가 정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번 그녀에게 정액을 뿌려보고 싶어서 은근히 노력해 보았지만, 그 야심찬 목표가 성공한 적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는 하일즈도 반쯤 포기해 고지식한 클로에가 정액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클로에는 철두철미하게 하일즈의 정액을 피해왔다.
'하긴 배설하는 장소에서 나온 걸 좋아할 여자가 있을 리 없지.'
"스읍. 음.. 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하일즈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누워 새근거리고 있는 클로에를 보면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한편 클로에는 하일즈의 시선을 느끼면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공알을 살살 돌려나가고 있었다. 바로 지근거리에 하일즈가 있음에도 전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솜씨로 그녀는 자신의 음호를 문질러 나갔다.
방학 내내 기레스에게 굴려진 클로에는 그 영리한 머리로 쾌락을 탐하는 요령을 익혔다.
하일즈와의 불쾌하기 짝이 없는 애무를 받음으로서 기레스의 애무가 한층 더 즐거워 진다는 것을 자각당한 그녀는 이전보다 더 하일즈를 만나는 빈도 수를 늘려 나갔다.
'그래.. 이거라면 하일즈도 나도..... 그리고 기레스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일즈의 애무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는 없지만 기레스와의 애무를 기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아무리 불쾌한 하일즈의 애무라도, 아니 불쾌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끔찍한 배신행위인지 클로에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기레스에게 상식이 완전히 비틀려 버린 그녀는 하일즈를 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지독한 배신을 해나가고 있었다.
'내일 애무 연습은 어떤 느낌일까..'
"스읍.."
'하아....'
클로에는 이부자리 끝 쪽에 코를 대고 들이 쉬었다.
'아아..'
그녀는 하일즈가 보이지 않게 등을 돌린 자세로 기레스의 체취에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하일즈와의 보금자리였던 침대의 곳곳에는 기레스의 정액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서 클로에는 냄새만으로도 기레스와 누워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내일은 기레스 걸 입으로 연습한다 해볼까. 오랜만에 맛을 보고 싶은데..'
"스읍 음... 음.."
클로에는 맛있는 디저트라도 생각하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며 요염한 미소를 머금었다. 기레스의 정취에 클로에의 뇌는 조건 반사를 당하는 것처럼 온몸을 쾌감으로 절여 나가기 시작했다.
'아아.. 신음하고 싶다.'
음핵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클로에는 하일즈는 주지 못한 쾌감으로 자신의 몸을 달래나간다.
'하일즈 덕에 내일의 연습은 더욱 즐거울 것 같네.'
"후우... 후우.."
"후훗."
'고마워 하일즈.'
잠이 든 하일즈의 고른 숨소리에 그녀는 키득 웃으며 자신의 '진심으로' 연인의 '불쾌함'에 감사를 표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