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39화 (39/238)

〈 39화 〉 소피아(38)

* * *

휴양도시로 유명한 히벨리에의 해변은 여름의 이 시기가 되면 수많은 인파들로 바글거린다. 그 개미들처럼 드글거리는 인파 속에서도 소피아의 외모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피아는 흘끔 흘끗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은 음흉하기 짝이 없었고, 여성들의 시선은 질투심이 서려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느쪽이든 소피아에게는 그다지 기분 좋은 시선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기레스 하나면 충분했고, 질투의 시선은 본래 남들 앞에서 과시하는걸 선호하지 않는 소피아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소에 불과했다.

괜히 그녀가 평소에 후줄근한 옷을 입는 게 아닌 것이다.

내심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소피아는 기레스가 명령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씻은 듯 지워 버렸다. 기레스가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 지는 게 지금의 소피아다.

소피아는 기레스의 요구에 따라 비치파라솔이 설치된 벤치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직 애면서 기레스는 어째서 이런 걸 좋아하는 거람?'

"기레스 물놀이는 하지 않을거야?"

"그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거."

"꺄앗."

끈적하면서도 차가운 무언가가 소피아의 보드라운 맨살에 닿았다. 어디서 준비해 왔는지 기레스의 손에는 오일이 들려 있었다.

"그런 건 어디서 사온거야?"

"이곳 저곳에서 팔고 있던데요?"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소피아의 야한 장난의 생각으로 가득한 기레스는 히벨리에에 도착하자마자 매의 눈으로 주변을 물색해 둔 상태였다. 소피아는 오일로 끈적해 보이는 기레스의 손에서 정열적인 시선을 떼지 못했다.

[꿀꺽]

이후에 벌어질 음란한 행위에 대한 기대로 소피아의 입 안에 군침이 넘칠듯이 고여 버린다.

기레스가 소피아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자,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레스에게서 오일을 받아 벤치에 누우며 말했다.

"기레스. 엄마한테 오일을 좀 발라주렴."

그렇게 말하는 소피아의 눈은 욕정에 대한 기대심으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음... 으음.."

기레스의 손놀림은 방금 젤가와의 통신을 할때와는 다르게 부드러웠다. 아무리 기레스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 소피아가 애액을 흩뿌리며 자지러지게 만들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소피아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가슴을 초조하게 죄이는 쾌락에 목구멍이 달달하게 저려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기레스의 행위는 어머니의 몸에 오일을 정성껏 바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손길을 받아들이는 소피아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천진난만해서 투박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움직임 사이 사이로 소피아의 은밀한 부위를 손가락이 비집고 들어가 살짝 살짝 스쳐대는 것이, 이런 곳에서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금단의 배덕감을 물씬 피어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평범하게 아들이 오일을 발라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소피아에게 고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물론 여행객들도 소피아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흘끗흘끗 곁눈질을 할 뿐이었지만,겉옷을 걸치고 있었을 때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모았던 소피아다.하물며 육감적인 수영복을 입어 폭발적인 육체미가 고스란히 나타난 지금의 소피아는 그야말로 시선도둑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 사이로 기레스는 능숙하게 순진한 어린아이를 연기하며 소피아의 속살을 비집어 헤치고 있었다.

'음으읏..!'

오일로 미끌거리는 기레스의 손가락이 소피아의 사타구니 사이, 은밀한 비소를 슬쩍 비비고 지나가자 소피아는 입을 오믈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쾌락을 참아냈다. 다른 사람들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피아의 몸에는 피학적인 쾌감이 전신에 넘실거린다.

"자세를 조금 바꿔볼까요?"

기레스의 명령에 따라 소피아는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기레스는 철없는 어린아이를 연기하면서 그대로 그 소피아의 위에 올라갔다. 기레스의 살과 고간이 허리에 느껴지자 소피아는 그대로 자신의 팔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었다. 자신의 엎드린 팔 안에서는 필사적으로 올라오는 쾌감을 참는 소피아의 녹아내릴 듯한 얼굴이 숨겨져 있었다.

"후후.."

"에..?"

소피아의 안색이 변했다. 등 뒤가 허전해 진 것을 느낀 것이다. 기레스가 소피아의 등 뒤를 고정하던 비키니 끈을 슬쩍 풀어 버린 것이다. 애초에 천 쪼가리 하나를 걸치고 있었을 뿐이었고 여전히 앞쪽에는 비키니의 천이 깔려 있었지만 끈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피아의 마음엔 꽉 움켜 죄이는 것 같은 불안과 수치심이 몰려 왔다.

엎드린 자세여서 풍선이 터질 것처럼 눌리는 가슴골과 고정끈이 없기에 그대로 훤히 들여다 보이는 옆가슴은 어떤 의미로는 나신이 된 것보다도 더 아슬아슬한 음란함을 머금고 있었다.

"기 기레스으.."

소피아의 질타섞인 시선에도 기레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매끄러운 오일을 타고 그대로 자신의 손과 몸을 이용해 소피아의 몸에 오일을 발라 나갔다.

소피아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사람들은 이따금씩 시선을 흘깃 거리기는 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볼때는 기레스와 소피아의 행위는 화목한 모자 간의 사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기레스 같은 '못생기기 짝이 없는 앳된 소년'이 '이런 장소에서' '저런 미녀를' '애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소피아의 음란한 아름다움에 흘끗거릴 지언정 그런 사고에까지는 미치지 않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저 아이 덕에 눈호강 하는구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천진난만하게 오일을 바르는 기레스를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레스가 야한 장난을 하는 게 아니라 '기레스의 실수'로 소피아의 비키니의 끈이 풀어졌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 개중에는 '그래도 끈은 채우고 바르라 하지.'라고 생각하는 이도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레스의 행동이 실상은 소피아의 애간장을 태우는 애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인식 덕에 소피아는 마치 합법적으로 타인의 눈 앞에서 애무를 당하는 것같은 배덕적인 느낌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이런 건 어릴 때 외에는 하지 못하겠지.'

수많은 여자들을 상대로 온갖가지 수치플레이를 종용해 온 기레스지만 이런 플레이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남들 앞에서 보란듯이 애무를 한 적은 있지만 '애무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면서' 애무를 하는 것은 이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하으응... 읍.."

오일에 미끌거리는 기레스의 손가락이 미꾸라지처럼 소피아의 겨드랑이를 스치고 지나가자 소피아는 무심결에 달콤한 교성을 내뱉을 뻔 했다.

'정말.. 어째서 이렇게 능숙한 걸까.. 이 아이는.'

이제와 기레스의 면목을 아는 소피아가 보면 기레스의 이런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철없어 보이는 아이가 열심히 오일을 바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의 은밀한 비소를 구석구석 흝어서 여체를 들뜨게 만드는 섬세한 기술이 숨어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들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생각했지만 어느샌가 소피아는 자신의 은밀한 장소로 향하는 기레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자각했다.

"후훗."

소피아는 기레스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살짝 상체를 들어 자신의 가슴골을 만들어 보이며 기레스의 손이 자신의 민감한 장소에 오기 쉽도록 유도해 요염하게 미소지으며 유혹했다.

'더 기분 좋게 해줄거지?'

그렇게 수많은 시선들로 넘치는 해변가에서 소피아는 기레스에 의해 자신의 음란성을 한껏 개발되어 나갔던 것이다.

"후우.."

소피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레스의 마사지가 끝난 후,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이 기레스의 몸 구석구석을 오일로 번들거리게 만들어 주려 했지만 기레스가 준비해 온 오일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까닭에 이후에는 적당히 물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떼운 것이다. 바로 어제의 그녀였다면 천진난만하게 기레스와 물놀이를 해서 좋아했을 테지만, 지금의 소피아는 욕구불만으로 그득했다.

'그래도 이제 숙소에 돌아가면..'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숙소에 돌아가 기레스와 몸을 섞고 싶은 마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제는 기레스의 무절정고문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오늘은 자신이 준비해 온 물건으로 잔뜩 광란의 밤을 즐길 생각을 하니 그녀의 마음은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처럼 콩닥콩닥 달아 올랐다.

"휘우."

"응?"

기레스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한적한 곳에 이르자 갈색으로 살을 태운 건장한 남성이 소피아의 길을 가로 막았다. 스포츠머리로 시원하게 자른 금발머리에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와 조각같은 비율의 몸을 가지고 있는 젊은 남성이었다. 그 용모는 이세계를 기준으로 봐도 훌륭해서 기레스는 그의 외모 정도라면 여자깨나 후렸을 것이라 짐작했다.

'헌팅인가?'

"거기 누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와 같이 놀지 않을래?"

분명 소피아와 기레스가 화기애애하게 걷고 있었음에도 남자는 붙임성 좋게 그렇게 소피아에게 권유해 온 것이다.

"실례네요. 여기 아들이 있는 거 안 보이시나요?"

실제로 소피아를 본 많은 사람들이 소피아에게 접근하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 척 보기에도 아들처럼 보이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레스가 없었다면 수십 수백번은 더 남자들이 꼬였어도 이상할 게 없었을 것이다.

"에엥? 아들이었어? 전혀 닮지 않아서 그냥 미아가 된 꼬맹이인줄 알았는데.. 그렇다 쳐도 애들은 이제 곧 잘 시간이잖아? 아무래도 남편은 없는 모양인데 아들은 재워두고 나랑 즐겁게 놀아 보는 건 어때? 좋은 장소도 알고 있는데 말이지."

남자는 흘끗 기레스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소피아의 눈썹이 움찔 거렸다.

"이런 못난 꼬맹이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말야."

"풋.. 네가?"

소피아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남자를 보며 보란 듯이 조소했다,.

"뭐..?"

그 소피아의 차가운 얼굴에 남자는 살짝 당황해 했다. 기레스와 정답게 꽁냥거리는 꼴을 보고 상냥해 보이는 '쉬운 여자'라고 생각했던 소피아가 저런 미소를 지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방금전까지는 전혀 다른 소피아의 기백에도 남자는 넉살좋게 접근하며 말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이면 되니까.. 한시간만 만나주면 그대로 헤어져 줄테니까 말이지."

치근덕 거리면서 남자는 소피아의 우윳빛 피부에 두꺼운 자신의 손을 가져갔다. 어지간히도 자신감이 넘치는 행위였지만 역겹기 짝이 없게 느껴진 소피아는 냉랭하게 그의 손을 내리 쳐버렸다.

"으읏.."

가볍게 치는 것 같아 보였지만 마치 칼로 후빈 것만 같은 격통에 남자는 당황하며 자신의 손을 확인했다.

설령 기레스에게 흠뻑 빠지지 않았더라도 그런 천박한 방식이 소피아에게 통할 리가 없을진대, 이미 영혼까지 기레스의 것이 되어 버린 지금 소피아에게 남자의 대쉬는 토할 것만 같이 역겹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순진한 줄 알았는데 앙칼지구만. 제법 손이 매워. 그런 차림으로 다니면서도 꼴에 엄마라고 튕기는 척 하는 모양이지?"

확실히 소피아의 차림새는 도발적이었지만 남자는 그 차림을 보여주고 싶은 대상이 기레스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저런 수영복을 기레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입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런 못생긴 애새끼를 돌보는 것 따위는 생각도 안될 정도로 즐겁게 만들어 줄테니까.. 응?"

[쿵]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기레스가 보는 앞에서 소피아에게 천천히 몸을 들이대던 남자는 흰눈자위를 보이며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귀찮게."

벌레보는 듯한 눈으로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던 소피아는 살짝 발을 들어 그대로 그의 다리를 찍어 버렸다. 한때 젤가가 당한 것마냥 그의 다리는 기묘하게 비틀려 꺽여 버렸다. 남자는 이미 완벽하게 의식을 잃었는지 자신의 다리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뒤틀려 꺾였음에도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곁에서 쭉 그 광경을 지켜보는 기레스가 보기에는 마치 죽어 버린 것 같게 보일 정도였지만 기레스는 그런 실수를 소피아가 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음.. 너무 심한 거 아냐?"

말로는 그리 말했지만 기레스는 너무도 해맑게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응징을 마음에 들어하는 기레스를 보자 소피아의 주변을 시리게 만들던 냉랭함은 삽시간에 녹아내려 버렸다.

"응? 하지만 방해였는걸."

한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도 무표정 했던 소피아는 촉촉히 젖은 눈으로 기레스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아버지도 저 꼴이 났었던 건가?"

"아냐 아냐. 젤가와는 조금 달라."

"무슨 소리야?"

"젤가는 음.. 그래도 쉽게 다시 붙을 수 있도록 부순 거지만 이녀석은.."

소피아는 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냉랭한 눈으로 자신을 헌팅했던 남자를 보며 말했다.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할 걸? 그렇게 부숴 버렸으니까."

작은 미물들도 마음이 약해 죽이기를 꺼려했던 소피아가 할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발언에 기레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운을 띄우듯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소피아의 실력이라면 여기까지 과잉제압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남자를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방해이기도 했지만, 이녀석 기레스를 비웃었으니까.. 용서하고 싶지도 않고 거기에.."

"거기에?"

"기레스의 취향은 이쪽일까 싶어서?"

소피아는 요사스럽게 혀를 냘름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최고의 여자라니까."

"아읏..♥"

처참하게 쓰러져 인생이 망가진 남자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기레스와 소피아는 그대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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