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클로에(36)
* * *
기레스에게서는 즐거움을, 하일즈에게서는 불쾌함을 천천히 쌓아나가는 추잡한 나날을 지내던 어느 날, 클로에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기레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기레스."
"응?"
"넌 어째서 그렇게 성... 지식을 잘 알고 있는 거야?"
기레스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 뭐. 관심이 있어서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얼굴도 못생겼고, 재능도 하나 없고, 자지도.... 작잖냐."
'작은 게 그렇게 나쁜 건가?'
하일즈의 큰 육봉에 고통스럽기만 했던 클로에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 했다. 그렇게 되도록 기레스가 조교한 것이지만, 적어도 클로에는 하일즈를 애무하는 것보다 기레스를 애무하는 쪽이 훨씬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배워두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개인적으로 나는 사랑하는 여자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남자 실격이라 생각하고 있거든."
'남자 실격..'
무심결에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기레스가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던진 말은 클로에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꽃혔다. 기레스의 말을 듣자 하일즈의 소름끼치는 애무가 떠오른 클로에는 살짝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일즈라면, 그런 쪽으로는 걱정할 일이 없어서 좋겠네. 클로에."
"어? 아.. 으응."
그런 클로에를 보고 기레스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친구를 연기하면서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팠다. 하일즈를 끔찍히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레스에게 클로에는 차마 하일즈의 진상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삭히면 삭힐때마다 그녀의 하일즈를 향한 마음은 아주 조금씩 마모되어 깍여나갔다.
"배워둔다고 했는데, 그러면 다른 행위도 많이 알고 있어?"
클로에는 슬쩍 운을 띄며 물었다.
"알고는 있지."
기레스의 말에 클로에의 살은 기분 좋게 떨렸다. 클로에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피부와 살은 이미 기레스의 손길을 습관적으로 바라는 정도까지 달콤하게 절여져 있었다.
"쓸 일은 없지만."
기레스는 씁쓸하게 말했다.
"어째서?"
"태연하게 잔혹한 걸 물어오네. 당연히 여자친구가 없으니까지. 이유가 뭐겠어?"
바로 전날에도 소피아의 몸을 물고 빨고 돌리며 한껏 즐긴 주제에 기레스는 넉살 좋게 거짓말을 해나갔다.
"후우.. 너니까 말하는 거지만 나도 걱정이란 말이다."
"뭐가?"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잖아? 어차피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 리도 없지만, 만약에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을 내가 과연 이런 왜소한.... 물건으로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항상 하곤 하거든.. 하일즈처럼 컸다면 이렇게까지 걱정하지는 않았을 텐데.."
마지막 말만은 기레스의 진심어린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이세계에 와서 온갖가지 수모란 수모는 다 겪으며 참아왔지만, 자신의 성기가 남들보다 작은 것 하나만큼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기레스였다.
"나와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클로에는 살짝 기레스를 흘끔거리다가 관심없는 척, 시원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 연습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니.. 기레스 네가 자신에게 너무 자신이 없어 하는 것 같길래 말야."
기레스의 손에 기분이 좋은 것은 별론으로 그녀는 기레스를 동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기레스에게 받은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빚을 갚아준 것부터 시작해, 하일즈와의 사이를 개선해 주고, 언제나 자신을 도와줬으며 최근에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마음이 일 정도로 그녀는 기레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레스에게 받은 것에 비해 준 것은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자신의 연습을 돕는 것 자체가 기레스에게는 최고의 포상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클로에는 기레스와 연습한 그 행위마저도 기레스의 도움을 받은 '빚'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연애감정같은 게 있는 건 아니어도 기레스가 싫지는 않으니까.. 지금껏 받은 빚도 있고..'
클로에는 기레스가 준 3500만 에보나라는 돈을 떠올리면서 애써 자신의 마음을 포장해 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기레스를 향해 느끼는 이 감정을 단순히 고마움에서 온 호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기레스도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연습을 도와주었는데.. 나도... 연습 정도라면..'
기레스와 클로에의 연습관계는 '스스로가 떳떳하면' 좋은 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클로에는 자신만 똑바로 하일즈에게 떳떳할 수 있게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기레스에게 애무를 허용해 주어도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기레스 너도 나중에 생길 여자친구를 위해서 배우고 있다고 했던 거잖아..? 나 나도 하일즈와의 애무를 대비해서 너와 연습을 해봐서 아는데.. 연습을 해두면 아무래도 안심이 되거든.."
기레스가 긴 시간을 들여 마음 속 깊히 새겨둔 안심이라는 마음을 클로에는 경험자로서 조언하듯 어쩐지 들뜬 어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말야. 내가 너를 애무하는 건 아니지. 넌 하일즈의 여자친군데.."
기레스는 살짝 눈을 내리깔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런 기레스를 클로에는 어이없다는 듯, 지그시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사심은 없잖아?"
"그야 물론이지. 내 마음은 백지장처럼 깨끗하다고."
기레스는 가슴을 탕탕 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면, 나는 기레스 너를 애무하면서 사심을 품고 있었을 거라고,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거야?"
클로에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기레스는 살짝 당황한 척을 하며 말했다.
"윽.. 그런 건 아니지.."
"예전에 네게 받은 빚도 있고.. 난 지금은 사심이 없다는 널 믿으니까.. 거기에.."
'기레스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무심결에 본심이 튀어나올 뻔 했던 클로에는 가까스로 목구멍을 넘어오던 자신의 말을 집어 삼켰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습 차원으로.. 그 그래.. 기레스는 안마를 하고, 하일즈는 애무를 하니까,, 애무를 할 때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일까 싶은 그런 느낌을 알고 싶었던 거지.. 응 응..'
그렇게 속으로 자신의 튀어나온 '본심'을 필사적으로 클로에는 변명하면서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레스를 위해서 연습을 도와주고 싶은 것도 본심이지만, 기레스의 애무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것 또한 틀림없는 클로에의 본심이었다. 그녀가 기레스에게 몸을 허락하는 데 어느 쪽이 이유로서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
"거.. 거기에 나도 이후에 하일즈와 하게 될 행위가 궁금하긴 했었거든. 아무래도 예습을 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어떻게 말할까 살짝 고민하던 참이었어."
"그랬어?"
"그래.. 그런거니까 겸사겸사 기레스 너도 연습하고 싶다고 한다면, 애... 애무라고해도, 연습을 도와줄 용의는 있다는 거야."
클로에는 제 딴에는 잘 둘러댔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녀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기레스에게는 어린아이의 예쁜 재롱을 보는 것만큼이나 귀엽게만 느껴지는 변명이었다.
"나야. 동정이고, 미래를 대비해서 이런 연습을 할 수 있다면야 고맙기는 한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거냐?"
클로에는 익히 기레스가 동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기레스의 말로 듣자 본인도 처녀임에도 애무는 해봤다는 경험에 살짝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이고 자시고, 그냥 너라면 그런 연습을 해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클로에는 떨림없이 냉정하게 기레스에게 대답했다.
클로에의 대답에 기레스는 살짝 소매로 눈을 가렸다.
"기레스?"
"아... 잠깐만.."
잠시 눈을 가리고 기레스는 팔로 눈을 가리고 눈물을 참는 척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나를 이렇게까지 믿어준 사람은 처음이라서 조금 감동한 모양이야."
동정심을 부추기는 필사적으로 쥐어짠 기레스의 붉은 눈시울에 클로에의 '애무에 대한' 죄책감은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져 버렸다.
"그럼.. 이왕 하는 거 기대에 응해 열심히 연습해 보도록 할게."
"엇? 음.."
[꿀꺽]
기레스의 의욕적인 말에 클로에는 기대감으로 혀 밑에 고인 군침을 저도 모르게 삼켜 넘겼다.
클로에는 겉옷을 벗어던지고는 살짝 눈을 감고 기레스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일즈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기레스는 어떨까?'
그녀의 안에선 기레스의 손도 하일즈처럼 기분 나빴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기레스'라면' 얼마나 자신의 몸을 기분 좋게 애무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기레스의 애무도 하일즈처럼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하일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레스'라면' 그럴 리가 없다고 이미 확신하고 있는 클로에가 있었다.
"음.. 역시 부담인걸."
기레스는 속옷 없이도 봉긋 솟아 보기만 해도 음심이 치솟는 모양 좋은 클로에의 유방을 보면서 망설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투박하게 말하면서 기레스는 그대로 클로에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잇.."
클로에는 자신의 예쁜 유두에 닿는 기이한 느낌에 흠칫 몸을 떨었다.
'이 이건.'
눈을 뜨고 보면 기레스의 혀가 자신의 유두를 핥고 돌리고 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은 각각 한쪽 가슴과 허리를 둘러 주무르는데, 하일즈가 만지는 것과는 전혀 달라서 클로에는 순식간에 몸이 질끈 달아올랐다.
"하으으..응."
기레스에게 안마를 받을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욕이 뚝뚝 묻은 흐느끼는 신음소리가 클로에의 목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뭐야 이거...'
안마를 받을 때도, 이따금씩 몸이 근질거리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후끈 거리며 달아오른 적은 없었다. 단순히 달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클로에는 자신의 부드러운 살 안에 곱게 숨어 있던 지독하게 올라오는 쾌감에 생각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하일즈가 자신을 만져 주었을 때도, 하일즈를 애무할 때도, 자신의 음부에 손을 살짝 대보았을 때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농축된 엑기스 덩어리 같은 진한 쾌락은 클로에에게는 너무나도 감미로우면서도 무서운 것이었다.
"하읏.. 자 잠깐.."
"어? 뭐 뭔가 기분 나빴어?"
기레스는 마치 처음이어서 뭔가 실수라도 했는지 걱정하는 투로 손을 화들짝 떼었다.
기레스가 손을 떼자 부글거리면서 올라오던 음열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몸이 천천히 진정되어감과 동시에 클로에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이대로 기레스의 애무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라는두려움과 기대감이었다.
'어 어쩌지..'
미지의 쾌감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에 클로에는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미안해! 클로에."
"어?"
"내가 너무 기분을 냈던 모양이야. 처음이니까, 천천히 해나갔어야 하는데. 그렇게 기분나빠할 줄은 몰랐어. 일단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기레스는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나 자신의 옷가짐을 정돈해 나갔다. 클로에의 몸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애무까지 와서도, 기레스는 한결 같았다. 클로에는 자신이 품은 '사심' 때문에 기레스의 '사심없는' 연습을 방해했다는 죄책감에 당황하며 말했다.
"아 아냐."
약간 다급함마저도 느껴지는 클로에의 말에 기레스는 짐짓 모른 척 되물었다.
"뭐?"
"하일즈는 입으로 애무한 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했던 것 뿐이야. 기분이 나쁜 게 아니니까..."
발갛게 달아오른 클로에의 입에서 뿌옇게 새어 나오는 입김은 어딘지 요염함을 풍기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 더.. 연습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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