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소피아(23)
* * *
"스읍. 츄르릅."
소피아는 기레스의 자지를 정성껏 핥아 나갔다. 혀 끝을 모아 부드럽게 기레스의 불알부터 시작해 표피까지 할짝 거리는 그 모습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나 노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렇다곤 해도 정말 놀랐어요."
소피아의 애무를 만끽하며 기레스가 말한다. 소피아는 혀로 사탕을 빠는 듯 자신의 침으로 범벅이 된 기레스의 육봉의 거죽을 핥으며 물었다.
"뭐가?"
"엄마가 하일즈와 티나를 그렇게까지 혼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혼낸다고 해도 잔소리를 심하게 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그것만으로도 하일즈와 티나의 괴롭힘은 거의 사라졌을 것이다.
"흐응.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니까.."
소피아는 기레스의 발기된 표피를 걷어 귀두의 끝을 흝어 나가며 말했다. 기레스는 소피아의 혀에 길들여 지는 느낌을 받으며 그 아찔한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럼 제 자지도 빨면 안되겠네요? 이건 잘못된 일이니까."
"!? 이 이건.. 벌이니까 말야."
풋풋하게 허울 좋은 변명을 늘여놓으며 소피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 정의감 넘치던 소피아가 발갛게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속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그래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도.. 아니 잘못된 일이라면 더더욱 하는 수밖에 없는거야. 그것이야 말로 반성이고 속죄인 거니까.'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 자신을 위한 변명을 쌓아 나간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사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레스를 위한 것으로 야금야금 조각되어져 가고 있었다.
처음 기레스에게 조교 되기 전의 소피아였다면 설사 지금보다 더한 쾌락의 지옥을 맛보았다 해도 절대로 이런 식의 행위를 용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잘못된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진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배덕이라는 달콤한 독에 천천히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이미 소피아에겐 양자를 범하며 범해지는 이 감미로운 쾌락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 그 천국과 같은 지옥의 쾌감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방패는 이미 옛적에 가족인 유페르 가문에 의해 녹이 슬어 부서진 지가 오래였다.
"쭈읍 으음.."
인적이 드물다고는 하나 누가 올지도 모르는 야외의 숲에서 소피아는 기레스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의 육봉을 맛있게 빨아내고 있었다.
이미 기레스에게 잔뜩 조교당한 그녀는 기레스의 육봉을 핥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쾌락을 얻을 수 있었지만, 하면 안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정신의 고조에 그녀는 평소보다도 더욱 흥분하고 있었다.
혀를 굴리며 정성껏 기레스의 자지에 봉사하던 소피아의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눈동자에 티나의 얼굴이 파묻혔던 웅덩이가 들어왔다.
그 처참한 광경을 본 소피아의 입고리는 요사스럽게 올라가 있다.. 하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충족감은, 자신의 아들 딸들을 괴롭힌 참상을 쾌락을 위한 조미료로 사용할 정도로 소피아의 마음을 일그러지게 만들고 있었다.
"엄마.."
"응. 잔뜩 내줘."
소피아는 마치 정액을 쥐어 짜듯이 혀를 굴리며 기레스의 자지를 쪽쪽 빨아내었다. 그녀에겐 이미 기레스의 정자를 마시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피아?"
기레스와의 불장난을 끝내고 평소의 정숙한 여성으로 돌아와 있는 소피아에게 젤가는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에요?"
소피아는 낮에 그런 참상을 저질렀던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젤가에게 물었다.
"음.. 아이들 때문에 할 말이 있는데."
"마침 잘됐네요. 저도 아이들 때문에 할 말이 있었거든요."
"뭐?"
"여기서 이야기 하기도 뭣하니 방으로 들어갈까요?"
소피아는 적극적으로 젤가를 잡아 끌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무슨 일이라구요?"
"아.. 오늘 하일즈와 티나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야. 혹시 무슨 괴롭힘이라도 당한 건 아닐까 싶어서."
"아하."
소피아는 차가운 눈과 잔망스러운 미소를 띠며 젤가의 말에 맞장구 쳤다.
'그 정성의 10분의 1이라도 기레스에게 쏟아 부어 주었다면..'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피식 조소를 머금었다.
'그럼 이쪽이 지옥이었으려나?'
이제와 소피아에게 기레스가 없는 삶 따위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젤가가 기레스를 어여삐 여겼다면 필시 자신은 이런 행복을 얻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자 그 아이러니함에 소피아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소피아?"
뒤늦게 소피아의 웃음을 파악한 젤가는 영문을 몰라 벙찐 얼굴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혹시 짐작 가는 일이라도 있는 거야?"
"짐작이라.."
그녀는 젤가를 흘겨 보았다. 젤가는 생전 처음 보는 그녀의 싸늘한 눈빛에 순간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젤가는 자신의 발을 부여 잡고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끄으으으으으아아아아.."
"소리 지르지 마세요. 아이들이 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소피아의 어조는 남편의 고통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나긋나긋하기만 했다.
"무 무슨 짓이야! 소피아!"
"당신 저한테 뭐 숨기는 건 없어요?"
"숨기긴 뭘 숨겼다고..."
하지만 젤가는 다음의 말을 잇지 못했다. 서로를 죽고 죽여야 되는 전쟁터에서도 본 적이 없었던 소피아의 시퍼렇게 날 선 표정에 그는 고통조차도 잊고 말을 멈추었다.
"아이들은 내가 혼냈어요."
"뭐?"
"우리들의 아들 딸. 입은 그렇게 싸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제대로 반성은 해준것이려나?"
"그게 무슨 소리야?"
"하일즈와 티나가 기레스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알고 있었죠?"
"!?"
소피아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그 질문을 듣자마자 젤가의 전신은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 이런..'
젤가는 사실대로 말할 것인지 아니면 둘러댈 것인지를 생각했다. 부전자전이라고 그의 기본적인 사고는 하일즈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모르는 일이야."
"어머나. 그래요?"
[콰직]
'어엇?'
순간 젤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도 전장에서는 날고 기었던 군인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의 다리는 저항할 새도 없이 소피아의 발에 의해 있어서는 안될 각도로 꺽여 있었다.
"끄으아아아아... 소 소피아!!"
전쟁터에서 포로를 잡아도 고문 하나 해본 적이 없는 소피아는 일절 망설임 없이 젤가의 뼈를 부러뜨리고 있었다.
'이 이게 그 소피아라고?'
어린시절부터 소피아와 수십 년을 함께한 젤가로서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가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은 아실텐데요?"
"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전부?"
싱긋 웃으며 소피아는 부러진 발을 톡 하고 걷어 찼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드리다 싶을 정도로 가볍게 건드렸다고 생각한 젤가의 다리는 마치 나무 젓가락을 부러뜨리듯 다시 한번 기묘한 각도로 비틀려 버렸다.
"으으으윽...!"
젤가는 이를 악 물며 비명을 지르는 것을 억눌렀다.
"그래 전부 알고 있다고..?"
"네. 당신이 뒤에서 기레스를 괴롭히는 것을 사주한 것까지도 알고 있어요."
'어느새 거기까지.'
젤가가 아는 소피아는 꼼꼼하기는 하지만, 타인을 의심하는 것에 그정도까지 철두철미한 성격은 아니었다.
"쳇."
"어째서 거기까지 괴롭혀야 하는 거에요?"
"어쩌겠어? 우리의 자식이 아니라 정을 줄 수 없는 것을.. 아직도 그녀석을 보면 이 상처가 욱씬 거린다고."
젤가는 눈가의 상처를 만지며 분한 듯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애초에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아녜요? 기레스를 양자로 들이기로 결정한 건 당신이잖아요."
"그랬지. 그때는 저런 병신인줄 몰랐.... 끄으으.."
너덜너덜하게 꺽인 다리를 소피아는 지긋이 눌러 밟았다.
"저 저렇게 재능이 부족할 줄 모 몰랐으니까.. 그녀석의 부모는 두명이서 합심하면 소피아 너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로 진짜배기였잖아. 나는 틀림없이 기레스도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거야. 우리의 가문을 위해서 저녀석을 이용하자고.."
"그래서 그때 무리하게.."
"그런데 온 것은 저런 모질... 녀석이었지. 가뜩이나 내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원수의 자식이 저런 형편없는 재능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내 심정을 소피아 네가 알기는 해?"
"알리가 없잖아요. 그딴 거. 지금까지는 기레스가 잘 되었으면 한다고 하시더니만. 고작 한다는 대답이 그거에요?"
"으으으으으으그.."
소피아는 젤가의 이중으로 꺽인 다리를 툭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소피아의 그 모습은 마치 기레스를 괴롭힐 때의 티나를 연상시켰다.
"그래서 날 어떻게 할 셈이야. 고작해야 그 피도 안 섞인 녀석 때문에 나를 이 꼴로 만든 거야?"
"말 조심하세요."
소피아가 발을 들고 냉랭하게 말하자 젤가는 언제 그랬냐는듯 재빨리 자신의 입을 다물었다.
"......"
"저도 뭐 당신과 척을 지려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마 알지 못할거라 그렇게 생각했어요."
"화 확실히 이런 소피아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심해요? 그렇네요."
소피아는 그대로 젤가의 다른 쪽 발을 걷어 찼다. 마치 발이 산 채로 뽑혀 버리는 것 같은 격통에 젤가는 흰 눈자위를 보이며 쓰러져 끄윽거리며 신음했다.
"이러면 괜찮아요?"
그 격통에도 젤가의 다리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 이건..'
자신이 고문용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은 젤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하일즈와 티나가 기레스를 괴롭힐 때, 이걸 사용하더라구요."
"소 소피아 너는 고문이 싫어서 배우지 않은 것 아니었어?"
"이런 잡기술 따위 여러번 보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익히는 거야 간단해요. 하일즈와 티나도 배운 걸 설마 제가 못하겠어요?"
소피아는 젤가가 이 기술에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고문을 싫어하는 그녀가 배우지 않겠다고 한사코 거절할 때에도 신이나서 그녀에게 몇번이고 요령을 설명해 준 젤가였다.
젤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비기나 다름 없는 기술을 '잡기술'이라고 까내리며 매도하자 젤가의 얼굴은 엉망으로 일그러졌고, 그런 젤가의 표정을 본 소피아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으읏.."
"기레스가 당한 고통을 맛보여 줄까요? 그런 시간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아서 부러뜨린 것 뿐인데.."
"아 아니..."
"선택지를 줄게요."
"선택지?"
"이대로 기레스를 싫어해도 제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으니까. 싫어해도 좋아요."
"정말이야?"
"그 대신 저도 당신을 똑같이 싫어하게 될 거에요."
"뭐!?"
"당연하잖아요? 제가 왜 이정도로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다른 누구도 아닌 아내인 제가 남편의 다리를 부러뜨릴 정도로 실망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또 그런 치태를 보인다는 것을 제가 웃으며 용납할 거라고 생각한 거에요?"
젤가는 소피아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사실 자신이 기레스를 괴롭히는 것을 알면 소피아가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비단 젤가뿐 아니라 소피아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사리 그녀가 받을 마음의 상처를 쉬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의 신망이란 그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젤가는 소피아가지금껏 단 한번도 저런 표정과 이런 잔혹한 행동을 보인 적이 없었음에도,자신의 아내가 변했다고 의심하기보다 기레스를 괴롭힌 이 일이 그정도로 소피아가 분개할 일이었다는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그래.. 그럼 다음 선택지는..?"
"앞으로 기레스를 친자식 대하듯이 사랑으로 대해 주세요."
"으..."
"연기든 뭐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지금까지의 일들은 불문에 부치고, 저도 평소의 아내로 돌아가도록 할게요."
"저 정말이야?"
비록 자업자득이었다고는 하나 다리가 부러진 잔학한 일을 당한 건 자신이었음에도 어느샌가 젤가는 소피아에게 사정하듯 묻고 있었다. 이미 젤가의 안에서 대답은 결정되어 있었다. 기레스의 미움이 뭐라고 소피아의 사랑과 저울질을 하겠는가? 100명의 기레스를 보살피는 한이 있어도 젤가가 소피아에게 미움 받는 것을 선택할 리는 만무했다.
"물론이죠."
소피아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는 당신의 아내잖아요?"
방금까지 원수를 대하는 듯한 차가운 모습만을 보이던 소피아의 따뜻한 모습에 젤가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기레스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제가 당신을 미워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오는 그 압도적인 안도감에 그는 소피아가 요사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다는 것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그렇네. 저 저기 소피아."
"네?"
"그.. 사실 나는 아직도 기레스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세상에서 너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연기든 뭐든 앞으로는 정말로 기레스를 잘 대해주도록 할게."
"그런 다짐은 필요 없어요. 앞으로 한번이라도 이전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제가 목격한다면 그저 제가 평생 당신을 미워할 정도로 실망할 뿐이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네 앞에서 맹세를 한 것은 지킨다고."
젤가는 소피아를 거칠게 끌어 안았다. 과거의 쉽고 순박했던 소피아였다면 그런 젤가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두근 거렸을 지 모르지만 지금의 소피아에게 젤가의 그 말은 속이 빈 강정처럼 느껴졌다.
"사랑해 소피아. 앞으로 정말로 잘할게."
"기대할게요."
젤가는 소피아의 미소를 보고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 지 그 실상은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레스는 좋아해 주려나?'
자신이 망가뜨린 남편의 품 안에서 기레스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소피아의 모습은 너무나도 요사스러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