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클로에(43)
* * *
"아! 언니다."
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들은 니나는 읽던 책을 두고 발발 거리면서 현관을 향해 달려나갔다.
"언니! 어서와."
"다녀왔어."
"어서오렴 클로에. 오늘은 늦었구나?"
"네. 죄송해요."
"클로에. 어디 아픈 거 아니니? 얼굴이 빨간데."
클로에의 어머니 라임은 클로에의 얼굴이 붉은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으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데었다.
"아무렇지 않아요."
'그렇게 열이 심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친구를 만나고 온 것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클로에의 뺨에는 더욱 홍조가 깃들었다. 집에서 가족을 대할 때도 매사 냉정하기 짝이 없는 클로에의 그런 표정은 어머니인 라임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하일즈를 만나고 온거지?"
라임은 클로에의 표정을 보고 하일즈를 만나고 왔다고 확신했다.
"네?"
클로에는 라임이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에 다 드러난단다. 클로에."
라임은 다 안다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얼굴에?'
"엄마는 항상 네가 너무 무뚝뚝해서 걱정이었는데, 어느새 '그런 얼굴'도 할 수 있는 여자가 되었네. 정말 다행이야."
'그런 얼굴이라니..?'
"언니. 요즘 더 예뻐진 것 같아!"
라임의 말에 맞장구 치듯, 니나는 말똥말똥 거리는 푸른 눈으로 클로에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야기 했다. 본래 가지고 있었던 고고한 매력에 더해, 여성미가 싹트기 시작한 클로에의 모습은 이전보다 더욱 더 아름다워졌다.
아직 어린 동심을 가지고 있는 니나는 그 변화를 가장 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응. 고마워 니나."
클로에는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화답했다.
"저.. 이제 곧 시험공부를 해야해서.. 들어갈게요."
"음? 식사는 안하니?"
"먹고 왔어요."
식사는커녕 간식 하나 입에 대지 않았지만, 한 씨의 식사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 위해 클로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앞에서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딸의 이례적인 모습을 보면서 라임은 흡족한 미소를 띄며 바라보았다.
"후우..'
방 안에 들어온 클로에는 곧장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잖아.'
거울 안의 자신은 살짝 붉은 얼굴이기는 해도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은연 중에 새어나오는 표정과 의식해서 만들어진 표정은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기레스를 만나고 온 것 뿐인데..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거람?'
기레스를 입에 담은 클로에는 곧장 구교사 안에서 있었던 자신의 은밀한 자위 행위를 떠올렸다. 자위를 떠올린 그 순간의 표정을 봤다면 클로에 본인조차도 손사래를 칠 만큼 부끄러워 했겠지만 이미 그녀의 의식은 거울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책상 위에 알리바이를 위한 책 몇가지를 펼쳐 놓고는 자리에 앉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천천히 사타구니 사이로 집어 넣었다.
"아읏.."
이미 흠뻑 젖은 속옷을 그녀는 손가락으로 집어 천천히 아래로 끌어 당겼다. 한껏 민감해진 그녀의 음부는 천이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가볍게 쾌락의 세계로 인도했다.
"......"
클로에의 잡티 하나 없는 성기는 벌써부터 촉촉히 젖어 있었다.
'옷 위로 만질 때와는 전혀 달라.'
흡사 기레스가 직접 애무해 주는 것만 같은 아찔한 쾌감이 그녀의 하복부에 넘칠 것처럼 가득차버렸다.
"으읍. 아으응.."
혹여 가족에게 들릴까. 신음소리를 참아 보았지만, 달아오른 몸은 그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클로에는 양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살살 어루만져 나갔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민감해서 그냥 건드리기만 했던 손가락은 조금씩 속도를 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읏. 아아. 하아.. 앗."
알리바이를 위해 펼쳐둔 책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는 허리를 움찔 거리면서 자신의 손에 심취해 나갔다.
'조금만 더..'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에 속도를 살짝 더하는 순간, 클로에는 탄식의 소리를 내뱉었다.
"아 안돼."
그녀는 급히 손을 멈추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덧없는 절정감에 그녀는 몸을 들썩거렸다.
'이게 아냐..'
하일즈의 불쾌한 애무에 비하면 천당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분은 좋다. 하지만 그녀가 맛보고 싶은 쾌락의 결정체는 이런 가벼운 게 아니었다.
"으.."
불만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다시 손가락을 음부에 가져가 보았지만, 그렇게 민감했던 성기를 만지락 거리고 있음에도 그녀는 그다지 기분이 살지 않았다. 여전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지만 단순히 그것 뿐으로,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덧없는 절정을 느껴버릴 뿐이었다.
클로에는 흠뻑 젖어 축축한 속옷을 다시 입고 그 위에서 손가락을 굴려 보았지만 이미 축 쳐진 기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럴거라면 아까 기레스의 앞에서 만졌던 게 더... 아니 아까도 들킬 뻔 했으면서 난 무슨 생각을..'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누가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만약 기레스가 만져준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연인인 하일즈보다 기레스의 손길을 더욱 기대한다는 금단의 생각을 품으면서도 클로에는 그것에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일즈의 애무가 전혀 기대가 되지 않고, 기레스와의 '연습'이 기분이 좋은 것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자위를 하는 이 순간, 클로에에게 하일즈는 안중에도 없었다.
"기대된다."
책에 볼을 대고 엎드린 상태로 클로에는 그렇게 솔직한 심정을 입에 담으면서 자신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굴려 나갔다.
"고생했어. 기레스."
클로에를 집으로 보내고 구교사로 돌아온 기레스를 소피아는 요염한 미소로 맞이했다.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아.."
"용케도 클로에가 그렇게 진심을 다하도록 만들었네."
"덕분에 말이지."
기레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피아의 젖가슴을 살짝 건드렸다.
"아앙♥"
앙탈 부리는 듯한 요염한 소피아의 목소리는 남자의 정욕의 불길에 기름을 들이 붓는다. 소피아는 언제 깔아 두었는지 클로에를 마사지 해주기 위한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앉아 미소를 띄우고 기레스를 기다렸다.
그에 기레스는 시원스레 소피아의 품에 달려가 그녀의 가는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누었다.
"역시.. 최고라니까."
소피아의 말랑거리는 다리를 배게 삼아 누운 기레스의 중얼거림에 소피아도 싱긋 웃으며 화답했다.
"나도 기레스가 최고야."
자신의 다리에 몸을 맡겨 눈을 감고 있는 기레스를 내려다 보는 소피아의 얼굴에는 미소로 가득해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듯이 보였다. 소피아와 기레스가 꽁냥거리는 모습은 미녀와 야수보다 더할 정도로 언밸런스해 보인다.
"그런데 기레스 오늘 클로에가 자위하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어?"
"자위? 그건 저번에 알려 줬잖아."
기레스는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 보는 소피아를 보며 벽 너머에서 클로에가 자신의 상상 애무를 보면서 자위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거 말고, 기레스 네 뒤에서 말야."
소피아는 간드러지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소피아의 말을 들은 기레스는 눈알을 위로 굴리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발정난 얼굴을 했더랬나.'
"표정을 보니 역시 몰랐던 모양이네."
"그 클로에가 내 바로 뒤에서 자위를 했다 이거지."
기레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피아의 말을 되뇌었다.
"좋은 구경거리였어. 기레스가 어째서 여자를 떨어트리는지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가 인정했던 온화함과 상냥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소피아는 혀를 냘름거리며 요사스럽게 미소지었다.
"좋은 미소잖아."
주변의 공기마저 달달하게 저리게 만드는 소피아의 요염한 표정을 보고 기레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에헤헤."
소피아는 배시시 웃으며 기레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한껏 기레스의 색에 물들어 버린 소피아지만 그렇다고 상냥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냥함이 대상이 기레스 하나로 바뀌었을 뿐인 것이다.
"클로에가 부럽네."
소피아는 교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뭐가?"
"아직 기레스에게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 즐거운 조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말야. 나도 조금만 더 버텼다면 좋았을 텐데.."
소피아는 기레스에게 조교되는 추억이 하나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며 말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소피아는 기레스의 물오른 조교를 받고 있는 클로에가 마냥 부러워 보였다.
"별게 다 부럽네."
"하지만 사실인걸. 나도 기레스와 동년배였다면 좋았을 텐데.."
사심이 뚝뚝 묻어 나오는 소피아의 바램에 기레스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여간.."
기레스는 팔을 걷어다 부치곤, 소피아의 사타구니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아흥.."
"오늘은 되려 클로에가 부러워 할 정도로 즐길테니까.. 각오해 둬."
소피아는 강아지가 기뻐서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기쁜 기색을 풍기며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날 기레스와 소피아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