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79화 (79/238)

〈 79화 〉 클로에(34)

* * *

"흠.. 그러고 보니 이왕 한다고 하면 확실하게 씻고 내일 하는 게 좋을까?"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 클로에에게 기레스가 말했다.

"뭐?"

"나도 하루에 한번 정도 씻기는 하지만 말야. 역시 입으로 하는 거니까 깔끔하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

기레스의 말을 들은 클로에는 기레스를 멀뚱거리며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지금 해도 좋아."

"뭐?"

"어차피 내가 하일즈에게 권한다고 한다면 하일즈도 기레스 너와 비슷한 상황일 것 아냐. 연습을 한다면 그런 것도 대비해서 철저히 준비해둬야지."

"으음~ 확실히 그렇군."

새어나올 것 같은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기레스는 진중한 얼굴로 납득하는 척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럼 사양않고 받아볼까?"

기레스는 바지 밖으로 빼꼼 고개를 들어올린 육봉을 내세우며 말했다.

'음..'

기세좋게 하자고 말하기는 했지만, 타인의 성기를 빤다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 리는 없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조차도 그럴진대, 고지식한 클로에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필시 기레스의 이런 교육이 아니었다면, 젤가처럼 평생을 하일즈에게 입으로 해주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고지식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클로에는 기레스의 성기를 눈앞에 두고 '그렇기에' 이 연습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습하면 나라해도 적응할 수 있을테니까..'

실전에서 혼자 적응할 자신은 없지만 이렇게 천천히 기레스와 연습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고지식한 자신도 충분히 남자의 성기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방금전까지 연습해 나름 익숙해진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클로에는 자신의 탐스러운 두 봉우리로 기레스의 육봉을 휘감았다.

'응.'

오늘 기레스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던 행위였음에도 지금은 어쩐지 재미까지 느낄 정도로 익숙해진 자신을 보며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해 갔다.

클로에는 기레스의 육봉을 자신의 유방에 파묻어 능숙하게 위 아래로 부비적대면서 애무해 나갔다.

"잠깐 잠깐.."

기레스는 클로에를 살짝 제지했다.

"또 뭐야. 기레스."

클로에는 어딘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와서 생각난 건데.. 내 물건은... 작으니까.. 쳇...."

기레스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래도 가슴으로 애무하면서 입으로까지 하기는 힘들거야."

흘끔 자신의 가슴에 푹 파묻힌 기레스의 육봉을 보고 클로에는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면.."

클로에는 자신의 가슴을 들어서 기레스의 성기를 꺼내고는 천천히 앵두같은 입술을 기레스의 성기를 향해 가져갔다.

"이러면 됐지?"

'연습은 어쩌고?'

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이미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클로에는 가슴으로 애무하면서 입을 사용하는 게 아닌 '입만을 사용해서' 기레스를 기쁘게 만들어 버릴 목적으로 기레스의 성기를 자신의 입 안에 가져갔다.

다소 부담스러운 남자의 성기라고는 해도, 하일즈의 대물을 몇번이고 보았는지라 기레스의 성기에 대한 클로에의 부담감은 상당히 적었다. 전화위복이라고 기레스는 오히려 적절히 작은 성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클로에의 펠라치오를 더욱 쉽게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클로에는 머뭇거리다가 슬그머니 자신의 입 안에 기레스의 자지를 머금었다.

'조금 짠가..?'

하일즈의 물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탓에 클로에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혀로 기레스의 물건을 핥아 올리며 살짝 맛까지 맛볼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클로에의 뜨뜻한 열기로 휘감긴 기레스의 자지는 혀를 느끼고는 파들거리며 그녀의 입 안에서 데굴 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어찌할 줄 몰라 초조해 하는 것 같이 와들거리는 기레스의 성기를 입 안으로 느끼자 클로에는 살짝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녀는 기쁜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혀를 놀려 나간다.

자신의 입에 기분이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는 기레스. 그것은 하일즈도 기분이 좋아질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기레스의 자지가 흥분하는 것에 자신이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그녀는 납득해 나간다.

"으움... 햣?"

기레스의 물건을 머금고 있는 클로에의 몸이 흠칫 떨렸다. 기레스의 손이 그녀의 양쪽 팔에 닿았기 때문이다.

'아아... 안마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당황했던 숨소리는 삽시간에 차분해 졌다. 이미 기레스의 안마에 대한 그녀의 경계심은 티끌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닿을 듯 말듯 살살 피부의 끝자락을 쓸어 넘기는 기레스의 손은 마치 초콜릿을 중탕해 녹이는 것처럼 클로에의 서서히 기분을 고양시키게 만들었다.

"하아우음.. 쪼옥."

달콤하게 저리는 감각에 클로에는 ­하일즈를 위해­ 기레스를 더욱 기쁘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워나갔다.

'조금 더..'

자신이 부끄러움을 조금 참는 것만으로 '하일즈'는 기뻐해 주었다. 그것을 상상하면서 그녀는 '기레스'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조금씩 적극적으로 혀를 놀려 나갔다.

혀부터 시작해, 이윽고 머리까지 살살 흔들어 가면서 클로에는 기레스의 육봉을 정성껏 애무해 나갔다.

그녀의 적당한 미열로 기분 좋은 입 안에서 기레스의 성기는 쫑긋 거리면서 바들거린다.

"읏.."

작게 기레스는 신음하며 성기를 옮겼다. 그 신음소리에 클로에는 성기를 입에 문 채로, 기레스의 표정을 올려다 본다.

꼭 '여기서 더 느껴선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고뇌하는 친구' 같은 기레스의 표정에 클로에의 성기를 문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서렸다.

클로에의 탐스러운 혀가 오면 바들거리는 성기는 살짝 도망치듯 움직인다. 움직이면서도 클로에의 입 안 구석구석의 성감대를 잔뜩 휘저어서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을 기레스는 잊지 않는다.

부들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참는 듯한 기레스의 육봉이 살짝 달아나면 클로에의 혀는 놓치지 않고 들러 붙는다. 그 혀와 성기의 움직임은 마치 즐겁게 숨바꼭질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사람은 기분에 의해 평가가 달라진다. 기분이 나쁠 때면 그 어떤 멋진 행동도 꼴사나워 보이기 마련이고, 기분이 좋을 때면 잘못도 예뻐 보이기 마련인 것이다. 기레스의 손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쾌락에 절여진 클로에는 자신의 혀로 기레스의 성기를 농락하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행위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클로에! 떠 떨어져.."

울컥거리는 기레스의 맥동하는 육봉은 사정의 신호를 발하고 있었다.

"으으으으.."

곧장 쏟아낼 수도 있으면서도 기레스는 땀을 삐질거리며 필사적으로 참는 연기를 클로에에게 보여주었다.

기레스의 다급한 외침에도 클로에는 여전히 입을 떼지 않고 혀를 넬름거리며 기레스의 귀두 끝을 끈적하게 빨아 올려 나갔다.

"크하앗.."

이윽고 기레스의 정자가 클로에의 입 안에 왈칵 쏟아졌다.

'으흐응!'

기레스는 벌벌 거리며 사정하는 틈을 타 재빨리 손과 육봉을 이용해 클로에의 작은 절정을 유도했다. 클로에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 좋음을 느끼면서 기레스의 정액을 내뱉지도 않고 그대로 입 안에 받아들였다.

비릿한 내음이 그녀의 입 안을 타고 코 끝에 전해짐에도 클로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정액을 머금고 있는 발갛게 봉숭아 빛이 감도는 얼굴은 이례없는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속으로는 기뻐 죽겠으면서도 기레스는 되려 클로에에게 언성을 높히며 따지듯 말했다.

"정액은.. 이런 맛이구나."

쾌락에 취해 클로에는 멍한 눈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클로에 너..!"

"으읏! 차 착각하지 마. 혹시라도 실전 때, 하일즈가 내 입에 그.. 정액을 싸버릴 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미리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살짝 쾌감이 가셔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클로에는 당황하면서 기레스에게나 먹힐 허울 좋은 변명을 늘여 놓았다. 지금까지 하일즈의 정액을 단 한방울도 놓치지 않고 피하거나 막아낸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 그런거냐. 깜짝 놀랐다고.. 후우..."

그것을 기레스는 순진한 척, 받아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클로에가 보기에 모양새만 보면 기레스의 행동거지는 정말로 자신을 위하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꿀꺽]

그렇게 기레스가 중얼거리며 투덜거리고 있을 때, 클로에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별로 좋은 맛은 아니지만.. 이정도라면 괜찮을지도.. 아으.. 분위기에 취해 버렸다지만, 내가 무슨 짓을 한거람..'

클로에는 입 안에 살짝 고여 있던 기레스의 남은 정액을 혀로 모아 삼키며 자신을 질책했다. 현자타임이 온 지금 다시금 자신의 행위를 곱씹어 보자 클로에는 부끄러움에 시뻘겋게 물든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 뒤 그녀는 몸에 살짝 남겨진 여운을 만끽하며 그 날의 연습을 끝마쳤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