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73화 (73/238)

〈 73화 〉 클로에(28)

* * *

기레스와 특훈을 한 지, 며칠 후 클로에는 방과 후 하일즈와 데이트를 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좋아..'

"저기 하일즈?"

"어? 어어.. 무슨 일이야 클로에?"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고 있던 하일즈는 클로에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저기... 그... 오늘 하지 않을래?"

클로에는 붉게 물든 얼굴로 한껏 쭈뼛거리며 하일즈에게 말했다.

"뭐를?"

하일즈는 심드렁한 태도로 관심이 없다는 듯 그렇게 되물어 왔다.

"그... 애무...를.."

"헤에.."

하일즈는 비릿한 미소를 띄우며 클로에를 바라 보았다.

'내 손 맛을 잊지 못한 건가.. 클로에도 참.. 안 그런 척 해도 음란하단 말야.'

클로에는 순수하게 최근 시원찮았던 하일즈를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연습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부끄러움을 참고 권한 것이지만, 그런 클로에의 사정을 알 리 없는 하일즈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자신의 애무가 그리워서 요구해 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 내키지 않는단 말야.'

하일즈는 얼마 전 소피아와 욕실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저려오는 그 아찔한 마성의 아름다움에 그의 자지는 상상만으로 사정할 것 같이 부르르 떨려 왔다.

소피아와 클로에의 겉으로 보이는 용모는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소피아에게 소피아의 매력이 있다면 클로에에게는 클로에만의 뒤지지 않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여성성을 그다지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는 클로에와, 목소리만으로도 남심을 녹이며 후릴 수 있는 소피아의 스스로의 매력을 살리는 능력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할 수 있었다.

소피아의 손을 맛본 뒤로 클로에의 애무는 어딘지 밍밍하기 짝이 없어서 하일즈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썩 내키지 않아 하고 있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수준의 외모라면 클로에보다는 소피아에게 자신의 물건을 희롱당하고 싶다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단의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일즈는 클로에의 요구에 소피아가 떠올라 슬그머니 성욕이 치밀어 올랐다.

"하일즈?"

"음.. 어쩔까나."

거들먹 거리면서 하일즈는 간을 보았다. 자신이 지금 소피아의 애무에 성욕이 달아오른 것처럼 자신의 안마에 흠뻑 빠져 애무를 권해오는 클로에도 몸이 달아오르길 바랬던 것이다.

'어때? 클로에? 감질나지?'

'왜 히죽거리고 있는거지?'

실실 웃는 하일즈의 모습을 보며 클로에는 영문을 몰라 의아해 했다. 뭐든 척척 해내는 철인이지만, 여전히 남심에 대해서는 매우 서투른 클로에였다. 물론 비단 클로에가 아니라 해도 하일즈의 저 엉뚱한 착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여기선 남자친구인 내가 인심을 써줄 수밖에 없겠군.'

클로에의 의아해 하는 표정을 안마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두려워 하는 표정'으로 착각한 하일즈는 큰 인심이라도 쓰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하일즈와 클로에는 어린 시절 젤가와 함께 만든 그들만의 비밀 기지인 작은 오두막에 들어가 있었다. 이미 겨울을 앞두고 있는 계절이었기에 밖에서 야한 장난을 하기에는 날씨가 쌀쌀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타가 공인하는 사이라고 해도 아직 학생인 하일즈와 클로에는 몸을 섞는다는 것을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클로에는 재기 넘치는 학생에 불과하지만, 하일즈는 마을 내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지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공공연하게 숙박업소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오늘 따라 유달리 적극적인걸?'

차마 클로에의 면전에 대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 고지식했던 클로에의 긍적적인 변화에 하일즈는 실실 웃음을 흘렸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그 변화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기레스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에 하일즈의 기분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나...'

하일즈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천국을 보여줄게.'

천천히 자신의 사타구니를 향해 다가오는 클로에를 보면서 하일즈는 기레스나 지을 법한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으 허엇..?"

야심찬 생각과는 달리 하일즈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뭐 뭐지..?'

클로에의 아리따운 손이 자신의 두툼한 육봉을 부드럽게 휘감는 것만으로 너무나도 기분 좋은 간질거리는 쾌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어머니 때의...'

살살 클로에는 하일즈의 반응을 살피면서 매끄럽게 손을 움직여 나갔다.

'아니 이건 어머니보다도 더...!?'

"으으흣... 하으.."

기레스조차도 나름 적당히 즐길 정도의 실력을 가지게 된 클로에의 손이 주는 쾌감은 소피아의 장난스런 애무보다는 확실히 뛰어났다. 끈적하게 감아 올리면서 요사스럽게 반복하는 클로에의 리듬감 넘치는 왕복운동에 하일즈는 허리를 바들거리면서 쾌감에 심취해 나갔다.

하일즈는 녹아내릴 듯한 표정과, 새어나오는 한심한 신음소리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동정이었던 하일즈에게 이런 음란한 자극은 참을 수 없는 절정감을 치솟게 만들었다.

'저 표정...'

클로에는 하일즈의 한심한 표정을 보고 싱긋 미소지었다. 어느 누가 봐도 여성의 손길에 의해 기뻐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일즈가 기뻐하는 모습에 은근 흥이 난 클로에는 기레스를 사정시켜가며 연습한 자신만의 루트로 연속기를 사용해 나갔다.

'여기서 살짝 손가락으로 들추면서...'

"하으아아아.."

하지만 성심성의껏 준비한 기술이 반의 반도 지나지 않아 하일즈는 사정해 버리고 말았다.

"기분 좋았어?"

클로에는 평소와 같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예전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별 것 없어. 나는 항상 하일즈의 물건을 만지는 데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잖아? 그정도로는 하일즈를 기쁘게 만들 수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적극적으로 해본 것 뿐이야."

그녀는 미리 기레스와 만들어 둔 변명거리를 일말의 주저도 없이 '능숙하게' 하일즈에게 말했다. 어차피 하일즈도 소피아와 클로에를 제외하면 여자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에 다른 여러 여자의 애무가 어떤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기레스는 클로에에게 넌지시 변명거리를 전해 주었던 것이다.

'아... 그런가.. 일전에는 클로에가 부담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와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던 것 뿐이었나! 하긴 풋내나는 애무기는 했어..'

이미 클로에가 기레스에 의해 어지간한 창녀들 못지 않은 기본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하일즈가 알 리 없었다.

'역시 내 안마라니까..'

하일즈는 이런 클로에의 적극성을 끌어낸 것은 틀림없는 자신의 안마의 기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일즈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액으로 살짝 더럽혀진 클로에를 보자 하일즈의 육봉은 다시 힘을 되찾았다.

"클로에. 이번에는 나도 애무해 줄게."

"어? 괘 괜찮은데..."

클로에는 살짝 당황하는 어투로 말했다.

'후후.. 개발 당해가는 자신이 두려운 건가?'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하일즈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이 틀렸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하일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레스의 명령을 받은 소피아가 그렇게 되도록 하일즈의 의식을 숱한 시간을 들여 조교해 왔기 때문이다.

하일즈는 안마를 할때면 도저히 연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간살스러운 소피아의 신음성을 들으며 생전 처음으로 소피아에게 특별한 인정을 받아 땅에 떨어진 자신의 명예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것 뿐이랴, 그는 안마 덕분에 소피아에게 포상으로 전신이 녹아 내릴 것만 같은 애무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안마를 통해 생애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을 겪은 하일즈가 자신의 안마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양하지 않아도 좋아."

하일즈의 말과 표정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신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응? 으응.."

저렇게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하일즈의 모습을 보면 클로에는 도저히 그의 앞에서 안마에 대한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직 기레스와 연습했던 애무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하일즈의 육봉은 거칠게 맥동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사정 직전의 떨림이다.

"으읏... 싸 싼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정액이 공중으로 흩뿌려 진다. 클로에는 그 비좁은 집 안에서도 요령 좋게 정액을 잽싸게 피하고는 하일즈에게 넌지시 물었다.

"만족... 했어?"

"물론이지!"

"다행이다.."

하일즈의 안마에 '방해를 받아' 제대로 애무하기 힘들었던 클로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클로에를 보는 하일즈의 입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내 안마 때문에 집중하지 못했겠지..'

하일즈가 생각하는 것처럼 처음보다 클로에의 기술이 매끄럽지 못한 이유가 '안마 때문'인 것은 맞다. 하지만 같은 안마에 대해 서로 느끼는 온도 차이는 우습게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네 애무가 기분 좋지 않을 리가 없잖아."

부드럽게 하일즈는 제 딴에는 멋진 말이랍시고 분위기를 잡아 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살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은 없었어."

그곳에 소피아의 애무에 빠져 클로에의 손길을 탐탁찮아 했던 하일즈의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개의 꼬리가 있었다면 정신없이 살랑살랑거릴 것이 절로 연상될 정도로 하일즈의 얼굴에는 싱글벙글한 미소로 가득했다, 만족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나오지 않았을 멋진 표정이었다.

'역시... 기레스야.'

그렇게 자신의 남자친구의 한껏 만족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클로에는 기레스가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