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84화 (84/238)

〈 84화 〉 클로에(39)

* * *

다음날 클로에는 기레스보다 먼저 구교사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레스는 어슬렁 거리며 나타나 교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추운 한겨울임에도 기레스를 본 클로에는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클로에는 교실의 문에 손가락을 수줍게 걸었지만 그때마다 기레스의 앞에서 젖었던 일이 아른거려 차마 문을 열지는 못했다.

기레스와 친해지기 전 기레스를 관찰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클로에는 기레스의 모습을 눈에 새겨나갔다.

"으.. 춥다."

기레스는 클로에의 책상 밑에서 마법을 꺼내 들고 주문을 외워 교실을 데웠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구교실의 곳곳에는 기레스와 클로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별 것 아닌 기레스의 행동에도 클로에는 어쩐지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창문너머로도 온기가 전해져 올 정도로 교실이 데워지자 기레스는 가방에서 클로에가 준비해 준 노트를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 기레스가 자신의 노트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본 클로에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서렸다.

기레스의 필기를 눈으로 따라가 보면, 지금 기레스가 어느 부분을 공부하고 있는지 클로에는 훤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게 아냐.'

한 글자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클로에는 기레스가 풀이를 틀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안타까워 했다.

"음.."

곧 기레스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클로에가 없는 이상 기레스는 계속해서 부딪혀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

"됐다."

한참을 낑낑여 기레스는 흡족한 얼굴로 문제를 바라보았다. 기레스가 문제를 풀어내고 좋아하는 그 모습에 밖에서 지켜보던 클로에도 덩달아 신이 났다.

"공부는 여기까지만 하고.."

기레스는 슬쩍 클로에의 자리를 보는 척을 했다. 기레스의 시선이 자신의 책상을 향해 있는 것을 본 클로에의 가슴은 살짝 떨렸다.

기레스는 어제와 같이 허공에 대고 지난 날 클로에와 함께 연습했던 것들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 음탕한 손놀림이 어찌나 달콤해 보이던지 클로에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기레스의 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클로에의 온몸은 걸쭉한 음심으로 범벅이 되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상상만으로도 데일 수 있다고, 클로에는 기레스의 손을 보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인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이랬던가..?"

기레스는 클로에를 뒤에서 끌어 안아 가슴의 밑둥부터 애무해 가는 시늉을 했다.

'으으..'

클로에는 그 음탕한 행위에 귀까지 빨개져서 몸을 와들거렸다. 기레스의 손을 정신없이 만끽할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아무리 연습이라고 해도 애무라는 것은 확실히 상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 상스러운 행위에 의해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꼬면서도 클로에의 두 눈은 기레스의 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새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는 기레스의 움직임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것처럼 눈도 깜짝 안하고 있었다.

한땀 한땀 기레스의 손 끝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클로에는 자신의 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이렇게..'

기레스의 움직임을 따라 클로에의 어여쁜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가슴을 밑에서부터 움켜쥐고 주물 거리는 생전 처음 해보는 자위행위에 그녀는 짜릿한 쾌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기레스의 손놀림을 그대로 복사라도 해놓은 듯 정교하게 클로에는 자신의 손을 놀려나간다.

기레스에게 애무 받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쾌감이지만, '혼자' 안마를 하는 것에 비하면 천국같은 쾌감이 클로에의 몸을 타고 전류처럼 흘러 나간다.

'하으..'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자신의 단 숨을 내뱉고 싶을 정도로 클로에의 몸은 달아 올랐지만, 곧 죽어도 기레스의 앞에서 그런 짓만은 할 수 없었던 클로에는 속으로 자신의 신음성을 삼키며 스스로의 가슴을 애무해 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애무를 해도, 기레스가 안겨주던 쾌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소 과격하거나 다소 부드럽게 여러가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꿔나가 보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서, 클로에는 안타까움에 몸을 벌벌 떨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 맞아.'

그녀는 기레스가 자신을 애무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입고 있는 옷의 앞섶을 풀어 헤쳤다. 다급하게 속옷까지 내던지고 봉긋 솟아오른 자신의 반들거리는 맨가슴에 손을 대어 기레스가 '하라는 대로' 클로에는 손을 움직여 나갔다.

'아.. 좋아.'

두터운 옷과 속옷의 위로 주물러 질때보다 더욱 진한 쾌감이 그녀의 유방을 따라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이 추운 한겨울에 옷을 풀어 헤쳐 상반신을 노출하면서도 클로에는 추위를 느끼기는커녕 후끈 거릴 정도로 몸이 달아올라 버렸다.

클로에는 교실의 벽에 기대어 녹아내릴듯한 얼굴로 기레스의 손을 쫓으면서 자신의 출렁이는 가슴을 주물러 나갔다. 그 행위가 얼마나 음탕한 지 클로에는 알 수도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부족해..'

옷 위로 자위할 때보다 훨씬 더 짙은 쾌락을 얻고 있는 클로에였지만, 이미 그 너머의 쾌감을 들이킨 경험이 있는 몸은 아직도 배고픔을 호소하며 날뛰고 있었다.

클로에는 기레스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스스로 움직임을 격렬하게 바꾸어 보았다.

'아니야...'

마치 하일즈가 난폭하게 주무르는 것 같은 텁텁함이 가슴을 메우자 클로에는 고개를 저으면서 보다 부끄럽게 움직임을 바꾸어 보았다.

'이것도... 아냐.'

이번에는 쾌락 그 자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심심해져 버린다. 결국 클로에는 기레스가 홀로 연습하는 것에 의지를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아...'

기레스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자 클로에의 눈에는 황홀의 색이 깃들기 시작했다.

'역시.. 기레스 게 최고야.'

자신의 어설픈 응용따위는 땅에 내던지고 그녀는 기레스만을 의지해 기레스가 간접적으로 주입해 주는 쾌감만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기레스가 직접 애무해 주는 것보다는 부족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쾌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매끈한 젖가슴은 쉴틈 없이 난잡하게 흔들린다.

기레스가 허공에 대고 손을 허우적이며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추잡한 변태행위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한껏 의지하고 있는 클로에에게 그런 자각은 전혀 없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도리어 클로에는 기레스의 그 변태같은 애무연습이 예술적이라고까지 생각하면서 그 음탕한 행위을 속으로 칭송했다.

'다음... 다음은..?'

쾌락에 흠뻑 취한 클로에는 기레스의 애무에 의존해 나갔다.

'조금만 더 하면..'

비록 기레스의 직접적인 애무에 비하면 모자른 쾌감이지만, 이미 첫 절정의 경험을 끝낸 클로에는 절정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전신이 근질거리면서 톡 하고 건드리면 터져 버릴 것만 같이 가득 차오른 쾌감에 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기레스의 다음의 지시를 기다렸다.

하지만 클로에의 그 기대는 보기좋게 배신당했다.

"좋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할까?"

'어어..?'

아찔한 절정을 지근거리에 앞둔 상태에서 그렇게 멈추어 버리자 클로에의 총명했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불만 하나 내비칠 수 없다. 어디까지나 기레스의 행위는 지난 연습의 복습일 뿐, '여성을 만족시키는' 연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욱]

'아앗..'

멍하니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해 하던 클로에는 교실의 불빛이 꺼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재빨리 자신의 널부러진 옷가짐을 들고 모습을 숨겼다. 상반신을 들고 있는 옷조각으로 가까스로 가린 그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농염미를 풍기고 있었다.

"하아.."

한차례 습관처럼 한숨을 내뱉고 기레스가 교실을 뒤로하는 것을 보고 클로에는 천천히 교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온기가 사라지지 않은 교실 안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클로에의 차갑게 식어가던 몸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교실에 들어오지 못한 지 고작해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클로에는 잠시 향수에 잠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비운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클로에는 아직 기레스의 자리에 살포시 앉았다. 아직 남아있는 온기에 의지해 그녀는 오늘 보여준 기레스의 애무를 할딱거리며 복습해 나갔다.

"하아.."

내뱉고 싶었던 달디 단 숨결은 이제와서는 어째선지 그저 쓰기만 할 뿐이다.

모양좋게 푸딩처럼 매끌거리는 가슴을 기레스가 보여준 그대로 음탕하게 흔들어도, 온몸을 가득 채운 방금 전의 쾌락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연거푸 계속된 애무에 마르디 마른 절정을 느낀 클로에의 신체는 움찔거리며 튀었다.

흥분도 뭣도 없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오르가즘에 그녀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레스의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이게.. 아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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