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클로에(38)
* * *
[할짝 할짝]
클로에는 타액으로 젖은 혀를 세워 하일즈의 육봉을 핥아내고 있었다. 이제 동정티는 꽤나 벗어낸 하일즈였지만, 기레스가 단련시킨 클로에의 기술은 가볍게 하일즈를 절정으로 도달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을 아는 클로에는 하일즈와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길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자극보다는 살살 기분을 들뜨게 만들 수 있도록 혀를 놀려 나갔다
너무나도 기분 좋게 귀두 쪽에서 깔짝 거리는 클로에의 혀를 만끽하며 하일즈는 시건방진 미소를 지었다.
'내가 따로 애무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까지 정성껏 내 물건을 빨아 내다니..'
애무하지 '않아도'가 아니라 애무하지 '않아서'라는 것을 모르는 하일즈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신나기만 했다. 당장이라도 클로에를 눕혀 자신의 부풀어 오른 육봉으로 음부를 쑤셔주고 싶을 정도로 하일즈는 클로에의 애무에서 기특함을 느꼈다.
'이번에는 이걸로 만족하도록 할까.'
하일즈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잡아당겨 클로에의 목에 자신의 물건을 들이밀었다.
"우웁."
'기레스가 가져온 삽화에 이런 것을 하면서 느끼는 장면도 있었지.'
하일즈는 기레스에게서 빼앗은 삽화를 떠올리며 클로에의 목을 거칠게 쑤셔 나갔다.
'우욱."
기레스에게 배운 기술이라는 것이 없어도, 본디 육체만으로도 명기 중의 명기인 클로에의 목은 찌를때마다 본능적으로 하일즈의 육봉에 휘감겨 와 하일즈에게 녹아내릴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반면 하일즈에게 목을 범해진 클로에의 기분은 지금까지 수없이 하일즈의 애무를 받아왔던 것들 중에서도 단연코 최악 중의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일즈가 난폭하게 자신의 허리를 흔들때마다 그녀는 숨이 막혀오는 고통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일즈를 진작에 가버리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그녀는 연인과 함께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에 정성껏 하일즈를 애무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고자 노력했다. 기레스의 물건을 희롱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필시 하일즈를 애무하면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일즈의 미숙한 애무에 자신을 맞추어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정성은 기레스가 증폭시킨 하일즈의 오만한 아집에 의해 보기좋게 배신당해 버렸다.
목구멍을 범해지면서 클로에는 예쁘게 빛나는 파란 눈으로 하일즈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입으로 기분이 좋아 죽겠다는 듯한 그의 표정을 봐도 이제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이전이었다면, 하일즈가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나마의 위안을 삼았을테지만, 기레스의 애무를 통해 함께 기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
'아..'
슬슬 고통에 적응해, 목 안의 이물감에 불쾌함만이 쌓이게 되어, 되려 머리가 맑아진 클로에는 자신이 당하고 있는 하일즈의 행위를 직시할 수 있었다. 그것은 서로 기분이 좋아지기 위한 '애무'가 아니라 하일즈 본인이 기분 좋아지기 위한 '자위행위'에 불과했다.
기레스와의 애무라는 경험을 겪은 지금은 더더욱 선명하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성욕처리를 위한 도구가 되어 버린 것만 같은 느낌에 클로에의 표정은 굳어만 갔다.
하일즈가 클로에의 목을 한번 찔러 나갈때마다 클로에가 하일즈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가늘지만 확실한 구멍이 뚫려나가고 있었다.
"으읏 클로에!"
거칠게 목을 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하일즈는 클로에의 목에 정액을 털어 넣었다. 클로에의 목젖이 까딱 거리는 것을 보고 하일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일즈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그야말로 이상적이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무색할 연인의 정성어린 애무와, 너무나도 기분 좋은 색다른 행위, 기분 좋게 정액을 쥐어 짜이는 쾌감에 이르기까지..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사냥꾼처럼 즐거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커흑... 콜록."
육봉에 입이 막혀 미처 다 내뱉을 수는 없었지만 클로에는 기레스 때와는 다르게 최선을 다해 하일즈의 정액을 토해내듯 내뱉었다. 서툴기 짝이 없는 애무에 기분 좋다는 연기라도 해주던 평소와는 다르게 누가봐도 괴롭게만 보이는 클로에의 모습에 그제야 하일즈도 정신을 차리고 걱정스레 물었다.
"클로에 괘 괜찮아?"
그 말에 클로에는 차갑게 대꾸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기레스의 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일즈는 인정을 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거든..]
마음 속에 진리처럼 깊히 자리잡은 기레스의 말을 떠올린 클로에의 입에서는 본심과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으.. 응.. 괜찮아."
"다행이다. 혹시나 네가 싫어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싫은 건 맞아."
"뭣!?"
자신의 애무에 흠뻑 빠져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하일즈는 클로에의 말에 눈을 번뜩이며 깜짝 놀랐다.
"그.. 네 건... 너무 크니까 숨 쉬기 괴롭기도 하고 말이지."
클로에는 유독 기레스가 자신의 물건에 자신이 없어 하는 것을 떠올렸다. 기레스가 자신의 왜소한 물건에 자신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보통의 남성은 스스로의 육봉의 크기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 자위도구의 취급을 당한 행위는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인 하일즈라해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행위였기에, 클로에는 수줍어 하면서도 기레스에게 배운 남심을 적절히 이용해 육봉이 크다고 띄워주면서 그의 애무를 직접적으로 거절했다.
"그랬구나."
클로에로부터 자신의 행위가 괴롭다고 싫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하일즈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물인 이세계에서도 남자의 성기가 크다고 인정받는 것을 싫어하는 이는 없었다.
'후우..'
자신의 속도 모르고.. 성기가 크다는 발언 하나에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하일즈를 보면서 클로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기레스야..'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곱씹어 나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신에게는 적당히 포장해서 말할 수 있었음에도, 기레스는 자신의 열등한 치부를 까발려가면서까지 사실을 말해주었다고 생각하자 클로에의 식어 있던 마음에는 온기가 채워져 갔다. 그런 기레스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레 얼마 전 있었던 애무 행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일즈와는 전혀 다른, 온몸이 쾌감으로 가득했던 기레스의 애무를 떠올리자, 그녀의 차갑게 식어 있던 얼굴에는 삽시간에 혈기가 돌아 발갛게 물이 들어 버렸다.
'내 물건에 쑤셔지던 걸 상상하는 건가?'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고 귀엽게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클로에를 하일즈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고지식한 클로에가 자신의 육봉의 크기를 다시금 떠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조급했지만.. 언젠가 그 삽화의 여인처럼 내 굵은 육봉 없이는 살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줄테니 기대하고 있어. 클로에.'
클로에의 성기에 대한 칭찬은 하일즈의 야심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서로 간에 오해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기레스와의 애무 이후로 클로에는 기레스를 피해 다녔다. 기레스를 볼 때면 그 날의 부끄러운 자신이 떠올라 클로에의 몸은 후끈 달아오르기 일쑤였다. 그것이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기레스의 애무를 바래서인지는 클로에 본인도 알 수가 없었다.
수업 도중 클로에는 예쁜 눈알을 굴리며 기레스를 흘끔거렸다. 벌써 며칠이고 구교사에서 비밀의 수업을 파토내고 가지 않았음에도 기레스의 거동은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음날부터 나갈 걸 그랬어..'
지금까지 잔실수 하나 없이 완벽초인이나 다름 없는 삶을 살아왔던 클로에에게 생전 처음 보인 치태라는 것은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었다. 하루 이틀 기레스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러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 부끄러움에 그녀는 선뜻 기레스를 만날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그나저나... 그렇게 약속을 파토내고 있는데... 기레스는 아무런 불만도 없는 건가?'
기레스를 보면 부끄럽고 안달이 나, 전전긍긍하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살짝 꿍한 마음이 일었다.
'차라리 화라도 내면서 말을 걸어준다면...'
클로에는 기레스의 부탁에 못 이긴 척 받아들이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하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자.. 그럼. 다음주에는 마지막 시험이 있으니 모두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세요."
기분 좋은 망상을 하고 있던 클로에는 선생의 말에 눈을 번쩍 뜨며 놀랐다.
"앗.."
'그러고 보니.. 벌써 학기의 마지막...'
이대로 기레스를 피해다니다가 학기가 끝나 버리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클로에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항상 등교를 해야하는 학기 중과는 달리, 약속이 없다면 기레스가 방학 때 따로 구교사를 나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
기레스와 자신을 이어주는 비밀의 수업이라는 명분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클로에의 속 안에서는 불안함이 소용돌이처럼 멤돌기 시작했다.
'으... 왜 벌써..'
방과 후. 클로에는 조심스럽게 구교사로 향했다. 까치 발을 들고, 먼지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나지 않을 정도로 클로에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놀렸다.
'요즘은 매번 만나러 오지 않았으니까 기레스가 있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클로에의 푸른 눈에는 초롱초롱한 기대의 빛이 서려 있었다.
"흐음... 음.."
아무도 없어야 할 교실의 안에선 기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교실에 가까워 지지 않은 먼 곳에 있었음에도 클로에의 귀는 기레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있어..?'
기레스의 목소리는 빈말로도 하일즈처럼 미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순간 그 목소리를 들은 클로에의 마음은 두근 거렸다. 적어도 방학을 맞이해서 허무하게 기레스와의 연결고리가 끊기게 될 걱정은 덜게 된 까닭에 그녀의 표정은 살짝 온화해 졌다.
기레스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학교에서도 그랬 듯, 그녀는 기레스에게 말을 걸 용기가 일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감으면 추잡하게 속옷을 흠뻑 적신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의 두근거림도 분명 창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슬그머니 창문너머로 교실의 안을 들여다 보았다.
벌써 일주일도 넘도록 클로에가 아무 말도 없이 단 한번조차도 찾아가지 않았음에도 기레스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교실 안을 은은히 비추어 주는 마법의 빛에 의지해 펜대를 굴려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험이라 시험 공부를 하러 온 걸까?'
클로에는 기레스의 공부하는 모습을 눈에 새기며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공부는 집에서도 할 수 있을텐데.. 굳이 구교사까지 와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클로에는 저도 모르게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거나..?'
그런 생각을 살짝 품는 것만으로, 그녀의 가슴은 달달하게 저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기레스와의 시간이 끊기는 건 싫지만.. 이대로 교실에 들어가기도... 부끄러워....'
아무리 기레스를 친한 친구로 여기고 있다고 해도 그 날 자신이 기레스에게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도 창피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날이 지나면서도 기레스가 주던 쾌감과, 그에 취해 비부가 젖은 치태를 보였던 일은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사라지기는커녕 그 한차례 꿈만 같았던 장면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명히 떠올라 클로에는 여러가지 의미로 곤혹스러웠다.
생전 처음으로 보인 치태를 잊어보기 위해 연인인 하일즈와도 기레스 이상으로 애무를 즐겨보고자 몇번이고 몸을 섞으면서 정성을 다해 보았지만 언제나 클로에에게 돌아온 것은 하일즈에 대한 실망감 뿐이었다.
"후우.. 오늘도 오지 않는 건가."
'아..'
기레스의 클로에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 한마디 혼잣말에 클로에의 마음은 파도가 출렁이는 것처럼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당장이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나가고 싶은 마음과, 그 날의 부끄러움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마음이 클로에의 마음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음.."
기레스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는 허공에 살짝 손가락을 놀렸다.
'저건..'
갈고리처럼 검지를 접은 기레스의 손가락이 살랑거리면서 움직이는 것을 본 클로에의 유두가 찌릿하고 저려왔다. 유륜을 따라 살살 손가락을 굴리는 것 같은 그 동작을 시선으로 쫓고 있는 것만으로 클로에의 유두는 발딱 서버렸다.
클로에는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도 하나 깜박이지 않고 기레스의 손가락을 쫓았다.
벌써 며칠이나 하일즈의 손에 애무당해 온 몸에는 드글거리는 불쾌함이 쌓여버린 그녀의 몸은 잔뜩 숨을 참고 있는 사람이 공기를 바라는 것마냥 기레스의 손을 갈구하고 있었다.
'앗..'
하늘하늘 허공을 휘젓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추자 클로에는 아쉽다는 듯 미간을 예쁘게 찡그렸다.
"좋아. 그럼 가볼까.."
'읏!'
기레스가 복습에 만족햇다는 듯한 얼굴로 짐을 챙겨들자 클로에는 재빨리 모습을 숨겼다.
"후우."
교실의 문을 닫으면서 기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는 척을 하곤 밖으로 나갔다.
"하아.."
그렇게 사라진 기레스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본 클로에는 자신의 달아오른 몸을 부둥켜 안으며, 기레스를 따라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