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클로에(30)
* * *
포근하게 펴져나가는 따스한 열기 속에서 클로에는 기레스의 육봉을 손으로 감아 올리고 있었다. 기레스가 가르쳐 준 애무의 기술은 마치 오랜 기간을 사귀어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애인의 음탕한 봉사를 연상케 했지만, 클로에한테 그런 자각은 거의 없었다.
'읏..'
정면에서 기레스는 특유의 관심없다는 듯한 무표정을 취하며 클로에에게 손을 서서히 내밀었다.
"후우.."
오랜만에 기레스의 안마를 받자 클로에는 얇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최근에는 기레스와 애무의 연습을 한답시고, 안마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적잖게 기레스의 안마를 기대하고 있었다.
"클로에!"
"어?"
"이럼 안되잖아. 손이 멈췄다고."
어느샌가 클로에는 손을 멈추고 눈을 감고 기레스의 안마를 음미하고 있었다. 어제 하일즈의 안마에 잔뜩 뭉쳐버린 불쾌함이 풀리는 상쾌함에 한순간 정신을 놓아 버린 것이다.
"내 안마로도 이정도라면, 하일즈의 안마에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거라고!"
훈련사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기레스는 엄격한 어투로 클로에를 나무랐다.
"아 알았어."
클로에는 정신을 집중해 다시 애무를 진행시켜 나갔다. 애무에 집중하는만큼 클로에의 의식은 기레스의 안마에서 살짝 멀어졌다. 그리고 그 틈을 기레스는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온다.
지금까지 안마를 할 때, 기레스는 그녀의 자신도 모르는 잠들어 있는 성감대를 일깨워 음란성을 개발해 나가긴 해도, 클로에가 음란하다고 느낄 법한 안마만은 필사적으로 피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응... 하.."
'뜨거워..'
기레스의 손이 어깨를 문질 거리는 것만으로 그녀의 입에선 단숨이 새어나왔다. 술에라도 취한 것처럼 몽롱한 기분으로 시원한 감각보다는 안쪽부터 차고 올라오는 저릿한 쾌감이 땅을 뚫고 싹을 틔웠다.
"클로에에에에!"
기레스의 엄한 소리가 클로에의 정신을 깨웠다.
"어 어어..? 하고 있었잖아."
'분명 손은 움직이고 있었을텐데?'
아직도 손가락에는 느낌이 남아있었기에 클로에는 벙찐 얼굴로 변명했다.
"그건 그냥 만지기만 할 뿐이야. 연습하기 전보다도 못할 정도로 어설펐다고!"
"그 그랬어?"
오랜만에 느끼는 기레스의 안마에 머리가 새하얘졌던 클로에는 자신이 어떤 안마를 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집중해 줘!"
"알았어."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야말로 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기레스의 육봉을 잡았다.
"후우.."
기레스는 한숨을 쉬면서 다시 클로에의 몸을 주물러 나갔다. 어깨를 주물러 나가던 손은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어깨선을 따라 그녀의 예쁜 목덜미로 향했다.
'아..'
등 뒤에서 어깨선을 따라 목을 안마하는 것은 있었어도, 이렇게 정면에서 자신의 목을 안마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던 클로에는 살짝 당황하며 손을 멈추고는 기레스를 바라 보았다. 바로 지근거리에서 클로에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레스의 눈은 그녀의 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안마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감정은 전혀 없다는 듯 너무도 진중한 얼굴에 클로에는 내심 감탄하며 생각했다.
'이녀석은 정말 사심이 없는 건가? 아니 그보다 나도 이렇게 애무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아주 짧은 멈칫거림에 기다렸다는 듯, 기레스의 노성이 교실 내에 울려 퍼졌다.
"클로에에에에!"
"흥분 하지 마. 이번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클로에는 당당하게 기레스의 앞에서 불만을 내뱉었다.
"응? 무슨 이유?"
악덕 교사 같은 능글맞은 어조로 말하는 클로에는 퉁명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뭔가 신이 난 것 같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이겠지?"
"그게 싫다면, 연습했던 것처럼 나를 보내 버리라고. 지금까지 연습했던 애무는 도대체 어따 팔아 먹었냐?"
"하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목'을 안마하면 아무래도 서로의 모습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잖아. 안마의 느낌은 빼고 생각한다해도.."
"흠.. 그것도 그런가.."
클로에의 자세는 다소곳히 무릎을 꿇고 기레스의 하반신을 만지고 있는 자세였기에 필연적으로 기레스는 그녀의 상반신 밖에 안마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일즈는 그녀의 어깨나 다른 부위 뿐 아니라, 잘 여문 가슴을 주무를 수 있었지만, 야한 행위는 금지가 되어 있는 기레스에겐 안마를 할 수 있는 부위가 매우 한정적이었던 것이다.
"그럼 자세를 바꿀까?"
"뭐?"
기레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의 앞으로 나가선 언제 준비해 뒀는지 교탁 안에서 모포를 꺼내 들었다. 물건을 달랑 거리며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클로에가 보는 앞에서 바닥에 모포를 반듯하게 깔고는 그대로 그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일단 내가 여기에 눕고."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웠다. 자연히 그의 물건도 위를 향하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클로에 네가 내 배에 앉아서 애무하게 되면 딱히 나를 보지 않고도 안마를 할 수 있을거야."
"아 아니.. 하지만 그건.."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클로에는 입을 우물거렸다. 기레스의 물건을 애무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이상, 고작해야 자세를 바꾸는 것만 가지고 따지기에는 명분이 약해던 것이다.
'음..'
클로에는 방금 자신의 목덜미를 안마하던 기레스가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시선조차 주지 않고 열심히 안마만을 집중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붉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레스가 저렇게 사심 없이 진심이라면 다소 창피하더라도 자신도 그에 응해 진지하게 연습해 나가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알았어."
기레스의 배에 클로에는 주저앉는 듯한 자세로 올라탔다. 클로에의 탐스러운 엉덩이는 옷 위로도 그 탱탱함을 숨길 수 없어 그것을 느낀 기레스의 물건은 조금 전보다 더욱 꼿꼿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보자.."
기레스의 신호에 클로에는 벌써 몇번이고 퇴짜를 맞은 애무의 연습을 재개했다.
'기레스는 내 애무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어. 나도 그정도가 되지 않으면.. 안돼. '
이번에는 절대로 의식을 놓지 않고 기레스를 가버리게 만들겠다고 마음 깊히 다짐했다.
처음 기레스에게 상담해 왔던 동기는 이미 흐지부지 되어 그녀는 필사적으로 기레스의 안마를 참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흐읏.."
살살 기레스는 그녀의 다소곳한 발가락부터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클로에의 몸 곳곳에 매설해 둔 쾌락의 지뢰를 기레스는 작은 것부터 천천히 기폭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클로에의 고운 미간은 어지럽게 흔들린다.
'할 수 있어.'
자신의 애무에도 기레스는 순수하게 안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기레스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레스의 안마에 정신이 팔려 손을 멈추는 것은 기레스의 저 순수한 도움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클로에는 평소 시선을 은근 피할 때와 달리 이례적으로 기레스의 육봉에 집중해 나갔다.
몸 안에서 터져나오는 쾌락에도 필사적으로 기레스의 육봉을 어루만져 나갔다. 자신의 몸에 원초적인 쾌락이 새겨져 나가고 있음에도 그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기레스의 안마는 평소 그녀에게 해준 안마와는 꽤나 다른 느낌이었음에도, 모든 의식을 기레스의 육봉에 집중해, 입술을 질근 물어가면서 필사적으로 애무를 해나가는 그녀는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총기난사와 미사일 폭격만큼 차이가 나지만 의식하지 않고 보면 양쪽 다 전투에 지나지 않는 그런 느낌으로, 클로에는 기레스의 손을 단순히 기분 좋다라고만 인식하고 있었다.
"하아... 하으으."
이전 기레스의 안마를 받으면 나왔던 후련한 숨소리는 끈끈하고 달콤하게 변해 있었다.
발가락을 타고 들끓어 오르는 음열의 느낌은 나무나도 기분이 좋다. 몸 안을 씻어내는 것 같은 상쾌함과는 또 다른 지독한 쾌락은 천천히 클로에의 몸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 쾌감을 무시하고 또 무시해 무아의 상태로 클로에는 기레스의 발기한 자지를 향해 모든 의식을 집중했다.
"흐응.. 흐으.."
기레스를 보내기 위해, 손을 정신없이 놀리면서도 숨소리가 새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자신이 어떤 음탕한 숨소리를 내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바로 눈앞에 놓인 기레스의 자지만을 의지해, 자신의 음탕한 기술을 습관처럼 만들어 애무해 나간다.
쾌락을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레스의 육봉에 의지해 나가는 클로에의 모습은 뒤에서 봐도 절경 중의 절경이었다.
기레스의 손은 뱀이 기어 올라가는 것처럼 발가락에 이어 다리를 따라 클로에의 허벅지를 향해 올라간다.
그 손길은 이미 안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음탕했지만 이미 기레스가 어디를 어떻게 만지는 지 클로에는 자각이 없다. 스멀스멀 진하게 피어오른 쾌락을 참기 위해 그녀의 모든 의식은 기레스의 육봉에 몰려 있었다.
기레스의 손이 슬그머니 허리를 감아 올리자, 쌓아 올린 짜릿한 쾌감은 그대로 터져 클로에의 자궁을 찌르르 떨리게 만들었다.
"하으응..."
클로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마지막 기레스가 그녀에게 맛보여 준 것은 기레스의 손에 의해 클로에의 속 안에서 들끓었던 '쌓아 올려진 욕구불만'을 한번에 날려 버리는 상쾌함이었다.
그 상쾌한 절정의 느낌은 평소 기레스가 언제나 만끽하게 해 주었던 안마의 느낌과 어딘지 다르면서도 어디가 다른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비슷했다.
'또 참지 못했어.'
평소 기레스가 보여주던 시원한 안마에 클로에는 넋을 놓은 표정으로 아쉬워 하며 분해했다.
"잘했어 클로에!"
"뭐..?"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녀의 손에는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안마의 상쾌함에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녀는 기레스를 사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손에 걸린 음란한 결정체를 쥐며 살짝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기뻐했다. 매사 '어려운 것'이 없었던 클로에에게 힘든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만큼 기레스의 쾌락을 참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였지만 그 현실에 클로에의 의식은 닿지 않는다.
"후.. 정말 군더더기가 없는 애무였어. 하아.."
고의적으로 사정했음에도 기레스는 조심스럽게 숨을 헐떡거리는 척을 하고 있었다. 마치 연습의 행위로 취급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기분이 좋아서 참을 수 없었다'라는 듯한 표정에 클로에의 성취감은 더욱 달아 올랐다.
"하일즈의 안마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이렇게 연습을 해나가면 그래도 나름의 성과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 그럴지도."
기레스와 하일즈의 안마는 완전히 반대의 느낌이었지만, 클로에는 확실히 방금 전 자신의 집중력은 대단했다고 생각했다. 애무가 끝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기레스의 육봉의 형태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로 그녀는 전에 없이 집중했던 것이다.
"후우.."
클로에는 팔을 들어 몸을 배배 꼬면서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났다.
'상쾌하다.'
언제나 기레스의 안마를 받으면 느낄 수 있었던 그 상쾌함 속에 기레스의 독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클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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