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클로에(1)
* * *
기레스와의 여행이 끝난 후,딱히 이전의 비교해서 행실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소피아에게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변화가 생겼다.
"클로에와 놀고 오겠다구?"
"네.. 네.."
소피아의 물음에 답하는 하일즈의 목소리는 어쩐지 약간 건성인 채였다.
"너도 참 클로에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네? 아니 뭐.."
하일즈는 딱히 거절하는 듯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아들답지 않게 소피아를 흘끗 거리면서 당황했다.
"후훗. 그럼 다녀오렴."
부드러운 소피아의 목소리가 하일즈를 배웅한다. 이전 기레스를 괴롭혔던 것을 들키기 전에나 들을 수 있었던 온화하고 자상했던 그 어머니의 목소리다. 하지만 하일즈는 그 목소리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가까스로 평정을 유지하고 그렇게 하일즈는 재빨리 소피아에서 시선을 돌리며 집을 나섰다.
"티나도 갈거니?"
언제나처럼 티나는 하일즈를 따라 나갈 채비를 끝낸 참이었다.
"응. 그럼 다녀올게! 엄마."
"다녀오렴."
언제나 펑퍼짐하게 자신의 살을 노출시키지 않는 옷을 입어오던 소피아는 여행을 다녀 온 이후 여러가지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의상을 전문가가 코디해 주는 것처럼 잘 맞춰 입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몸뻬바지같은 펑퍼짐한 치마차림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무슨 옷을 입어도 맵시가 있어 보였다.
펑퍼짐한 아줌마상의 옷을 입던 무렵에도 소피아의 색기에 이따금씩 정신이 나갔던 젤가와 하일즈니만큼 소피아가 단순하게 몸매가 살짝 도드라져 보이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혼이 쏙 빠져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늘의 소피아는 앞섶을 살짝 열어놓은 차림새였는지라 그 은근히 열린 가슴사이로 보이는 색기어린 굴곡은 젤가와 하일즈에게는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마성의 동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저기 저.. 소피아."
"당신도 일 열심히 해주세요."
젤가가 열심히 눈을 굴리는 꼴을 보면서 소피아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저기 소피아 오늘... 돌아오면.. 하지 않을래?"
"안되요. 포상을 준지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소피아가 젤가를 희롱하면서 유린한 것은 고작해야 이틀 전의 일이었지만 젤가의 성욕은 넘쳐 흐를 정도로 폭발하고 있었다.
"참으면 더 기분 좋게 해줄테니까.."
요염한 눈으로 젤가의 귀에 대고 요사스럽게 속삭이는 소피아의 목소리에 젤가가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그의 몸과 마음은 소피아라는 마성의 사슬에 서서히 옭아매여져 가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도 일 힘내주세요?"
태양 같이 밝은 미소를 생긋 내보이며 소피아는 젤가를 배웅했다.
"으... 그.. 그럼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그렇게 젤가의 발정난 꼬라지를 보며 소피아는 가늘게 눈웃음 짓고는 그대로 기레스의 방으로 올라갔다.
소피아를 함락 시키고 난 뒤에도 기레스의 일상은 딱히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이제는 괴롭힘이 없어진 평화로운 자신의 삶을 적당히 보낸 후, 집에 와서는 가족들의 눈을 피해 소피아를 후려 마음껏 음락을 즐기며 하루를 보내기 일쑤인 나날이 강물이 흐르듯 지나갔다.
본래 사람의 자극을 탐구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 이런 자극을 얻으면 또 저런 자극도 맛 보고 싶어지고 저런 자극을 얻으면 그보다 더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 느끼는 심리인 것이다.
전생에 이미 수많은 여자를 후려온 기레스는 한 여자에게 만족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기레스는 당연히 이세계에서도 소피아만을 안는 것은 곧 실증이 날 것이라 생각했지만몸을 섞을 때마다 실증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소피아와 살을 섞고 싶다고 스스로 바라며 발정날 정도로 소피아에게 빠져 버렸다.
수년 간 괴롭힘을 참아오면서 그토록이나 기다렸던 복수마저 잊고 육욕에 빠질 정도로 소피아의 매력은 남달랐다.
귀축 중의 귀축이며 외도의 정점에 섰던 기레스조차도 소피아라면 순애를 즐겨도 좋지 않을까 하고 살짝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소피아라는 여자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각별했던 것이다.
"으음.. 쯔읍.. 으읍 므우..... 스릅.."
자신의 사타구니에 뽀얀 얼굴을 파묻고 요망하게 혀를 할짝거리면서 기분을 고조시키는 소피아를 흡족하게 바라 보면서 기레스는 다음 계획을 생각했다.
소피아에게 흠뻑 빠진 것도 빠진 것이지만, 지금까지 기레스가 움직이지 못한 것은 움직이기 좋을 상황이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도리어 선후를 따지자면 상황이 갖추어 지지 않았기에 더욱 더 소피아에게 빠졌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레스는 이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열등하며 혐오스러운 인간이다. 누군가를 꾀어내기 위한 기본적인 합격 점수가 있다면 전부 낙제점을 면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남자가 바로 기레스다.
길가에 돌아다니는 평범한 거지에게 안기면 안겼지 기레스에게 안기지는 않을 여자들을 찾는다면 아마 한 수레 가득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기레스가 손을 쓰기 위해서는 충분할 정도의 조건이 필요했다.
소피아가 기레스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아직 어린 나이라는 것을 이용하며, 기레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에 공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를 얻을 '시도'라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요건이 필요한 것이다.
옛날이었다면 뒷세계의 적절한 권력에, 외모도 나름대로 준수했으며, 밤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다소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대부분의 여자를 노려볼 수 있었겠지만 소피아 하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지금은 그런 강행은 불가능 했다.
애초에 전생에서조차도 자신의 좆을 잘못 놀려 패가망신한 기레스기에 소피아 같이 특별하게 얻고 싶었던 여자가 아닌 이상에야 여타 다른 여자를 노리는 일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지금 다음을 정하라고 한다면 역시 티나인가.'
별다른 접점이 없는 다른 여자들을 물색하는 것보다는 역시 소피아와 강한 인연으로 묶여 있는데다 그토록이나 자신을 괴롭힌 티나가 가장 유력한 다음 후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티나 녀석은 아직도 나한테 적개심을 가지고 있고..'
소피아를 이용해서 혼을 속 빼놓아 적당히 구슬릴 수 있는 젤가와 하일즈와는 달리, 티나는 기레스에게 아직도 기레스에게 넘칠듯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소피아가 있을 때에는 겉으로는 존중하는 척하지만 속마음은 기레스를 구더기만도 못한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레스는 잘 알고 있었다.
티나가 기레스를 싫어하는 정도는 원수를 대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타인이 평범하게 기레스를 싫어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생각해 둔 것도 있고, 조금 무리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역시 지금은 시기상조이고 그다지 내키지 않는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소피아가 말을 걸었다.
"기레스.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는 거야?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또 나쁜 궁리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기레스 특유의 비틀린 미소를 보고 소피아는 아양이라도 떠는 것처럼 끈적하게 불알부터 육봉의 끝까지 혀로 핥아 올리며 요염한 눈웃음을 지었다.
기레스를 바라보는 소피아의 표정을 보면, '나쁜 궁리'를 말릴 기색은커녕 되려 자신도 끼워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뭐 그렇지."
"흐음~ 역시나..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내가 다른 여자를 안는다고 해도 도와줄 거야?"
"물론이지."
소피아는 전혀 망설임 없이 즉답으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삐죽이면서 한마디를 덧붙히며 기레스를 올려다 보았다.
"질투는 하겠지만..?"
"그런데도 괜찮다고?"
"그야 기레스는 내 모든 것인걸. 기레스가 원한다면 나는 즐겁게 그걸 따를 뿐이야. 그게.. 어떤 일이라고 해도 말이지."
교태스러운 시선으로 소피아는 사랑스럽게 육봉을 따라 기레스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그렇네. 가족을 배신한 것처럼 말이지?"
"아항♥ 흐읍.. 하아.. 나를 이렇게 만든 건 기레스면서.."
소피아는 자신의 코를 귀두의 끝에 가져가 음미하듯이 스읍스읍 숨을 들이쉬면서 요염하게 투덜거린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기레스가 자각시키면 시킬수록 소피아의 몸은 달리 애무를 하지 않아도 기분 좋게 달아 올라 버린다.
"그래서? 누구 노리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티나라던가?"
이미 자신의 딸도 서슴없이 기레스에게 바칠 궁리를 하고 있는 소피아다. 그 소피아의 요사스럽기 짝이 없는 배덕적인 말에 기레스는 마음 속에서 끈적한 검은 감정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딱히? 뭐 급한 것도 아니니까. 다만 그럴 각오가 있는지 물어 보았을 뿐이야."
"음. 아무 계획 없는 거구나. 헤헷 그건 좋으려나?"
기레스가 바란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할 정도로 소피아의 마음은 검게 물들어 졌지만, 기레스를 독점할 수 있다면 그것이 소피아에게는 형편이 좋았다.
소피아는 요망하기 짝이 없었던 방금까지와는 다른 해맑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레스의 정액을 맛있다는 듯 짜내어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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