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클로에(42)
* * *
"네 뜻이 그렇다면야 내가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개인적으로는 그쪽이 나는 더 좋기도 하고.."
기레스의 좋다는 말을 듣고 클로에의 마음은 살짝 들떴다.
'아마 순수한 의미로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그거라면 그것 나름대로 좋았다. 앞으로도 기레스와 비밀의 연습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비부는 주책도 없이 찌르르 떨려왔다.
"그럼 최근에는 연습을 하지도 못했으니까 이참에 한번 해볼래?"
기레스는 벽 너머에서 클로에가 신나게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전혀 그런 사실은 몰랐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물었다.
"음?"
클로에는 살짝 허벅지를 꼬면서 난처해하며 말했다.
"아니.. 기레스 그건 안돼."
"안된다니.. 어째서?"
"아까는 놀라서 이야기 하지 못했는데 사실 내가 오늘 여기에 온 건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였어."
'웃기고 있네.'
매일매일을 꼬박꼬박 나와서 자신을 이용해, 쾌락을 탐닉했다는 것을 모조리 알고 있는 기레스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변명이 우습기만 했다.
'여기에 온 동기가 시험인 건 맞겠지만..'
하지만 그 뒤에 기레스의 간접자위를 맛 본 뒤로 클로에가 이 구교사에 오는 가장 큰 동기가 자위라는 것은 누가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자.."
클로에는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펼쳐서 표시한 뒤, 기레스에게 건네주었다.
"시험까지는 앞으로 3일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적어도 여기까지는 꼭 진도를 끝내놔야해. 그러니까 오늘은 연습할 시간이 없을거야."
'쳇. 내 꾀에 내가 넘어가 버렸나.'
기레스는 속으로 혀를 차며 괜히 오늘 권유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클로에를 끌어들이고 싶어 자신의 열등한 이미지를 이용했을 뿐, 기레스는 학교의 성적 같은 것에 큰 관심은 없었다. 애초에 전생에도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삶을 살아왔던 기레스다.
여자를 함락시키는 데 필요하다면 공부보다 더한 것도 하겠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면 거들떠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공부인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지금 클로에의 앞에서 노력을 하는 이미지라는 것은 중요했다. 기레스의 노력이라는 이미지는 자그마치 저 고지식했던 클로에를 '연습'이라는 굴레에 속박되도록 만든 최고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하기는 싫지만 이녀석이 정리해 주는 내용들은 내 바보같은 머리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니까 해둬서 나쁠 건 없기도 하고..'
굳이 따지고 들자면 배우기는 '싫지만' 배워둬서 나쁜 것은 없다. 실제로 기레스는 클로에와의 비밀스러운 수업을 통해 이세계 사람들의 수준에 맞춰진 시험 속에서도 나름 중간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향상되어 있었고, 썩어도 준치라고 그 하기 싫은 공부라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서 느끼는 바도 적지는 않았다.
"고마워 클로에."
아직 클로에가 완벽히 떨어지지 않은 지금,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부술 수는 없기에 그는 얌전히 감사를 표하며 클로에의 공책을 받아 들이고는 책상에 앉아 필사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서 자신이 준비해 온 공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기레스의 모습을 보고 클로에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해 둬서 다행이다.'
벌써 한참이나 구교사에 오지 않았던 그녀가 구교사에 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클로에는 기레스와 다시금 비밀의 연습을 해나가기 위해 미리 시험을 위한 요점정리를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기껏 준비해 두고도 기레스와 간접자위에 빠져 잊고 있었지만 이렇게 준비해 둔 덕분에 그녀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공부하고 있는 기레스의 뒤에서 그녀는 슬쩍 자신의 치마 안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얇은 팬티 위로 끈끈하면서도 축축한 습기가 그녀의 손가락에 전해진다.
'역시 치마를 입고와서 다행이야.'
이전처럼 바지를 입고 왔다면 기레스에게 발각당한 순간 자신이 젖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기레스의 상상연습을 따라 자위를 하게 되면 최근에는 언제나 조금씩 그녀의 음부는 젖어있었다.
거기에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격한 절정을 느낀 탓인지 교실 안에 들어오면서 걸을 때, 이미 그녀는 자신의 속옷이 흠뻑 적셔져 있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기레스에게 연습의 허락을 들은 순간에는 기대감에 그녀의 매끈한 사타구니를 따라 애액이 흘러버리기까지 하는 바람에, 클로에는 스스로의 다리를 배배 꼬아 비벼가면서 필사적으로 그 애액을 숨겨야만 했다.
애무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애액을 수습하기 힘든 마당에 기레스와의 애무를 승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끔직해.'
그나마 애무가 진행이 되고 나서 들키면 몰라도 애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끈적하게 젖은 비부를 들켜버리게 된다면 그보다 끔찍한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으으음....'
기레스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키는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손가락이 촉촉히 젖은 팬티 위를 쓸고 지나가자, 한차례 절정으로 가라앉았던 클로에의 마음에는 달달한 음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속옷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만 해보려 했었던 손은 치맛자락 속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
클로에는 살짝 눈을 흘기며 기레스의 눈치를 살폈다. 기레스는 클로에가 만들어 준 요점정리를 보고 클로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물론 클로에에게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기레스의 연기가 가미된 공부이다.
그런 기레스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클로에는 살짝 손가락을 움직여보기 시작했다.
'!?'
클로에는 당황하면서 허리를 살짝 굽혔다.
'뭐야 이거?'
아주 어린 시절 살짝 건드리는 수준으로 자위를 해본 적도 있고, 몸을 씻다가 만져본 적도 있었지만 음부를 만지면서 이런 자극을 느껴본 것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기레스와 함께 유방을 애무할 때도 아찔한 쾌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성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천천히 그녀는 얇은 천 위로 손가락을 위 아래로 놀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벽 너머조차도 아니고 바로 지근거리에 기레스를 두고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은 연습이고 뭐고도 아닌, 그냥 해서는 안될 변태같은 일에 불과했지만 클로에는 치맛속 손가락을 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뒤늦게 쾌락을 느낀 몸은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쾌락을 보상 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탐욕스럽게 꿈틀거렸다.
"으음.."
기레스는 클로에의 요점정리를 뚫어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읏!?'
기레스의 불규칙적인 행동에 클로에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살짝 몸을 떨었다.
"아.. 이건가?"
'후우...'
기레스는 보란듯이 '클로에가 없을 때도 열심히 공부해 왔다는 흔적'을 보여주었지만, 자위 행위에 빠져있는 클로에에게 기레스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분명 이전에 자위를 해볼 때는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것 뿐이었다. 그만 두고 싶으면 언제든 손을 떼버리고 말 수 있을 정도로 저열한 쾌감이었는지라, '자위'라는 것도 별 것 아니라고 단순히 치부해 버릴 정도로 가볍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풋풋했던 시절보다도 정적인 움직임으로 단순히 천 위로 건드리고 있을 뿐인데도, 클로에의 비소에서는 도저히 손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감미로운 쾌감이 가시질 않았다.
기레스는 집에서도 클로에 스스로가 더욱 음욕에 더욱 빠지기를 노리면서 그녀의 성기를 민감하게 만들어 주도록 유도하는 상상애무를 해왔지만 그런 '기레스조차도' 클로에가 자신의 앞에서 자위를 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살짝 속옷의 표면만을 스치듯 문질거리던 클로에의 손가락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찌걱]
'읏..'
클로에는 자신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질척이는 소리에 몸을 움찔 거렸다. 이미 그녀의 손가락에는 끈적한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더 해 버리면..'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손가락을 멈추지 않으면 허벅지를 비비는 것만으로는 새어나오는 애액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클로에는 생전 처음 맛보는 미지의 쾌감을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안되는데...'
클로에의 예쁜 눈동자에 파멸의 이채가 서린다. 멈춰야 할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비부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음..."
다시 기레스는 골똘히 클로에가 준비해 준 공책을 뚫어라 쳐다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기레스가 어떤 행동을 할까 불안하게 살피면서도 손가락은 멈출 기색이 없다.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을 들키게 되면 단순히 젖어있는 것 이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클로에는 치맛자락은 여전히 꼬물거리며 들석인다.
"으으음.. 저기 클로에."
기레스가 갸웃 거리면서 뒤를 돌아보는 그 찰나의 시간에 클로에는 치맛자락에서 손가락을 빼고는 자신의 뒤쪽 옷자락으로 애액을 닦아 말끔한 차림으로 기레스에게 말했다.
"왜?"
더듬거리는 기색은 전혀 없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색기가 서려 있었다.
'뭐지..? 뭔가 발정난 얼굴인데.'
다른 얼굴은 몰라도 발정난 암컷의 얼굴에는 민감하기 짝이 없는 기레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클로에를 쳐다보았다.
얼굴은 발정나 있었지만 외관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고, 클로에의 세밀한 솜씨에 의해 딱히 다른 기척이 난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의아해하며 생각했다.
'역시 애무을 받고 싶었나..?'
하지만 일단 공부가 시작된 지금, 애무의 연습을 하고 싶다고 원숭이처럼 조르는 것은 하일즈나 젤가나 할 법한 시기상조의 일이라는 것을 기레스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부분이 조금 이해가 안가는데.."
"아. 거기는 말이지.."
'기레스가 말을 걸어줘서 다행이다.'
음부는 여전히 욱씬거리고 있었지만 클로에는 기레스 덕에 그 무시무시한 욕망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기레스의 말이 아니었다면 바닥이 흥건하게 젖을 때까지 손을 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위행위는 너무도 달콤했던 것이다.
'남은 건 집에가서...'
그녀는 살짝 입맛을 다시면서 기레스의 공부를 봐주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