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93화 (93/238)

〈 93화 〉 클로에(48)

* * *

"우우웃!"

애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하일즈는 외마디 신음 소리와 함께 힘차게 덧없는 정액을 내뿜었다.

"오늘도 정말 좋았어. 클로에."

하일즈는 클로에를 끌어 안고 그녀의 한껏 물이 오른 가슴을 주물 거리면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아 역시 클로에의 가슴은 최고야.'

피부의 맨들맨들한 촉감도 촉감이지만, 속이 말랑거리면서 출렁거리는 클로에의 가슴은 언제 만져도 질리지가 않았다.

'언젠가는 클로에의 처녀 보지도 만질 수 있게 되겠지.'

그 처녀 보지는 이미 타인의 손을 허락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하일즈는 기대를 품으며 클로에의 젖을 야심차게 주물러 나갔다.

'으읏..'

기레스가 일러준 요령을 갈고 닦은 하일즈의 실력은 엇나간 방향으로 성장해 버렸다.

기레스의 쾌감을 모르던 시절에도 기분이 나빠 몸서리를 칠 정도였는데, 이미 기레스의 압도적인 절정의 쾌락을 맛 본 클로에에게 자신의 젖가슴을 더듬거리는 하일즈의 손길은 마치 온몸에 드글거리는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것만 같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클로에는 겉으로는 태연한 미소를 띠며 하일즈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조금 있으면 기레스를 만날 수 있으니까..'

방학 중에도 기레스와의 밀회는 끝나지 않는다. 끝나기는커녕 리움 사관학교라는 목표가 생긴 지금, 클로에는 학교를 다니던 시절보다도 더욱 잦은 시간을 기레스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애무의 연습이 덤으로 딸려 오는 것은 이미 클로에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후훗."

곧 있을 애무를 생각하고, 클로에는 하일즈의 품에서 살짝 웃음 지었다. 숨기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는 웃음이었지만, 그녀는 하일즈에게 자신의 행복의 미소를 보란 듯이 숨기지 않고 내보였다.

'내 애무가 어지간히도 기분 좋았던 모양이군.'

자신이 행복함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일즈는 멋대로 착각하며 '기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클로에는 순수한 의미로 거짓말 없이 하일즈를 속여 나갔다.

사랑하는 하일즈가 기뻐할 수 있다면 불쾌함 속에서도 이정도의 '선의의' 웃음 정도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하일즈는 행복해 하는 클로에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이면의 진실은 너무나도 잔혹한 것이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미안 오늘은 조금.. 선약이 있어서.."

"선약?"

"아는 친구랑 먹기로 했거든."

"아아.. 그랬구나."

클로에는 기본적으로 살가운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기레스를 만나기 전에도 자신의 교우관계에 대해 하일즈에게 주절주절 늘어 놓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하일즈도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클로에의 교우관계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선약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뭐 식사를 같이 할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니까.'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하일즈는 친구를 만나는 것에 왈가왈부하는 찌질한 모습을 클로에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내 몫까지 맛있게 먹고 와."

"응."

"후우.. 하아.."

"아직이야. 기레스."

"케헥.. 허억.."

리움 사관학교라는 목표가 세워지고 클로에의 수업은 상당히 혹독해 졌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기레스가 선택했던 과목을 돌봐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목표가 리움 사관학교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반적인 학문은 물론이고, 사관학교인 이상 무예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레스는 지금까지 탱자탱자 놀아왔던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허억.. 허어억."

무예라고 거창하게 말은 해도 하일즈와 하는 대련같은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이세계 사람들에 비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기레스일진대, 거기에 나태한 생활까지 더해진 기레스의 체력은 아직 꼬마아이에 불과한 클로에의 여동생 니나보다도 현저히 떨어질 정도로 형편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입을 열면 더 가빠지니까.. 입은 다물고."

클로에는 기레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기레스와 함께 달려주고 있었다.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도 혼이 빠져 버릴 정도인 기레스에 비해 기레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말까지 하는 클로에의 호흡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괴물같은 년..'

머리로는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신체능력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특히나 전생에는 기본적으로 남성이 우월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클로에의 저 압도적인 능력의 위화감은 굉장히 심했다.

"후아아... 드디어 끝났다."

기레스와 클로에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길로 빙 둘러 구교사에 도착했다. 교실의 안에 들어가 기레스는 그대로 매트 위에 벌러덩 누워 가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헤엑.. 헤엑.."

"수고 했어. 기레스."

"힘들어 돌아가시겠네."

"엄살은..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 졌잖아."

클로에는 본인이 쉽게 할 수 있다고 타인에게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기레스가 약하다면 그에 맞는 훈련을 택해서 아슬아슬하게 할 수 있게 훈련시킨다.하지만 그렇게 기레스의 수준에 맞춰주었음에도 첫 날에는 기레스가 어느정도로 형편 없는지를 알지 못해서 완주에 실패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그 배는 되는 거리도 숨을 헐떡이면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기레스의 육체는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음?"

기레스는 자신의 하반신에 전해지는 달콤한 감촉에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어느샌가 클로에는 기레스의 다리에 뱀처럼 매달려 바지를 매끄럽게 벗겨 나갔다. 그야말로 넘치는 재기가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솜씨였다.

"뭐하는 거야?"

"기레스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연습을 조금 해볼까 해서..."

"아니 지금은 땀이 좀.."

"사실 이전에 하일즈와 대련을 하고 나서, 하일즈가 애무를 청해온 적이 있었거든? 그 때는 당황해서 손으로 밖에 해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조금씩 연습해 두면 몸을 마음껏 움직이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기레스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납득하는 척을 했다. 온갖가지 자신의 연인을 핑곗거리로 삼으면서 육봉에 매달리는 절세미녀의 모습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남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것처럼 클로에는 예쁜 입을 살포시 열어 기레스의 물건을 입에 머금었다. 평소보다 짠 맛과, 물씬 피어오르는 수컷의 냄새는 불쾌함보다 먼저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클로에는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기쁜 얼굴로 빙글빙글 혀를 굴려 나갔다. 기레스는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진 신체로 클로에의 애무를 만끽해 나갔다.

"으응... 할짝."

기레스가 애무를 하지도 않았음에도 클로에는 흥분의 콧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갔다.

"음!? 파아.."

순간 클로에는 기레스의 남근을 입에서 꺼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기레스 얼른 옷 입어."

"뭐?"

"누가 오고 있다고."

클로에의 다급한 말에 기레스는 재빨리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클로에는 그 물 흐르는 듯한 기레스의 움직임을 보고 저게 평소 자신이 알던 기레스가 맞나 순간 의아하게 생각했다.

[뚜벅 뚜벅 두벅 드르륵]

"펄 선생님?"

푸르스름한 수염으로 얼굴이 뒤덮힌 중년의 남성교사는 교실의 창문을 열고 기레스와 클로에를 바라 보았다.

"어엉? 너희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공부를 좀 하고 있었어요."

"자습? 으음. 하긴 학생이 들어오지 말라는 교칙은 없기는 했지만.."

구교사까지 와서 자습을 한다는 것은 기레스와 클로에가 아니면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지만, 학교 내에서 모범생으로 소문난 클로에의 말은 펄에게는 그럴싸한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선생님은 여기 무슨 일로..?"

"구교사를 먼저 점검해 보려 왔지."

"점검요?"

"아아.. 아직 결정난 사항은 아니지만, 구교사의 건물을 재건축할 게획이 잡혀 있어서 말야.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사전답사를 명령 받았거든."

"재건축요..?"

"최근 우리 마을 인구도 도시급에 준할 만큼 늘어났잖니. 학생 수도 많아져서 학교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야."

펄은 교실 내부를 슬쩍 둘러 보면서 말했다.

"자습이라는 기특한 행동은 칭찬하고 싶지만, 자리를 비워 줬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방학 동안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건물의 치수를 재러 올 거거든. 아무리 기특하게 자습을 했다지만, 이렇게 교실을 전세내고 사용하고 있는 건 학교의 이미지에 좋지가 않아서 말이다."

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방금 애무 행위를 했던 것이야 펄이 모르니 차치하더라도, 교실은 이미 기레스와 클로에의 입맛에 맞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간에 애무 연습을 하기 위한 매트는 사용자가 클로에가 아니었다면 긴 설교를 들어도 할말이 없는 꼴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펄의 말을 들은 클로에가 고운 미간에 인상을 쓰고 있는 사이 기레스는 헤실헤실거리면서 비굴한 어조로 바로 펄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부탁한다. 선생님은 주변을 좀 더 돌아보고 올테니 정리를 해주렴."

그렇게 말하고 펄은 교실에서 멀어졌다.

"젠장.. 이제 클로에 네게 배우는 것도 이걸로 끝이구나."

"뭐?"

"방금 선생님이 말하는 거 못들었어? 방학 때 건물의 조사를 하러 올거라고 교실에서 짐을 빼달라고 했잖아."

펄의 그 말이 뜻하는 것은 비단 방학 때만을 한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조사의 목적이 구교사의 재건축이라는 것은 앞으로 기레스와 클로에가 구교사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젠장.. 이제야 노력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짧은 적막 뒤에 기레스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된 말을 클로에가 들을 수 있게 중얼거리면서 주섬주섬 처량하게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기레스. 앞으로도 나와 연습을 하고 싶어?"

클로에의 연습이라는 말에도, 기레스의 말처럼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공부와 단련은 물론이고, 은밀한 연습도 이미 그들에게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야 뭐.... 그렇지."

기레스는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단련 같은 건 교실이 필요 없고.. 공부도 내가 스스로 공부하면 되는 거니까.. 이제 연습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하일즈와 네 사이도 진전이 된 것 같으니 적당히 만족할 수밖에...."

기레스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훈훈하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거짓말로라도 술술 내뱉을 여유가 있는 기레스에 비해 클로에는 이 상황을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정말 그걸로 만족하는 거야?"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잖냐. 나나 너나 '사심이 없다지만' 그런 연습을 어디가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심'밖에' 없으면서도 기레스는 입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술술 자신과 클로에를 포장하는 말을 내뱉었다.

서로 간에 뒤엉켜서 몸을 섞는 애무의 연습을 할 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아직 학생의 신분으로 숙소를 갈 수도 없을 뿐더러, 설사 갈 수 있다고 해도 마을 안 최고의 기재인 클로에와 최악의 열등인 기레스의 만남이란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고 곳곳에 보는 눈이 존재하는 서로의 집에서 연습을 하는 것은 더더욱 넌센스였다.

클로에는 결심을 굳힌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레스에게 말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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