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소피아(27)
* * *
소피아는 젤가를 안아 끌어 침대로 들어왔다. 팔을 엮어 젤가를 살짝 올려다 보는 소피아의 시선은 젤가를 미치게 만들었다.
"소 소피아."
"잠깐만요. 당신은 지금 다친 상태기도 하니까."
소피아는 대리석 같은 새하얀 손으로 젤가의 자지를 쓸어 내렸다.
"으으윽.."
"마침 얼마 전에 월례회의에서 에루스를 만났잖아요?"
"음 그랬지."
젤가도 에루스가 나와 있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조언을 받아 왔으니까.."
요염하게 웃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젤가의 자지에 휘감았다.
"으호오옷.."
젤가는 다양한 체위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소피아의 손으로도 즐겨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자위는 해보았지만 타인이 손이 쥔다는 것은 스스로 자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건 기레스에게 잘 대해준 포상이에요."
이미 기레스와 숱하게 몸을 섞으면서 물이 오를대로 오른 소피아의 음탕한 손놀림은 젤가를 능숙하게 희롱해 나갔다.
저번에 느꼈던 입과는 또 다른 황홀경에 젤가는 얼굴이 완전히 풀려 헤벌쭉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헤 으에.. 소피아."
"기분 좋으시죠?"
'한심해.'
자신의 손가락에 정신을 놓아버리는 젤가를 보면서 소피아의 마음은 차갑게 정색해 식어 버린다.
기레스가 소피아에게 귓속말로 권한 것은 젤가의 육봉을 소피아의 몸에 받아 들이지 않고 애무만으로 보내버리라는 이야기였다.
"뭐!?"
"그거라면 엄마도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아버지와 몸을 섞을 수 있으시겠죠?"
"흐음."
소피아의 눈치는 그다지 탐탁치 않아 보였지만 기레스는 그런 그녀의 귀에 대고 다시 속삭였다.
"엄마의 손으로 아버지를 조교하는 거에요."
그 속삭임에 소피아의 속이 검게 달아오른다.
"조...교..?"
"어차피 엄마도 아버지와 아예 각방을 쓰실 수는 없을 테니까 결국 섹스는 하게 될거잖아요? 그 전에 섹스보다 더 기분 좋은 쾌락으로 아버지를 보내 주시는 거에요. '섹스보다' '애무쪽이' 더 소중하도록 천천히."
소피아는 기레스의 악마같은 발상에 군침을 꿀꺽 삼켰다. 하면 안된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젤가를 조교하게 되면 젤가는 어떤 한심한 소리를 내뱉어 줄까 하는 기대감과 흥분에 그녀의 천천히 그녀의 음부가 젖어오기 시작했다. 소피아에게 이미 '하면 안되는 것'은 '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이 기레스가 바라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그녀에게 기레스는 쐐기를 박는다.
"'저를 위해' 아버지를 조교해 주세요."
'기레스를 위해..'
"이제와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저는 이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아버지가 저렇게 날이 서계신 상태라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서 사실은 조금 불안해요. 하지만 여기서 엄마가 아버지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신다면 아버지도 저를 좀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이시게 되겠죠. 그러니.."
악마의 속삭임은 너무나도 달콤하게 스며든다.
"아버지를 조교해주세요."
'...... 그래.. 기레스가 또 괴롭힘을 당하면 안되잖아? 이건.. 기레스를 위해서야..'
그녀는 입가에 파멸적인 욕망이 담긴 미소가 걸린다.
"으.. 응. 기레스. 그건 그거고 방금 끝까지 가지 못했으니까.."
소피아는 몸을 배배 꼬면서 기레스에게 달라 붙는다.
"참고로 아버지가 기분 좋아질때까지는 저도 애무 안할거니까요."
"에엑!?"
그런 관계로 겉으로 보기에는 젤가를 위한 척 여유롭게 애무를 하고 있는 소피아였지만 실상은 그녀의 음부도 젤가의 발기된 자지 못지 않게 욕구불만으로 끈적하니 젖어있는 상태였다.
'으으.. 기레스..'
기레스는 고의적으로 그녀를 보내주지 않았다. 이제와 소피아가 기레스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일은 거의 없었지만 발정 상태로 방치한다면 더더욱 그녀가 정상적인 사고를 할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이미 소피아의 마음에 기레스의 제안에 대한 거부감 따위는 단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이며 반평생을 함께 한 남편을 직간접적으로 배신하는 행위였음에도 그것보다는 '하고싶다는 욕망'이 그리고 기레스에게서 주어지는 '쾌락'이 더 소중한 것이다.
'미안 젤가. 하지만 당신이 나쁜거니까.'
"으읏 소피아."
'당신이 기레스를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을텐데.'
젤가가 순수한 피해자였다면 순수한 소피아의 마음에는 아직도 정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젤가는 그야말로 순수한 가해자였기에, 소피아는 손쉽게 자신의 마음을 속일 명분을 찾을 수 있었다.
"으허으윽."
소피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젤가의 육봉은 물 밖에 갓 나온 고기처럼 팔딱 팔딱 거리면서 일일히 반응한다.
소피아는 젤가를 조교하라는 기레스의 명령을 떠올렸다. 그녀는 지나친 쾌감에 정신머리없이 신음을 헐떡이고 있는 젤가를 보며 가학적인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젤가를 내 손으로 조교한다는 말이지?'
상상만으로도 쉽사리 몸이 달아 오른다. 젤가에게 애정이 남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젤가를 요리할 수 있다는 '금단의 행위'에 대한 도착증 때문이다.
기레스의 만류에 소피아는 적당히 손속을 두기는 했고, 사태가 얼추 해결된 지금 소피아도 젤가를 미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그녀의 가슴 안에는 응어리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런 그녀에게 눈앞에 덩그러니 놓인 젤가는 자신의 욕망을 해소할 먹기 좋게 손질된 요리 같은 느낌이었다.
"아흐으 으아 으아앗 소 소피아!"
몇 주간 쌓인 젤가의 정액은 분수처럼 발사되었다. 소피아는 손으로 그것을 적당히 털어내며 말했다.
"기분 좋았어요?"
"너 너무 좋았어. 설마 타인의 손으로 애무한다는 게 이런 기분일 줄이야. 혼자 자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후훗. 기뻐해 주시니 저도 기쁘네요."
"저 저기.. 저 정말 순수하게 묻는 건데 호 혹시 이걸로 끝인 거야?"
평소와는 다르게 젤가는 어딘지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이전처럼 혹시나 여기서 끝이 날까 싶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소피아는 그런 젤가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조롱섞인 미소를 지었다.
"후훗. 말했잖아요 포상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젤가의 육봉을 자신의 부드러운 혀로 아래에서 위로 핥아 올렸다.
"으 으아아앗.."
"퉷."
육봉에 걸려있는 정액을 맛을 보고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뱉어 버렸다.
'이게 젤가의 정액인가? 괜히 핥아 버렸네.'
먹어주고 싶지 않은 정액은 그저 역겨운 오물에 불과했다. 그런 소피아를 보면서 젤가는 도리어 감동을 받으며 생각했다.
'저렇게 입에 대고 싶지 않은 정액을 혀에 담으면서까지 봉사해 주다니.. 아아.. 소피아..'
그야말로 환상적인 동상이몽이었다.
'이정도면 되었으려나?'
[찌걱찌걱]
선홍빛 혀에 의해 침이 범벅이 되어 질척거리는 육봉을 소피아의 손이 애무하기 시작했다.
"으 하아.. 우허어.. 으으.."
'너 너무 달라..'
그냥 손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소피아와 해왔던 섹스보다 기분이 좋았을 정도였는데, 침에 번들번들해져서 미끌거리는 젤가의 자지는 한층 더 민감해진 채로 소피아의 가녀린 손가락에 농락되어 갔다.
"우호오오옷!"
소피아의 손이 얼마 문지르기도 전에 그대로 젤가는 두번째 사정을 맞이했다.
'빨라..'
"하아.. 하아.."
연이은 절정에 젤가는 살짝 숨을 골랐다.
[찌걱..]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피아의 손이 그의 자지를 간질였다.
"응..?"
"아직 만족하지 못했죠?"
"아 아니.."
"에에이 사양하지 마세요. 이건 젤가가 기레스를 아껴준 포상이니까. 더욱 듬뿍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릴게요."
소피아의 손가락이 미끌거리며 닿자 마자 죽어 있던 육봉은 부활 주문이라도 맞은 것처럼 빳빳하게 서기 시작했다.
"으히에에.."
'다섯 번'
소피아는 젤가의 육봉을 힘껏 쥐며 그대로 정자를 짜내고는 손을 털어 정액을 바닥에 내던졌다. 사랑이라고는 한 점도 느낄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소피아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절정에 잠식되어버린 젤가는 눈치 챌 수 없었다.
젤가는 완전히 풀어진 얼굴로 침대 위에서 헤롱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그렇게 자기 보신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근엄한 남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한심한 얼굴이다. 그런 젤가의 얼굴을 보고 소피아는 입가에 미소가 서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기분 좋아.'
육체적인 쾌락과는 또 다른 정신적인 만족의 씨앗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서서히 발아하고 있었다.
"소피아. 저기.."
"아직 부족한 건가요?"
"아 아니야. 그게 아니고, 다음에도 또 이렇게 받을 수 있을까?"
"어머나? 성교가 아니고요?"
놀라는 척을 하며 소피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그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이런 것도 좋지 않나 싶어서 말야. 그리고 이거면 피임 걱정도 없고.."
"그렇네요."
소피아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고 젤가를 흘겨 보았다.
"젤가 당신이 하는 거 봐서?"
혀를 냘름거리면서 요염하게 말하는 소피아를 보면서 젤가는 마치 세뇌라도 되듯 기레스에게 잘 대해 주어야 겠다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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