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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네토기-44화 (44/238)

〈 44화 〉 소피아(43)

* * *

물리적으로도 연락할 수단이 없었지만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젤가는 당장 집으로 오라고 소피아를 재촉할 수 없었다.

그래도 큰 사고는 없다는 것을 위안 삼아 그는 자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쓸쓸히 발정한 신체를 매일 정신머리없이 위로하는 나날을 지내며 소피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소피아가 집에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사정을 전달한 소피아는 젤가와 자식들은 안중에도 없이 기레스와 음락에 허덕이는 광란의 나날을 충분히 만끽한 뒤,방학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복귀한 것이다.

"젤가. 다녀왔어요."

"소 소피아."

거진 보름만에 보는 소피아를 보자 젤가는 감동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봐서인지 여행을 다녀온 소피아는 이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절로 젤가의 속을 애타게 만들었다.

"엄마!"

집 안에서 애타게 기다린 티나가 방방거리며 달려와 와락 소피아의 품에 안겼다.

"다녀오셨어요?"

"응. 하일즈도 집 잘 보고 있었지?"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훨씬 자애로운 정이 묻어나오는 소피아의 목소리에 하일즈는 인정받아 기쁜 것처럼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그래도 엄마가 방학인데도 너희들을 보살펴 주지 않아서 미안했는데.. 이제 우리 아들 딸도 다 잘 큰 모양이네."

"물론이죠. 더 노셔도 걱정 없어요."

"응♥ 그렇구나. 나중에 아줌마들이랑 놀러갔다 와도 걱정이 없겠는걸? 장하다 장해."

소피아의 고운 손이 하일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일즈는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말의 진의는 알지도 못한 채, 마음속으로 그녀의 그 자상함에 어리광을 부렸다.

"그나저나 너무 늦잖아."

"미안해요. 기레스의 상태가 좋지 못했거든요."

"아니 뭐.. 기레스가 그랬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여기서 소피아의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이후의 분위기가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젤가는 여기서는 기레스를 생각해주는 자상한 아버지를 연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기레스 몸은 괜찮니?"

"네.. 엄마가 정성을 다해서 간병해 주셔서 이제 괜찮아요."

"그거 다행이구나. 자 자.. 히벨리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었을텐데 그렇게 멀뚱거리지 말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집에 들어가서 하도록 하자."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속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기레스에게는 더욱 가증스럽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바다 안에서 이렇게 큰 고기를 맨손으로 잡았어요."

기레스는 양 팔을 가득 벌려 가면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열심히 과장해 나갔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소피아와 살을 섞으며 지냈지만 기레스는 표정하나 흐트리지 않고 능숙하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가족들에게 발표해 나간 것이다.

물론 무려 보름이라는 시간을 성교로만 지냈을 리는 없었기에 개중에는 이렇게 직접 겪었던 일도 적절히 넣어서 이야기에 살을 보태었다.

'젠장. 부럽다.'

하일즈는 속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입술을 씹었다. 기레스의 덜떨어진 과장도 한 몫 했지만 기레스와 소피아의 여행담은 상당히 재미있게 들렸기 때문이다. 기레스 본인이 천진난만하게 즐거웠다는 티를 팍팍 내기는 했지만, 본래 어린아이가 자신이 하지 못한 일에 대해 동경하거나 부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하. 듣기만 해도 참 재밌었을 것 같구나. 기레스."

젤가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기레스 혹시 괜찮다면 어떻게 납치를 당했는지도 이야기 해 줄 수 있겠니?"

"네?"

"젤가!"

소피아는 젤가를 질타어린 시선으로 보았지만 젤가는 여유롭게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말했다.

"기레스가 안된다고 한다면 듣지 않겠어."

젤가가 기레스에게 묻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납치 사건이 정말로 있었는지 최소한의 검증을 해보기 위함이다. 그는 소피아를 믿었지만 정말 그 믿음이 진실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젤가라는 남자였다.

'안될리가요~'

도리어 물어와 준다면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다고 소피아는 생각했다. 이미 기레스와 말을 맞추는 것은 끝이 나 있었고, 이제는 소피아도 기레스가 얼마나 영악한 아이인지 자신의 몸으로 뼛속 깊히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피아는 짐짓 화낸 연기를 계속하면서 말했다.

"기레스가 얼마나 끔찍한 경험을 했을지 알면서도.."

"괜찮아요. 엄마."

기레스는 소피아를 말리고 와들와들 거리는 시늉을 하며 조심스레 이야기 해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화장실을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잠시 엄마랑 떨어졌었는데요.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더니 눈을 떴을 때는 음... 우리 집 헛간 같은 곳에 있었어요."

'쳇 나였다면 납치 자체를 당할 일이 없었을 텐데.'

하일즈는 기레스의 한심함에 속으로 혀를 차며 그 자리에 자신이 있던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어린애처럼 분개했다.

"그래?"

"그리고 저를 데리고 온 사람 같아 보이는 사람이 셋 정도 있었는데 저를 막 발로 차고 괴롭히고 밥도 주지 않았어요. 너무 배고파서 정신을 잃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막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어요."

'소피아가 첫 일당을 물리친 건가? 일당들에게서 정보가 완전히 차단되어 당황했던 모양이군.'

"그리고 저만 있으면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던데 그 때 엄마가 나타나서 전부 물리쳐 버렸어요."

"정말 힘들었겠구나."

'뭔가 듬성듬성 비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히 있을 법한 일이긴 하군. 기레스 같은 바보가 저런 걸 지어낼 수 있을 리도 없고..'

바로 지근 거리에서 기레스와 소피아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젤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겠죠? 도대체 납치를 당한 아이에게 납치를 묻는 건 무슨 경우에요?"

"음.. 그건 미안하게 됐어."

"모처럼 이야기가 끝나면 선물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분위기만 망쳐서는.."

"선물이라고?"

소피아는 가방을 열어 젤가와 하일즈 티나에게 선물을 건네 주었다. 각자의 취향을 헤아린 꼼꼼함과 소피아의 사랑이 느껴지는 선물이다.

"우리만 받고 있으려니 낯간지럽구만, 소피아도 뭐 원하는 기념품을 사온 건 없어?"

"음.. 저는 반지일까요?"

소피아는 살짝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리 말했다.

"반지?"

눈치채고 보면 소피아의 약지에는 평소의 결혼반지가 아닌 다른 반지가 껴져 있었다. 젤가와의 서약을 맺은 결혼 반지는 오른손의 약지로 이동되어 있었다.

'결혼반지가 오른손이던가?'

젤가는 결혼반지를 어느 손가락의 약지에 끼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소피아가 양 손에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오른손에 끼우는 것일까? 라고 의심없이 생각할 정도로 둔감한 것이다. 그런 젤가의 무신경함에 소피아는 속으로 조소를 머금으며 왼손 약지의 반지를 소중하게 매만졌다.

"그런데 뭔가 조잡해 보이는걸?"

그다지 장식품에 관심이 없는 젤가가 보기에도 어딘지 모잘라 보이는 티가 드러나는 반지였다.

"네. 실제로 그리 비싼 물건은 아니니까요."

소피아는 고운 손으로 반지를 어루만지며 어딘지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머금었다.

"여행을 갔을 때는 좀 더 기분을 내도 좋을텐데 말야. 하여간 소피아는 너무 검소하다니까.."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보이기만 했을 뿐인 뒷풀이는 적당히 끝이나 버렸다.

그날 밤 침실에서 젤가는 보름이나 쌓인 폭발할 것만 같은 자신의 성욕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소피아를 기다렸다.

"소피아. 저기.. 이런 말을 하면 속 보일지 모르지만.."

"포상을 달라고 하는 거죠?"

"어! 어어.."

산만한 덩치의 젤가는 소피아의 간드러진 목소리 하나에 이미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만큼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일주일은 굶은 사람이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기라도 한 것처럼 젤가는 성욕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소피아가 슬그머니 허리를 씰룩 거리며 움직이는 행위 하나하나에도 당장에 덮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그치들이 기레스 녀석을 납치까지 해서 소피아를 원할 만도 하다니까..'

언젠가부터 선천적인 매력에 더해 남심을 호리는 페로몬이 더욱 짙어진 소피아를 보면 그녀를 얻기 위해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남성의 심정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될 것만 같았다.

"저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소피아의 눈웃움만 가지고도 젤가의 육봉에는 사정감이 물씬 올라온다.

'이게 내 아내라고!!'

"저 정말이지?"

"물론이죠. 여행지에서 그렇게 늦었는데도 '기레스를 위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아준 걸요. 그런 멋진 아버지에게 포상을 주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소피아는 화장대에 서서 젤가와의 결혼반지를 살짝 벗어 손가락으로 퉁겨내어 서랍 안으로 떨어트리듯 흘려 넣었다. 자연히 그녀에게는 왼손 약지에 걸린 싸구려 반지만이 걸리게 되었지만 곧 있을 소피아의 포상에 몸과 정신이 완전히 달아오른 젤가에게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아.. 하아.."

아직 소피아의 손가락은 무엇하나 닿지 않았음에도 젤가는 숨을 헐떡이면서 있는대로 자신의 물건을 꼿꼿히 세우고 있었다.

"그러면.."

소피아는 누워 있는 젤가의 위에 천천히 올라갔다. 마치 말을 타는 것처럼 그녀가 스스로 젤가의 자지 위에 올라 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애초에 정상위의 체위밖에 해보지 못한 젤가에게 어떤 것이 처음이 아니겠냐만은 젤가는 자신의 위에 올라탄 마성의 육체에 목까지 차오르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으아 으아.. 소피아."

소피아는 그대로 자신의 허리를 내려 젤가의 물건을 받아 들였다. 분명히 기분은 좋다. 큰 만큼 그저 안에 들어오는 감각만으로도 나쁠 리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레스의 절정을 맛본 소피아에게 그것은 쾌감이 아니라 그저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흐음.'

"하아! 하아! 소피아아아아!"

거친 숨소리를 내밀면서 젤가는 자신의 허리를 추잡하게 흔들었다. 기레스에게 실컷 희롱되어진 소피아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움직여야' 젤가와 함께 기분 좋아질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녀가 마음을 먹는다면 기레스 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기분 좋아질 수 있을 정도의 쾌락을 얻을 수 있었다.

"으 으읏 으아아!"

소피아가 자신의 잘록한 허리를 비틀자 젤가의 육봉은 참지 못하고 그대로 소피아의 질내에 자신의 정액을 폭발시켜 버렸다. 충분히 젤가를 바이브처럼 사용하면서 기분 좋아질 수 있었음에도 소피아는 젤가를 곧장 사정시켜 버렸다. 젤가를 이용해서는 절정을 느끼고 싶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건 기레스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사정감에 단숨을 몰아쉬고 있는 젤가에게 말했다.

"안되잖아요. 젤가. 이렇게 '안에 싸버리면'"

그 말에 젤가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마냥 즉각적으로 자신의 육봉을 뽑아 반응했다.

"으앗! 미 미안해 소피아! 너무 기분이 좋아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어! 한번만 용서해줘."

"아이가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

"생기면 기르면 되지."

"하지만 '재능이 없으면' 기레스처럼 또 괴롭힐거고.."

소피아는 눈을 흘기면서 말끝을 흐린다.

"너와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괴롭힐 리가 없잖아!"

젤가는 소피아의 양팔을 붙잡고 박력있게 이야기 했다. 소피아는 새어나오는 조소를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말했다.

"농담이에요. 하지만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 말을 잊으면 안되요?"

소피아는 기레스에게나 보여주는 요염한 애교를 부리면서 젤가의 마음을 죄이고 들어갔다. 본래 자신의 친자식에게는 애정을 다하는 젤가지만 그런 소피아의 교태스러운 모습에 젤가는 정말로 아이를 얻게 되면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가슴 속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더 잘하고 또 잘해서 소피아의 포상을 받고 싶다. 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소피아의 손에 조교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그러면 우리 아이를 가질까?"

소피아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면서 젤가에게 말했다.

"그건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걸로.."

소피아는 자신의 손에 매끄러운 타액을 흘려 뭍히고는 젤가의 육봉을 애무했다.

"으으읏!"

소피아의 게슴츠레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요염한 눈빛과 미끌거리는 뱀마냥 살을 스치고 들어오는 손가락에 젤가의 육봉은 삽시간에 정액을 토해냈다.

"소피아 너무 좋아. 이런 기분 좋은 섹스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단순하게 애무일 뿐이었음에도 젤가의 표정은 황홀경 그자체였다.

"당신이 기뻐해 주시니 저도 기쁘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소피아는 다시금 젤가의 육봉에 다가가려다가 살짝 손가락을 머뭇거린다.

"음... 저기.. 젤가?"

"어? 왜?"

소피아는 조심스럽게 젤가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예전에 에루스랑 이야기 했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때 들은 게 있었는데 당신에게 해봐도 될까 해서.."

"응? 뭔데?"

"그게.."

소피아는 자신의 매끈한 발을 들고 침대 위에 섰다. 푹신한 침대 위에 서 있음에도 그녀의 균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소피아의 멋진 곡선의 몸매는 환상적인 절경이나 다름 없었다.

"발로... 애무하는 것이라는데요."

"발..."

이미 기레스와 어지간한 체위들은 전부 즐기고 온 소피아는 자신의 탐스러운 다리를 요리조리 흔들어가며 젤가를 유혹했다. 별다를 것 없이 살랑거리는 소피아의 다리는 너무나도 요염해서 두번이나 사정한 젤가의 육봉은 금새 터질듯이 발기해 버렸다.

발로 애무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해볼 생각은 엄두도 안 냈던 젤가는 눈앞에서 흔들리는 소피아의 각선미에 자신도 모르게 입 안을 가득 메운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도 포상인거지?"

"물론이죠.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소피아는 발가락의 끝을 모아 찬찬히 젤가의 육봉을 들어 올렸다.

"으히힛!"

발기한 육봉은 쫀득하게 밑둥부터 흝어 올라오는 소피아의 발에 금방이라도 사정할듯 바들거리고 있었다.

"기분은 좋은 모양이네요."

소피아는 입가에 독살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젤가의 자지를 살근살근 희롱해 나갔다. 이미 기레스에게 배움이 끝난 소피아의 발놀림은 젤가에게는 완숙한 포상이 되어 있었다.

"으아.. 으으.. 아아아아.."

'젤가...'

소피아는 사정을 할 것 같은 기색을 보이면 까치발로 살짝 발을 들어 젤가의 흥분도를 낮추었다. 마치 기레스가 자신에게 했던 것마냥 스스로의 발을 이용해 무절정의 고문을 계속해 나갔다.

"으.. 소 소피아.."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또 그녀의 발은 살짝 떨어진 채였다.

"어 어째서.."

젤가의 그런 한심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 소피아는 더욱 더 가학심이 끓어 오른다. 소피아의 다리는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젤가의 육봉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스멀스멀 아지랭이처럼 올라오는 체온만으로 애무당해, 그야말로 감질날대로 나버린 젤가는 소피아의 다리로 가버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포 포상이라고 했잖아."

"네. 포상이에요. 이런 것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보내주길 바란다면... 가랑이를 벌리고 손을 이런식으로 모아 부탁해 주세요."

"그 그건.."

배를 보이며 손목을 꺽어 헥헥 거리며 애원하는 마치 개를 연상시키는 수치스러운 자세다. 사정을 촉구하는 정도야 이미 쾌락에 절여진 젤가에게는 쉬운 일이었지만 본디 고지식해서 정상위를 제외하면 별다른 체위조차 하지 않았던 젤가에게 그런 수치스러운 행위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 않아도 좋아요. 조금 아쉽지만.."

슬쩍 소피아가 자신의 다리를 내리려는 시늉을 하자 젤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 잠깐..."

이 미적지근하지만 기분 좋은 쾌락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는 절망감에 젤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자신의 손을 모았다.

"제 제발..."

그리고는 배를 내밀고 애교부리는 짐승새끼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가랑이를 벌리면서 소리쳤다.

"제발 사정하게 해줘!"

"줘?"

소피아의 싸늘함이 서린 그 말에 젤가는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사정하게 해주세요! 포상을 주세요! 소피아님!"

그 발언을 들은 소피아는 살며시 자신의 발가락을 젤가의 육봉의 둘레를 따라 둥글게 돌리기 시작했다.

"후아.. 아아.."

육봉의 밑둥부터 시작해 한바퀴... 두바퀴..를 돌려 위에 머무른 소피아의 다리는 그대로 젤가의 물건을 바닥을 향해 짓누르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앗!"

소피아가 젤가의 자지를 지긋이 밟고 꾸깃꾸깃 비틀자 젤가는 엄청난 쾌감에 그대로 허리를 움찔거리며 튀며 사정해 버렸다. 애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단순히 쥐어짜기 위한 행위지만 쾌감의 바다에 떨어져 버린 젤가에게 그런 자각은 전혀 없었다.

"으 으아아.."

정액은 한번도 아니고 몇번이나 간헐적으로 꿀렁거리면서 젤가의 육봉에서 터져 나왔다.

"아 아팠어요?"

웃으면서 발을 내리 찍었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소피아는 걱정어린 어투로 젤가에게 물었다. 발을 단두대를 내리치는 것마냥 밟을 때의 가학적인 잔혹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는 평소의 자상한 소피아다.

"아 아니... 그게.. 기 기분 좋았어."

"다 다행이다. 사실 당신이 저를 싫어하게 될까봐 이걸 해봐도 될까, 하지 말까 걱정 많이 했는데..."

"뭘 하든 내가 소피아를 싫어할 리 없잖아. 너무 기분 좋아서 이제 정상적인 섹스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야."

"그래요?"

소피아는 잔혹하면서도 요염하게 미소지으며 젤가에게 귓가에 속삭였다.

"젤가 고마워요."

"아니 뭘..."

'기레스를 괴롭혀 줘서.... 내가 당신을.. 아니 가족을 이렇게 배신할 수 있게 만들어 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젤가. 앞으로는 나와 기레스의 즐거움을 위해 열심히 농락 당해줘?'

그런 잔혹한 생각을 달콤하게 머금으며 소피아는 사랑'했던' 남편에게 무의미한 입맞춤을 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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