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67화 (67/238)

〈 67화 〉 클로에(22)

* * *

"하아... 아으응.."

살과 살이 추잡하게 얽히는 찌걱이는 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 몸을 뒤섞고 있는 부위에는 서로의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기레스... 기레스으.."

간살스러운 목소리로 소피아는 기레스를 애타게 부르며 자신의 것이라는 듯 혀로 핥아 침을 칠해 나간다. 마치 짐승이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이를 낳기 전, 한달여 동안 기레스는 만삭이 된 소피아에게 성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욕구불만으로 가득 찬 소피아는 기레스의 신체를 머리칼 한올 놓치지 않을 것처럼 전신을 이용해 기레스를 만끽해 나갔다.

"스읍.. 하아.."

기레스의 왜소한 몸에 얼굴을 파묻고 소피아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기레스가 딱히 애무를 해주지 않아도 기레스의 품 안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녀의 음부에서는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애액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성기를 이용하지 않고 몸만 부비적 거렸을 뿐인데도 방안에는 음취로 가득 차 있었다. 기레스의 체취를 맡으며 행복에 잠겨 있는 소피아를 보고 기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아 뒤에서 끌어 안았다.

"하앙♥"

소피아는 고개를 돌려 기레스의 혀를 탐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 속에서 소피아와 기레스의 혀는 추잡하게 뒤섞인다. 그와 동시에 기레스는 소피아의 매끈한 젖가슴을 움켜 쥐고 유두를 비틀어 돌렸다.

"으그으으읏."

소피아는 기레스의 혀를 빠는 것도 잊고 고개를 꺽으며 몸을 바들거리며 자지러졌다.

'이거야...'

기레스와 몸을 섞으면서 그토록이나 음란한 기술에 눈을 뜬 소피아지만, 아무리 자위해도 자신의 실력만 가지고는 이런 절정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이 너무나도 좋았다. 자신을 이런 극락의 절정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은 기레스 뿐이라는 현실이 너무나도 즐거운 것이다. 설사 그것이 자기 자신의 실력이라 할지라도 기레스의 대용품 따위는 그녀에게 필요 없었다.

"아우움 츄릅. 쯔으읍."

그녀는 다시 기레스와 혀를 섞으며 기레스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침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탐욕스럽게 빨아 나갔다. 그 모습은 게걸스럽고 추잡했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더욱 아름다웠다.

그렇게 추잡스럽게 혀를 놀리는 와중에도 소피아는 기레스를 기쁘게 만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그간 침대에서 뒹구르면서 익혀온 모든 기술을 이용해서 기레스를 즐겁게 만든다.

마치 기레스가 클로에를 안마해 고조시켜 나가는 것처럼 소피아는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기레스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 움직임은 탐욕스러우면서도 순종적이며, 청순하면서도 요염했다.

"아음... 하응..."

소피아의 흐벅진 젖가슴을 주무르던 기레스의 손가락은 천천히 곡선을 따라 내려온다. 성감대를 따라 내려가는 기레스의 손가락을 소피아는 녹아내릴 듯한 표정으로 음미해 나갔다.

기레스는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소피아의 잘록한 허리에 손을 둘렀다. 기레스의 손이 허리에 닿자마자 소피아는 기레스의 심중을 읽은 것처럼 천천히 허리를 흔들어 기레스의 육봉을 향해 자신의 음부를 가져갔다.

"하아... 하앙... 아응... 아아..... 아..."

기레스의 손에 맞추어 소피아의 허리가 들썩인다. 한번 허리가 들썩일 때마다, 소피아의 몸은 펄떡거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하얗고 가는 목에서는 남심을 후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기레스의 허리에 머물러 있던 손이 떼어져도 소피아는 소담스러운 엉덩이를 쉬지 않고 요사스럽게 돌려나간다. 그에 기레스는 자신의 허리를 움직이면서 한 손으로는 소피아의 유방을 다른 한 손으로는 음핵을 만지면서 소피아의 남아있는 정욕의 기름에 화롯불을 끼얹었다.

"하으... 으으.. 하히이이잇!"

기레스의 침구에 소피아는 분수처럼 애액을 흩날리며 그대로 기레스에게 체중을 맡기며 자지러 졌다.

"후우. 어때 만족은 했어?"

소피아는 대답없이 기레스의 뺨을 핥으며 교태스럽게 올려다 보았다. 모델처럼 잘 빠진 소피아의 키는 아직도 기레스보다 컸음에도 몸을 웅크려 기레스의 품에 안겨 얼굴을 살살 부벼대며 아양을 떠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기레스보다 작아 보인다..

이미 세 아이를 낳은 몸임에도 소피아의 몸매는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해서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몸에 살짝 살짝 닿아 그 몸매의 굴곡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정욕을 깨워 버렸다.

"셀린은 어쩌고 있어?"

"잘 자고 있어."

소피아는 눈웃음을 흘기면서 슬쩍 종이 쪼가리를 기레스에게 보였다.

"수면 마법?"

"응. 아이는 약해서 너무 자주 쓰면 좋지 않지만.."

아이보다 자신과의 섹스를 선택했다는 요사스러움에 기레스는 살짝 소피아를 품으로 끌어 들였다. 그에 소피아는 아양을 부리는 고양이처럼 기레스의 목덜미를 핥아 나갔다.

"그나저나 기레스. 나는 하일즈한테 언제까지 안마를 당해주고 있어야 하는 거야?"

소피아는 냉랭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말투로 기레스에게 말했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 듣는다면 도저히 소피아라고 연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말이었다.

"참아."

"응. 역겹지만, 기레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참을게."

방금까지만해도 냉기가 풀풀 서릴 정도로 질색하던 소피아는 곧장 순종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런데 하일즈의 안마를 받는 건, 클로에를 떨어트리는 데는 도움이 되었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그건 조금 싫은데."

자신의 노력을 기레스에게 어필할 정도로 소피아는 하일즈의 안마를 혐오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쑤셔주고 싶을 정도로 도움이 되었어."

기레스의 그 말에 소피아는 기레스와의 여행을 떠올리면서 녹아내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아이도 낳았으니까 본격적으로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지도 몰라."

"정말?"

기레스의 음흉한 계획에 참가할 수 있다는 말에 소피아는 해맑게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앞으로 임신은 금지야."

"에에..."

기레스의 그 말에 한껏 들떴던 소피아는 삽시간에 마치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마냥 축 처져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기레스와 섹스할 수 있는 기회가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기레스의 자식을 품고 싶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입가에는 가학스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건.. 시간을 빼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네?"

"뭐 하루 종일 아이한테 묶여 있으면 곤란하겠지."

"후훗.. 그러면 젤가를 조금 교육해 두지 않으면 안되겠네."

소피아는 입술을 냘름거리며 요사스럽게 말했다. 이미 기레스가 자극하지 않아도 그녀는 감미로운 악에 빠져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소피아의 머릿속에선 젤가를 어떻게 조교할지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은 흘러, 조금 쌀쌀해 지기 시작할 늦가을이 되었다. 일주일에 두번 있는 대련을 끝마치고, 하일즈와 클로에가 안마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이제는 일과나 다름없게 되어 버렸다.

따로 누가 권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하일즈는 푸른 들판에 누워 클로에의 안마를 기다렸다.

'오늘은 기레스에게 배운 안마를 한번 시험해 볼까?'

기레스에게 좀 더 깊은 안마를 받은지도 거진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상당히 몸에 익숙해 진 클로에는 살짝 몸이 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하일즈에게 그 기술을 선보일 생각을 품었다.

'기레스와 연습해 보지는 않았지만 괜찮겠지.'

"하일즈 오늘은 말야. 엎드려 주지 않을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일즈에게 말했다.

"어? 알겠어!"

뭔가 또 새로운 안마라고 짐작한 하일즈는 얼굴에 기쁜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잽싸게 들판에 엎드렸다.

클로에는 천천히 기레스에게 몸 안 깊숙히 새겨진 안마를 떠올리며 하일즈를 안마해 나갔다.

"음.. 좋아.."

"그래?"

평소에 해주고 있었던 안마에서 클로에는 기레스가 자신을 주물러 주었던 안마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하일즈의 허벅지로 들이 밀었다.

'음.....?'

하일즈는 클로에의 손길에 놀라고 있었다. 그 고지식한 클로에가 따로 말도 없이 자신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다.

엎드려서 클로에가 어떻게 주무르는지 보이지 않기에 더욱 더 선명하게 그는 클로에의 손을 인식해 나간다. 클로에의 안마는 일품이었지만 이미 하일즈에게 안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와앗.. 드디어!'

허벅지의 안쪽 가랑이 사이를 기분 좋게 주물 거리는 클로에의 아름다운 손은 한 뼘만 더 올라오면 하일즈의 성기에 닿을 거리에 있었다.

안마를 하기 전에도 밤마다 클로에를 수백, 수천번을 떠올려 가면서 위로 했던 하일즈다.안마를 시작하고 클로에의 예쁜 몸을 어루만지며 서서히 쌓이고 쌓여온 하일즈의 정욕은 클로에의 자각없는 은밀한 손길에 의해 점화되어 버렸다.

혈기왕성한 나이 답게 정액이 마렵다고 느낄 정도로, 하일즈의 하반신에는 그동안 모이고 모인 성욕이 몰려 들었다. 비단 하일즈가 아니라 목석같은 남자라 해도, 클로에의 그런 안마를 받고 성욕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건.. 역시 그런 의미겠지? 드디어.. 내 안마가 결실을 맺었구나..'

머리가 성욕으로 범벅이 된 하일즈는 분명 그동안 자신이 해준 안마에 의해 클로에의 몸이 성욕을 느낀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미안. 클로에 그런 것도 모르고..'

'기분이 좋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네?'

하일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클로에는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그저 열심히 기레스에게 배운 안마를 성실하게 행해 나간다.

기레스에게 천천히 길들여진 클로에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사실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이용해서 지긋이 은밀한 부분을 누르는 그런 안마를 보면 하일즈가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좋아 끝났어. 안마는 어땠어?"

하일즈는 클로에의 안마를 칭찬하면서 생각했다.

'역시 클로에. 자기가 나서서 권하지는 않는군. 여기서는 내가 남자답게 리드하는 수밖에..'

하일즈의 머릿 속에는 이미 클로에의 성욕을 자신의 멋진 안마로 해소시켜줄 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욕에 완벽하게 점령된 머리는 다른 이성적인 판단 따위를 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안마를 해줄게."

"어? 으응.."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 하일즈는 클로에의 떨떠름한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안마에서 클로에를 어떻게 해줄까?하는 생각으로 그의 머릿 속은 가득 차 있었다.

"으으윽.."

하일즈의 안마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에의 입에서 참다 못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딱히 하일즈의 실력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기레스의 안마가 기분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하일즈의 안마는 더욱 대비되어 클로에에게 불쾌함을 쌓이게 만든다.

'그래 기분 좋지?'

그런 클로에의 속내를 알리 없는 하일즈는 클로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되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줄게.'

클로에의 어깨를 주무르던 하일즈의 손이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음? 오늘은 안마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건가? 얼른 끝내줬으면 좋겠.......'

"읏!"

하일즈의 손은 클로에를 껴안아 그녀의 봉긋 솟은 봉우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아.. 클로에의 가슴... 부드럽다.'

옷 위로도 출렁이는 가슴의 촉감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말랑거렸다. 하일즈가 그동안 홀로 수도없이 자위하며 상상했던 클로에의 가슴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느낌이다.

'여기서 내 안마의 기술을 사용하면..'

자신감 넘치게 힘을 넣으며 하일즈가 클로에의 안마를 주무르려는 순간 하일즈는 시큰 거리는 격통과 함께 땅에 얼굴이 곤두박질 쳐졌다.

"커... 엇?"

순간 하일즈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클로에의 다리가 보이는 거...'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평소 감정을 보이지 않았던 클로에는 긍정적인 감정 못지 않게 부정적인 감정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다. 하지만 지금 낮게 깔린 클로에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크 클로에?"

"가겠어."

클로에는 그 말만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잠깐.. 잠깐만 클로에! 기다려줘!"

하일즈는 일어나 클로에를 쫓으려 했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해 아무리 애를 써도 균형을 잡을수가 없어 몇번이고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결국 그는 클로에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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