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소피아(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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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밑에서 나는 덜컥 거리는 소리에 기레스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 쯤 젤가놈이 소피아에게 혼나고 있으려나?'
기레스는 누가 뭐라 해도 명실상부한 악당이었지만 딱히 소피아가 가정을 부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물론 하하호호 거리면서 평화로운 가정인 것을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사고야말로 그의 비틀린 본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까발려 준다 할 수 있었다.
그는 겉으로는 좋은 가정인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자신을 위해' 일그러져 비틀려 가는 광경을 좋아한다.
그의 능력이라면 단순히 가정을 파탄 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또 그걸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기레스는 그런 일시적인 후련함보다도 달콤하면서도 끈적거리는 추잡한 욕망을 더욱 선호했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일지라도 배신 할 수 있다는 그 배덕을 위해서는 설사 겉치레나 허울에 불과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필요하다. '남편'이든 '자식'이든 혹은 '가정'이든..
그랬기에 기레스는 소피아에게 가족들을 혼내더라도 도를 넘은 심한 짓은 하지 말아달라고 넌지시 당부를 해두었다. 그 말을 듣고도 마냥 기뻐하지는 않는 소피아를 보는 것은 기레스에게에게 단순한 쾌락과는 비할 수도 없는 최고의 보상이었다. 수년 간의 육체적, 정신적 괴롭힘 같은 건, 변모한 소피아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값싼 대가라 할 수 있었다.
하일즈와 티나를 그렇게 혼내고, 자신의 사랑했던 남편의 다리를 지그재그로 부러뜨린 것도, 기레스의 부탁에 소피아가 최대한 손속에 정을 둔 것이라는 것을 젤가와 아이들이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남편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 아이들에게는 자애로운 엄마. 아마 가정에 이상적인 여성이 있다면 소피아를 칭한다는 말에 반대할 이는 마을에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가정의 어머니 그 자체나 다름없었던 소피아는 이제 기레스'만'의 것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도 나를 위해서 열심히 가족을 속여줘. 소피아.'
기레스는 홀로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하며 감미로운 밤을 보냈다.
그 사단을 내놓은 소피아였지만 그녀도 젤가나 자신의 자식들이 원수처럼 미운 것은 아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지금까지 자신이 사랑해왔던 남편과 자신의 몸에서 낳은 아이들을 불구대천지수마냥 끝없이 미워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좋고 싫음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A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동시에 B라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 분명 둘 다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비교를 한다면 순위는 매겨지기 마련이다. 가족과 단순하게 같이 일할뿐인 직장인A를 비교할 수 없듯이 이미 소피아의 마음 속 최우선 순위는 기레스 하나뿐이었다.
그녀의 안에서 이미 젤가와 하일즈 티나의 평가는 기레스에 비하면 따위의 딱지가 붙어 버릴 정도로 극렬한 온도 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2위에 수상될 사람을 찾는다면 그건 분명 그녀의 가족인 젤가와 아이들인 것이다.
그들이 괴롭힌 대상이 '기레스'가 아닌 다른 아이였다면 소피아의 분노가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혼내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엄하더라도 혐오하지는 않는 선에서 소피아'답게' 일을 처리했을테지만, 가족이 건드린 대상이 기레스라는 점 하나만으로 그녀는 저항감 없이 기쁘게 나찰같은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분명 소피아는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이 기레스를 건드렸기에 진심으로 혐오 했지만, 반대로 그 말은 기레스를 건드리지 않고 화목하게 대해준다면 소피아가 자신의 가족을 싫어할 이유는 딱히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따진다면 말이다.
"아버지 다리는 왜..?"
다음날 아침 하일즈는 절뚝 거리면서 나오는 젤가에게 물었다. 사실 전날 자신도 소피아에게 당해놓은 게 있는 만큼 일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하일즈도 나름대로 예상하고 있는 바였지만, 누가봐도 다리를 절뚝 거리는 젤가의 모습을 보면 여기서는 묻지 않는 쪽이 더욱 모욕적인 것이었다.
"아아.. 어젯 밤에 잘못 넘어져 버리는 바람에 조금 다쳐 버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젤가와 하일즈는 서로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예상하면서도 서로 모른 체 해주었다.
'그렇다곤 해도 역시 엄마는 엄마구나.'
하일즈는 마음 속으로 소피아야 말로 진정한 가장이라고 생각했다. 마을 내에서 대외적인 활동이나 권력은 대부분 젤가가 쥐고 있었다. 사실 마을의 촌장마저도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젤가의 수완은 뛰어났는데, 그런 젤가조차도 소피아에 비하면 반항 하나 하지 못하는 순한 양에 불과했던 것이다.
내심 하일즈는 젤가가 소피아를 이기지는 않을까 기대도 해보았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일즈는 쭈뼛거리며 요리 준비로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가 나는 부엌을 향했다.
"젤가. 하일즈. 잘 잤니?"
주방의 안으로 들어가자 젤가와 하일즈를 확인한 소피아는 성모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밝게 그들을 맞이했다. 그 이전과 변함없는 소피아의 모습에 젤가와 하일즈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식사를 하려 발걸음을 놀리자 그들은 뒤늦게 내려 온 기레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크흠. 잘 잤냐. 기레스."
"네? 네 네에.."
기레스는 끓어오르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어벙한 얼굴로 젤가의 인사에 대답했다.
"형 잘 잤어?"
"어? 어 으응."
하일즈도 그에 질새라 오글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기레스에게 인사했다.
'어디..'
그리곤 하일즈는 조심스럽게 소피아의 안색을 살폈다. 소피아는 따스한 시선으로 그런 그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소피아를 보면서 하일즈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이 잃어버린 신용을 다시 쌓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자. 기레스 아앙."
"에.. 엄마.."
소피아는 후육이라고 불리우는 고기중에서도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부위를 기레스에게 챙겨주었다. 그에 기레스는 불안한 듯, 좌우로 눈치를 보았다.
"흥. 기레스 소피아 팔 떨어지겠다."
젤가는 흙이라도 씹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전 같았다면 트집을 잡아서 기레스를 혼내기라도 했을만큼 그의 심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제 그는 기레스에게 그런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이는 하일즈와 티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소피아가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을 어느 정도 납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간 기레스를 구해주지 못한 죄책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거겠지.'
기레스를 예쁘게 보고 있는 가족은 없었기 때문에, 소피아가 기레스에게 보여주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젤가도 소피아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소피아는 기레스를 차별하지 않고 시종일관 친자식 이상의 사랑을 쏟아 부었지만, 지금까지 백치처럼 기레스의 괴롭힘에 대해서 무엇 하나 알지 못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인 것이다.
소피아의 성격 상 그 반동이 지금의 애정행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쉬이 납득할 수 있었다. 괴롭힌 원흉이 자신인 이상 젤가에게는 소피아의 행동을 나무랄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다.
'부럽다.'
반면 하일즈는 자신도 소피아에게 저런 애정을 받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독하게 소피아를 실망시킨 지금의 그에게 그 바람은 너무나도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엄마도 참.. 저런 돼... 오빠가 뭐가 좋다고..'
셋은 각양각색으로 눈에 띄게 변한 소피아의 모습에 대해 생각했지만, 어느 누구도 소피아의 그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는 않았다.
"기레스~ 간지러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기레스의 방에서 소피아는 교태스럽게 아양을 떨면서 기레스와 노닥 거리고 있었다.
시골의 아줌마나 입는 펑퍼짐한 차림의 옷 위로도 소피아의 말랑말랑 보드라운 가슴의 감촉은 숨길 수 없었다.
소피아는 기레스와 하일즈를 차별하지 않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레스도 소피아에게 특별한 취급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같은 사랑이라고해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느끼는 것과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느끼는 것에는 상대적인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소피아는 기레스가 약자기에 더 사랑을 쏟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의 일로 소피아는 딱히 자신의 아이들에게 공평한 사랑을 나누어 줄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이렇게 하일즈와 티나는 뒤로한 채, 기레스와 꽁냥거린다고 해도 그녀를 탓하거나 제지할 사람은 유페르 가문에 아무도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으으응~"
봉긋한 가슴을 토기를 빚어나가는 것마냥 주물 거리는 기레스의 손길에 소피아의 입에선 절로 기분 좋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읏."
순간 소피아의 고운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곧 기레스의 방 너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여기 계세요?"
기레스의 방문 뒤에서 하일즈는 소피아를 찾았다.
"무 무슨 일이니 하일즈?"
"들어갈게요? 어? 기레... 형도 여기 있었네?"
소피아와 기레스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면서 하일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내 방이니까."
'어머니는 여긴 뭣하러 오신 거람.'
발갛게 상기된 소피아를 보면서도 하일즈는 방금 전까지 그녀의 조각같은 가슴을 기레스가 추잡하게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니?"
"아.. 혹시 가위 못보셨어요? 오늘 학교 준비물인데.. 보이질 않아서.."
하일즈의 입에서 '가위'라는 말을 듣자 기레스의 입가에는 특유의 비뚤린 미소가 서렸다.
"하읏.."
하일즈에게는 보이지 않을 각도에서 기레스는 손을 아래로 놀려 소피아의 엉덩이를 살살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얼핏 가벼워 보이는 장난 같았지만 평소에는 크게 만질 일이 없었던 엉덩이는 그 신선한 감각에 소피아의 이글거리는 정욕에 기름을 쏟아 부어 주었다.
"어머니?"
"응? 왜 그러니?"
소피아의 촉촉히 젖은 요염한 시선에 하일즈의 머리는 순간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되어 버렸다.
"아 아니. 방금.."
"어제 너무 무리를 했는지 감기가 걸려 버린 모양이야. 케흑. 으흐응.. 콜록.."
소피아는 기침 하는 척을 하면서 몸을 굽히며 허리를 살짝 흔들었다.
'아.. 그래서 얼굴이 저렇게 붉으신 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일을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하일즈는 다시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한 행동은 참으로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다고 생각했다. 기레스를 싫어하는 마음만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한 행동이 저열했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가위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 응흐흣.. 에취."
소피아는 재채기를 하는 척을 하면서 불만 스러운 눈으로 기레스를 흘겨 보았지만, 딱히 저항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의 탐스러운 과실 같은 엉덩이를 기레스에게 살짝 기대듯 내밀었다.
'감기가 심하게 걸리신 모양이네.'
"아 아마.. 부엌에 있지 않을까? 기레스 혹시 가위를 본 적이 있니?"
"음.. 제 책상 서랍에 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진작에! .. 크흠... 말을 좀 해주지 그랬어 형."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따지려던 하일즈는 헛기침을 하면서 기레스의 책상 쪽으로 향했다.
'기 기레스.'
하일즈가 기레스의 책상으로 향하자 엉덩이를 따라 흐느적 거리던 기레스의 손가락은 소피아의 팬티 안으로 들어가 뒤에서 부터 비소의 안으로 쑤셔넣어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소피아의 매끈한 엉덩이를 맛보던 기레스의 손은 이미 끈적한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잔뜩 흥분하기는..'
소피아가 마음만 먹으면 기레스의 이 못된 장난질을 제압하는 것 정도는 손쉬운 일이었지만 그녀는 입술을 물며 신음을 참을 뿐 기레스의 손을 제지하지 않았다. 아들 앞에서 애무를 당한다는 '하지 않아야 될' 금단의 행위는 이미 그녀에게는 더한 쾌락을 위한 자극제나 다름 없었다.
그런 소피아의 마음에 호응하듯 기레스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녀의 비소를 애무했다.
"어이! 가 아니고 기레스 형! 가위는 어디에 있는거야? 좀 찾아줬으면 좋겠는데."
"아 잠깐.. 나 동전을 떨어 트려 버려서. 이것만 찾고 도와줄게 아마 작은 서랍 안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 병신새끼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기레스는 자신의 침대 밑을 뒤지는 척을 하면서 소피아의 질구에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 둘씩 집어 넣기 시작했다.
"아.. 으으으응♥"
"어?"
"케흑 콜록 하으으... 감기가 심한 것 같네."
"조금 쉬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하일즈는 기레스의 서랍 하나 하나를 열어보면서 소피아를 위해 말했다.
"으음.. 그 그래야 할라나봐. 아히.. 엣취."
"찾았다. 휴 500에보나를 날려 먹을 번 했네. 그런데 하일즈 가위는 찾았어?"
"아직."
"처 천천히 찾으렴. 에흐으으.. 엣취."
소피아의 억지스런 재채기 소리를 들으면서 하일즈는 인상을 구기고 엉망 진창으로 널부러진 기레스의 서랍을 신경질적으로 뒤졌다.
"아.. 찾았다. 야... 아니 형 정리좀 하고 살아."
"안그래도 기레스를 너무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서 엄마가 깨끗하게 정리를 해주려고 이렇게 온 거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일즈는 내뱉을 자격이 없었다.
'젠장'
하일즈는 편애를 받는 기레스를 부럽다고 생각하며 질투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본래라면 저 자리는 내것이어야 했는데.'
그런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피아는 나긋나긋하게 풀린 어투로 말했다.
"나중에 하일즈의 방도 청소해 줄게."
"넷? 정말요?"
소피아의 말에 하일즈의 얼굴에는 곧바로 화색이 감돌았다.
"물론이지. 기레스도 너도 같은 아들인걸. 그런데 하일즈 찾을 것은 다 찾았니?"
속으로는 다 찾았다면 한시라도 빨리 이 방에서 꺼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지독한 생각을 품었지만 겉으로는 언제나와 같은 상냥한 얼굴로 소피아가 말했다.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그 자상한 소피아의 말에 하일즈는 밝게 웃으며 기레스의 방을 나갔다.
'뭐야? 어제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 어머니는 어머니잖아? 어머니가 저 병신한테 저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은 싫지만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아직 만회할 수 있겠어.'
그가 나간 방에서 기레스와 소피아가 짐승처럼 몸을 뒤섞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하일즈는 어머니에게 인정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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