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클로에(51)
* * *
'어째서..?'
하일즈의 손가락이 음부를 누빌때마다 클로에의 몸은 바퀴벌레가 자글거리면서 기어다니는 것만 같은 혐오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기레스는 분명히 기분이 좋게 만들어 주는 안마를 해주었다고 했는데..'
하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것은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의 불쾌함 뿐이었다.
'읏..'
온몸에 흐르는 피가 얼어 붙어서 그대로 살을 꼬챙이처럼 찌르는 것만 같은 감각에 클로에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며 하일즈의 손가락을 살짝 피했다.
그 먹음직스러운 과실처럼 탐스러운 엉덩이가 살랑거리면서 흔들리는 모습은 애교스런 도발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하일즈는 클로에의 속마음도 모르고 즐거운 술래잡기라도 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엉덩이를 뒤쫓아 나갔다.
도망쳐 봐야 침대 안인지라, 하일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클로에의 몸은 꼼짝없이 하일즈의 역겹기까지 한 애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일즈의 손은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나쁜거야.'
하일즈의 손가락이 문질거리면서 그녀의 조갯살을 비벼올 때마다 클로에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기레스가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 언제나 옳았다. 언제나 옳았던 기레스의 말은 지금 처음으로 클로에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었지만, 그 배신으로 실망한 대상은 기레스가 아니었다.
클로에는 시선을 밑으로 옮겨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일즈를 쏘아보았다. 뭐가 그리도 기쁜지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하일즈가 생전 처음으로 얄밉게 느껴졌다.
클로에에게 기레스가 하일즈의 애무를 돕는 애무를 해주었다면 그 사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기레스가 그랬다고 말했다면 그런 것이다.
기레스가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은 기레스가 아니라 신이 나서 자신의 음부를 치근덕 거리고 있는 연인인 하일즈라는 것을 클로에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우.."
클로에는 평소 같았으면 몰래 내뱉었을 한숨을 하일즈가 들으란 듯이 깊게 내쉬었다.
그런 한숨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하일즈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미소로 클로에의 비소를 집요하게 애무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클로에에게 그 하일즈의 들뜬 모습은 한심스럽게만 느껴진다.
무려 '그' 기레스가 몸소 나서서 애무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음에도, 형편 없다 못해 불쾌함을 심어주는 하일즈의 애무는 방금까지만 해도 달콤한 기대감을 머금었던 클로에의 마음을 짜디 짠 실망감으로 가득 차 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나 미숙하면 기레스가 도와 주었는데도 이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있는 거지..?'
그 기레스가 자신만만하게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장담했던 기술이다. 기레스의 기술에 힘입어 애무를 하는 것임에도 기분이 좋기는커녕 이전보다 더욱 혐오감이 일어날 정도로 무능한 하일즈의 애무에 클로에의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역으로 기분을 나쁘게 만들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임에도, 단 한번도 기레스의 말을 듣고 후회한 적이 없는 클로에는 기레스를 의심하기보다 하일즈의 애무를 원망하기 바빴다.
'이게 클로에의 보지.'
만지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을 휘감아오는 듯한 쫄깃한 느낌에 하일즈는 이 구멍에 자신의 육봉을 쑤셔 넣게 되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면서 흥분을 높혀 갔다.
'으..'
클로에는 그 반응을 눈앞에서 고스란히 느끼면서 속으로 질색하는 마음을 키워나간다. 눈앞에서 흥분으로 벌벌 떨면서 반응하는 하일즈의 성기에 무슨 죄가 있겠느냐만은 보지에 역한 불쾌함이 가득한 클로에의 눈에는 그저 아니꼽게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지.'
그녀는 눈앞에서 단단하게 우뚝 솟은 하일즈의 육봉을 손으로 잡아 화풀이라도 하듯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우호오옷."
클로에는 지금까지 기레스의 성기를 애무해 오면서 쌓인 기술의 정수만을 모아 손을 음탕하게 흔들어 갔다. 순수하게 남자의 정기를 쥐어짜내기만을 위한 그 손놀림에는 하일즈에 대한 애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창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음탕한 손놀림을 하일즈가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클로에는 자신의 애무로 인해 하일즈가 손가락을 멈추자, 더욱 격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어어억!"
클로에의 손놀림에 하일즈의 육봉은 더 참지 못하고 폭발하듯 사정해 버렸다. 클로에는 재빨리 손을 놀려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드는 정액을 낚아 챘다.
'클로에가 저렇게까지 나를 위해 주다니.. 나도 지고 있을 수만은 없지.'
클로에의 속마음도 모르고 사정감에 상쾌해진 하일즈는 클로에가 만들어 준 지고의 절정감에 더욱 의욕을 불사르면서 야심차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으읏."
그나마 격한 애무로 하일즈의 손길에서 해방되었던 클로에는 다시 자신의 감각을 텁텁하게 막아 버리는 하일즈의 애무에 이제는 숨길 생각도 않고 미간에 인상을 잔뜩 지푸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덕지덕지 범벅이 되어 있는 하일즈의 정액을 하일즈의 성기에 슥슥 문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클로에의 가녀리면서도 음탕함이 깃든 손놀림에, 매끄러운 정액이 발려 한껏 민감해진 하일즈의 육봉은 이전보다 더욱 더 빳빳하게 힘을 되찾아 갔다.
[찌걱 찌걱]
"오아아아..."
정액으로 칠해진 하일즈의 반들거리는 자지는 클로에의 손에 정신없이 희롱되고 있었다. 하일즈는 클로에를 애무하는 것도 잊고 허리와 다리를 펄떡거리면서 클로에의 광란의 애무에 반응해 나갔다.
'클로에가 이런 애무를... 으앗!'
기세좋게 하일즈는 두번째 사정이 천장 위로 날아 들었다.
"하아.. 하아.."
기분 좋은 사정감에 호흡을 고르며 클로에의 보지를 만지기 위해 손을 들려고 하는 하일즈를 클로에는 그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어어... 억?"
따뜻한 체온과 정액에 젖어 끈적함이 감도는 클로에의 손가락이 사정 직후 한껏 민감해 져서 빨갛게 달아오른 하일즈의 성기를 슬쩍 쓸고 지나가자, 하일즈의 물건은 언제 지쳤냐는 듯 빳빳하게 고개를 들었다.
"크... 클로에!"
"응? 그만 할래?"
손을 멈추고 산뜻한 어조로 클로에가 물어온다. 물론 그만하자는 대답을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하일즈가 할 리 없었다. 연이은 사정에 순간 지치긴 했지만, 하일즈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자신의 크나큰 육봉과 정력에 남다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하일즈는 음란하게 자신의 육봉을 갈구해오는 클로에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더 질펀하게 즐기자구."
"아아.."
클로에는 말 끝을 흐리면서 정액으로 범벅이 된 미끌거리는 손으로 하일즈의 남근을 강하게 쥐어 나갔다.
"아으윽."
열번째의 사정에 하일즈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낯선 쾌감과 고통이 뒤섞인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힘을 잃고 축 늘어진 육봉은 클로에가 톡 하고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부활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오똑 서 버린다.
"그 그만하자. 클로에."
"어? 이렇게 발기하고 있는데.. 더 해도 되는 것 아냐?"
클로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마냥 천연덕스럽게 물어온다.
'클로에는 남자가 단기간에 많이 사정하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는 건가..'
"아니 이제 조금 아플 정도라서 말야. 클로에는 조금 쉬고 있어 이번에는 내가.."
"나도 아까 하일즈의 애무로 많이 느꼈으니까.. 괜찮아."
클로에는 하일즈의 말을 단칼에 자르면서 완강히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 오늘 내가 클로에를 많이 애무 했었나?'
"어? 하지만 나는 별로.."
"오늘 내 애무가 평소와 조금 다르지 않았어?"
클로에는 다시한번 하일즈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격렬했지."
'집요한 느낌도 있었고..'
다시금 떠올리면 뇌가 타버릴 것만 같은 절정의 향연에 하일즈는 황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자신의 얼굴을 바라 보는 클로에의 표정이 살짝 못마땅하다는 듯 일그러지는 것을 하일즈는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은 요즘 하일즈 네 애무에 나름 만족해서, 나도 하일즈 너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 힘을 내봤던 거거든.."
클로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막힘 없이 하일즈를 속여나가는 말을 입에 담아 나갔다. 하일즈의 애무를 피하기 위한 집요한 애무행위는 역으로 '하일즈의 애무를 칭찬하는' 행위로 절묘하게 둔갑해 있었다.
"그런 거였어? 하하."
클로에의 말에 하일즈는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면서 흡족해 했다.
"후우.. 너무 열심히 해버렸나? 조금 지치네."
클로에는 정액으로 반들반들해 광택이 나는 손을 수건으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그러면 조금 쉴까?"
하일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음액으로 잔뜩 더럽혀진 눅눅한 이불 안에서 손짓하며 클로에를 불렀다. 하지만 이미 클로에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데이트 했으니까.. 쉬는 건 집에 가서 쉬도록 할게."
클로에의 서두르는 것 같은 모습에 하일즈는 입고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클로에 녀석. 자기가 보인 치태를 떠올리고 부끄러워 하는 모양이네. 하여간 귀여워 죽겠다니까..'
하일즈가 그런 망상을 하고 있는 사이 클로에는 거침없이 옷을 다 갈아 입었다. 방금까지 연인을 애무하면서 광적인 정사행위를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끔한 차림새였다.
"아. 클로에 잠깐만, 집까지 데려다 줄게."
"아냐. 괜찮아. 하일즈도 사정으로 많이 지쳤을 텐데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자."
클로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평소'의 냉정한 표정으로 시원스럽게 말했다. 기쁨도 불만도 느껴지지 않는, 상쾌할 정도로 도도한 얼굴이었다.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클로에."
꿈만 같은 절정을 만끽한 하일즈는 기레스와 클로에의 정취로 가득한 이불 안에서 실실 거리는 웃음을 애써 참아가며 클로에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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