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소피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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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스에게 있어 소피아와 함께 목욕을 한다라는 이 상황은 천재일우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아마 이런 어린 시기가 아니면 향후 다시는 얻지 못할, 기레스에게 있어선 하늘에서 내려준 동앗줄이나 다름 없는 기회였다.
기레스에게 전생의 기억이 없거나, 소피아의 성격이 젤가마냥 개차반이거나, 기레스가 나이를 더 먹었을 때까지도 이런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거나 이 세가지의 조건 중 단 하나만 부족했어도 이런 기회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세계 그레이브는 기레스 같은 전생자들에게 있어선 확실히 무덤이라고 불리울 만하다. 사지육신만 멀쩡할 뿐이지 사실상 극복할 수 없는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것과 하등 차이가 없으며, 이 세계는 그 장애에 대해 이해나 배려따위는 전혀 해주지 않는 냉혹한 세계인 것이다. 이 세계에 떨어진 불한당들은 대다수의 경우, 죽기 직전까지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간다.
기레스 또한 평범하게 살아갔다면 아마 그들과 다를 바가 없이 천천히 도태되고 낙오되어 갔을 것이지만, 그는 곧 죽어도 그렇게 살아갈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욕실의 탕 안으로 소피아가 조심스레 가는 발을 집어 넣었다. 금방이라도 비틀린 미소를 귀에 걸고 싶었지만 기레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소피아를 따라 탕 안으로 들어갔다.
소피아와 기레스는 서로 알몸으로 마주보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수백, 수천의 여체를 유린한 기레스였지만 소피아의 여체는 곧 동정을 떼일 소년처럼 마음이 조급해질 정도로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집안의 욕탕은 혼자서 쓰기에는 상당히 컸지만 기레스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둘이서 쓰기에는 그렇게 마냥 넓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서로의 살결이 맞닿을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의 가랑이 사이에 몸을 집어 넣은 기레스는 정면으로 소피아와 마주해 그녀의 극상의 육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소피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기레스는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하고 비누처럼 매끄러운 살결에 상상만으로도 싸버릴 것 같을 정도로 흥분했다.
'본방은 지금부터다.'
여자의 몸을 마지막으로 만진 것은 이세계로 환생하기 전에 사리아의 몸을 만졌을 때였다. 그로부터 무려 십 수년 만에 기레스는 겨우 여체를 만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자신은 있었지만 워낙에 오랜만인 만큼 그는 신중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뜨거운 욕탕에서 몸을 불리고 소피아는 팔을 걷어 부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럼 엄마가 몸을 씻겨 줄게."
"네."
소피아는 거품을 내어 기레스의 몸을 닦아 주었다. 엄마와 양아들. 성인과 어린아이라는 딱지를 떼고 생각해 보면 절세미녀가 몸을 닦아주는 너무나도 부러운 상황이었지만 기레스는 거기서 만족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남자의 몸을 만지는 것에는 그다지 경험이 없는 것 같은 풋풋한 손길로 소피아는 기레스를 구석구석 씻어 주었다.
기술이라고는 전혀 없는 투박한 손놀림이었지만 절정의 미녀에게 몸 구석구석을 만져지는 감각이 나쁠리가 없었다.
"다 됐다. 상쾌하지?"
"네. 그럼 이제 제가 씻겨 드릴게요."
"음? 난 스스로 씻어도 돼. 피곤할텐데 기레스는 쉬고 있어."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역시.. 안될까요?"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침울해 하는 기레스의 연기는 이미 소피아에게는 반쯤 치트키나 다름 없었다.
"안될 건 없지만.."
기레스는 속이 검디 검은 환생자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소피아의 입장에서 기레스의 제안은 아들이 어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씻겨주고 싶다는, 기특하면서도 가엾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 발언이었다.
그녀는 기레스의 저 행위가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 기레스는 태어나서 인정을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지구를 예로들면 남들은 사칙연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덧셈조차도 하지 못해서 쩔쩔매는 아이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기레스와 현지인의 능력 차이는 그정도로 심했다. 소피아는 인정하고 칭찬을 하는 게 빈정거림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결핍이 기레스를 저렇게 눈치보는 아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동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동정이야말로 기레스가 지금껏 숨죽여가면서 노리던 바였다. 실제 기레스는 자신의 부족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기레스는 쓸데없는 노력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것이다. 뱁새가 황새의 걸음을 따라할 수 없듯, 그가 이세계의 사람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평생을 노력해도 그의 능력은 이곳 사람들의 1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기레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레스가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척'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단 한가지, 소피아의 사고를 기레스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불쌍한 아이라고 유도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모든 것을 탄탄대로로 누려 온 소피아는 사람의 부정, 어둠을 들여다 보는데 약하다. 쉽게 동정하고 그만큼 옅게 이해한다. 그 알량한 동정을 위해 기레스는 지금껏 온갖가지 마을 단위의 핍박을 참아 온 것이다.
만약 기레스가 단순하게 이 사실을 소피아에게 고발했다면 기레스가 현재 받는 마을사람들로부터의 핍박은 많이 줄어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도에 따라서는 완벽하게 사라질 수도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마을 내 지위는 엄청나다. 하지만 그래서는 부족한 것이다. 고발해서 소피아가 문제를 말끔히 해결 해버린다면, 그녀에게서 뽑아냈어야 할 '동정'을 얻을 수 없다.
암묵적으로 무시당하고 그것을 속을 삭히며 참는다는 상황을 얻을 수 없다. 본래는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소피아가 느끼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그가 바라던 그림이었지만 워낙에 순박한 그녀였기에 아직까지도 소피아는 기레스가 처해있는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아직 내가 얼마나 괴롭힘 당하는지는 현실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기레스의 부모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소피아는 다소의 불쌍한 연기만으로도 넘칠 정도로 기레스를 걱정하고 있었다.
기레스가 값싼 동정이라고 칭한 그 염려는 소피아의 마음에 빈틈을 만든다.
평범하게 같이 목욕할 기회가 생겼다면, 스스로 씻는다고 거절했어야 할 양아들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든다. 아직 한창 어리광을 부려야 하는 나이.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겉도는 아들이 불쌍하기에,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기레스의 그 호의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그럼.. 부탁할까?"
소피아는 욕탕의 열기로 인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기레스에게 속살을 보였다.
'씻겨준다고 하기는 했지만 괜찮을까?'
그녀는 기레스의 어둠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레스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쯤은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기레스를 무시하려는게 아니라 도리어 반대로 기레스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는 것이 소피아라는 여성이다.
'아까 일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기레스의 손길이 닿기 직전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음?'
소피아의 굴곡있는 뒤태를 기레스는 스쳐 지나가듯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 아슬아슬한 손놀림에 소피아는 순간 감각이 튀는 느낌을 받았다.
'뭐 뭐지 방금 그건?'
전생에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온갖 여성을 너나 할것 없이 전부 포로로 만든 기레스의 기술은 환생을 한 지금도 전혀 쇠락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피아의 몸을 열심히 닦아주는 것 같아 보이는 기특한 광경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소피아의 숨은 쾌락을 들추는 음란한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심지어 그 손길을 받고 있는 소피아조차도 기레스의 더러운 심성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앗."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간질거리는 쾌감에 소피아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 아프세요?"
기레스는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자신이 엄청난 잘못이라도 한 것마냥 급히 손을 떼었다. 그 모습에 소피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으응. 아냐."
"다행이다. 그럼 더 열심히 씻겨 볼게요!"
기레스는 의욕을 불사르며 더욱 더 적극적으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는 타올을 이용해 몸을 씻으며 소피아의 신체를 탐색 했다면, 지금의 움직임은 본방으로 소피아의 쾌락의 문을 열기 위해 한층 더 과격함이 담겨있었다.
'상당히 민감한가?'
기레스는 소피아의 가슴의 아래를 한 손으로 움켜서 받쳐 들어 다른 손으로 마치 도자기를 닦는 것마냥 가슴을 닦기 시작했다. 뒤에서 소피아를 껴안아 가슴을 들어 닦는 그 음란한 행위는 이미 단순하게 씻겨주는 단계를 아득히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소피아는 행여 기레스가 자신을 자책할까 싶어 그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하아 왜..'
손가락이 스쳐 지나갈때마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타고 꿈틀거린다.
'기분이.. 좋아.'
상쾌함과는 다른, 끈적끈적한 쾌감이 그녀의 머리를 멤돌았다. 자세는 이상하지만 분명 기레스는 단순하게 몸을 씻고 있을 뿐인데도 마치 성교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이 몸이 달아올랐다. 젤가와의 섹스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쾌감이 기레스의 손을 따라 타고 흘렀다.
"헥 헥."
눈을 돌려보면 땀을 흘려가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레스의 모습이 보인다. 기레스의 자세는 아무리 생각해도 애무를 하는 것처럼 요상했지만 눈은 똘망똘망해서 도저히 사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연기였지만 소피아는 아들의 바둥거리면서 애쓰는 그 모습에 멋대로 쾌락을 느껴버린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욕구불만인 걸까?"
소피아는 티나를 낳고 난 뒤에는 남편과의 성교보다 육아에 치중했다. 젤가는 은근히 자주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는 마을 내에서도 자타공인으로 알아주는 공처가이기에 자신의 성욕보다도 소피아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아핫. 하아."
마치 물을 끓이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당연하게, 그녀의 쾌감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씩 세어나오는 신음소리를 기레스는 못 들은 척, 쉬지않고 그녀의 몸을 애무했다.
'조금만 더..'
소피아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채, 기레스의 손을 음미했다. 조금만 더 자극이 주어진다면 물이 수증기로 기화하는 것처럼 절정에 이를 것 같은 아슬아슬한 쾌감의 줄다리기에도 몸은 가버리지 않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람.'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의 망측한 생각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레스가 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애무가 아니라 씻겨주는 행위. 그런 행위에 절정에 도달할 리는 없는 것이다. 본래라면 쾌락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꼈어야 정상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잊고 온몸에서 들끓는 쾌감을 참는데 전 신경을 곤두세웠다.
제 딴에는 참는다고 참는 행위였지만 되려 그 참기 위해 집중하는 노력은 더더욱 소피아의 몸의 쾌감을 적나라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후아.. 하아.."
얼마나 지났을까 소피아는 신음을 참아야 된다는 사실조차도 잊은 채로 숨을 헐떡였다.
푸딩마냥 매끈매끈한 신체는 기레스의 손이 오갈때마다 일일히 반응해 움찔거린다. 이제는 딱히 기레스가 쾌감을 느끼도록 노리지 않아도 그저 손가락이 닿는 것만으로 그녀의 몸은 파르르 떨렸다. .
'어라?'
끓는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마냥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밑도 끝도 없이 올라가던 쾌감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하으.. 응.. 기레스?"
소피아는 헤롱거리는 풀어진 표정으로 기레스를 찾았다.
"어머니 다 끝났는데요."
'어 어어? 벌써?'
소피아는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느끼기에는 고작해야 5분도 채 안걸린 것 같았지만 이미 30여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나는 무슨..!'
"저 괜찮았나요?"
"응. 정말 기분이 좋았어."
기레스를 위한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는 그녀의 심정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다행이다."
소피아의 말에 기레스는 천진난만하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면서 해맑게 기뻐했다.
'이런 아이에게 나는 무슨..'
"또 같이 목욕해도 될까요?"
"어?"
예상 밖의 질문에 소피아는 머리가 새하얘 졌다.
'이런 걸 또.. 라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기레스가 순수한 의도로 묻는다고 해도 그것만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방금 느꼈던 그 쾌감이 다시 한번 머릿 속에 멤돌았다.
"역시 안되겠죠?"
짧은 시간이지만 수없이 고민한 그녀의 망설임은 기레스의 말에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단순한 목욕 하나로 아들이 저렇게까지 기뻐한다. 기레스가 저렇게까지 기뻐하는 것을 그녀는 아직껏 본 적이 없었다.
'그래... 이건 기레스를 위해서야. 이런 시간이 없다면 기레스가 또 얼마나 주눅이 들겠어? 이건 음란한 행위가 아니라 엄마와 아들의 친교 행위일 뿐이야. 강 근처의 베론드라는 아이도 부모와 함께 목욕을 한다고 하니까.. 그냥 내가 느끼지만 않으면 되는거고... 다음에 기레스에게 조금 주의만 주면.. 그래. 그러면 될 거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그녀는 스스로의 눈이 욕정에 젖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천천히 선언이라도 하는 듯 촉촉히 젖은 입으로 소피아는 요염하게 기레스에게 말한다.
"가끔이라면.. 좋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