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클로에(37)
* * *
'으읏...'
기레스의 손이 클로에의 잘록한 허리를 어루만지자 클로에는 몸을 배배 꼬면서 자글거리는 쾌락을 참아간다.
'어째서.'
클로에가 보기에 기레스의 애무는 하일즈와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레스의 애무는 하일즈의 애무와 비교하는 것이 기레스에게 실례라고 생각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기레스는 클로에의 등 뒤에서 겨드랑이 사이로 양 팔을 집어 넣어 젖가슴의 밑둥을 움켜쥐고 주물러 나갔다. 조물조물 음탕하게 가슴을 주물 거릴 때마다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팔은 살살 스쳐 클로에의 성감대를 동시에 자극해 나간다.
"으... 힛!?"
음란한 손놀림에 잔뜩 민감해진 클로에의 유두에 기레스의 손가락이 걸린다. 살살 유륜을 따라 돌리는 손가락과 함께 기레스는 클로에의 새하얀 목덜미를 혀로 살짝 핥아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감각은 의식을 날려 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다. 너무 좋아서, 도리어 무서워 질 정도의 쾌감이 클로에의 몸을 꿈틀거리며 기어다닌다.
기레스는 클로에가 서서히 자신의 손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흐름을 늦추어 그녀의 몸을 자극해 나갔다. 이미 클로에의 몸은 거진 1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기레스의 것으로 완성되어 있었지만, 기레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아까보다는 참을만 하지만... 이게 애무인 거야?'
기레스는 본 실력은 내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생전 처음' 애무로 인해 성욕을 직접적으로 느낀 클로에는 지금까지 하일즈가 해준 애무는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클로에는 하일즈의 황홀한 표정을 떠올렸다. 평소에는 그렇게 근엄하기 짝이 없는 하일즈가 자신의 손에 의해, 입에 의해, 사정을 할 때 자존심도 내던지고 보여주었던 그 녹아내릴 듯한 표정을 그녀는 단 한번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기레스의 애무를 허용한 이 순간에, 그녀는 머리 뿐 아니라 육체로, 이성이라기보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단번에 하일즈의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일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지금 어떤 배덕적인 상상을 하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기레스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응... 하아.."
기레스의 애무에 의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에는 기레스가 주는 쾌락에 흠뻑 빠져 버렸다. 본래가 '안마'랍시고, 기레스의 손길에 대한 부담감은 거의 없는 클로에였다.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고, 그건 클로에라해도 다르지 않았다. 생전 처음 느낀 쾌락에 대한 두려움은 일순간 뿐. 한번 쾌락에 익숙해 지면, 태산같았던 공포는 이미 뿌연 안개나 신기루처럼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기레스와 언제나 연습해 왔기 때문인지 클로에의 몸은 자연스레 기레스의 손길을 의지해 나갔다. 마치 충견이 주인을 따르는 것처럼, 기레스의 손을 따라 클로에의 매끄러운 허리는 본능적으로 실룩이며 달라 붙는다.
클로에한테 자각은 없지만 성적인 쾌감을 오늘 처음 느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남자의 음심을 자극하는 음탕한 허리 놀림이다.
"흐읏.."
기레스의 손길이 주는 아찔한 쾌감에 적응하고, '성적쾌락'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클로에는 오늘 기레스가 처음 자신을 만졌던 그 때의 느낌을 떠올렸다. 가슴에 느껴지는 그 짜릿한 쾌감과 온몸을 들끓게 만드는 음열을 떠올리자 그녀의 하복부는 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기레스가 하고 있는 애무는 맨 처음과는 다르게 살짝 부드러운 편이었다. 지금 받고 있는 애무도 하루 종일 느끼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지만, 굳이 따지면 지금의 애무는 어딘지 평소에 받았던 안마의 연장선상에 지나지 않게 느껴졌다.
'음..'
클로에는 허리에 손을 두르고 살살 간질이고 있는 기레스를 곁눈질 했다. 너무나도 음탕해 보이는 손놀림이지만, 기레스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는 클로에의 눈에는 아름다운 예술처럼 느껴진다.
"으응... 저기 기레스."
기본적으로 상투적인 평소의 어투와 달리 클로에의 목소리에는 달콤함이 깃들어 있었다.
"어?"
"혹시 적당히 하고 있는 건 아니지?"
곧 죽어도 '처음 애무 당했을 때의 그 쾌감을 느껴보고 싶으니까' 전력을 다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클로에는 그런 성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연습'이라는 핑계가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아까는 조금 놀랐던 것 뿐이야. 만약 기분이 나쁘면 나중에 말해줄테니까."
클로에는 기레스에게 자신의 상체를 살짝 기대며 말했다.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그 형에게 마치 아양을 부리는 것만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쾌락에 취한 그녀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각조차하지 못했다.
"해보고 싶은대로 연습해 줘."
"저.. 정말 그래도 되냐?"
기레스의 다소 자신 없어 보이는 목소리에 클로에는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끄덕여 허락의 의사를 표했다.
적당히 힘을 가감했던 기레스는 처음 클로에를 어루만져 주었을 때의 수준으로 쾌감의 감도를 올려 버렸다.
"으으... 흑.. 하아아앙."
'여 역시.. 방금까지는 그냥.... 안마..였던..거지?'
그저 안마에 불과했음에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클로에의 속에서는 달달한 음심이 넘쳐 흐를 정도로 차올랐지만, 지금의 쾌락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어 속으로 생각을 이어나가기도 힘들었다. 상반신만을 매만지는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는 기레스의 손길을 원한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다.
클로에의 민감한 부분을 이곳 저곳 적절하게 조절해 가면서 기레스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여 나갔다. 기레스가 한 호흡씩 애무를 할때마다 클로에의 아름다운 미육은 흐느적이며 반응해 나간다.
자신이 기레스의 애무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길이 없는 클로에는 음탕하게 몸을 비틀며 기레스의 손을 의지해 나간다. 물에 잠수했던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기레스의 손을 갈구해 아주 조금씩 그녀는 기레스의 손을 향해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아응... 앗.."
기레스의 혀가 클로에의 유륜에 닿자, 클로에는 처음 느꼈던 그 음열에 어찌 해야할 줄을 몰라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제는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감만이 남은 그녀의 의식은 기레스의 다음 행위를 기대하고 있었다.
기레스의 타액으로 매끈 거려 은은한 불빛을 그대로 반사하는 농익은 가슴에서는 쪽쪽 빨고 돌리는 추잡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 하읏 아응!"
클로에는 쾌감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떨고 있다. 한쪽 유방에서는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녹을 것만 같은 쾌감이.. 다른 한쪽의 유두에서는 쾌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쾌감이 잔뜩 버무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레스는 유두를 입술로 살짝 물어 그대로 비틀어 클로에의 성감대를 자극했다.
"히야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클로에는 생애 첫 절정을 맛보게 되었다.
"괘 괜찮아? 클로에?"
"으 으으.."
애무의 도중에는 지독한 쾌감에 취해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몽롱하게밖에 기억하지 못햇지만, 마지막 절정을 할 때 내지른 신음소리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클로에는 배게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기레스를 흘끔 거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왜 그래? 혹시 마지막에 살짝 문 게 아팠던 거야?"
그렇게 자신의 행위를 선명하게 떠올리게 만드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기레스는 입에 담았다. 클로에는 자신의 유방을 쪽쪽이며 빨아들이던 기레스의 행위를 떠올리고는 전에 없을 정도로 얼굴을 붉혔다.
"미 미안. 앞으로 다시는.."
"눈치가 없어. 마지막에 그런 소리를 낸 게 창피해서 그런 거라고. 적당히 알아 채."
다시는 애무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가로채며 클로에는 전에 보지 못한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퉁명스레 대꾸했다.
'마지막 뿐이냐.'
기레스는 이세계에 녹화장비가 있었다면 그대로 녹화해서 클로에가 내뱉은 저열한 신음소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기분이 나빴던 건?"
"아냐."
그녀가 귀엽게 툴툴거리는 소리에 기레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척 하며 말했다.
"후우.. 다행이다. 이런 나도 여자를 기분 좋게는 만들어 줄 '가능성 정도는' 있는 모양이네."
기레스의 그 말을 들은 클로에는 살짝 속이 시큰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나저나 클로에. 소리를 낸 건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봐. 거 왜 있잖냐. 나도 네 애무를 받을 때.... 적잖게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고.."
기레스도 쑥스러워 보이는 연기를 하며 말했다.
"하긴.."
클로에는 필사적으로 참으려 했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조금씩이나마 신음소리를 냈던 기레스의 모습을 생각하고는 기분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하는 거냐..'
기레스의 말을 듣고 살짝 기운이 난 클로에는 몸을 일으켜 옷가짐을 챙겨들었다.
"어?"
숨막히는 상반신의 나신에 옷을 걸치려 하는 순간, 그녀는 하복부로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에 몸을 멈칫거렸다.
'축축... 해?'
클로에가 입고 있었던 속옷은 흥건히 젖어 있어 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입고 있는 바지까지 살짝 적시고 있었다.
"뭐해? 클로에. 옷 안 입고?"
기레스는 능청스레 우물쭈물하며 당황하고 있는 클로에에게 접근했다.
"다 다가오지마!"
"아니 왜 그러는데.. 어라?"
기레스는 곧장 눈을 아래로 놀려 클로에의 하복부에 벌어진 이변을 알아차렸다.
'이 이녀석 평소에는 그렇게 눈치 없는 주제에! 이 이럴때만!'
평소 기레스의 행동이 눈치 없는 '척'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클로에는 기레스의 비합리적인 눈치에 치를 떨었다.
"비웃을거면 비웃어."
클로에는 몸을 바들거리면서 체념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뭘 말야?"
"내 내가... 오 오..."
"오?"
"오줌을 지린 것 말야!"
한 평생을 살면서 이정도의 수치심을 느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클로에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기레스에 의해 요즘은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일이 잦았던 클로에지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은 기레스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혼란해 이성을 잃고 부들거리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고지식하게 기레스에게 사실대로 실토하는 게 클로에 답다면 클로에다웠다.
'아니, 아무리 지식이 없다지만..'
설마하니 여자의 애액까지 모를 것이라고는 클로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기레스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오산이었다. 하일즈와의 애무에서 애액이 나오지 않을 것까지는 예상을 했어도, 저 나이가 되어서까지 애액 그 자체를 모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자위도 하지 않은 모양이긴 했지만 애액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것은 오산이라지만 기쁜 오산으로 기레스는 그 풋풋한 귀여움에 금방이라도 웃음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진정해. 클로에."
"너 너같으면 진정하겠어!"
"아니. 그거 오줌이 아니니까."
"으... 어?"
"그 여자가 흥분하거나 절정을 하게 되면 나오는 체액이거든.. 오줌이 아냐. 아니 애시당초에 처음도 아닐 거 아냐?"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클로에라면 지나친 수치심에 겨우겨우 만들어 놓은 이 애무행위를 거절할 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 기레스는 자신의 사태를 적당히 수습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이 아니라니..?"
"하일즈가 애무를 할 때도, 이따금씩 애액이 나오기는 했을 것 아냐."
'어?'
클로에는 당황해 했다. 하일즈가 애무를 할 때는 속옷이 젖기는커녕 항상 보송보송하게, 아니 건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메말라 있기만 했던 기억 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하일즈의 애무로는 한번도 느낀 적이 없었고 기분이 나쁘기만 했다.'라고 기레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클로에는 지난 날 기레스에게 안마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을 때, 아주 살짝 속옷이 젖어 얼룩이 졌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와 생각해 보면, 그 얼룩은 땀이 아니라, 애액이었다는 사실을 클로에는 뒤늦어도 너무나도 늦은 지금에 와서야 알아차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그러고 보니.."
클로에는 납득 가는 게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밑밥을 깔았다. 그에 기레스는 호응해서 클로에를 부추기듯 물었다.
"봐라. 그런 적 있기는 했지?"
"그때는 이렇게까지 젖지 않아서.. 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땀이라고 착각하며 젖었던 일조차도 '기레스의 안마'로 인한 것이었음에도 클로에는 마치 하일즈의 안마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듯 포장해서 술술 거짓말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정을 다 알고 있는 기레스가 아니었다면, 누구라도 속아 넘어가 버릴 정도로 자연스러운 거짓말이었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애액도 모르는 여자는 너밖에 없었을 거다. 만년 동정일 나도 알고 있는 것을.."
"으으..."
기레스의 정론에 클로에는 대꾸하지 못했다. 남자를 꺼려하고, 남사스러운 행위를 피하면서 지금껏 살면서 쌓이고 쌓였던 무지는 부메랑처럼 그녀에게 결과로 되돌아 온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네."
기레스의 말에 클로에의 난잡하게 혼란했던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다.
"뭐가?"
"이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이렇게 살짝 부족한 점이 있는 쪽이 친구로서는 인간다워서 보기 좋거든. 귀엽기도 하고.. 이럴 때 할 말은 아니기는 한데, 내 애무에 흥분해 줬다는 거니까.. 사실 고맙기도 하고 말이지."
눈치 없이 천진난만함을 가장하며 기레스는 그렇게 부끄러운 말을 줄줄이 클로에에게 늘여 놓았다.
"....... 돌아갈래."
클로에는 무표정한 얼굴을 위장하고는 척척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눈 깜박할 사이에 옷가짐을 챙겨 기레스가 말을 걸 틈도 없이 재빠르게 도망치듯 교실의 밖으로 나갔다.
표정만 보면 도도하면서도 쿨하기 짝이 없는 평소의 클로에였지만,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수줍음의 색은 감출 수 없었다. 교실을 나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클로에의 봉숭아빛으로 발갛게 물든 홍조는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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