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89화 (89/238)

〈 89화 〉 클로에(44)

* * *

"기레스 오늘의 분량은 여기까지야."

"뭔가 적은데? 이걸로 시험까지 공부를 끝낼 수 있는거야?"

"너무 몰아서 해도 곤란하니까.. 시간 배분을 고려한 거야."

"그런가.. 알았어. 그런데 너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생각해 보면 나는 네가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기레스는 구 교실에서 클로에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자신을 가르쳐 주는 것 외에 클로에가 공부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있다고 한다면 기레스에게 보여줄 정리를 하는 것 정도 뿐이었다.

"이런 거 수업만 들으면 충분하니까."

'어련하시겠어.'

기레스의 학교는 기본적으로 성적의 순위를 공개하지 않지만, 최상위권의 학생들의 순위는 공개하곤 했다. 과목마다 편차치는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벌써 몇년동안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 클로에였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하일즈가 이겼을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레스는 하일즈가 신나하며 1위를 했다고 젤가에게 자랑했던 일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럼 시작하도록 할게."

기레스는 책을 펼쳐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몇 장 넘기지 않았지만 기레스는 클로에가 준비해 준 범위가 상당히 쉽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기레스 네 뒤에서 말야.]

소피아로부터 클로에가 자신의 바로 지근거리에서 자위를 했다는 것을 들은 기레스는 클로에의 의도가 짐작되어 공부의 페이스를 늦추어 보았다. 한시간 쯤 지나자 클로에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레스 어째서 아직도 거기를 보고 있는 거야."

"아. 미안... 잘 넘어가지지가 않아서.."

적당히 빨리 끝내고 기레스와 애무의 연습을 하기 위해 빠듯하게 공부의 일정을 조였던 클로에의 노력은 보답받지 못했다.

"어제도 복습하느라 조금 많이 피곤한거 같아."

'으으....'

그렇게 '노력해도' 안된다는 것을 주장해오면 클로에는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선생이나 부모 같은 위치라 해도 쉽게 말하기 힘들진대, 친구로서 머리가 나쁜 상처를 후벼 팔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연기를 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 기레스는 공부에 집중을 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바로 어제 이 장소에서 소피아와 질펀하게 뒹구르며 정사를 만끽한 까닭에 매우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속도라면 오늘 안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기레스는 속 편한 어투로 물었다.

"그렇기는 하겠지만..."

하지만 이대로면 공부는 둘째치고 애무의 연습을 위한 시간을 벌 수는 없기에 클로에는 저도 모르게 뚱한 얼굴을 하며 기레스의 공부를 지켜 보았다.

'그러면..'

기레스는 교실의 앞에 놓인 시계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몸에서 힘을 빼기 시작했다. 비밀의 교습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기레스는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기.....!"

클로에는 기레스가 꾸벅이는 것을 보고 단번에 깨우려 하다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

[꿀꺽]

클로에는 손을 기레스의 머리 앞에서 이리 저리 휘저어 보고는 입 안 가득 고인 군침을 삼켰다. 이제와 애무의 연습을 하자고 권할 수는 없었지만, 기레스 몰래하는 자위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졸고 있는거.. 맞겠지?'

그녀는 기레스의 머리를 향해 자신의 얼굴을 들이 밀었다. 머리를 꾸벅이는 기레스의 모습을 살이 닿을 것만 같은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면서 클로에는 기레스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몇분이나 귀기울여 들었다.

'좋아.'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레스의 뒤로 이동해 자신의 스커트의 안으로 손가락을 살포시 가져갔다.

'아..'

한 손으로는 입을 틀어 막고, 한 손으로는 속옷 위의 음부를 애무하자 그녀의 몸에 집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찐득한 쾌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거야..'

같은 움직임인데도 기레스가 있을 때면 더욱 기분이 좋았다.

안마부터 시작해 직접적인 애무에 이어, 간접적인 자위에 이르기까지 클로에의 육체는 언제나 기레스가 존재하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나 쾌락을 느낄 때 곁에 존재했던 것은 기레스라는 사실은 버릇이나 습관처럼 클로에에게 새겨졌고, 클로에의 잘 여문 신체는 기레스의 존재만으로도 쾌락을 느낄 준비를 할 정도로 길들여져 버렸던 것이다.

'으읏..'

클로에는 이미 축축히 젖은 팬티 위로 손가락을 돌돌 돌리다가 흘끗 기레스를 바라보고는 그대로 팬티를 벗어 던져 버렸다. 기레스의 앞에서 속옷을 벗은 상태가 되었다는 것에 본래 느껴야 했을 수치심보다 먼저 클로에의 몸에는 쾌감이 샘솟는다

기레스라는 존재는 그녀가 자신의 집, 방 안에서 혼자 자위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 부족했던 부분을 고스란히 채워주고 있었다.

클로에는 혹여나 쉽사리 절정할까 싶어 살살 달래는 듯. 스스로를 애타게 만들면서 자위행위에 몰두해 나갔다.

"음... 음..."

기레스의 뒤척거리는 소리에 클로에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으면서도 손가락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쾌락을 향한 탐욕의 탁한 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좋아..'

클로에는 자신의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들고 촉촉히 젖은 애액을 닦아 내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클로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노출자위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원처럼 계속되었으면 하는 시간동안 클로에는 절정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자위를 만끽했다.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뭉쳐버린 휴지들은 그녀의 가방 안에 차곡차곡 쌓여 나갔다.

"으음.."

'앗..'

기레스의 숨소리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은 클로에는 손가락에 속도를 더해 나갔다.

이미 절정의 선을 가득 메우고 있던 쾌락은 단번에 넘쳐 그녀의 음부에서는 봇물이 터진 것처럼 애액이 매끄러운 다리를 따라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아아....."

그 쾌감의 카타르시스에 클로에는 눈을 감고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쾌감의 정수를 음미했다.

"음.. 으핫?!"

기레스는 당황한 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이. 이런.. 클로에!"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 본 기레스를 클로에는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맞이했다.

"어째서 깨우지 않은 거야."

"너무 세상 모르고 자길래. 그렇게 피곤하다면 조금 쉬는 게 공부에는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야. 봐. 그렇게 오래 잔 건 아니잖아."

클로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레스가 소피아에게 일의 전말을 듣지 않았다면, 자신의 바로 뒤에서 자위를 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클로에는 능숙하게 기레스를 속여 나갔다. 인간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거짓말이 서툴러 티가 났던 모습도 '향후의 자위'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는 클로에의 배덕적인 변모에 기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복감을 느꼈다.

"음. 그렇긴 하네. 하지만 괜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데.."

"괜찮아. 원래 공부에는 휴식도 필요한 법이니까. 피곤하면 될 공부도 안될테고.."

"뭔가 아까와는 반응이 다른 것 같은데.."

"기분 탓이야. 자.. 쉴만큼 쉬었으면 얼른 오늘의 범위까지 공부를 끝내줘. 이번에는 재우지 않을테니까.."

보통의 클로에였다면 조금 망설이는 티를 낼 법도 한데도 속이 시원해지는 절정을 만끽한 탓인지 클로에의 목소리에는 상쾌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게 정말 자위를 하고 난 뒤의 반응이라 이거지..?'

옷을 스치는 소리조차도 나지 않았기에 기레스는 마치 도깨비에라도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소피아의 말과 더불어, 마지막 신음소리는 확실히 들었기에 기레스는 클로에의 자위를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로에가 자위행위를 했다고 확신하는 기레스조차도 지금 클로에의 스커트 안이 속옷 한 점 없는 생생한 노팬티의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험이 끝이 났다. 자신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기레스는 관심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거의 쪽집게 족보나 다름 없는 클로에의 도움 덕에 기레스의 성적은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기레스는 페널티를 가지고 환생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머리가 어떤 수준인지 이 세계의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이세계 사람들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두뇌든 운동능력이든, 평범한 사람을 아득히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의 우열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위한 시험에서는 그들의 두뇌에 걸맞는 수준의 문제들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기레스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꼬라지로 항상 밑바닥을 기어야만 했지만, 이번 해에는 클로에의 도움 덕에 중간이라는 성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뭐가 대단할까 싶은 내용이지만, 자신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기레스에겐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위업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마을 안의 모든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과, 혼자서 이 정도의 성적을 얻어 보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기레스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장래라..'

전생에도 고등학교 자퇴를 했던 기레스는 두 개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클로에는 황립 리움 사관학교를 노린다고 했던가.'

기레스는 소피아가 말해주었던 마법에 대해 생각했다. 리움 사관학교는 제국에서도 몇 안되는 마법을 익힐 수 있는 특수한 학교들 중 하나라는 것을 떠올린 기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마법이라... 조금 알아보도록 할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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