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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네토기-97화 (97/238)

〈 97화 〉 클로에(52)

* * *

다음 날. 기레스는 조금 이른 시간에 이제는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는 하일즈의 아지트를 찾았다.

'소피아에게 듣기는 했지만, 한바탕 난리를 쳐댄 모양이군.'

기레스는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일방적인 음취를 맡으며 생각했다. 그다지 후각에 민감하지 않은 기레스조차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방 안에는 여인의 내음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곧 기레스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서 클로에가 오기를 기다렸다.

클로에는 방학 내내, 하일즈를 만나는 날을 제외하면 매일 같이 기레스를 만나 리움 사관학교에 가기 위한 훈련을 도와주었다. 기레스를 도와주기 위해 하일즈를 만나는 일마저도 등한시 할 정도로 클로에는 헌신적인 노력을 기레스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덜컥]

"하아 하아.. 어? 기레스."

통나무집의 문을 연 클로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놀란 눈으로 기레스를 바라 보았다.

"어째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몸이나 풀면서 기다릴까 싶어서 미리 왔는데.. 너는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30분이나 남았잖아."

'클로에가 저렇게 숨이 찰 정도면 얼마나 급히 달려 온 거지?'

클로에의 옆에서 온갖가지 체력단련을 해온 기레스는 클로에의 체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사무치도록 잘 알고 있었다.

클로에는 기레스 스스로는 나름대로 혹독하다고 생각하는 훈련의 배는 될 법한 단련을 눈앞에서 몸소 행하면서도 크게 지친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 단순하게 달리는 행위를 한다고 한다면 하루 종일을 달려도 지치지 않을 것만 같을 정도로 클로에의 체력은 기레스에겐 경외의 대상일 정도였다.

그런 클로에가 어떻게 움직여야 저리 숨을 헐떡 거릴 수 있는 지 기레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아... 후웁.. 그.. 아! 어제 하일즈와 사용했으니까 미리 와서 정리를 조금 해둘까 싶어서 말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클로에는 숨을 살짝 들이키고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기레스에게 둘러대었다.

"하긴.. 아주 광란의 시간을 모낸 모양이더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레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분명 광란의 시간이라면 광란의 시간이기는 했다. 안 좋은 의미로 말이다.

"뭐...... 그렇지."

하일즈와 자신을 이어준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한 그 흐뭇한 표정에 클로에는 반박할 생각도 못하고, 말 끝을 흐리며 수긍하는 척했다.

"내 안마의 효과는 어땠어? 평소보다 훨씬 좋았지?"

기레스는 잔뜩 기대한 듯, 눈을 반짝이면서 클로에에게 물었다.

'으..'

보통 기레스가 이렇게까지 기대의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을 클로에는 잘 알고 있었다.

'비장의 기술 같은 것이었을까?'

기레스가 이렇게까지 크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주가 안마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클로에는 잘 알고 있었다. 하일즈의 애무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기레스의 흥분한 얼굴을 보면서 클로에는 살짝 얼굴을 구겼다.

평소 자신감 없는 기레스가 저렇게까지 자신할 정도로 도움을 주었음에도 어젯 밤 자신은 최악의 기분으로 이곳을 박차고 나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일즈의 애무를 떠올린 클로에는 순간 기분이 나빠져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별로 였어?"

하일즈와의 전말을 전부 알고 있으면서도 기레스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불안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 아냐. 좋았어."

기레스의 검디 검은 속내도 모른 채, 클로에는 기레스의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해나갔다. 클로에는 저렇게 기대하는 기레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훤히 꿰고 있다는 상황은 너무나도 감미롭기 짝이 없는지라, 기레스는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클로에의 거짓말을 들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기레스."

"응?"

"그 애무를 더 느끼게 만들어 준다는 기술 말야. 네 '애무'에도 할 수 있어?"

클로에는 기대에 찬 눈으로 기레스를 흘깃 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하일즈를 도운 것처럼, 네 애무에도 도울 수 있는지 묻고 있는 거야."

"그야 뭐 못할 건 없지만.. 그런 건 필요 없잖아? 어차피 나야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만 알면 되는 거고, 여자친구도 아닌 너한테 굳이 연습해야 할 필요는 없지."

실로 정론인 기레스의 말을 들은 클로에의 속은 절로 시큰거렸다. 하지만 이내 클로에는 표정을 다잡고 기레스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하일즈의 애무가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푸훗."

그 거짓말이 너무도 귀여워서 기레스는 웃음을 살짝 터트렸다.

"!?"

클로에는 기레스의 웃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 했다. 그에 기레스는 거들먹거리는 척을 하면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역시 나의 비장의 기술이구나 싶어서.."

"말은 아직 안 끝났어. 끝까지 들어."

클로에는 불만스럽게 기레스를 쏘아보면서 툴툴 거렸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뭐?"

"네가 그렇게 자신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는지는 의문이었거든."

"뭣!?"

방금까지만해도 주책스럽게 거들먹거리는 얼굴을 하던 기레스의 얼굴에는 삽시간에 실망의 빛이 서렸다.

"그럴 수가.."

"이래서 말할까 말까 고민했던 건데.."

'어련하시겠어.'

클로에의 둘러대는 말 하나 하나가 모두 얄팍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레스는 더욱 그녀가 귀여워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재롱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젠장.. 내 야심작이었는데.."

기레스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듯 이를 악 물고 한탄하듯 말했다.

"기분이 좋기는 했어. 좋기는.."

클로에의 영혼없는 위로의 거짓말에 기레스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기레스는 웃음을 참느라 몸까지 부들거리면서 필사적으로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하일즈의 경우는 이미 내가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기레스 널 대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면 어떨까 싶어서. 원래가 안마가 아닌 '애무'에는 그 정도 효과밖에 없을 수도 있을테니까 어떻게 된 건지 한번 확인해 보는게 낫지 않을까?"

기레스를 만날 기대로 한달음에 집에서 달려올 정도로 쌓인 클로에의 정욕은 눈빛에 그득히 고여 있었다.

"그런데 말야. 미묘하게 적극적인 것 같다?"

"어?"

"나야 좋기는 한데.. 사실 네가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줄 필요는 없지 않나?"

클로에는 바라보고 있으면 빠져버릴 것만 같은 푸른 눈으로 기레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음 너무 도발해 버렸나?'

기레스가 살짝 후회하려던 찰나 클로에의 앵두 같은 입술이 열렸다.

"없기는.."

"뭐?"

"멋대로 나한테 3500만 에보나를 줘놓고는...."

클로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우물거리며 툴툴거렸다. 정말 불만이 있다기보다는 어리광부리는 듯한 애교가 뚝뚝 묻어 나오는 반응이다.

"그건 준거잖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러네."

"그렇다면 나도 날 멋대로 도와준 널 멋대로 도와주고 싶은 것 뿐이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싫다면 싫다고 말하면 그뿐인 거야."

마치 절대로 뚫는 창과 절대로 막는 방패가 다투는 것처럼 기레스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클로에의 억지에도 똑같이 힘이 붙어 나간다.

"아까도 말했잖아. 나는 좋다고."

"나도 좋아. 아...,,, 그.. 네 애무가 좋다는 게 아니고.. 그.. 널 돕는다는 의미로..."

클로에는 답지 않게 얼굴을 홍당무처럼 물들이고는 손을 파닥거리면서 해명했다.

"알고 있다고. 그럼 호의를 받아 보도록 할까."

너무나도 덤덤한 기레스의 태도에 클로에는 어쩐지 뾰루통한 표정을 지으며 기레스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일단 오늘의 훈련부터 열심히 힘내자?"

"으윽.."

"하아.. 아아­­­­앙 으응..."

하루의 일과를 끝낸 두 남녀는 정신없이 서로의 몸을 부비고 있었다. 삽입만 없을 뿐 이미 그 행위는 누가봐도 연습의 범주를 뛰어 넘어 정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어째서..?'

클로에는 자신의 몸의 반응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 기레스 벌써 그 기술인지 뭔지를 쓴 거야?"

"무슨 소리야. 연습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기레스는 클로에의 음핵을 툭 하고 건드렸다.

"하으응!"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게 짧은 사이에 클로에의 온 몸은 기분 좋게 달아올라 버렸다. 평소 기레스가 애무하는 것보다도 더욱 기분이 좋아 그녀의 사타구니는 이미 꿀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무리 기레스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하일즈와의 애무 뒤라서 내 애무는 별 것 아니게 느껴지겠지만 말야. 그래도 열심히 해볼게!"

'아...'

기레스의 그 말에 클로에는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 느끼고 있는지 자각'당했다.' 하일즈의 너무나도 저급한 애무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레스의 애무가 더더욱 각별하게 다가온 것이다.

클로에는 기레스의 살결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 허리와 몸을 낮추어 가면서 찰싹 달라 붙었다. 자신의 연인인 하일즈에게는 손가락이 닿는 것마저도 피하고 싶어 탐스러운 엉덩이를 이리 저리 흔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종적인 모습이다.

클로에는 자세를 바꿔 자신의 가슴으로 기레스의 육봉을 감아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온몸을 저리게 만드는 기레스의 살결을 더욱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 클로에. 이제 기술 쓸거니까 잘 비교해 줘."

[꿀꺽]

클로에는 군침을 삼키면서 자신의 엉덩이를 기레스가 애무 하기 좋게 들이밀었다. 기레스의 얼굴을 향해 가랑이를 벌리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들이미는 모습은 어느 누가 봐도 음탕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으으... 응.."

기술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사실 이번에 기레스는 따로 수작을 부릴 게 없었다. 그저 평상시 클로에가 느끼던 애무보다 조금만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주면 그뿐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온몸을 비틀면서 쾌락에 심취했다고는 하나, 클로에가 느끼고 있는 쾌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저 그녀가 처음 애무를 받은 연인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하일즈이기에 상대적으로 기레스의 애무가 더욱 돋보였을 뿐인 것이다. 물론 하일즈라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평생을 걸려도 주지 못할 쾌락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기레스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시작에 불과했다.

"아으으으응­­­­"

하일즈의 애무에 실망하게 만들기 위해 한땀한땀 막아둔 성감대를 열대마다 클로에의 비부는 음란하게 벌렁거리며 반응해 나갔다.

"하아.. 아... 좋아.."

'그걸 그렇게 표현하면 안되지.'

기레스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익숙했는지 클로에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본심이 새어나왔지만, 기레스는 듣지 못한 척 애무를 이어나갔다.

하일즈의 손길을 한사코 거절하던 클로에의 꽃잎은 기레스의 손길에는 마치 스스로 유혹이라도 해오는 것처럼 반응해 왔다.

'좀 더...'

거미가 본능적으로 집을 짓는 것을 알아가듯이, 인간도 본능적으로 쾌락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안다. 클로에의 허리는 머리를 절여나가는 쾌감 속에서도 그 너머를 보고 싶은 본능에 허리를 쑥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행동 따위야 기레스의 손바닥 안이었다. 기레스는 살살 굴리던 손가락을 빼버리고 그대로 얼굴을 살짝 들어 클로에의 음부를 핥아 나갔다.

"아앙~"

원하던 쑤심은 얻지 못했지만, 클로에는 평소보다 배는 더한 기레스의 애무에 온몸을 기레스의 살결에 흐느적 흐느적 배배 꼬며 비벼 나갔다.

'이게 기레스의 기술..'

도망치고 싶었던 하일즈와는 너무도 달랐다. 단순히 살을 맞대고만 있어도 흥분으로 가버릴 것만 같은 목구멍까지 달달하게 기대감으로 데워 버릴 정도로 그녀의 몸은 민감해져 있었다.

'이번에 가버리면 어떤 느낌일까?'

클로에는 날름거리는 기레스의 혀에 맞추어 탐욕스럽게 자신의 허리를 움직여 나갔다. 빠른 것도 아니요, 크게 움직이는 것도 아님에도 쾌락을 갈구하며 앞뒤로 흔드는 그 허리놀림은 뱀처럼 요사스럽기 짝이 없었다.

"쪽."

기레스가 클로에의 음핵에 입을 맞추며 빨아 들이자 클로에는 허리를 비틀며 참을 생각도 않고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하히이이잇♥"

'오 온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절정이 클로에의 음호로부터 온몸을 향해 해일처럼 덮쳐오기 시작했다. 전신을 아우르는 그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는 클로에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아니 숨길 생각도 않는 환희의 빛이 서려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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