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5화 (5/238)

〈 5화 〉 소피아(4)

* * *

기레스와의 목욕이 끝난 후 안방으로 돌아온 소피아는 후끈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지..'

기껏 목욕을 하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가랑이 사이는 어느샌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그녀는 끈적하게 줄지어 흐르는 애액을 손가락으로 흝어 보았다.

'젤가와 몸을 섞을 때도 이렇게 흐른 적은 없었는데..'

그녀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슬쩍 좌우로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살며시 자신의 음부를 향해 가져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살짝 속옷 위로 닿았을 뿐인데도 평소와는 다른 감각이 치고 올라왔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소피아도 사람은 사람인지라 자위의 경험이 없지는 않다. 젤가와의 결혼 이후에는 그다지 자위를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신의 음부를 만지는 것은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흐하앙."

소피아는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낸 뒤에 급히 입을 틀어 막았다.

'조심조심.'

그간 자위로 느껴본 적 없는 민감한 자신에 놀라며 그녀는 천천히 침대의 안으로 들어갔다. 가랑이 사이의 끈적한 애액을 느끼며 소피아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자신의 손가락을 음부로 가져갔다.

"으응. 하아."

살짝 살짝 가볍게 문지르는데도 마치 거칠게 쑤시는 것 같이 쾌감이 그녀의 음부에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자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자위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째서?'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방금 전 기레스와의 목욕에서 느낀 중후한 쾌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직접적으로 쾌락을 탐하는 자위를 하고 있음에도 단순한 목욕을 할때의 쾌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였나?'

기레스의 손놀림을 상상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애무했다. 살면서 가슴을 성감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차오르는 쾌감에 이불 안에서 몸을 배배 꼬았지만 기레스와의 목욕에서 느꼈던 쾌감에는 도저히 미치지 않았다.

"으으.. 이게 아니야."

그녀는 좀 더 거칠게 한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매만지고 다른 한손으로는 음부를 쑤셨다.

"하으읏"

뻣뻣히 신체를 세우고 그녀는 오랜만의 절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가벼운 절정이었다.

"후우.."

한차례의 절정으로 인해 소피아의 머리 속은 꽤 맑아졌지만 표정은 흙이라도 씹은 듯 그다지 밝지 않았다.

[턱턱턱 철컥]

둔탁한 발소리와 함께 안방의 방문이 열렸다.

"소피아. 있어?"

"엇!? 젤가?"

소피아는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은 채로 젤가를 맞았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야?"

"아까 축사정리를 할 때, 조금 무리를 한 것 같아서.. 조금 피곤해져서 쉬고 있었어요."

젤가는 침대에 덜썩 앉아 소피아를 바라 보았다.

"얼굴도 붉은 게 열이라도 있는 것 아냐?"

"아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조금 쉬면 괜찮아 질거에요."

바로 지근 거리에서 남편인 젤가가 이불만 젖혀도 음부는 물론이거니와 시트마저도 축축히 적시고 있다는 것이 발각될 상황에 소피아는 심장을 졸이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아들과 함께 축사 정리를 하고 아들과 함께 목욕을 했으며, 어째선지 흥분해 버려서 자위행위를 했을 뿐이다. 따로따로 놓고 보면 사실 그다지 잘못한 것은 없다고 우길 수도 있는 하루였지만 그녀는 젤가에게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양심에 가책을 받고 있었다.

"오늘 따라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은데? 소피아."

"네? 기분 탓이겠죠."

소피아는 살작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 깔았다. 그 요염함이 물씬 느껴지는 소피아를 보며 젤가의 육봉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뻣뻣히 서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감지한 소피아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보다도 젤가! 저조차도 이렇게 힘들 정도의 일을 기레스에게 시키다니 무슨 생각인 거에요?"

그녀는 진심으로 화난 듯한 표정으로 젤가를 질책하며 화제를 돌렸다. 지금 젤가가 소피아와의 섹스를 원하게 되면 곤란했다. 이불 아래에는 그녀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시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때도 말했잖아. 단순한 작업이라도 할 수 있게 미리 연습을 시켜주려는 차원에서.."

"변명하지 말아요. 사실 당신이 기레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려고는 했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알았어. 소피아. 내가 조금 심했던 것 같네."

"기레스가 양아들이라고 해서 차별하는 건 용서 안 할 거에요."

"그래 그래. 자중할게. 그래도 나도 아버지로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해 봐. 그 녀석을 사회에 내보내면 어디다 써먹을 수 있겠어? 까놓고 말해서 막노동으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잖아? 물론 양아들이니 내 친자식들에 비해 정이 안가는 걸 부인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는 걱정하고 있단 말야. 엄할 때 엄해야 하는 것도 부모의 의무아냐?"

"후우. 알았어요. 조금 쉬고 저녁을 만들어 줄테니까 내려가 있어요. 피곤하네요."

소피아가 그렇게 이야기를 잘라 버리자 젤가는 섹스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입 밖으로도 꺼내지 못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음.. 알았어."

'쳇 그 병신새끼만 아니었어도 오랜만에 소피아를 안을 수 있었는데.'

젤가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가며 나중에 기레스를 흠씬 괴롭혀 줘야 겠다고 다짐했다.

'쉬운 여자구만.'

기레스는 욕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수없이 많은 여자를 안아온 기레스는 한번 여성과 몸을 섞으면 그 여성이 쾌락에 얼마나 약한지 대개는 판별해낼 수 있다.

쾌락 내성이라는 능력치가 있다면 소피아는 5점 만점에 1점을 줄 정도로 쾌락에 약하다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사용한 자신의 손가락을 보면서 기레스는 생각했다.

'조금 아쉬운걸.'

오랜만의 애무는 죽어서 꺼져 있던 그의 마음의 초에 불길을 얹어 주었다. 소피아의 몸을 탐한 오늘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이세계에서의 삶에서 생전 처음으로 활력이 넘쳤던 하루였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가면서 재활을 해보고 싶었지만 기레스는 그렇게 하지 못해 못내 아쉬워 했다. 기레스에게 있어서는 장난이나 다름없는 손놀림으로도 소피아가 너무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우직한 여자다. 육체가 쾌락에 약한 것과 정신이 쾌락에 약한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오늘 기레스가 충분히 소피아에게 손장난으로 쾌락의 절정을 맛보여 줄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마음의 틈을 더 넓게 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피아 정도로 민감하기 짝이 없는 여성이라면 다소 무리하게 극한의 쾌락을 주면서 소피아를 함락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기레스는 그런 방식의 함락을 그다지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이 세계에서 그런 방식은 너무나도 위험부담이 컸다. 하물며 그것이 기레스 따위는 손쉽게 목을 따버릴 수 있는 소피아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지구였다면 설령 실패해도 여성에게 싸대기를 거칠게 맞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치정싸움이 일어난다면 그자리에서 기레스의 머리가 터져나갈 것이다.

그런 무식한 방법보다 기레스는 여성의 마음을 숙성시키는 쪽을 더욱 선호했다. 그는 노리는 여성을 천천히 독에 빠져 허우적대며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그 과정을 좋아한다. 그런 비틀려 있는 사상을 가지고 있기에 그는 전생에 '샛서방'으로 불리우며 수많은 유부녀들을 탐해 왔으리라.

'지금쯤 자위라도 하고 있으려나?'

이세계에 떨어진 뒤, 처음으로 그는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궁리했다.

평온한 나날이라는 것은 듣기에는 분명 좋은 말이지만, 돌려서 생각해 보면 굴곡이 없는 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좋게 말하면 나쁘지 않은 일상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좋지도 않은 일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년 간 큰 굴곡없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오던 소피아의 마음에는 파문이 일고 있었다. 그녀는 양아들 기레스와 이따금씩 자식들과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은 한번 은밀한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 또 어떤 의미에서는 지옥같은 나날을..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기레스의 손놀림도 두번째가 되면 익숙해진다. 원래 그렇게 열심히인 아이인 것이라고, 그 열심히 하는 과정이 저런 방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소피아는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처럼 상식을 수정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녀에게 그렇게 유도되고 있다는 그런 자각은 없었다.

"기레스는 기분 좋게 잘 닦아 주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여자친구가 좋아하겠다."

"정말요!?"

"그래. 기레스가 이렇게 손재주가 좋은 줄은 몰랐어."

그렇게 기레스의 손이 기분 좋다고 시인한 뒤부터는 신음을 참는 것조차도 그만두었다.

"아흣."

남자라면 누구라도 흥분해 버릴 정도로 달콤한 신음소리가 소피아의 입에서 새어나온다. 하지만 이제는 기레스도 소피아도 그 신음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기분 좋으세요?"

"어? 어. 어어.. 시원해."

이따금씩 천연덕스럽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꼬마아이를 연기하며 기레스는 누가봐도 애무나 다름 없는 이 행위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천천히 그녀의 사고를 수정해 나간다.

"헤헤. 어머니가 기분이 좋으시다면 저도 기뻐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닦을게요!"

천천히 끓어오르는 물에 던져진 개구리처럼 그녀는 자각 없이 기레스의 손에 의해 조교되어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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