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소피아(18)
* * *
소피아는 마을의 치부를 알고 난 뒤에도 바로 나서지 않고 한동안 기레스를 미행했다. 혹시나 단 한번의 실수에 불과하지는 않았을까? 자신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어 보기도 했지만 마을을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더욱 더 잔혹한 현실 뿐이었다.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 붙어 갔다. 지금까지 그녀가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레스가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면 소피아는 어떤 의미로는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랑해 마지 않는 가족들에게서까지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피아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점점 차가워져 갔다. 가족들이 미워하는 대상은 소피아가 아니라 기레스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그녀는 가족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졌다.
'아아 기레스..'
기레스의 괴롭힘을 관음하는 그녀의 허벅지에서는 끈끈한 애액이 흘러내린다.
처음에는 지나친 죄책감으로 쾌락을 잊을 수 있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라던가. 어느샌가 그녀의 마음은 천천히 기레스에게 침식되어 갔다.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사람들에게서 배신당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인해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던 그녀의 마음은 그것을 지키고자 자신의 혼을 갈아가면서 노력한 기레스에게 더욱더 흠뻑 빠져 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기레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롭지만, 기레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어느샌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고 있었다.
'구해주고 싶어.'
지금 당장 기레스를 괴롭히고 있는 저 아이들의 팔을 반대로 꺾어서 본때를 보여 주고 싶다고, 평소의 소피아라면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잔혹한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 이걸로는 부족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기레스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잠시 그것을 참기로 결심했다. 여기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면 이 마을 단위의 괴롭힘을 추적할 연결고리는 잘려버리게 된다는 것을 그녀는 오랜 시간 전쟁을 누볐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녀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한다면 분명 어중간하게 '한때의 실수'이며 '잘못된 생각'정도로, 꼬리를 자르며 정리되어 버릴 게 뻔하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터질 것만 같은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면서 기레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
"하아... 아읏.."
기레스를 보면서 흥분하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스토커의 모습. 그자체였다.
그리고 소피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단의 진정한 원흉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어이. 기레스? 어르신들의 흥이 깨지잖냐. 개 흉내라도 내어 보는게 어때?"
"네! 네.. 그르르.."
사랑하지 마지 않았던 자신의 남편인 젤가가 나서서 기레스를 개 취급 하고 있는 모습은 이미 처음 보는 일이 아니다. 이미 그녀는 '수차례'나 젤가가 앞장서서 기레스를 괴롭히는 것을 지켜봐 왔다.
처음에는 젤가도 마을의 분위기에 편승해서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두번, 세번 수차례나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무른 인간이었는가를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아아...'
그녀는 뒤늦게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젤가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을 단위의 괴롭힘을 만든 것도 젤가이며, 마을 내에서 기레스를 제일 지독하게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도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던, 유페르 가문 그 자체였다는 사실은 소피아의 견고하게 세워진 마음의 벽을 사정없이 조각내 버리고 있었다.
'기레스는 알고 있었을 거야.'
모를 리가 없다. 하일즈와 티나의 괴롭힘은 여타 학급생들의 괴롭힘과는 차원이 달랐으며, 젤가의 인격적 모독 또한 다른 마을 사람들과는 비교를 불허했다. 어리다면 어린만큼 민감하게 괴롭힘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소피아에게는 큰 충격이지만, 기레스가 이러한 사실을 숨긴 것은 분명 가족들 때문이라고 소피아는 지레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소피아의 마음은 기레스에 의해 절로 벅차올랐다.
기레스를 미행한지도 수일 째, 소피아는 이제 기레스를 생각하기만 해도 행복에 겨워 하고 있었다.
"기레스.. 있니?"
'아아.'
기레스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신체는 흥분으로 파르르 떨린다.
"네?"
"엄마랑 오랜만에 목욕.. 할까?"
기레스가 그 제안을 거절할 리 없었다.
소피아를 따라 욕실에 들어 온 기레스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저기.. 엄마. 지금 집에는 아버지도 계신데.."
"괜찮아. 아들과 목욕하는 것 뿐인걸."
소피아는 젤가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다.
"거기에 이제는 하지 않으신다고도 하셨는데.."
"그랬지. 하지만 오늘은 너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부르게 된 거야."
"하고 싶은 이야기요?"
"기레스 너 엄마한테 뭐 숨기고 있는 거 없니?"
소피아의 말에 기레스는 몸을 빳빳히 세우고 고개를 저었다.
"어 없는데요."
"괜찮아. 뭐든 좋으니 이야기 해 보렴."
소피아는 자상하게 기레스에게 대답을 촉구했지만 기레스는 고개를 저으면서 황급히 내달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 없어요. 저 저는 나가볼게요."
하지만 그의 그 헛된 연기는 소피아의 팔에 가로 막혀 버렸다. 소피아는 그대로 달려 나가려는 기레스를 끌어 안아 그녀의 보드러운 살결에 기레스를 파묻었다.
속으로는 계획대로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레스는 당황한 듯 몸을 바둥거렸다. 물론 그 바둥거리는 틈에 소피아를 한껏 민감하게 달아오르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 기레스다.
"미안해 기레스. 엄마가 너무 늦게 알아줘서.."
"어 엄마?"
"지금까지 힘들었지?"
"그렇구나. 전부 알아 버리셨군요."
기레스는 바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살짝 소피아에게서 떨어지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언제부터였어?"
"몇 년 되었어요."
"어째서 엄마한테 이야기 하지 않은거야!"
"그런 얼굴을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소피아는 기레스가 평소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지금의 기레스는 이제까지보다 더욱 성숙해 보였다.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괴롭힘을 참아왔다는 거야?"
"그런 것... 이 아니에요."
기레스는 눈을 내리 깔며 말했다.
"엄마를 사랑하는 제가 엄마를 그런 얼굴로 만드느니 그냥 괴롭힘을 당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평소의 소피아였다면 '나도 사랑한단다' 같은 말을 하면서 부드럽게 넘겼을 테지만, 지난 며칠 간 정신적으로 기레스에게 극도로 의지해 왔던 소피아에게 그 말은 너무나도 달콤한 맹독과도 같았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신체는 신이 난것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그 그래도.. 그런 괴롭힘을.."
"저는 엄마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았어요. 지금의 엄마처럼 그렇게 슬픈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단 말이에요."
입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기레스는 술술 막힘없이 이야기 해나갔다.
'아 아아.'.
기레스의 그 말을 들은 소피아는 아찔한 쾌락에 살짝 절정을 느껴버렸다. 신체의 자극 없이 정신적인 만족만으로 가버리는 그 절경을 기레스가 놓칠 리는 없었지만 그는 짐짓 모른 체 했다.
"기레스.. 고마워.. 그리고 늦게 알아 차려서 정말 미안해."
소피아는 살짝 흐느끼며 말했다.
"그렇게 미안하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부탁?"
"엄마랑.. 섹스.. 하고 싶어요."
기레스의 그 말에 소피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아.. 안돼. 그것만은 안돼."
'여기까지 와서도 엄마라 이거지?'
하지만 이번에는 기레스도 쉽게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미안하시다면서 부탁 하나도 들어주지 못하는 거에요?"
"마을의 괴롭힘은 엄마가 전부 해결해 줄게. 하지만 그것만은.."
"엄마도 참 제멋대로시네요."
"뭐?"
"미안하다고 사죄를 하려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그저 자기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싶은 것 뿐이시죠?"
"아 아니.."
아니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기레스의 말은 확실히 정곡이었다.
"제가 언제 괴롭히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이라도 한 적이 있었나요?"
"하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그딴 게 아니라 언제나 엄마 뿐이었는데.. 물론 엄마'도' 저를 싫어할 자유는 있지만...."
"내가! 너를 싫어할 리가 없잖니."
소피아는 기레스의 말을 단칼에 끊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와 자식 사이야. 이런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단다."
이미 금이 가서 너덜너덜해진 모성의 방패를 들고 소피아는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몸과 마음은 기레스의 말을 듣고 기뻐 날뛰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지막 남은 모성을 끌어 모아 자신의 이성을 유지했다.
"아아.. 부모와 자식 말이죠."
그런 소피아를 비웃는 것처럼 기레스는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그런데 엄마와 저는 친자식이 아니잖아요?"
"엣?"
기레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소피아의 눈이 순간적으로 풀린다.
"어 어떻게 그걸."
"뭐 엄마가 없는 곳에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저니까요."
'젤가!!'
소피아는 기레스의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젤가를 떠올렸다. 물론 젤가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지만 기레스의 저런 말을 듣게 된다면 누구라도 젤가의 입방정으로 기레스가 알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마을에서 기레스가 양자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젤가뿐인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한동안 왕도에 머물렀던 소피아는 하일즈를 잉태하고 나서야 마을로 돌아왔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기레스가 양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렇게 될거라면 저를 입양하시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기레스는 능글거리면서 자신의 뱀같은 혀를 놀렸다.
"그랬다면 저는 이런 괴롭힘을 당할 이유도 없었고, 제가 엄마.. 아니 소피아를 좋아할 일도 없었을 텐데.. 아! 입양을 한 것도 우리 부모님을 죽인 죄책감 때문이었나요?"
소피아는 기레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새파랗게 질려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소피아를 보며 기레스는 생긋 태도를 돌변하며 말했다.
"하지만 역시 입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
"이제와서 친 부모 같은 건 기억도 안나고, 괴롭힘을 당하면서 지옥같은 삶을 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엄마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모습은 평소에 보아왔던 기레스의 모습 그 자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수십 년은 감옥에 같혀 있었던 것 같았던 소피아의 마음 속은 기레스의 평소의 태도만으로도 삽시간에 행복으로 가득 찼다.
"저는 엄마가 좋으니까.. 엄마가 그렇게까지 싫으시다면 포기하도록 할게요."
기레스의 그 말에 소피아의 행복으로 가득 찼던 가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철렁거리며 시려오기 시작했다.
'어라 나.. 왜?'
"그리고 전 집을 나가겠습니다."
"무 무슨 소릴 하는거얏!"
소피아는 기레스의 말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시종일관 기레스에게 꾸지람이라도 듣는 듯, 주눅이 들었던 그녀의 첫 고함이었다.
"제가 이 마을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 하나뿐이었거든요. 제가 엄마를 원해서 그것이 엄마를 불행하게 만든다면 포기는 하겠지만 그렇다면 더 이상 여기에 붙어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너는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어! 그런 네가 밖으로 나가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뭘 해도 이곳보다는 낫겠죠."
"아냐. 내일부터라도 당장.. 엄마가 마을을 바꿀거야."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 쌓여왔던 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어차피 제가 마을을 나가게 되면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설사 마을의 괴롭힘이 사라진다고 해도 저는 '더 이상' 이 마을에는 원하는 게 없어요."
"안돼. 보내지 않을거야.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거니!"
"아아.. 엄마'도' 저를 괴롭힐 건가요?"
기레스는 쓸쓸한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기레스가 지금껏 쌓아 온 모든 감정들이 담긴 그 표정은 차곡 차곡 기레스에게 사고가 유도된 지금의 소피아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족쇄 그 자체나 다름 없었다.
"아 아니.. 하지만 기레스."
"당장은 아니겠지만 빠른 시일 내로 나가도록 할게요."
기레스는 애써 미련을 털어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기레스가 사라진다고?'
소피아는 사시나무 떨듯 거칠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들로서 애지중지 하면서 기른 세월과 함께 했던 목욕은 물론이고, 짧은 시간이지만 기레스를 미행하면서 쌓이고 쌓인, 그녀의 기레스에 대한 감정은 그녀의 속에서 폭발할 것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안돼..싫어..'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어주었던 자신의 아들. 아니 '양자'인 기레스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그녀는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기레스가 없이 이 마을을 살아간다고?'
만약 이 마을의 진실을 몰랐다면 설령 기레스가 떠나, 슬프다고 해도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소피아에게 기레스가 없는 마을은 이미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싫어... 싫어.. 하지만 말릴 수가 없어.'
소피아의 능력이라면 기레스가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간단하다. 설사 나갔다고 해도 그녀의 능력이라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잡아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기레스를 '억지로' 말리게 되면 소피아 본인도 마을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어!'
기레스가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니 상상만으로도 감정이 요동친다. 소피아의 마음은 물론이고 그녀의 육체는 물론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그것을 전력으로 부정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직 기레스가 정말 없어진 것도 아닌, 단순히 기레스가 없는 마을을 상상하는 것 뿐인데도 그녀는 이미 절망으로 눈앞이 깜깜해 졌다.
'저는 '더 이상' 이 마을에 원하는 게 없어요.'
문득 기레스가 했던 말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더... 이상?'
기레스의 말을 떠올린 소피아의 죽은 눈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아... 그래!'
그녀의 절망으로 나사가 풀려버린 머리가 '망가진 채로'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이라는 말은 돌려서 말하면 그 전에는 그가 이 마을에 있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유가 없어졌기에 기레스는 '더 이상' 이 마을에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나.'
그녀의 입가에는 광기서린 미소가 서려 있었다. 자신 하나만을 보고 마을에 남아 있었다는 기레스의 생각을 읽은 것만으로도 그녀의 몸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부모와 자식은 안돼... 하지만.. 아니라면...'
기레스와 자신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양은 입양. 평상시의 그녀였다면 기레스는 자신의 아들이라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생각했을 테지만 이미 소피아의 머리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래 엄밀하게 말하면... 나는 그냥 같은 집에 사는 아줌마에 지나지 않는거잖아..?'
설령 그렇다고 해도 기레스와 몸을 섞게 되면 젤가에 대한 불륜행위가 되는 행위였지만 이미 소피아에게 젤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까지 고마웠습니다. 어머니."
'기레스가... 가버려? 싫어...'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엇인가가 끊어졌다.
"잠깐 기다리렴. 기레스."
"네?"
그녀는 녹아내릴 듯한 미소를 띠며 애액이 실처럼 늘어져 떨어지는 자신의 음부를 천천히 손가락으로 벌렸다. 그 굴종의 자세에 기레스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섹스하면... 가지 않는거지?"
소피아는 촉촉히 젖은 눈으로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그 요염한 자태에 기레스는 비틀린 미소를 숨기지도 않고 말했다.
"물론이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