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78화 (78/238)

〈 78화 〉 클로에(33)

* * *

"그런 일이 있었는데 말야."

기레스의 앞에서 클로에는 하일즈가 요구했던 일을 마치 고자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기레스에게 늘여 놓았다.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는.. 하일즈가 원해오면 해주면 되지. 좋은 일이잖아?"

하일즈가 클로에를 요구한다는 건 그만큼 클로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레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말야. 또 그때처럼 하일즈가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클로에의 마음 속에는 하일즈가 소피아의 행위에 의해 그녀의 애무를 등한시 했던 쓰라린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뒷공작을 기레스가 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녀는 자신의 불안을 만든 장본인에게 상담했다.

"시원스럽기만 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도 참, 의외로 많이 담아놓고 사는구나.. 그럼 연습이라도 해볼래?"

기레스의 말에 클로에의 몸이 살짝 떨렸다. 기레스가 연습을 권해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시리게 만들던 불안은 평온하게 가라앉았다.

"으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클로에의 얼굴엔 부끄러움은 존재해도 망설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일단 벗어야 겠네."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다리에 매달리는 듯 접근해 바지를 내리려는 클로에에게 기레스는 지적하듯 말했다.

"뭐하는 거야. 너도 벗어야 되는거야."

"어? 나도?"

지금까지는 옷을 벗지 않고도 항상 연습할 수 있었기에 '옷을 벗는다' 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클로에는 토끼눈을 뜨고 놀라며 되물었다.

"하일즈가 가슴으로 애무해 주기를 바랬다면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그야.. 가슴으로 이렇게 눌러서 비빈다거나..."

클로에는 자신의 가슴으로 압박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앳된 제스쳐인지라 더욱 음란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 기레스는 생각했다.

'딱히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애새끼도 아니고...'

아무리 이세계가 정보가 단절되어 있다고 해도, 클로에의 나이면 대부분 알 만한 것은 알 나이다. 항상 고고한 위치에서 동경어린 시선만을 받기 일쑤였던 클로에는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성에 대한 지식이 더욱 부족했다.

"그것도 나름대로는 좋아하겠지만, 아마 하일즈가 하고 싶었던 건 맨살의 가슴 사이에 끼워지고 싶었던 걸 거야."

"아... 으읏!??"

클로에는 잠시 눈을 위로 굴리며 상상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역시.. 물어봐서 다행이야.'

기레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필시 자신의 미숙한 지식에 하일즈가 실망했을 것이라 생각해,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은 별론으로, 클로에는 기레스에게 물어봐서 좋았다고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었다. 이런 남자의 문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기레스에게 의지하는 편이 편하다고 클로에는 마음 속으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바뀌어 버린 것이다.

클로에는 수줍어 하면서도 착실하게 자신의 옷가짐을 천천히 풀어제꼈다. 사르륵 거리는 옷가짐이 떨어지는 소리에 클로에의 뽀얀 맨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교실 안을 비추는 은은한 불빛은 클로에의 속살을 봉숭아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지금껏 수도 없이 클로에의 몸을 매만져 왔지만, 클로에의 나신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기레스도 아닌 척 하면서도 그녀의 가녀린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깨선을 따라 속옷마저 벗은 클로에의 발갛게 빛나는 육체는 너무나도 감미로워 보였다. 기레스의 손에 의해 여성성이 눈뜬 클로에의 육체는 싱그러움을 벗어 던지고 농익은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소피아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가슴은 작았지만, 클로에의 신체는 더 가녀린 느낌이었기에, 봉긋 솟은 탐스러운 유방은 그녀의 신체에 딱 드러맞는 옷처럼 몸매의 매력을 한껏 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마."

클로에는 기레스가 빤히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손으로 몸을 가리면서 말했다.

"아아 미안."

".....?"

무표정한 얼굴로 홱하니 기레스가 고개를 돌리자 클로에는 살짝 가슴이 답답해 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

클로에의 유방은 소피아와 비교하면 작았지만, 주관을 벗어던지고 객관적으로 봐도 거유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로 풍만했기에 기레스의 육봉을 전부 머금는 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으.."

기레스를 철썩같이 믿는 것과는 별개로 이 행위에 대한 부담감이나 부끄러움이 생기는 것은 별 수 없었던 클로에는 기레스의 앞에 앉아 머뭇거리고 있었다.

"나한테는 상관 없지만 하일즈에게는 그렇게 싫은 티를 내지 않는 게 좋을거야."

'딱히 싫은 건 아닌데..'

부끄러움에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지만, 클로에는 기레스와의 연습이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어차피 '기레스니까' 이 행위는 연습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남는 것은 이 행위가 즐거운가 즐겁지 않은가의 문제만 남게 된다.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그녀는 기레스와의 연습이 즐겁다고 느끼고 있었다.

"알았어."

퉁명스레 대답하곤 클로에는 기레스의 육봉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계절이 계절이기 때문일까, 클로에의 탱글탱글한 유방의 겉살은 서늘함으로 코팅이 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보드라운 속살은 체온으로 따스해서 자지를 머금고만 있을 뿐인데도 절로 전신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클로에도 자신의 반짝이는 과실 덩어리 사이에서 기레스의 자지가 꿈틀이는 것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기레스는 살살 자지를 쫑긋 거리며 미리 묻어 둔 성감의 지뢰 쪽으로 슬금슬금 자신의 육봉을 움직였다.

'뭔가 기분 좋아..'

딱히 기레스가 안마를 하지 않았음에도 클로에는 전신이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기레스를 애무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은 착각은 아주 조금씩 그녀의 머리에 심어져 나갔다.

"그럼 클로에. 연습을 시작하자."

기본적으로 기레스의 연습방침은 방임주의다. 어차피 스스로가 만든 설정 상 기레스 자신도 동정에 지나지 않기에 여성의 '파이즈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방법 따위는 알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때문에 기레스는 클로에 스스로가 연습을 하도록 하고, 자신이 감상을 말해주며 교정해 주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권했다.

기레스와의 수업으로 한껏 개발되어버린 뱀처럼 요사스러웠던 손놀림에 비하면 클로에의 첫 파이즈리는 마치 숫처녀 같은 풋내가 풀풀 풍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기레스의 육봉에 집중해 하나 하나 기레스의 육봉이 가르치는 방향 대로 자신의 가슴을 놀려 나갔다. 손으로 육봉을 애무하는 것과 가슴으로 애무하는 것은 사실 도구만 달라졌을 뿐, 크게 다른 것은 아니기에 금새 클로에는 요령을 적응해 나갔다.

'기레스는 이 부분을 좋아 했었던가..?'

마치 매끄러운 무언가로 코팅이라도 된 것만 같은 쫄깃한 가슴이 기레스의 육봉을 머금고 돌리면 기레스의 자지는 그에 화답하듯 쫑긋 클로에의 가슴 속에서 반응해 나간다.

그 쫑쫑거리는 느낌에 클로에는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유방을 출렁여 나간다.

"음.."

"어때?"

"기분은 좋아. 당장이라도 사정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애무였다고 생각해."

덤덤하게 기레스는 사무적인 어조로 클로에의 애무를 평가해 나갔다. 그런 기레스의 태도에 클로에의 얼굴에는 살짝 핏기가 가셔, 평소의 냉정한 표정이 되었다.

'조금 쯤은 하일즈처럼 앙앙 거려도 좋을텐데..'

그녀는 고요한 눈으로 기레스를 보며 아쉬워 했다. 기레스도 절정 전후에는 신음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무덤덤한 감정을 연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뭔가 조금 아쉬운데."

기레스는 턱을 손으로 만지며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척읋 했다.

"뭐?"

"음..."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클로에의 말에 기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클로에 이건 일단 듣기만 해줘."

"??"

"그 가슴으로 애무하는 도중에 말야. 혀로 하일즈의 물건을 애무해 주는 건 어떨까?"

"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혀라니.."

당연히 발갛게 얼굴을 달구며 클로에는 당황해 했다.

"나도 이런 쪽으로는 관심이 많아서 사실 조금 알고 있는데.. 연인 사이에는 입으로 기분 좋게 해주는 경우도 있거든...? 가슴만으로도 훌륭해서 충분히 기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야. 여기에 예상치 못한 입의 애무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기레스의 말을 들은 클로에의 머릿속에는 하일즈의 방방 뛰면서 기뻐 날뛰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일즈라면 반드시 좋아해 주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거기까지 나와 연습하는 건 조금 애매할테니까.. 남은 건 하일즈와 함께 맞춰 나가는 쪽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

하일즈와 자신을 배려해주는 기레스의 발언에 클로에는 특유의 냉정한 표정으로 기레스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기레스. 오늘 내가 처음으로 가슴으로 해줄 때 말야, 연습하기 전에도 기분이 좋았어?"

기레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편 없었지."

거짓말은 필요 없다. 여기서는 클로에가 듣고 싶은 말을 정직하게 내뱉어 주면 그것으로 좋았다.

"그럼 그.... 입으로 한다는 건 어떨 것 같아?"

클로에는 쑥스러움을 필사적으로 감추며 당당히 기레스에게 물었다. 수줍은 표정 안에는 모든 학생들이 동경해 마지 않는 카리스마가 서려 있었다.

"아마 처음엔 별로일 수도 있겠지."

"그럼... 실망할 수도 있을테니.. 연습해야 하잖아."

"하지만 괜찮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아니..솔직히 내가 말하기는 뭣하지만 오늘 가슴으로 연습한 것도 좀 그랬잖아?"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기레스는 망설이는 척을 하며 말했다.

어차피 거절 했다면 또 소피아를 이용해 더 깊은 트라우마를 새겨줄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소피아를 이용하지 않아도 클로에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믿고 의지하는 것은 확실히 최고의 상황이었다.

"난 너를 믿고 있으니까 괜찮아. 어차피 기레스 너니까 사심은 없을 것 아냐?"

기레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척 하다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기레스의 뜻을 확인한 클로에의 마음 속에 망설임은 확실하게 사라졌다. 설사 자신이 입으로 다른 남성의 성기를 입에 문다 해도 상대가 사심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레스라면 '부정은 아니다' 라는 엇나간 믿음은 이미 부동의 진리처럼 클로에의 안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럼.. 연습을 도와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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