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소피아(42)
* * *
"그런데 젤가한테는 3일정도의 여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가 다 져서 식사를 하러 가기 직전에 기레스는 문득 젤가의 말을 떠올리면서 소피아에게 물었다. 여행은 오늘로 3일째, 본래라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소피아는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면서 속옷을 집어 들었다.
"응. 원래라면 오늘 돌아갈 계획이었어."
그녀는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면서도 잘록한 뒷태를 기레스에게 은근히 과시하듯 보여주며 태연하게 말했다. 뒷모습임에도 가릴 수 없는 소피아의 말캉거리는 옆가슴은 보는 것만으로도 음심을 데워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럼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잖아?"
"흐응~ 기레스는 그쪽이 좋은 거 아니었어?"
소피아는 속옷을 걸치며 여우처럼 요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지."
"그렇지?"
젤가와 자식들이 집을 지키고 있는 사이 유부녀와 요분질을 해댄다는 상황은 기레스는 물론이고 소피아마저 흥분으로 들뜨게 만들었다. 가족들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자 기껏 말끔하게 씻어 깨끗해진 그녀의 음부가 촉촉히 젖어갔다.
"하지만 말야."
기레스는 살짝 탐탁잖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젤가나 하일즈가 걱정을 하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그 뒷일에 대한 수습이 문제일텐데."
"후훗."
소피아는 기레스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곧장 알아차렸다. 기레스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했을 때라면 몰라도 기레스가 추잡하게 뒤틀린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사리 예상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배신하게 만들려는 가정을 부수고 싶지는 않은 거겠지.'
물론 기레스의 의견이 그렇다고 한다면 소피아는 그에 따를 뿐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소피아의 마음은 더욱 더 기레스에게 흠뻑 빠져 버렸다. 배신을 하겠다고 선언한 그때 이미 소피아의 모든 것은 기레스의 것이 되어 버릴 정도로 타락해 버린 것이다.
배신하라고 한다면 배신하고 버리라고 한다면 버릴 것이며, 극단적으로 기레스가 그런 명령을 내릴 일은 없지만 '죽이라고 한다면' 죽일수도 있을 정도로 소피아의 정신은 기레스에게 잔뜩 오염되어 있었다. 아니, 자신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는 소피아는 그 오염을 오염이 아니라 정화나 다름 없는 신성한 행위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레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런 기쁨은 알지 못했겠지.'
마치 풋풋한 첫 연애를 하는 것만 같이 그녀의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린다. 가족을 배신한다는 망상에 소피아는 쾌감과 함께 작은 절정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몸을 움찔이며 여성이 절정을 느끼는 순간을 모를 리 없는 기레스는 기레스대로 소피아의 그 추잡한 치태에 단숨에 그녀의 살을 헤집어 주고 싶을 정도의 충동을 느껴 버렸다.
"걱정 마. 기레스. 엄마한테 생각이 있으니까."
소피아는 배신의 배덕감에 흥분해 요염하게 젖은 얼굴로 기레스에게 교태스럽게 속삭였다.
소피아와 기레스가 여행을 떠난 지도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젤가는 일을 나갈 생각도 않고 초조하게 소피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기레스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지만, 소피아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피아니까 별 일은 없을거라 믿지만..'
소피아의 재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적나라하게 본 젤가였기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사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것 또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루 정도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젤가도 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벌써 이틀 째, 젤가의 마음 속에서는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틀째라면 마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최근들어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웠던 그 외모는 한층 더 아름다워진 소피아였기에 젤가는 더더욱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피아는 단순 전투에서는 그야말로 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실력자지만 가까히에서 언제나 소피아를 보조해 온 젤가는 그녀의 순진함을 잘 알고 있었다.
전쟁터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작전에 따라 소피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일들도 종종 겪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도 한층 더 아름다워진 소피아가 해변을 거니는 모습을 상상하자 젤가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소피아를 걱정하는 마음도 걱정하는 마음이지만 젤가는 소피아와 기레스가 돌아오는 이틀 전을 그야말로 손꼽아 기다려 왔다. 소피아가 말한 포상이라는 감미로운 말을 수백 수천 번을 떠올리면서 발정해 하루에도 수차례의 자위를 하며 소피아를 기다린 젤가다. 그랬기에 소피아에게 연락이 없는 이 이틀이라는 시간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지옥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젠장... 연락을 할수도 없고.."
통신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가장 쉽게 쓰이는 방법은 통신 마법을 사용할 장소에 한번 가서 직접 두 눈에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새기는 것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편법으로 사진 같은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어느 쪽도 젤가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때문에 자신의 집을 정확히 인식하는 소피아는 젤가에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할 수 있지만 젤가는 소피아에게 연락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조작의 불편함 때문에 통신마법은 중요한 장소나 고위층 귀족이 아니면 쉽사리 집에 구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의 그 소리는.'
젤가는 소피아와 통화하고 있을 때 들렸던 음탕한 교성소리를 떠올렸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섹스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의혹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때 소피아가 바람이라도 피고 있었다면...?'
다시금 떠올려 보면 그 교성소리는 어쩐지 소피아와 비슷했다.
[하아.. 으응 아앗. 아흥♥ 아핫♥]
소피아와 '닮은' 그 교성소리를 떠올리며 젤가는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금단의 생각을 떠올렸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는 소피아가 다른 남성의 품에 안겨 신음하며 헐떡이는 모습을 떠올리자 그의 육봉은 바지위로 터질듯이 커져 있었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아니 그보다 어째서 발기한거지..?'
그에게 소피아는 누구보다 지고지순하며, 누구보다 정숙한 완벽한 아내였다. 그런 그녀가 바람을 필리가 없었다. 적어도 젤가 본인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 기레스도 있었잖아..'
소피아에게서 연락이 없는 이틀이라는 시간은, 소피아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젤가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피아가 걱정 되어서 어떻게 되어 버린 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피아가 그럴리가 없는데 참..'
그렇게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는 와중에도 기레스와 소피아는 광란의 요분질을 하며 음락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젤가는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다시 하루의 시간이 지났다.
'이상해 이건 분명히 이상하다고.'
무려 3일이라는 시간이다. 연락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마당에 이렇듯 무소식인 것은 누가봐도 이상한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적당히 말을 지어 둘러댔지만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둘러댈 수 없어 젤가는 홀로 속만 삭히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히벨리에로 가보고 싶지만 아직 어리디 어린 하일즈와 티나를 내버려 두고 집을 비울 수는 없었다. 기레스는 어찌되든 좋지만 저 둘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자식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돼.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한이 있어도 히벨리에에 가보아야...'
그 순간이었다.
[따르르르릉]
통신 마법의 벨소리가 들리자 마자 젤가는 광속처럼 내달려 곧장 그 연락을 받았다.
"여보세요? 소피아?"
"젤가!"
통신 마법 너머로 들리는 소피아의 목소리를 듣자 젤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소피아. 여행은 3일 간 이라고 했잖아."
"그랬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소피아의 목소리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문제라니?"
"지금까지 연락을 못한 건 미안해요. 하지만 연락을 할 틈이 없었어요."
"어째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여행의 마지막 날. 집으로 복귀하려고 할 때, 기레스가 납치를 당했었어요."
"뭐? 납치?"
"네. 음... 아무래도 저를 노렸던 모양이에요."
소피아가 말끝을 흐리자 젤가는 가슴이 덜컥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서 설마 뭔가를 당한 건 아니겠지?"
그런 말을 하면서 젤가는 전날 소피아와의 통신을 생각하며 그녀의 부정을 망상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의 거근은 주책없이 우뚝 솟아 올랐다.
"뭘... 당해요?"
소피아의 순진무구해 보이는 질문에 젤가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검은 망상은 씻은 듯이 날아가 버렸다. 오랫동안 소피아의 곁에서 그녀와 함께 싸워온 젤다다. 소피아의 성격을 생각해도, 능력을 생각해도, 고작 히벨리에의 잡배들에게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젤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하.. 그렇지 그 소피아가 그럴 리 없지.'
통신 너머에서 소피아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리 없는 젤가의 그 순박한 믿음은 마치 놀림거리가 된 광대와도 같았다.
"그래서 기레스가 납치를 당했다고?"
'기왕이면 무슨 문제가 생겼으면 좋겠군. 아니 아니지. 그녀석이 있어야 앞으로도 소피아와 섹스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래도 살아서는 돌아와야..'
"납치는 해결했어요. 기레스를 납치한 무리들은 전부 무력화 시켰거든요. 하지만.."
"하지만이라니? 기레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소피아에게 점수를 따두기 위해 젤가는 걱정어린 투로 물었다.
"네 기레스의 상태가 조금 안좋아요."
'조금 전에 소피아의 어조에 힘이 없어 보였던 건 이것 때문이었나..'
그렇게 홀로 납득하면서 젤가는 다른 질문을 했다.
"납치는 해결 했다면서? 그리고 기레스의 상태가 안좋아도 연락은 할 수 있었던 것 아냐?"
"기레스는 오늘 찾았어요. 납치를 한 사람들은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따로 기레스를 납치해 둔 사람들로 나뉘어 있었거든요."
'첫번째 일당들은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깔끔하게 전멸 시키고 첫번째 일당들을 통한 정보를 이용해서 다른 일당들을 잡아낸 건가? 그나저나 소피아 치고는 기레스를 막 부렸는걸?'
젤가는 전쟁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소피아의 행동을 감정해 나갔다. 젤가는 전쟁으로 단련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소피아가 말을 지어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군. 납치를 한 사람들은 어떻게 했어?"
"이곳의 병사들에게 맡겼어요. 근방에서는 불량하기로 상당히 유명했던 모양이네요."
"....... 그렇군. 기레스의 상태는 괜찮은 거야?"
"아직도 상태가 안좋아서... 이곳에서 조금 더 몸을 추스러야 할 것 같아요."
"무 뭐..? 하지만 벌써 6일.."
"젤가. 제가 말했을 텐데요. 기레스를 '오늘' 찾았다고."
방금까지만 해도 어딘지 처져 있었던 소피아의 싸늘한 목소리에 젤가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허둥대며 말했다.
"그 그랬지. 그러면 언제 올 생각이야."
"기레스의 몸이 낫게 되면 갈 생각이에요. 아흣.."
소피아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젤가는 여러가지 의미로 당황하면서 물었다.
"뭐 뭐야 소피아?"
"3일 내내 쉬지 않고 돌아 다녔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려서..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안심이 된 모양이에요.. 하우으.."
속을 털어내는 한숨인지, 신음인지 모를 야릇한 소리가 소피아의 목에서 새어나오자 젤가의 자지는 이성을 무시하고 불뚝 서버렸다.
"그 그래?"
'그나저나 약간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데 몸에 알이라도 배긴 건가?'
젤가는 소피아라면 기레스를 구하기 위해 정말로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철인같은 소피아라고 해도 그정도라면 분명 상당히 지쳐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흐읏.. 그러면 젤가. 기레스가 나으면 한시라도 빨리 돌아갈테니까.. 그때까지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아... ㅎㅡ."
"그래 나만 믿... 응? 벌써 끊어진 건가? 그나저나 납치라니.. 그런 일이 그 유명한 히벨리에에서도 일어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최근 아름다움이 물에 오른 소피아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젤가는 자연스럽게 수긍했다.
상식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소피아의 외모는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고, 결정적으로 젤가에게 소피아가 저렇게 능란하게 거짓말을 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피아여서 다행이야. 다른 여성이었다면 정말 위험한 일을 당했을지도.. 그나저나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지..'
소피아가 적당히 지어낸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그렇게 안도하면서 젤가는 오늘도 쓸쓸히 소피아가 없는 빈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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