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소피아(12)
* * *
기레스와의 열락의 시간이 끝나고 소피아는 잠시 멍한 얼굴로 눈앞에 놓인 거울을 보았다. 거울 안에는 요사스럽게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이 아닌 것만 같은 자신이 보인다.
'아..'
그녀는 자신의 새하얀 뺨에 묻은 하얀 액체를 발견했다. 절정을 느낄 때, 입에 담기지 못하고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 기레스의 정액이다. 그것을 그녀는 손가락으로 훔쳐 입가에 가져갔다. 그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그 배덕감에 흥분하는 자신이 있다.
빈말로도 맛있다라고는 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남김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빨아 나간다.
딱히 기레스의 손길이 소피아를 쓸어내리지 않고 있음에도 기레스의 정액을 핥아나간다는 그 행위만으로도 소피아의 몸은 영문도 모른 채, 달아오른다.
"엄마."
욕실을 나서면서 기레스는 다시 쭈뼛거리며 소피아에게 말을 걸었다.
"응?"
소피아는 어떤 응석이라도 받아줄 것만 같은 온화한 목소리로 기레스의 말을 받는다.
"또.. 목욕.. 해도 될까요?"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건 둘만의 비밀이야?"
"네!"
기레스는 별 생각 없이 기뻐서 좋아라 하면서 대답했다.
'저 아이도 참, 저렇게 기쁠까?'
기레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마음도 어딘지 벅차 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소피아는 기레스가 방방 뛰면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방금 몸을 떨면서 자신에게 정액을 털어 놓았던 행위를 떠올렸다. 그녀는 가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기레스의 육봉을 입에 머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입에서 꿈틀거리며 쾌락에 몸부림 치던 귀여운 자지를 떠올리면서 그녀는 혀를 냘름 거리며 가랑이를 적셨다.
'젤가라면.. 어떨까?'
문득 그녀는 젤가의 큰 자지를 물면 어떻게 될 지를 상상했다. 기레스의 자지를 희롱하면서 남자의 성감대를 찾아서 쾌락에 허덕이게 만드는 즐거움에 각성한 그녀는 자신의 남편의 육봉을 생각하면서 군침을 삼켰다.
'젤가도 기레스처럼 기뻐해 줄까?'
그녀는 기레스의 크기에 살짝 들뜬 기분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자신의 음부에 자지를 집어 넣는 것에는 다소 실망했던 그녀지만, 오늘 있었던 기레스와의 행위라면 분명 남편과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레스의 육봉을 빨때의 그녀는 몸이 둥실 뜬 것처럼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피아는 필시 젤가와의 행위에서도 또 다른 종류의 쾌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젤가는 어떤 맛일까?'
소피아는 젤가와의 펠라치오를 기대하면서 다가올 밤을 기다렸다.
그날 밤. 하루를 끝내고 소피아는 속옷 차림으로 방에서 젤가를 기다렸다. 은은한 달빛에 반사되는 소피아의 매끈한 몸은 보는 사람의 넋을 빼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고, 이는 수천번이나 그녀의 나신을 보아왔을 젤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 소피아. 무슨 일이야?"
"요즘 한동안 제가 당신과 섹스하는 것을 피해 왔잖아요? 오늘 집에서 기다려 보니 그게미안해서.. 아. 혹시 피곤하면 오늘은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젤가의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
"그럴 리가 있나! 이쪽은 준비 만반이라고!"
몸의 근육을 팽창시키면서 젤가는 자신의 육체를 자랑했다. 소피아는 젤가를 침대로 부드럽게 이끌었다. 소피아의 몸에서 나는 여성 특유의 달콤한 잔향에 젤가는 한껏 발정해 거근을 세우고 있었다.
"저기 여보? 오늘은 조금 자세를 다르게 하고 싶은데.."
"자세?"
소피아는 말보다 앞서 젤가의 육봉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갔다.
"소 소피아?"
"저번에 강 건너 물레방앗간의 에루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들었거든요."
소피아는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보지를 젤가의 머리에 들이 밀었다. 자연스럽게 소피아와 젤가는 낮에 기레스와 즐겼던 69의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이건 나보고 여기를 빨라는 거지?"
"네. 싫으세요?"
"아니. 뭐 싫은 건 아니지만 말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젤가는 싫은 기색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그 기색을 느낀 소피아는 살짝 마음이 식어나간다.
"소피아 너는 괜찮겠어?"
"네 뭐가요?"
"아니 그 말은 너는 내 성기를 빤다는 거잖아?"
젤가에게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소피아는 남편의 성기를 빤다는 것에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소피아는 살짝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음.. 아..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에루스도 꽤 주책이잖아?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에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 발랑 까진 것 아냐? 뭘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거야?"
젤가의 태도에 소피아의 들떠 있던 마음의 열기가 빠져나갔다.
"부부이야기를 하다가요."
그녀는 살짝 섭섭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젤가의 태도로 살짝 마음이 식어 버렸기에 속으로는 그다지 크게 섭섭해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녀는 젤가를 납득시키기 위해 스스로 능숙하게 거짓말을 늘여 놓기 시작한 것이다.
"에루스는 이걸로 부부 금실이 더 좋아졌다고 해서.."
그 모습은 마치 소피아를 함락시키기 위해 온갖 연기를 다한 기레스의 가증스러운 거짓말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 소피아.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아요. 아! 혹시 에루스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따지실 생각은 아니겠죠?"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곤란했기 때문에 소피아는 잊지 않고 젤가에게 물었다.
"미쳤어? 내가 그런 이야기를 외간 여자에게 함부로 건넬 리가 없잖아."
스스로의 체면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젤가라는 것을 잘 아는 소피아였기에 그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이 싫다면 그냥 섹스해도 되는데.."
젤가는 고개를 저으며 그윽한 시선으로 소피아를 바라 보았다.
"아니. 이것도 기회인데 한번 해보도록 할까? 생각해 보니 말야. 나도 소피아의 입은 언제나 궁금하긴 했었거든. 생각해 보면 일리는 있어."
"일리?"
"그렇잖아? 부부 간에 서로를 애무해 주게 되면 부부 금실이 더 좋아지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지. 에루스는 그런 의미로 권유한 걸지도."
"아.. 그런가봐요."
적당히 둘러댄 말에 젤가가 스스로 납득 갈 법한 이유를 붙히자 소피아는 맞장구 쳤다.
"그럼 시작할게요."
뜨거운 눈으로 그녀는 자신의 입을 젤가의 육봉을 향해 가져갔다.
"으아아아아.."
소피아는 기레스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젤가의 거근을 애무해 나갔다. 가볍게 혀를 대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애무의 농도를 더해, 입에 머금고 혀를 돌리며 소피아는 젤가의 육봉을 점차 적극적으로 희롱해 나간다.
"소 소피아. 나.."
"어?"
젤가의 육봉이 부르르 떨린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 끈적한 정액이 쏟아졌다.
"후아.. 기분 좋아. 소피아의 입이 이렇게나 기분이 좋았을 줄이야."
"저기 젤가?"
"응?"
"제 것도 핥아 주셔야죠?"
그녀의 목소리가 냉랭해 졌다는 것을 알아 차리지도 못한 채, 젤가는 만족스럽게 너털웃음을 하며 말했다.
"아 아아. 그랬지. 하하핫! 소피아의 입이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만 잊고 있었어."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젤가는 소피아의 음부를 더듬거리며 핥기 시작했다.
하지만 젤가도 낮의 소피아처럼 음부를 핥는 일은 생전 처음 겪는 성행위였기에 제대로 된 쾌락을 선사해 줄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애시당초에 음부를 빤다는 것에 살짝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젤가였다. 그 미묘한 거부감은 그의 혀를 통해 소피아의 보지에 가감없이 그대로 전해졌다.
'기분 나빠.'
젤가의 육봉을 눈앞에 둔 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정색하고 있었다. 그래도 애무는 애무였는지라, 민감한 그녀의 몸에 기분이 나쁠리는 없을텐데도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나갔다. 젤가의 1점짜리 애무는 절대적인 수치로 따지면 +1점이라는 쾌락을 소피아에게 안겨줬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 버린다면 99점짜리의 최악의 애무였던 것이다. 기대가 크다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기분이 어때! 소피아!"
그런 소피아의 기분을 알지도 못한 채, 젤가는 자신만만하게 묻는다.
"기분 좋아요."
소피아는 딱딱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 그러면 내 것 한번만 더 빨아 주지 않을래?"
"네?"
"아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말야. 상상만 했을 뿐인데."
소피아의 뺨에 뜨거운 기색이 올라온다. 다시 발기한 젤가의 자지를 보며 그녀는 젤가가 보이지 않게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그래. 너무 빨라서 그런 걸지도 몰라.'
그녀는 기레스의 물건을 빨아 올렸을 때에는 입 안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조금 늦춰볼까?'
소피아는 혀를 살살 굴리면서 젤가의 자지를 빨아나간다. 적당한 쾌감으로 젤가는 곧장 사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젤가의 자지를 오래 빨아도 그녀가 기레스의 물건을 애무할 때의 쾌락을 얻는 일은 없었다.
기레스와의 목욕 때는 자지를 입에 물고 있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 쾌감과 대비되어 역겹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소피아의 애무에 젤가는 황홀한 얼굴로 그 쾌락을 만끽하며 다시 혀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있었다. 그런 남편을 본 그녀는 차갑게 눈을 내리 깔면서 혀를 재빠르게 굴렸다.
"으윽 소피아!"
그와 동시에 젤가는 지금껏 맛보지 못한 극락의 절정에 힘차게 자신의 정자를 쏘아 올렸다.
"아.. 너무 기분 좋았어. 에루스가 왜 부부 금실이 좋아졌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야!"
소피아는 얼굴에 묻은 정액을 자신의 가녀린 손가락으로 건져내 퉁기듯 바닥으로 내팽겨 치며 젤가에게 차갑게 미소 짓고는 말했다.
"네 저도 기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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