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소피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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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스와의 목욕은 어느새 소피아의 일상처럼 자리잡았다. 소피아는 언제부턴가 기레스와 서로 몸을 닦아 주는 그 행위를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목욕은 그녀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기레스와의 목욕은 소피아의 안에서는 어디까지나 기분좋은 부모와 자식간의 친교행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무리 기분이 한없이 고조되어도 절정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에 의문을 품지는 않았다. 사실 어째서 아들의 손이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에 의문을 품어야 정상임에도 목욕을 하는 순간에는 쾌락때문에 거기까지 사고가 미치지 않는다.
목욕을 끝내고 나온 뒤에야 이따금씩 의문을 품어 보지만, 그 이유를 그녀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에게 기레스는 어디까지나 아직 어린 꼬마아이에 불과하다.
기레스가 환생자라거나 한술 더 떠서 전생에는 유부녀를 후리는 한량이었다고는 소피아가 아니라 기레스를 미워하는 젤가라고 해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적응해 버린다.
"으으."
같이 목욕을 하는 당시에는 즐겁기 짝이 없지만 끝내고 목욕탕을 나설 때, 그녀는 언제나 불만을 품은 얼굴이 된다. 투명한 피부에 살짝 달아오른 얼굴, 쾌락에 취해 살짝 풀린 눈빛은 요염하기 짝이 없었다.
'또 그걸 해야 되는 걸까.'
소피아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위를 생각했다. 자위를 하면 이 달짝지근하게 올라와 있는 욕구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나도 모자른 것이다.
"저기 소피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소피아에게 젤가가 말을 걸어왔다.
"으응..? 무슨 일이에요?"
소피아는 게슴츠레한 시선을 젤가에게 돌린다. 소피아가 기레스의 손길에 의해 쾌락에 취했다면 젤가는 소피아의 그 몸짓만으로도 몸이 달아 올랐다.
'어째선지 요즘의 소피아는 너무 아름답단 말야.'
최근에 소피아는 행동 하나 하나가 요염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모 또한 더욱 아름다워져서 마성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그.. 오랜만에 하지 않을래?"
젤가의 그 요청은 소피아로서도 기다리고 있었던 질문이었다.
'사실 내가 먼저 젤가에게 제안할까 했었는데.'
자위만으로 모자르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성욕을 해소해야 한다면 남은 건 타인과의 성교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차마 본인이 말하지는 못했지만 기레스와 목욕을 하고 난 뒤에는 자신의 정욕을 다스리기 위해 한번쯤 젤가가 섹스를 권유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요."
"좋았어!"
껑충 뛰며 좋아하는 젤가를 보며 그녀는 살포시 웃었다.
'저이도 참.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나?'
남자들 수십명을 후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평생 몸을 허락한 남자는 젤가 하나뿐이었다. 필연적으로 그녀가 아는 성행위도 젤가와의 성행위 하나 뿐이었다.
젤가의 성행위는 정직했다. 자극을 주면 흥분하고 정액을 내뿜는다의 단순한 논리에 입각에 그는 섹스를 한다. 그렇기에 그의 성행위는 상당히 단조롭고 소피아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흐읍! 하아 어때 소피아!"
그녀도 두 아이를 임신해 본 여성. 한창 때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젤가와 자주 몸을 섞어 왔다. 젤가의 섹스는 담백했지만 그렇다고 절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젤가가 여성을 그다지 배려하지 않는 섹스를 한다고 해도, 그녀는 지금까지 젤가와의 섹스에서 만족하지 못한 적은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애시당초에 젤가도 이 세계에서는 상당히 능력 있는 남자로 당연히 그 육봉의 크기는 모자람 없이 훌륭했기 때문에 다소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아.. 기분 좋아요."
소피아의 착 가라앉은 국어책 읽는 듯한 소리에도 젤가는 눈치도 없이 소피아에게 기고만장한 어투로 말했다.
"나도야.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착 감기는 것 같은데 그래?"
마치 쥐어 짜는 것마냥 자지를 휘감는 소피아의 음부가 마음에 들었는지 젤가는 올라간 텐션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네. 흐윽."
본래라면 기분이 좋았어야 정상일 거칠게 쑤셔진 육봉은 어째선지 쾌락보다 아프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왔다.
'어 어째서.. 예전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항상 소피아를 만족시켜주던 음부를 가득 채우며 쾌락을 안겨주는 성교와는 전혀 다른 느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소피아의 고운 얼굴이 찡그려졌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젤가의 육봉은 소피아의 보지를 노니며, 홀로 즐거운 섹스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소피아 너도 나와의 섹스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지? 그렇게 애액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남자로서 경국지색의 아내가 자신과의 섹스를 기다리면서 애액을 흘리며 기대하는 광경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포상은 없을 것이다. 그 대상이 젤가였다면 금상첨화였을테지만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인 사실도 있는 법이다.
"네. 오랜만이었으니까요."
소피아는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간 섹스를 하지 못해 아쉬웠던 모양이군.'
제멋대로 혼자 착각을 하면서 젤가는 은근히 분위기를 잡았다.
"그래 애들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하지 못했었지. 애들도 건강하게 크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종종 기회를 갖도록 하자고."
"기회가 되면요.. 아무래도 애들이 우선이니까."
말 끝을 흐리며 소피아는 무미건조하게 대꾸했다.
"애들은 잘 자라고 있잖아. 소피아는 너무 과보호라고. 으 으앗. 소피아 나온다!"
"에? 자 잠깐."
정액이 자궁의 안에 쏟아진다. 그 느낌은 싫지 않다. 하지만 이런 섹스는 싫었다.
'어째서! 평소에 비해 절반도 하지 않았는데..'
"후우. 요즘 무슨 운동이라도 하는 거야? 보지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분이 좋은 걸?"
"에? 네.. 조금 섹스를 안해서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닐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부르르 떨렸다. 자신은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젤가는 극락이라도 다녀온 것만 같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화가 난 것이다. 소피아는 금방이라도 젤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소피아라는 여성이다.
'이럴 거라면 그냥 자위를 해버리는 게 나았는데.'
젤가에게 보이지 않게 그녀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
"왜 그래? 소피아. 기분 좋지 않았던 거야?"
"아뇨 기분 좋았어요. 다만.."
"다만?"
"질내사정은 조금 아니잖아요? 애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녀는 정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는 젤가의 무책임을 탓하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젤가에게 거짓말을 늘여 놓았다. 평소의 거짓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순박한 소피아의 행동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핫 그러면 사랑을 담아 키우면 되지."
평소라면 부드럽게 동조했겠지만 지금의 소피아는 젤가의 철부지 같은 말에 속으로 콧방귀를 끼었다. 양아들이라고 해도 재능이 없어서 기레스를 향해 그렇게 화풀이를 해대는 젤가가 사랑을 담아 키우면 된다고 내뱉는 게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기레스를 진심으로 아들로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제 동의도 없이 질내사정을 하셨으니까 다음의 섹스는 없는 걸로 할게요."
"헉! 아 아니. 어째서."
젤가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소피아에게 매달리며 사정했지만 끝내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다음날 아침. 퀭한 얼굴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피아에게 기레스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슬쩍 고개를 들면서 소피아의 얼굴을 확인하고 기레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섹스 한건가?'
소피아의 안색은 그가 지금까지 수천명의 여자들에게서 보아 온 얼굴이다. 남편과의 정사에 만족하지 못해 욕구불만으로 밤을 지새운 여인의 그 불만 그득한 표정.
'쉬운 여자에 쉬운 남자인가? 꼴을 보아하니 애무조차도 하지 않은 모양이군.'
"응. 일어났니?"
기레스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어딘가가 찌르르 떨려오는 감각을 느꼈다.
'목욕.. 하고 싶다.'
문득 그녀는 넋을 놓고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돼. 도대체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람.'
"무슨 일 있으세요?"
걱정스레 묻는 기레스에게 그녀는 애써 산뜻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되물었다.
"아니 왜?"
"피곤해 보이시는 것 같아서요."
"응. 어제 잠을 좀 설쳤거든."
소피아는 축 처진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시겠지.'
기레스는 시간만 있다면 여성의 감각을 조율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조교사였다. 어디를 만지고 어디를 어떤 방식으로 자극하느냐에 따라 여성의 성감대를 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 뒷세계에서 음행으로 이름난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날고기는 사람들 중에서도 기레스의 여성을 다루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간의 목욕에서 기레스는 전체적으로 소피아를 민감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다른 작업도 진행해 왔다. 그것은 소피아의 음부의 바깥쪽이 민감해 지도록 소피아의 성감대를 개조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소피아는 어설픈 실력으로 음부에 손을 가져가 자위를 할 때마다 쉽사리 가볍게 절정을 느껴버렸고, 젤가의 크고 굵은 육봉은 그녀의 기분 좋은 민감한 부위를 가볍게 지나가 버리고 둔감한 부분만을 찌르게 되어 그녀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기분 나쁜 섹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성감대를 조율하는 것은 기레스라고 해도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이었지만, 소피아의 몸은 기레스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민감했기 때문에 그의 생각대로 개조하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소피아의 몸은 의도하는대로 건드리면 그 즉시 음란하게 반응해 주는, 기레스에게 있어서는 더 없을 정도로 최고의 여체였다.
'참 여러가지로 자기만 아는 인간이란 말야..'
젤가가 다소 투박하고 담백한 섹스를 한다고 해도, 현재 소피아의 육체는 온몸이 민감해진 상태이기에, 젤가가 조금만 더 여체를 잘 알았다면, 아니 여성을 배려하는 남자였다면 애무를 통해서 소피아와 함께 극락의 운우지정을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주 조금만 더 주의깊게 소피아를 생각했다면 젤가에게도 일말의 기회정도는 있었을 테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부터 보신하고 나서 타인을 돌보는 성향이 강한 젤가에게 그 샛길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소피아는 평생 젤가와 즐기며 살았겠지.'
하지만 이미 그때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하핫 역시 내 아들이라니까."
멀리 거실에서 소피아의 축 처진 목소리와 대비된 젤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네요. 아버지.'
하일즈와 이야기하며 통쾌하게 웃는 젤가를 보며 기레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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