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소피아(22)
* * *
하일즈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을 움찔 거리고 있었고, 티나는 자신이 준비해 온 소변으로 만들어 진 웅덩이에 머리를 쳐박힌 채로 구역질을 토하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제3자의 사람이 봤다면 소피아가 희대의 악역으로 느껴질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지만 소피아의 표정에는 일말의 죄악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지금껏 기레스를 괴롭혀 온 자신의 아들과 딸들을 괴롭히는 것에 속이 후련해 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금단현상이, 욕구불만이 해소되는 것마냥 지금까지 기레스를 구해주지 못하면서 느꼈던 무력감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직.. 아직이야.'
하지만 그녀는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하일즈와 티나는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었지만 그건
자업자득이나 다름 없는 그들의 사정일 뿐이다.
'아직 기레스가 받은 고통에는 전혀.. 전혀 미치지 못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딸 티나를 짓밟고 있는 발에 힘이 들어간다.
"우부붑."
소변으로 진흙이 되어 버린 땅에 티나의 얼굴이 파묻힌다. 바둥거리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소피아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죄책감따위도 느끼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이 상황이 불쌍하면 불쌍할수록 잘못된 것은 자신의 아들 딸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신의 친자식들에게 좀 더 고통을 주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기레스의 신호에 의해 멈추어 버렸다.
"푸하아아. 케헥 콜록."
소피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을 들어 올리자마자 티나는 고개를 들고 기침을 하며 자신의 입을 정리했다.
"으으.."
"반성은 했니?"
그렇게 말하는 소피아의 얼굴은 평소의 상냥하고 자상한 어머니의 얼굴 그자체였다. 일말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표정에 돈 비애의 표정을 보고 티나는 복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앙."
"하일즈는?"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으흐으윽. 엄마 죄송해요."
아들과 딸의 말을 듣고 소피아는 순간 울컥 했지만 간신히 속을 눌러 참으며 말했다.
"죄송한 상대는... 내가 아니잖니.."
하일즈는 아차 싶어서 곧바로 기레스에게 달려가 물었다.
"형.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 한번만 용서해 주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 오빠.. 정말 미안해. 으흐으윽."
"아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겠다면 알겠어."
기레스는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척 하며 말했다. 하일즈는 그 미웠던 기레스에게 고개를 연신 숙이면서 말했다.
"고마워 형. 고마워."
이미 그에게 기레스를 괴롭힐 의지는 한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똑똑한 척을 해봐야 하일즈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했다. 기레스처럼 '참아야 하는' 목적의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기분을 위해 기레스를 괴롭혀 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목적의식이 없는 행위는 쉽게 무너져 내린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면, 해서 소피아에게 이런 호된 꼴을 당할 위험을 떠안느니, 앗싸리 안해버리는 것이 정답인 것이다. 하일즈에겐 소피아의 저 무서운 모습을 각오하면서까지 기레스를 괴롭힐 의지는 없었다.
'살았다. 살았어!'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일즈의 마음에는 오직 이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만으로 가득했다. 그는 산더미 같았던 자신의 죄업을 고작해야 이정도로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병신이어서 다행이야.'
지금까지 괴롭혔던 값을 고작해야 이정도로 끝내는 기레스를 보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형이 바보여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후후 고맙다라고?'
하지만 그는 기레스의 복수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 다시금 말하지만 정말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거에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증명해 줘. 하일즈."
소피아는 내 찌푸린 얼굴로 하일즈에게 말했다.
소피아의 뼈 있는 말에 하일즈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학교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 저 병신을 보살펴 주는 건 탐탁치 않지만..'
탐탁치 않아도 도리어 생각해 보면 이것은 분명 소피아에게 점수를 딸 기회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아마 많이 실망하셨을 거야. 적어도 잃은 것 만큼은 수복하지 않으면 안돼!'
하지만 정작 소피아는 하일즈에게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기레스가 고작 이정도로 끝냈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하일즈는 저 혼자 착각해 망상의 나래를 펼쳐 나갔다.
'어머니도 우리를 혼내시는 게 마음이 편치는 않으셨겠지.'
평소의 소피아의 모습을 생각하면 하일즈의 생각은 지극히 논리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압도적인 공포를 보여 주었음에도 하일즈와 티나의 안에서 소피아는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을 벌주어야 했던 자상하고 올곶은 어머니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심하기는 했었지. 어머니가 저렇게 화를 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지금까지 걸리지 않은 게 용했네..'
하일즈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기레스의 얼굴을 보았다. 역시나 밉상이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그는 관용의 자세로 기레스를 대해주기로 했다.
'그래 저런 벌레같은 녀석 어차피 지금부터 고생길 뿐일텐데 굳이 나까지 나서서 괴롭힐 필요는 없겠지. 여기서는 성공가도를 걸을 내가 양보해 주도록 할까?'
자신을 보면서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하일즈의 속마음이 뻔히 읽혔기에 기레스는 속으로 비틀린 조소를 지었다.
"후으으응.. 훌쩍."
"티나.."
"어 엄마."
"울게 만들어서 미안해. 하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거란다. 네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이제' 알고 있지?"
기레스에게도 했던 말을 소피아는 티나에게도 건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존재했던 그녀의 따스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했던 모성은 이미 그녀의 안에는 한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원인의 제공자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하일즈와 티나는 알지 못했다.
"네 네헤에.. 흐흑."
"당해보니까 어때?"
"무 무서웠어요."
"기레스 오빠도 그랬을 거야."
"네..."
하일즈를 따라 티나도 기레스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녀는 말꼬리를 흐렸지만 확실히 소피아의 말은 정론이었다.
"앞으로 잘할 수 있지?"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소피아의 말에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한차례 수습이 되고 나자 소피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말했다.
"자 그럼 하일즈와 티나는 먼저 돌아가도록 하렴."
"네? 어머니는?"
"나는 기레스와 이야기를 하고 가도록 할게."
하일즈와 티나는 자신들이 했던 행동이 있어 소피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뒤로 했다. 그들은 그토록이나 자신들을 엄하게 혼내놓고 집으로 보내는 소피아가 뒷켠에서 흥분으로 촉촉히 녹아내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기레스 어째서?"
소피아는 뺨을 부풀리며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네?"
"어째서 여기서 말린거야! 아니 물론 사전에 적당히 끝내기로 이야기는 해두긴 했지만.. 기레스는 고작해야 이정도로 분이 풀린거야?"
"분이 풀릴 리가 없죠. 몇 년의 괴롭힘이 이정도로 끝날리가 없잖아요."
기레스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어째서.."
"여기서 더 했다면 엄마가 엄마로 있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엄마도 하일즈와 티나를 그렇게까지 혼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잖아요?"
"응? 아아.."
기레스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에 소피아는 기분이 좋아서 발그스레한 얼굴이 되었지만 어딘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뭐야 혼내고 싶었던 건가? 이건 오산이었나.'
기레스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겉으로는 울상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네 울분이... 난 하일즈와 티나를 제대로 기르지 못한 책임을 져야 했는데."
말은 번지르르 했지만 결국 소피아가 하고 싶은 말은 하일즈와 티나를 좀 더 괴롭혀 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기레스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가 낳은 아들과 딸을 좀 더 괴롭혀 주고 싶다는 소피아의 기특한 마음에 기레스는 더할나위 없는 만족을 느꼈다.
"정히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신다면.."
기레스는 소피아에게 다가와 가볍게 사타구니를 문질렀다. 기레스의 숨결과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자 소피아의 몸은 삽시간에 후끈 달아 올랐다.
"아흐응..."
"저는 이쪽으로 받고 싶네요."
"기레스.. 여 여기서 하려고? 여기는.. 밖이잖아. 누가 보기라도 하면.."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군침을 삼켰다.
"하일즈와 티나의 잘못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하셨죠?"
기레스의 뱀같은 말은 소피아의 정신을 옭아 맨다.
"내.. 책임.."
"그렇다면 자식의 죄업을 짊어져 주세요. 이건 그 '벌'인 겁니다.."
사실 이제와서 기레스에게 하일즈와 티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괴롭힘을 당한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정도의 괴롭힘으로 소피아라는 여성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사실 그보다 더한 것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아낌없이 써먹어 주지.'
기레스는 고작해야 분풀이에 불과한 소피아의 괴롭힘으로 써먹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하일즈와 티나의 괴롭힘을 이용해 소피아의 마음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잡는 쪽이 그의 취향이다.
'괴롭히는 것은 나중에 실컷.. 맛보여 주도록 할게. 소피아.'
"아... 아아...."
기레스는 바지를 내려 자신의 육봉을 내밀었다.
'아아.. 그래 이건 벌이야. 아들과 딸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벌..'
기레스의 자지를 보고 그녀의 이성은 헐겁게 풀어졌다. 당장이라도 물건을 혀로 할짝 거리고 자신의 음부에 쳐넣어 허리를 돌리고 싶은 욕망이 그녀의 속에서 부풀어 오른다.
'여긴 밖인데..'
하면 안되는 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미 그녀는 기레스의 말에 스스로 속박되어 버렸다. 속박되기를 마음 속 깊히 바라고 있었다. 하일즈와 티나의 괴롭힘은 그런 그녀에게 훌륭한 변명거리가 되어 주었다.
'그래 이건 '벌이니까' 기레스가 원한다면 나는 들어주지 않으면 안돼. 기레스가 고통을 받은 만큼 나는 기레스를 기쁘게 만들어 주지 않으면....!'
소피아는 입맛을 다시며 기레스의 육봉을 향해 자신의 입을 가져가 입을 맞추었다. 속으로는 죄업을 짊어지겠다고 끊임없이 되뇌었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에 죄책감 따위는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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