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85화 (85/238)

〈 85화 〉 클로에(40)

* * *

기레스의 방과 후 일과는 언제나 같다. 클로에는 마치 이전, 비밀스럽게 만났던 무렵처럼 기레스의 그 일과에 자신의 시간을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레스가 혼자만의 자습을 끝내고 클로에와 연습했던 복습을 시작하려 하자, 클로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상의를 풀어 헤치고 싱그러운 가슴을 꺼내 기레스의 손가락을 따라 정신없이 자신의 유방을 애무할 준비를 끝마쳤다.

성욕에 눈을 뜬 클로에는 집에서도 자신의 욕정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의 가슴을 애무하곤 했지만, 똑같은 기술로 자위행위를 해도기레스와 함께할 때와 자신의 손으로 혼자 애무할 때의 쾌감은 언제나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하읏.."

기레스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그녀는 단숨을 토해냈다. 지난 번에는 하지 못했던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쾌감에 그녀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기레스의 음탕한 연습을 따라 손가락을 놀려가면서 애무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속 안에 가득 차오른 달달한 신음소리를 토하는 행위는 그 좋은 기분을 배로 증폭시켜준다. 마음 같아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흥분에 맞춰 숨을 헐떡거리고 싶지만, 설사 지금같은 상황이 아니어도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는 것이 클로에라는 인간이다.

'기레스라면 이정도의 숨소리는 알지 못하겠지?'

오랜 시간을 기레스와 어울린 결과, 클로에는 자신의 연인인 하일즈보다도 기레스의 스펙을 더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레스를 잘 가늠하고 있었다.

'으으...'

차곡차곡 기레스의 연습이 진행될 때마다 기분이 좋은 와중에도 클로에의 눈빛에는 서서히 초조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기레스의 연습의 끝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음.....?"

기레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허공을 향해 변태같이 놀리던 손을 멈추었다.

'읏!'

쾌감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온몸이 부글거리는 상태에서 애무가 멈춰 버리자, 클로에는 애타는 심정으로 기레스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하는 거람?'

분명 연습시간은 조금 더 남아 있었다. 평소의 기레스라면 못해도 10여분 정도는 더 손가락을 놀렸던 것을 떠올리며 클로에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우물거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 클로에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레스는 교실 안을 이리 저리 이동하면서 무언가를 골똘히 궁리하고 있었다.

"그 다음이 뭐였더라..?"

기레스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애무를 해나가야 되는지는 훤히 꿰고 있음에도, 그는 마치 클로에를 어떻게 애무했는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고민하는 척을 해나간다.

클로에는 기레스를 만나면서 현명한 것과 머리가 좋은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기레스가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상당히 영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숱한 시간을 가르쳐 오면서 그의 기본적인 두뇌의 순수한 성능은 떨어진다는 것 또한 뼈저릴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기레스의 수준을 잘 알고 있는 클로에이기에 기레스가 연습의 기억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에 그녀는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기레스의 단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가물가물했지, 기레스가 고의적으로 기억나지 않는 척을 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왜 하필 여기서..'

기레스가 손을 멈추고 고민하고 있는 지금도 클로에의 가슴은 스스로의 음탕한 손놀림에 의해 추잡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기레스의 손길을 달라고 항의하듯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클로에 본인조차도 그런 몸의 시위에 동참해 앞장서서 기레스에게 아우성을 지르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었다.

'내가 교실에 있었다면 기레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기레스의 고민'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흑심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들어가서 연습을 돕겠다는 명분 하에 기레스의 교보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 클로에의 예쁜 손목은 교실의 문고리의 앞을 알짱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클로에가 홀로 안달내고 있을 무렵, 기레스의 느긋한 목소리가 교실의 안에서 들려왔다.

"아 그랬지.."

기레스의 말을 듣고 클로에는 자기 자신이 문고리에 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 화들짝 놀라며 문에서 손을 떼었다.

그대로 문을 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켠에는 이대로 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무슨 짓을..'

그렇게 자책하는 망설임도 잠시 뿐으로, 곧 클로에는 연습을 재개한 기레스의 애무를 따라 자신의 봉긋 솟은 가슴을 주물러 나갔다. 잠깐의 정적으로 차갑게 식어가던 그녀의 정욕은 애무를 재개를 함과 동시에 후끈거리며 달아올랐다.

클로에의 눈은 단 한가지의 동작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정열적으로 기레스의 움직임을 쫓았고, 손은 오차 하나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였으며, 그 움직임에 맞추어 탐스러운 유방은 온몸이 요구하는대로 음탕하게 흔들려 나갔다.

벽에 몸을 맡겨 기대고 고혹적인 전신을 파르르 떨면서 욕정을 갈구하는 그 모습은 평소의 고고한 클로에의 이미지는 단 한점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아.. 어째서 이렇게..기분이 좋은거야.'

몸을 배배 꼬면서 조금 더 흐트러지던 클로에는 지금까지보다도 더욱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양손을 기레스에게 완전히 의지하면서도 영리한 클로에는 온몸을 비틀어가면서 그 속에서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갔다.

"하아앙.."

추위에 허옇게 서린 입김이 새어나와 그녀의 코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물씬 피어 오르는 입김을 받아들이는 클로에의 발갛게 달아오른 표정에는 농익은 여성의 요염함이 깃들어 있었다.

애무가 중간에 끊겼던 보상이라도 받고 싶었는지 클로에는 쾌락 속에서 더욱 더 쾌락을 탐해 흐트러져 나간다. 아슬아슬하게 들키지 않는 선을 지켜가며 그녀는 조금씩 경계심을 풀어 헤치며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개방해 나간다.

하일즈는 물론이거니와 기레스의 앞에서라도 절대로 보여주지 못할, 흐트러지는 모습에 클로에는 점점 심취해 나갔다. 벽 하나의 경계로 이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이어져 있다는 모순적인 상황은 클로에의 고지식한 성격을 보기 좋게 비집고 들어와 비틀어 버리기 시작했다.

"흐응.. 으응.. 하아.."

누가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방정맞게 어깨를 보이도록 옷을 내려 가면서 클로에는 유두로부터 전신으로 찌르르 퍼져나가는 쾌락을 한껏 음미해 나간다.

'제발 제발.. 조금만. 더..'

쾌락에 이성을 잃은 와중에도 언제나 귀신같이 이정도 쯤에서 기레스의 애무가 끝난다는 것을 떠올린 클로에는 속으로 기도까지 할 정도로 기레스의 연습이 계속되기를 갈구했다.

금방이라도 기레스의 손이 멎을까 싶어 두려움마저 느껴 그녀는 울상지은 얼굴로 기레스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레스의 손이 비틀리자 클로에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녀는 환희에 찬 눈빛으로 기쁘게 기레스의 손을 따라 자신의 유두를 비틀어 돌려 나갔다.

"하아아아앙♥"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색욕에 흠뻑 젖은 표정으로 클로에는 절정을 탐닉해 온몸을 비틀며 자지러졌다. 끊어질 것만 같이 가는 신음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요염함이 배어있었다.

"음?"

클로에의 목에서 새어나온 신음소리를 들은 기레스는 곧장 교실의 문으로 황급히 내달렸다..

"아앗.."

젖은 얼굴로 벽에 기대어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느라 클로에는 미처 기레스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없었다. 기레스가 교실의 밖까지 달려 나오는 시간동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것 정도 뿐이었다.

한겨울임에도 살짝 땀으로 젖은 클로에의 얼굴에는 흐트러진 은청색 머리칼이 살짝 얽혀 요염함을 물씬 풍겨대고 있었다. 가까스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기는 했지만 단정치 못한 차림새와 붉게 상기된 얼굴에 이르기까지.. 기레스는 클로에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척하며 클로에의 이름을 불렀다.

"클로에!"

오랜만에 기레스에게 직접 이름을 불리자, 절정의 여운은 더욱 진하게 클로에의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어 어어.. 오랜만이야 기레스."

항상 지어 오던 포커페이스는 온데간데 없이 어쩔 줄 몰라 쭈뼛거리며 그녀는 어색하게 기레스에게 인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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