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클로에(49)
* * *
교실의 짐을 적당히 정리한 뒤, 클로에가 기레스를 데리고 간 곳은 다름아닌 언제나 하일즈와 애무 해왔던 보금자리였다.
"여기는..?"
기레스는 넓은 거실 하나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진 통나무 집에 들어서면서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 거렸다.
"예전에 젤가 아저씨와 함께 만들었던 집이야."
"아버지와?"
"하일즈와 티나도 같이 만들었는데.. 너는 어째서 안나왔어?"
"나는 몸을 움직이는게 엄청 둔하니까 배려라도 해주신 거 아니겠어?"
클로에는 기레스의 미리 준비해 둔 변명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상당히 자란 지금도 자신의 어린 여동생인 니나보다 약할 정도로 신체 능력이 형편 없는 기레스를 보면, 저 변명은 상당히 그럴싸 해 보이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곳도 있었구나."
물론 기레스는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클로에에게 하일즈와의 애무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디서 할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기레스는 발 빠르게 소피아를 시켜 이곳의 존재를 알아냈다.
"아.. 혹시 여기서 하일즈와?"
"어!? 으응."
"그럼 방법이 있다는 것도...?"
클로에는 발갛게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일즈와 둘만의 보금자리였던 이 비밀기지에 애무의 연습을 하기 위해서 기레스를 끌어들인 것이다.
"여기라면 방해를 받지 않고 연습할 수 있을테니까.."
"음..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
유페르 가문은 마을의 상징이 다름 없는 가문이었지만, 마을 내 사유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사실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준답시고 이용하지도 않을 창고같은 집을 마을 안에 버젓히 만들수도 없었기 때문에, 젤가는 아무도 관심없을 마을의 외진 곳에 와 아이들과 함께 이 집을 만들었다.
덕분에 이 집은 조금만 주의하면 마을의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훌륭한 비밀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구교사도 조금 동떨어진 위치에 있었지만, 이 비밀기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말야. 여긴 하일즈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잖아. 하일즈에게 들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물론 나나 너는 떳떳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하일즈에게 연습하는 것을 들키게 되면 하일즈가 좋아할 리가 없을텐데.."
일련의 애무행위의 연습이 부정한 일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말이었지만,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면서도 전혀 그것이 '이상하다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한번 물어 봤는데.. 애무를 즐기기 전에는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나봐. 지금도 나와 약속을 잡을 때만 이곳에 온다는 모양이니까.. 그러니 크게 걱정은 없을 거라 생각해."
"그런가.. 하긴 매일 연습하거나 할 것도 아니니까."
"응? 아아.."
기레스의 말에 클로에는 아쉽다는 듯 떨떠름한 태도로 대답했다.
"구교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깝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좋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연습을 할 때 말야. 구교사와 여기는 분위기가 꽤 다르잖아? 아무래도 같은 장소에서 연습하게 되면 더 익숙해 지기 쉽게 될수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되면 하일즈도 네게 더 빠지게 되겠지?"
'자나깨나 하일즈 생각이라니까.'
하일즈의 이야기를 듣는 클로에는 행복해하다기 보다는 다소 불만스러운 듯한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이기도 하니까 조금 연습해 볼까?"
"응."
클로에는 칼 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부풀어 오른 옷의 단추를 천천히 하나 둘 풀어나갔다. 터질듯한 굴곡을 자랑하는 자신의 몸매를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도구로 사용해 나가는 클로에의 그 모습에 기레스의 바지는 탱탱히 부풀어 올랐다 .
아늑한 방에는 두 사람이 누워도 남을 법한 멋진 침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오오 푹신한데!"
기레스는 바지와 속옷을 벗고 침대 위에 누워 어린애처럼 좋아라 했다.
"잠깐만 기레스."
"왜?"
클로에는 마음을 다지는 듯 입에 고인 군침을 한차례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이왕 익숙해 지기 쉬운 이곳에서 연습을 하는 거니까... 아예 하일즈와 똑같은 조건으로 애무의 연습을 해보지 않을래?"
"똑같은 조건? 지금은 뭐가 다른 거야?"
"하일즈는.... 알몸이니까."
"뭐?"
클로에는 눈을 내리깔면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고 싶은지 툭툭 말을 던지듯 말했다.
"나를 애무할 때, 하일즈는 언제나 알몸 상태란 말야. 이왕 이렇게 하일즈와 애무하는 곳에서 연습하는 만큼 그 부분도 신경써서 연습해 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어차피 알몸이 된다고 기레스 너나 나나 딱히 사심을 품거나 하지는 않을 거 아냐."
그렇게 말하며 기레스의 육봉을 흘끗 거리는 클로에의 시선은 그야말로 사심으로 그득해 보였다.
서로의 결백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은 그 핑곗거리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얄팍했지만, 기레스와 클로에에게는 그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변명거리였다.
"그렇긴 하지."
기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의를 벗었다. 조각한 듯한 이상적인 몸매의 하일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레스의 몸은 근육 한 점 보이지 않게 초라했지만, 정작 그 몸을 맞댈 생각에 들뜬 클로에의 심장은 콩콩 거리며 시동을 걸어가고 있었다.
클로에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기레스의 몸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 탔다.
"아흣."
기레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신음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간지러워...'
언제나 그녀와 기레스 사이를 가로 막고 있었던 거친 옷이라는 방해꾼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육체적 쾌락에 한껏 조교당해버린 클로에의 정신은 기레스의 살과 살이 맞닿는 아찔한 쾌감에 근질거리고 있었다.
곧 기레스가 가져다 줄 쾌감에 대한 기대로 클로에의 몸은 활짝 열고 기레스의 살결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같은 살과 살을 맞대는 행위임에도 불쾌함을 주는 사람의 살결과, 영혼마저 후려지는 듯한 지고의 쾌감을 안겨주는 사람의 살결이 주는 느낌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달랐다.
"으음."
기레스는 살짝 자세를 고정 시키기 위해 이동하는 척을 하면서 클로에의 민감한 부분에 자신의 살이 스치도록 몸을 움직였다.
하일즈의 몸과는 기본적인 흥분부터가 다른 마당에 그렇게 기레스의 자잘한 기술까지 밀고 들어오면, 클로에가 서로의 살결을 부비는 이 배덕적 행위에 빠지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 없다 할 수 있었다.
"으으응.."
기레스의 살이 살짝 스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클로에는 허리를 음탕하게 흔들어 자신의 비부를 기레스의 살에 살살 부벼 보았다. 애무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가볍게 절정해 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그녀의 입술은 흥분으로 파르르 떨렸다.
"클로에 조금만 보지를 빼줄래?"
"응?"
허리를 살살 움직이면서 멍하니 기레스의 살결을 만끽하던 클로에는 슬쩍 탐스러운 엉덩이를 들고 기레스를 바라보았다.
"애무해야 되잖아.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애무 할 수가 없는데.."
"아.. 으.. 으응.."
기레스의 애무도 너무 좋지만, 이대로 기레스와 살결을 맛보면서 허리를 흔들고 싶다는 음심도 만만치 않아서 그녀는 그 한순간에도 수십 번은 고민할 정도로 망설이고는 천천히 기레스에게 자신의 비부를 들이 밀었다.
애무 같은 것은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축축히 젖은 클로에의 보지에서는 애액이 늘어져 나오고 있었다. 교내 고고하기로 소문난 클로에의 그 음탕하기 짝이 없는 치태를 독점한 기레스는 만족스럽게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그럼 시작할게."
"하아아아아앙..♥"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의 쾌감에 클로에는 몸을 활처럼 꺾으면서 자지러 졌다. 절정의 여운을 느끼면서 그녀는 음액으로 범벅이 된 몸으로 기레스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 누웠다.
그 파고드는 와중에도 기레스의 몸을 맞대고 있는 것은 멈추지 않아서 클로에의 매끄럽고 굴곡 어린 몸이 스치는 것을 그대로 느낀 기레스의 육봉은 사정 직후였음에도 곧장 힘을 되찾았다.
"후훗."
허벅지 사이에 느껴지는 기레스의 물건을 느끼면서 클로에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침대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은 몰랐어. 매트 위에서 하는 것과는 꽤 다른 느낌이구나."
클로에와의 일정이 없으면 매일 같이 침대에서 소피아와 뒹굴거리기 일쑤인 주제에 기레스는 마치 처음 겪었다는 듯한 순수한 반응을 연기했다.
기레스의 본질을 모르는 클로에는 당연히 기레스의 그 말을 고스란히 믿을 수밖에 없다. 여자친구는커녕 아예 친구 자체가 자신밖에 없는 기레스가 성경험이 있다고 클로에가 생각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정말로..'
매트가 딱히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렇게 침대 위에서 분위기를 잡고 서로의 속살을 비비는 느낌은 너무나도 각별했다.
'매트 위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클로에는 매트 위에서도 기레스와 알몸으로 뒹굴러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서로 살을 부비는 이 상황이 만족스러웠다.
"매일 하일즈와 이렇게 기분 좋은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어..? 으응.."
클로에는 이따금씩 기레스가 하일즈의 이야기를 내뱉을 때면 몸에 흐르던 쾌감의 물결이 꽉 막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일즈라는 말을 들어 그 애무를 생각하면, 양팔과 다리에 못을 하나씩 박아넣기라도 한 것처럼 쾌감이 꽉꽉 막혀 버린다.
그 식어가는 열기를 데우기 위해 클로에는 절로 자신의 부드러운 살결을 기레스에게 더욱 밀착시켜 비벼 나갔다.
'아아..'
전혀 애무를 하지 않아도 클로에의 마음 안에는 넘쳐날 듯한 행복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하일즈의 애무가 자신을 차갑게 식게 만들기에 기레스의 애무에 대한 평가는 더욱 더 드높아 지는 것이다.
하일즈가 없었다면 100점 만점의 애무라고 한다면, 인 하일즈의 애무가 있기에 기레스의 애무는 150점도 200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클로에 네가 하일즈를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엇?"
"하일즈에게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내게 이곳을 소개시켜 준 거잖아."
"그.. 그렇지."
기레스의 품에서 감미로운 쾌감을 만끽하고 있던 클로에는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를 살짝 잊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중에 그 서로 애무하는 이 행위를 하일즈에게 할 결심이 서게 되면 내게 말을 해줬으면 해."
"어째서?"
"요즘 내가 어머니를 안마하면서 익힌 비법이 있는데 말야. 다른 사람이 안마를 해도 기분 좋을 수 있게 몸을 풀어주는 안마를 익혔거든."
"그래?"
"이미 티나를 이용해서 연습은 끝난 참이야."
기레스는 오랜만에 클로에의 앞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뽐내듯 말했다. 물론 당연히 티나와 그런 검증 따위는 해본 적이 없다.
"나중에 하일즈와 애무를 할 때는 지금 나와 연습한 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을 수 있게 몸을 풀어주고 싶어서 말야."
클로에도 그 말에는 살짝 솔깃해 졌다. 아직까지 하일즈에게 자신의 은밀한 음호를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기레스의 도움이 있다면 '하일즈의 행위'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일즈의 애무가 소름이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클로에는 지금껏 오랜 시간동안 정을 통해온 하일즈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하일즈의 유일한 단점인 애무를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레스의 말은 클로에에겐 상당히 매력적이게 들렸다.
'그나저나 열심히란 말야.'
기레스의 검은 속내를 알지 못하는 클로에는 기레스가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그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일즈와의 애무행위가 즐거워지면 즐거워 질수록 기레스가 설 곳은 점점 적어지게 될 것이 뻔한데도 기레스는 언제나 자신과 하일즈를 밀어줄 생각으로 가득 차 보였다.
그것이 그렇게 보이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악마의 속삭임은 언제나 달콤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런 기레스라서 좋은 거지만..'
단단한 하일즈의 근육에 비해 애처럼 말랑말랑한 기레스의 속살에 몸을 맡기면서 클로에는 애교를 부리듯 속삭이며 말했다.
"알았어. 언제나 고마워. 기레스."
'나야말로 고맙지'
너무나도 순진하게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몸을 맡기는 클로에를 감상하면서 기레스는 살며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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