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소피아(6)
* * *
젤가와의 섹스를 하고 난 한 달 뒤, 소피아는 기레스와 세 번 여의 목욕을 했다. 그리고 그 목욕의 결말은 언제나 미쳐 버릴 것만 같은 쾌락과 허무한 절정으로 끝이 났다.
'요즘 왜 이러지.'
평소처럼 집안 일을 하려던 그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분명 전날에도 젤가 몰래 자위를 세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제것이 아닌 것 마냥 욱씬거렸다. 아무리 가벼운 절정이라고 해도 지금까지는 자위를 하고 나면 그나마 욕정을 다스릴 수는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목욕.. 그만 하자고 해야 되려나.'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소피아도 이 영문 모를 쾌감의 근원이 목욕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이 쾌락에 빠져 버리기 전에 적당한 시점에서 나와야만 한다는 자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이미 늦은 것으로, 그녀는 스스로가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 소피아는 그다지 자위를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 욕구를 풀기 위해 자위를 할 여력이 있다면 젤가와 사랑을 나누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쪽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의 그녀는 자연스럽게 성교를 멀리하고 자위에 익숙해져 갔다. 마지막으로 기레스와의 목욕을 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그녀는 풀리지 않는 욕정에 가족의 눈을 피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자신의 음부에 손을 가져갔다.
'아무도 없지?'
젤가는 일을 하러 나갔고, 아이들도 오전 수업을 들으러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 아무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단 침을 꿀꺽 삼키며 음부를 향해 정신없이 손가락을 문댄다.
"하.. 하아.. 하으응."
'기분 좋아. 너무 기분이 좋은데도..!'
그녀가 바라는 절정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위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끓어오르는 욕정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아우 우웃 하아아앙♥"
분수처럼 솟아올라 손가락에 잔뜩 걸쳐진 애액을 보며 그녀는 허무한 절정을 맛보았다.
소피아가 젤가와 섹스를 하고 난 후, 기레스는 목욕을 하면서 자극을 다르게 바꾸어 나갔다. 그간에는 소피아 혼자서도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성감대를 조율해 줬다면, 지금은 그녀의 몸을 민감하게 만들어 애를 태움으로서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쾌락을 얻지 못하면 주기적으로 발정하게 될 정도로 교묘하게 몸의 상태를 조정한 것이다.
때문에 소피아의 최근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녀의 속사정을 아는 기레스가 보면 그만한 구경거리도 없었다.
소피아 딴에는 평소의 자상한 어머니를 연기하고 있지만, 그 연기를 하면서도 욕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소피아의 모습은 너무나도 요염했다. 때때로 풍기는 음란한 분위기에 젤가는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자식인 하일즈 마저도 발기해 버리는 집안의 모습은 기레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유희 그 자체였다.
오전 수업 시간 기레스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문제지를 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는 생각했다.
'슬슬 움직여 볼까?'
그날 밤. 유페르 가의 집은 소란스러웠다.
"하. 바보인 거냐? 이 간단한 것도 풀지 못해서는 이걸 성적이라고 들고 온 거야!"
여느때와 다름 없는 젤가의 엄한 목소리가 온 집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아버지의 꾸지람을 구경하는 남매가 있었다.
"여보!"
소피아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젤가를 말리려 들었지만 젤가는 소피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 소피아. 당신이 그렇게 애를 오냐오냐하면서 키우니까 이녀석이 이렇게 한심한 인간이 된거라고."
"무슨!"
소피아가 대꾸하려 들기도 전에 젤가는 언성을 높히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이 시험 성적을 납득할 수 있어?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의 문제라고!"
"노력해도 안되는 것일수도 있잖아요."
"반대로 노력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잖아? 혼내는 게 노력에 대한 채찍질이 될수도 있겠지. 지금까지는 소피아 네 말에 따라 적당히 넘어가 줬지만, 오늘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
"죄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열심히 할게요."
기레스는 엎드린 자세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봐요. 기레스도 이렇게 열심히 하겠다고 하잖아요."
소피아가 평소의 온화한 어조로 젤가를 타일렀지만 오늘의 젤가는 평소의 공처가였던 그의 모습답지 않게 완고했다.
"말 뿐인지 어떻게 알아? 벌을 줘야할 때 주지 않으면 해이한 마음을 잡을 수 없단 말야. 하일즈와 티나를 봐. 아니, 내가 저 정도로 만점을 받아오라는 이야기 따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최소한 낙제점은 넘어 줘야 유페르 가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을 것 아니냐고!"
"그딴 걸로 훼손될 명예라면 그냥 훼손되는 게 나아요."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어. 나는 물론이거니와 소피아 네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은 못보겠다고! 소피아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아버지로서 이녀석에게 벌을 주겠어."
젤가는 기다렸다는 듯 어디선가 두툼한 몽둥이를 들고 나타났다.
'아주 신이 나셨구만.'
"여보!"
"아들을 패겠다는 게 아니야. 딱 세대만 잘못을 깨닫게 하도록 치겠어. 보살피고 사랑만 주면 되는 게 부모의 책임은 아니라는 거 소피아 너도 알잖아? 옳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아이에게 올바른 길을 가도록 교정해 주는 것도 부모의 책임이라고!"
"....."
젤가가 기레스를 싫어하고 있는 것은 별론으로 젤가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소피아도 강하게 기레스를 옹호하지 못했다. 아무리 이세계 사람들의 머리가 똑똑하다고는 해도, 기레스도 아예 앞뒤 분간 못할 정도로 모자른 천치는 아닌 만큼 공부를 하면 나와줘야 할 수준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말이 좋아 낙제점이지. 사실 0점에 가까운 시험지를 내놓았기 때문에 젤가가 저렇게 노발대발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명분상으로는 말이다.
그동안 보고 있기만 해도 자지를 발딱 세워 버리는 마성의 요염함이 감도는 소피아에게 젤가는 자신과 섹스를 해달라고 수차례나 간청했지만 소피아는 얼마 전 있었던 질내사정을 핑계로 젤가의 요청을 모조리 거절해 왔다. 그 결과 소피아 못지 않게 발정이 나버린 젤가는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쌓인 상태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 괴롭혀도 좋을 화풀이 대상이 보기 좋게 나타난 것이다.
"자 기레스 엎드려라."
"아 아버지."
"이건 사랑의 매란다. 나도 원래는 때리고 싶지 않아."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시지.'
기레스는 와들와들 떠는 척을 하면서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그런 간다!"
[팡]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기레스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고꾸라졌다. 화상과도 같은 격통이 하반신을 가득 메웠다.
'이 미친 새끼!'
전생에서 여자나 후릴 줄 알았지 싸움과는 그다지 연이 없는 기레스였지만, 그래도 그가 속해 있는 곳은 뒷세계. 경우에 따라서 심한 꼴을 당하는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픈 적은 단언코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죽을 때 조차도 이런 식의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던 기레스다.
소피아의 앞에서 양아들을 죽이지는 않겠지 싶어서 안심하고 있었던 기레스는 예상 외의 고통에 바닥을 뒹구르며 몸부림 쳤다.
"다음 간다!"
[퍼억]
이를 악물고 기레스는 고통을 참아 나간다. 그렇다 해도 눈물 콧물은 막을 수 없었지만 고통에 몸부림 치는 기레스가 웃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리의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더 무식하게 때려라.'
때리는 것 하나하나가 다시 화살로 자신에게 돌아올거라는 상상을 젤가가 할리 없었다. 그저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속 시원하게 풀고, 자신의 섹스를 받아주지 않은 소피아가 당황해 하는 것을 즐기는 데에 젤가는 정신이 팔려 있었다.
[쾅]
기어코 세대를 다 때린 젤가는 쓰러진 기레스를 보며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으 흐윽."
이제는 울어주어야 할 때였기에 기레스는 고통에 못 이긴 척 눈물 콧물을 다 내뿜으며 서럽게 울었다. 멀리선 얼굴을 빼꼼 내민 사이좋은 의남매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도 이런 성적을 가지고 온다면.. 알지?"
"네 네에."
"그럼 가서 쉬어라."
기레스에게 크게 미안한 감정은 없었지만 젤가도 사람이었기에 이렇게까지 혼을 내놓고 기레스를 더 혼낼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이 고통의 대가는 클거다.'
욕실에 와서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버린 자신의 엉덩이를 보며 기레스는 혀를 찼다.
"쳇. 아주 신나게 패주셨구만."
'아무리 제 자식이 아니어도 그렇지 무려 10여년을 같이 살았는데.'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기레스는 젤가를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기 자신은 타인의 유부녀를 수차례나 자신의 것으로 앗아간, 젤가 따위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의 극악인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가지각색의 악당이 존재한다. 작게는 좀도둑부터 크게는 기레스마냥 사람의 마음을 희롱하고 부숴버리는 악인까지 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악을 내제하고 살아간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레스는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지 못하는 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지만 내 경우는 눈에는 이겠지? 이 고통과 소피아를 바꾼다면 세대가 아니라 열대라도 맞아주지..'
생전 처음 겪는 극렬한 고통이었지만, 소피아는 그 고통이 '따위'로 느껴질 정도의 가치를 지닌 여성이었다.
"기레스.. 있니?"
아른 거리는 김 너머에서 걱정어린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훌쩍 훌쩍.. 어머니?"
기레스는 썩소를 멈추고 코를 훌쩍거리며 소피아를 불렀다. 그에 응하듯 소피아는 슬그머니 온화한 자태를 풍기며 욕실의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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