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클로에(16)
* * *
"그럼 언제 날을 잡아서 가르쳐 주도록 할게. 오늘은 나도 조금 지쳐서.."
기레스는 지쳤다는 듯 어깨를 축 늘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일즈도 속으로 기레스의 연약한 체력을 비웃으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피아는 주변을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기레스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있는 기레스를 향해 소피아는 뱀처럼 흐느적거리면서 기어가 기레스의 바지에 얼굴을 파묻고는 입으로 슬슬 바지를 벗겨 기레스의 육봉을 꺼내들었다.
"명령대로 하기는 했는데 일은 잘 풀렸어?"
"덕분에."
기레스는 자신의 가랑이 안으로 들어와 육봉을 물고 있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기레스의 행동에 소피아의 음부에서는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새는 물마냥 애액이 다리를 따라 졸졸 흘러내렸다.
"움.. 그런데 하일즈를 가르쳐서 어떻게 할 생각인 거야?"
소피아는 혀 끝으로 살살 기레스의 육봉을 청소하듯 빨아 올리면서 순종적인 눈으로 기레스를 올려다 보았다.
"알고 싶어?"
"요즘 관심 하나 안주던 기레스가 갑작스레 찾아서 이렇게 부탁을 해왔는걸. 궁금한 게 당연하잖아."
욕정에 젖은 눈으로 소피아는 기레스의 불알을 쪽 빨아내며 자신의 침을 칠한다.
"소피아. 뒤로 돌아봐."
"응?"
소피아는 계속 핥고 싶은 마음에 애틋한 눈으로 기레스의 육봉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망설이다 명령에 따라 뒤를 돌아 정좌했다.
"내가 하일즈에게 가르치려는 건 이런 거야."
기레스는 손으로 소피아의 어깨를 주물러 나갔다. 행위 자체는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손길을 받는 소피아는 싱숭생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
사실 방금 전 하일즈에게 안마를 받을 때,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일즈도 젤가와 소피아의 자식인 만큼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재능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하일즈가 눈대중이라고 해도, 클로에의 견본을 겪은 안마가 기분이 나쁠 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레스의 쾌락을 주무르는 애무와는 차원이 다른 것도 사실인지라 소피아는 신나게 기레스의 명령에 따라 하일즈를 매도했지만, 단순히 기분이 좋냐 나쁘냐를 따지자면 그다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어깨를 따라 흐르는 안마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로 하일즈의 안마와 달랐다. 아예 불쾌함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크게 불쾌한 건 아니지만, 어깨에 이물질을 쑤셔 넣는 것 같이 은근히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안마였다.
기레스의 애무가 100점, 하일즈의 안마가 10점이라고 한다면, 기레스가 지금 시범을 보이는 이 안마는 10점이라 할까, 크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분명 '확실하게' 기분이 나빠지게 만드는 안마였다.
"난 기레스가 어째서 클로에와 하일즈의 사이를 이어주려고 하나 싶었는데.."
"설마.."
기레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과 실제 의도는 다르단 거지. 응..? 그런데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야?"
기레스는 최근 클로에에게 집중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소피아에게 말해준 적이 없었다. 당연히 소피아는 클로에에게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하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음!? 아 아니.."
소피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살짝 내리 깔았다.
"신경이 쓰여서 미행을 좀.."
"그래 미행을 해본 소감은 어때?"
"나도 저런 식으로 농락당했구나 싶은 느낌? 생각해 보면 축사정리를 할때부터 날 노리고 있었던 거지?"
"당연하지."
소피아는 기레스와 끈적한 대화를 하면서도 힐끔힐끔 기레스의 아랫도리로 눈을 굴렸다. 그에 기레스가 소피아의 고운 머리칼을 잡아서 끌어들이자 그녀는 얼굴에 황홀함을 띄우며 기레스의 자지를 입 속에 머금었다.
"아움.. 휴릅...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클로에를 그리 도와주는 거야? 기레스 너라면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소피아는 손을 대는 것까지 도달하는 게 어려운 것이지. 일단 안마라는 명목하에 클로에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 않아?"
"음냐암. 어째서?"
"한번 거절했잖아? '아들'인 나를 말야."
"아.. 응. 그랬지."
'정말 한심한 여자였지. 그때의 나는.'
사탕을 아껴 먹는 것처럼 정성스레 기레스의 육봉을 빨고 돌리며 그녀는 속으로 차갑게 이전의 자신을 비웃었다.
"클로에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거든. 그리고 클로에는 결정적으로 너와는 다르니까."
"어떤 부분이?"
"처녀라는 점?"
"으.."
소피아는 뺨을 부풀리며 전에 없이 한껏 찌푸린 얼굴을 만들었다. 기레스에게 함락되고나서 소피아가 가장 아쉬워 했던 부분은 자신의 처녀를 기레스에게 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기레스가 클로에를 노린다는 것을 안 뒤에는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더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부분이라, 소피아는 침울한 얼굴로 분해했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나는 비처녀가 취향이라고.."
의외의 말에 소피아의 눈이 반짝인다.
"응? 어째서?"
"그야 그쪽이 타인의 여자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잖아? 내가 얻고 싶은 건 단순한 여자가 아니라, '타인의 여자'니까.."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기레스가 말했다. 그 말이 소피아를 위해서 한 말인지, 아니면 본심인지 소피아가 알 길은 없었지만 어느쪽이든 소피아에게는 너무나도 기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악당이라니까.."
그런 기레스의 악심이 더욱 마음에 들어 버리는 소피아다.
"우움."
소피아는 기레스의 물건을 입에 넣고 정액을 짜내기 위해 혀를 요리조리 굴려 나갔다. 이미 즐길만큼 즐겨서 그녀의 아름다운 다리 밑에는 물이라도 한사발 쏟은 것만 같이 애액의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예고도 없이 소피아의 입에 기레스의 정액이 쏟아진다. 클로에를 공략한다고 벌써 며칠이나 쌓인 걸쭉한 정욕의 덩어리는 소피아의 고운 입 안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었다. 눈을 감고 소피아는 저작하며 한껏 오랜만의 정액을 음미한 뒤에 목구멍으로 넘겼다.
"역시 최고야."
끈적한 정액을 삼킨 후, 입맛을 다시면서 소피아는 요염하게 웃었다.
"그런데 기레스 처녀보다 비처녀가 취향이라면 설마 하일즈에게 클로에의 처녀를 줄 생각인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어디까지나 처녀보다 비처녀가 취향이라는거지 처녀가 싫은 게 아니니까. 처녀는 처녀 나름대로 맛있게 먹어 치워야지. 소고기가 취향이라고 돼지고기가 맛이 없는 건 아니잖아?"
"기레스 이제 내 도움은 필요 없어?"
이미 기레스의 검은 추잡한 마음에 잔뜩 오염이 되어버린 소피아는 자신도 클로에를 떨어트리는 그 계획에 직접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때묻지 않은 새하얀 아이인 클로에가 사악 그 자체인 기레스에게 잔뜩 더렵혀질 것을 떠올리자 소피아의 전신은 달달한 쾌감으로 오싹거린다.
"일단 하일즈가 내게 안마를 배우게 되면, 기분 좋다고 연기하는 연습이나 해둬."
"그 뒤는?"
"아이를 낳으면 싫어도 써먹어 줄테니까.."
그 말에 소피아는 요염하게 눈을 반짝인다.
"응! 그러면 일단은 안마네?"
소피아는 자신의 새알같은 어깨가 훤히 들어나도록 자신의 옷을 살짝 내리면서 기레스를 도발했다. 기분이 나빠지는 안마라도 '기레스'가 해준다면 소피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포상이나 다름 없었다.
방과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레스와 클로에는 구교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하일즈는 좋아하든?"
"그렇게 좋아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고마워 기레스."
"그야 그렇겠지."
클로에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기레스에게 물었다.
"그야 그렇겠다니?"
기레스는 보고 있던 책을 덮고 클로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일즈가 이전에 혼자서 푸념하는 걸 들은 적이 있거든."
"푸념?"
"클로에가 자신을 정말 좋아하는 건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일즈가 독백을 할 리도 없었지만 설사 했다해도 저런 내용의 독백을 기레스의 앞에서 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하일즈의 가족이며 자신과 하일즈를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기레스가 하는 말이기에, 내막을 모르는 클로에는 정말 하일즈가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레스의 말을 듣고 다시금 생각해 보면 하일즈의 고민에 짐작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하일즈가?"
"얼마나 애정 표현이 없었으면 하일즈가 그런 혼잣말을 했겠나 싶더라고.. 같이 지내보니까 어째서인지는 이해했지만.."
"어쩔 수 없잖아. 또래의 남자와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하일즈를 제외하면 네가 처음이니까.."
요는 클로에는 남자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천적으로 고지식한 성격에 아버지에 대한 막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클로에는 어려서부터 남자를 꺼려해 왔다. 끊임없이 자신과 어울리려고 접근해 온 하일즈에게 사랑을 느껴 사귀게 된 뒤에는 하일즈라는 존재 때문에 다른 남자를 알지 못했다.
특유의 고지식한 성격에 더해,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가치관으로 인해 클로에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하일즈에게도 살갑게 대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딱히 살갑게 여기지 않아도 하일즈는 클로에에게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에 따로 불만을 내뱉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클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일즈에게 애정표현을 하려 들지는 않았고, 그렇게 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클로에는 하일즈와 '이렇게 어울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뚝뚝함이 몸에 배여버렸다.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른다고.."
모르기에 그녀는 보류해 나간다. 그렇게 살갑게 대하지 않아도 하일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하일즈를 사랑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 그녀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기레스에게 안마를 배워서 하일즈에게 행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일즈가 자신의 작은 노력에 그토록이나 좋아하는 것을 본 지금, 클로에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네게 그럴 마음이 있다면 내가 도와줄게."
"뭐?"
"애초에 나는 하일즈와 네가 잘 되기를 바랬잖아? 네 덕분에 성적도 올랐고, 안마의 연습도 도와주고 있으니까, 이번엔 그 보답으로 내가 네 조력자가 되어줄게."
"그런 말을 해봐야 기레스 너도 연애 경험 같은 건 없잖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도 모르냐? 연애 경험은 없지만 적어도 너보다는 남자의 생각을 잘 알걸? 이번에 선물한 안마만 봐도 알 수 있잖아?"
"확실히.."
클로에는 기레스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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