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37화 (37/238)

〈 37화 〉 소피아(36)

* * *

"아아... 하아 아핫."

소피아는 아직 자신보다 작은 기레스의 품에 들어가 새근거리고 있었다.

"기분 좋았어요?"

"응.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

"저는 손 하나 까딱하지도 못하겠네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깊은 새벽의 시간이다. 정신없이 쾌락을 탐하던 소피아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기레스는 거의 한나절 이상 소피아를 애무해 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 기레스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네. 아쉬워."

"뭐가요?"

"기레스가 이런 물건을 준비해 온 것처럼 나도 준비해 온 게 있었단 말야."

소피아는 뺨을 살짝 부풀리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소피아의 요염함과 상쾌함의 경계를 멋대로 오가는 매력은 마치 극상의 여인을 두명 손에 넣은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준비? 뭐를요?"

"비밀."

"제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시겠다면서요?"

"하지만 기레스도 별로 듣고 싶지는 않잖아?"

'그야 그렇지.'

깜짝 선물은 깜짝 선물일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냥 순진하기만 한 것처럼 보이지만 소피아는 이미 그런 기레스의 성향도 훤히 꿰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어."

교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면서 소피아는 기레스의 사타구니를 혀로 할짝거린다.

"저기 조금 지쳤는데.."

"여기는 그렇지 못한 모양인데..?"

오늘 한번도 사정하지 못한 기레스의 육봉은 소피아의 애무에 지친 몸을 배신하고 고개를 빳빳히 들었다.

"아움.. 음 역시 기레스 게 최고야. 음음 냠."

기레스의 물건을 입에 머금은 소피아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가 서려 있다. 기레스는 상당히 지쳤기에 소피아의 능숙한 혀놀림에 쉽사리 자신의 정액을 사정했다.

"하앙. 으음.."

애액과 땀으로 번들거리며,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소피아의 나신에 기레스의 정액이 쏟아진다. 충분히 입으로 받을 수 있음에도 소피아는 일부러 정액을 피부에 받았다.

살살 손가락으로 기레스의 정액을 건져들어 입가에 가져가 음미하는 소피아의 모습은 방금 사정했음에도 곧바로 사정욕구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농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배신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는 거야?"

이미 소피아의 안에 가족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알아서 생각해 주세요."

"응. 그 편이 즐거운 거네..?"

'나도 그 편이 즐거울지도..?'

지금까지도 소피아는 기레스에게 조교되어 하면 안되는 배덕의 쾌락을 몸에 새겨나가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레스의 타의에 의해 유도되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맹세를 통해 그녀의 인식은 완전히 개변해 개화되어 버렸다.

기레스의 몸을 허락했던 때에도 그녀는 기레스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기레스가 원하는 것이라면 설령 그것이 꺼려해야 할 일이라도 정신이 먼저 즐거움을 느껴버릴 정도가 되어 버렸다. 지금의 소피아는 몸과 마음은 물론이고 혼백마저도 기레스의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둘만 있을때는 반말로 명령해 줄래?"

"응?"

"그 편이 더 흥분되잖아?"

가족이 있는 곳에서는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을 연기하지만 그 뒷면에서는 가족들을 배신하며 연인처럼, 혹은 도구처럼 다뤄진다는 배덕적인 상황을 그 순박하고 자상했던 '소피아가' 떠올렸다는 것에 기레스는 더할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역시 소피아라니까."

기레스는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딱히 애무가 아닌 행위임에도 소피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을 감고 기레스의 손을 음미했다.

"후훗 마음에 들었어?"

"마음에는 들지만 가족놀이를 버려야 하는 건 조금 아쉽겠는데.."

어린 아이의 입에서 소피아에게 반말을 하는 그 광경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었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소피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소피아가 어떤 모습을 취한다 해도 그녀의 매력이 바래지 않는 것처럼, 소피아에게 기레스의 태도는 어떤 것이든지 옳은 일이었다.

어린 양아들에게 반말을 듣는다면 반말을 들었기에 기쁨에 취하고 엄마의 취급을 받으면 취급을 받는대로 기뻐서 엉덩이를 씰룩이며 꼬리를 흔드는 것이 소피아인 것이다.

"그건 그렇네. 그러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주세요. 주인님?"

불알을 혀로 할짝 거리면서 소피아는 요사스럽게 기레스를 올려다 보며 아양을 떨었다. 소피아는 몸을 꼬물거리며 기레스의 품으로 들어와 기대어 살을 문질 거렸다.

살짝 달아오른 적당한 온도의 피부가 스치면 소피아는 물론이거니와 기레스 마저도 기분 좋게 발정해 버린다.

"이렇게 살을 맞대고 자는 건 처음이네."

"집에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방해꾼이라고는 말하지 않네."

"그거야 소피아가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즐거우니까. 내 입으로 말하는 건 촌스럽지."

기레스의 말을 듣고 소피아는 기레스의 취향을 하나 하나 가슴 속에 새겨 나갔다.

"흐음.. 그런 쪽인거네. 기레스는.."

소피아는 지금까지 기레스에 대해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본성을 적나라하게 직시하면서 살포시 미소지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어야 할 상황이지만, 소피아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행복감 뿐이었다.

세상 유일하게 자신에게만 기레스가 저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에 소피아는 일종의 독점욕마저 느낄 정도였다.

사실 지금까지 기레스가 그녀를 속여 왔던 것은 소피아의 가치관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의 큰 일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소피아에게 그런 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도 자신이 기레스에게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만이 소피아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속마음은 기레스의 그 기대에 부흥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으음.. 후.."

잠시 시간이 지나자 기레스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한나절이라는 시간동안 숨만 쉬고 서 있어도 그리 편한 일은 아닐진대, 가뜩이나 체력이 저질인 신체로 민감하기 짝이 없는 소피아의 사방팔방에서 튀는 신체의 절정을 조율하는 섹스를 하는 것은 기레스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심신이 한계에 다다른 기레스는 적당히 피로를 풀기 위해 살짝 눈을 감은 사이에 정말로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여자를 조교하는 기레스 본인의 입장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인 게 되는지라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반대로 소피아는 기레스의 자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을 뿐인데도 얼굴에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보면 그냥 꼬맹이에 불과한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레스를 바라보는 소피아의 시선은 연인이상의 연정이 담겨 있었다.

외모상으로도 미녀와 야수같다고 느낄 정도에, 양자라고는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부모와 자식 간인데다, 나이까지 따지고 들면 더더욱 비현실적일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이제와서는 소피아에게 그런 사소한 문제들은 오히려 자신을 흥분하게 만드는 자극제나 다름 없었다.

금단의 행위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소피아의 신체는 흥분으로 가득 차버리는 것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네.'

소피아는 기레스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잘 자. 기레스."

기레스는 해가 중천에 뜬 오후나 되서야 잠에서 깨어 났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기레스의 몸은 어째선지 기분이 좋은 느낌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말랑]

눈을 뜨고 처음으로 기레스의 시야에 들어 온 것은 모양좋게 봉긋히 솟은 탱글탱글한 두 봉우리였다. 관자놀이에는 소피아의 가는 팔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소피아는 한쪽 팔로는 팔베게를 하고 자신의 가슴을 기레스의 얼굴에 묻어 껴안는 자세를 취하고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분명 전날 밤에 그렇게 애액을 뿌리며 자지러졌음에도 소피아의 살에서는 어인 일인지 향긋한 살냄새가 물씬 풍겨와서 가만히 그녀의 품에 안겨 있기만 해도 절로 행복한 감정이 피어 올랐다.

'잠들었던 건가.'

기레스는 조교사 실격이라고 생각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여행지에서 여자들에게 정신을 잃게 만든 기억은 있어도 자신이 피로에 쓰러진 적은 없었기에 기레스는 살짝 수치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여행인가.'

소피아의 말랑거리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끈적하게 살을 섞으며 잠을 취하는 것은 여행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특권이었다. 전생의 시절 여자를 후릴때도 그랬지만 함께 한 잠자리에서 여인과 살을 섞으며 일어나는 그 순간은 언제나 각별한 것이었다.

자기 나름대로 확신이 있기는 했지만 그 소피아를 완벽하게 떨어트린 지난 밤을 떠올리면서 기레스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기레스의 콧김이 가슴을 간질이는 느낌에 소피아의 눈이 천천히 뜨인다. 몸단장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소피아의 아름다움이 퇴색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단장을 하지 않아 단정치 못한 부스스한 상태는 소피아의 색다른 매력을 더욱 부각 시키고 있었다.

"아.. 기레스. 일어 났어?"

소피아는 싱긋 웃는가 싶더니 그대로 가녀린 팔을 기레스의 목에 걸어 끌어 안으며 요염한 미소로 혀를 내밀었다. 햇살을 받아 일어날 때의 싱그러운 느낌은 온데 간데 없이, 방 안은 순식간에 음탕함으로 가득 차버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레스와 소피아는 끈적하고 추잡하게 서로 혀를 탐하면서 히벨리에의 두번째 하루를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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