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화 (프롤로그)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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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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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앙~ 하아♥"

방안을 교성 소리가 가득 메운다. 이지적으로 생긴 흑발의 미녀는 남성의 육봉 위에서 정신 없이 허리를 흔든다.

"그녀석과 비교하면 어때?"

"하앙~ 또 그런 짓궂은 질문을.."

대답할 마음이 없지는 않은지 여성은 요사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당신 게... 훨씬 좋아요."

교태를 부리며 아양을 떠는 여성에게 남자가 묻는다.

"약속했던 그 건은 어떻게 됐지?"

"물론 문제 없이 해결 했어요. 그이는 내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니까."

남자는 자신의 위에서 요분질 하는 여성을 향해 허리를 살짝 흔들었다.

"하으읏."

남자의 움직임에 여성의 보지에서 분수처럼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번 한번 움직일 때마다 쾌감이 뇌를 자극한다. 이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여성은 가정도 남편도 배신했다. 남자는 포상이라도 준다는 듯이 여성에게 쾌감을 선사해준다.

교성이 마르지 않는 밤이 지나간다.

남자의 이름은 공오빈. 입장상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지만 그를 알음알음 하고 있는 사람들은 '샛서방'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미 임자가 있는 여자만을 노리는 난봉꾼으로 성적으로 여자를 후리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그 재주를 살려 타인의 여자를 취하는 전형적인 인간말종이다.

하는 행동은 인간말종이나, 그 재주는 진짜배기인지라, 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놀리는 재주 하나로 돈과 권력을 끌어모았다.

공오빈은 세상 모르고 행복한 얼굴로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여성을 바라본다.

'세상에 반은 여자다.'

세상을 주무르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주무를 수 있는 것은 여자이다. 그는 여자를지배하는 것이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드럽게 여성의 잘록한 몸을 쓸어내린다.

"아응. 오빈씨."

자신은 여성에게 쾌락을. 여성은 자신에게 재산과 권력을. 누구하나 손해 보는 일 없는 쌍방 간의 이득이지만, 거기에 여성의 남편은 빠져있다.

그는 임자 있는 여성만을 노린다. 여자를 후리고 재산이나 권력을 얻는다는 분명한 목적에 지극히 사적인 취미가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면, 돈 많은 과부나 부잣집 딸을 노려도 될 일이나, 그는 구태여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여자를 노린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여자가 자신의 손에 농락당해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배신하며 스스로 가랑이를 벌리며, 사랑을 요구하는 그 치태에 정복욕과 사랑을 느끼는 광인인 것이다.

[똑똑]

문을 두르리는 소리에 공오빈이 묻는다.

"뭡니까?"

"룸 서비스입니다."

"룸 서비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뭔가를 시킨 건가? 싶어 별 생각 없이 공오빈이 문을 여는 순간 시린 느낌이 가슴을 관통한다.

"커헉.."

"야이 개새끼야. 남의 마누라를 후리고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줄 알았냐?"

공오빈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가슴에서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피에 정신이 아득해 진다.

"꺄악. 여 여보."

"수진아. 내가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아. 으 응.."

눈치 빠른 여성은 사태를 파악하고 마치 강간이라도 당한 피해자마냥 눈물을 훔치며 말한다.

"나.. 저 사람한테 사진으로 협박을 당해서.."

"알아. 저 개새끼는 내가 책임지고 저세상으로 보내 줄게."

핏발 선 눈으로 거친 호흡을 내리쉬며 말하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거기까지는."

"거기까지는 뭐?"

남편은 눈을 뒤집으면서 자신의 아내에게 묻는다. 그 눈빛에서는 대답 여하에 따라 설사 아내라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광기가 느껴진다.

"아니 그러면 자기가 살인자가 되어 버리잖아."

"누가 내가 죽인다고 했어?"

남자의 말과 동시에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방안에 들이 닥친다.

"조용히 처리할 수 있지?"

"에헤이. 일 한 두번 맡기시나. 걱정 마소."

"으 그윽.."

공오빈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바둥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첫 수로 급소를 찔려 버린 그의 움직임은 애벌레가 땅을 기는 것보다도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아 이 형씨 가슴팍에 구멍나고도 아직 움직일 기력이 남아 있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품안에서 칼을 꺼내들어 두어번 배를 찌른다.

"의뢰주 앞에서 확실한 일처리를 보여주는 게 내 신조인지라."

"크 하 핫!"

공오빈은 핏덩어리와 함께 웃음인지 뭔지 모를 숨을 내쉬며 여성을 바라 본다. 여성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을 배신하면서까지 빠졌던 자신을 배신하면서 안도의 웃음을 띄우는 여인의 보면서 공오빈의 목숨은 끊어졌다.

"일어나세요 쓰레기."

맑고 청량한 목소리에 공오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여긴? 나는 분명히."

"죽었지요.."

공오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 것도 없는 백색만이 가득한 공간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이 살이 다 비치는 새하얀 얇은 옷을 입고 서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공오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뭐야 꿈인가. 하긴 내가 그렇게 어이 없게 이몸이 죽을 리가 없지."

"꿈이 아닙니다."

차가운 어조로 금발을 뒤로 넘기며 여성이 말한다. 세상의 아름다운 요소란 요소는 전부 모아서 조각해 놓은 것만 같은 미모가 돋보인다.

"내 이름은 아리아. 이 세계를 다스리는 여신입니다."

'뭐야 미친 여자인가?'

"미치지 않았습니다. 오물. 배운 게 없는 구데기 같은 남자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무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신으로서 당신을 부정합니다."

자신을 아리아라고 밝히며 신이라 자칭하는 여인은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공오빈은 그런 여인을 위 아래로 곁눈질 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금발에 백옥같은 피부, 풍만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볼록한 엉덩이에 매끈한 다리를 보일듯 말듯한 하얀 천으로 가린 모습은 너무나도 고혹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면 금상첨화겠군.'

사랑하는 여자를 타락시키는 상상을 하며 그의 고간이 부풀어 오른다.

"하아. 죽어서조차도 반성하지 않고 잘도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역시나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군요."

"그럼~ 세상은 적당히 쓰레기여야 살기 편하거든. 으거헉."

새하얀 빛이 공오빈을 지지자 온몸이 부서져 내리는 듯한 격통이 느껴진다.

"닥치세요. 선량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당신에게 빼앗긴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으윽. 별로?"

공오빈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신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통증에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그는 속으로 조소하며 그리 생각했다.

"미안할 거라면 처음부터 행하지도 않았겠지?"

"그래서 그 꼴로 꼴사납게 죽어 버렸습니까?"

꼴좋다는 듯 자칭 여신도 의기양양한 얼굴로 반박한다. 그런 여신의 태도를 보고 남자는 저 자신만만한 얼굴을 쾌락으로 일그러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러니 후회는 없다. 세상은 더러울 수 있는 만큼 더러운 사람이 득을 보지. 착하고 깨끗하면서도 잘난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지? 그러니 나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만큼 약게 살아왔을 뿐이다. 이 죽음은 그저 내가 행한 악행이 감당할 수 없었기에 돌아온 것일 뿐이지. 그렇기에 후회는 없다."

뒷세계에서 암약한 만큼 그는 세상의 더러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세상은 더러우면 안된다고 끊임없이 가르치고, 딱히 그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나 세상은 더러우면 더러운 만큼 유리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자칭 신은 권선징악을 외치고 있지만, 신이라면 애초부터 선하면 선한만큼 이득을 보고 악하면 악한만큼 손해를 보는 세상을 만들라는 배배 꼬인 생각을 하는 게 공오빈이라는 인간이다.

"정말 신이라면 깨끗한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드시지?"

공오빈은 중지를 내밀며 비틀린 웃음을 짓는다.

"이 와중에도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다니 역시 구제할 길이 없는 쓰레기네요. 더 볼 것도 없군요. 소멸하세요."

"아리아님."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사비서?"

아리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공오빈이 익히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타인의 여자를 취하는 데에는 그 뒷공작이 필요한 법이다. 여자를 함락시킬 때까지 양지와 음지를 넘나들며 자신을 뒤를 보좌하는 비서인 사정화는 아리아의 뒤에서 경건한 자세로 예의를 차리고 있다.

"실례지만, 이 남자의 처분은 그곳의 '전생'으로 처리함이 어떠실런지요."

사적인 감정이 담기지 않은 사무적인 어조. 날이 서 있는 것 같은 차가움이 서려 있지만 누구라도 한번쯤 돌아볼 외모는 공오빈이 알고 있는 그대로의 외모였지만 명백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 솟아 있는 새하얀 날개가 그것이다.

"후후. 놀란 모양이군요. 그래요 당신이 사비서라 부르고 있었던 그녀의 본명은 사리아. 이 여신 아리아의 직속 천사장입니다. 하계의 풍기를 어지럽히는 당신을 단죄하기 위해 파견했지요."

공오빈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다. 자신이 사정화라 믿고 있었던 사리아는 굉장히 유능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실망을 시키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일처리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안심하고 자신의 뒷기술을 발휘해 여자들을 함락시킬 수 있었다. 그녀가 일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그가 그렇게 어이없게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일처리를 했다면' 말이다.

"그런데 사리아. 그곳으로 전생시키자니 죄인에 대해 따로 의견을 내지 않는 당신답지 않군요."

"이 남자에게는 저도 고생을 꽤나 했기에 저도 조금 감정적이 된 모양입니다."

'침대에서 음탕하게 교성을 내지르면서 좋아라 한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교미밖에 할 수 없는 이 남자가 그 세계에 떨어지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저도 조금 궁금하군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사리아는 덤덤하게 그리 말했다.

"좋습니다. 본래라면 다음 생 따위는 없는 소멸의 의식을 행해야 하나, 사리아의 의견이 그렇다면 그 세계로 이 남자를 전생시키도록 하죠."

아리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공오빈을 바라 보았다.

"그럼 전생의 사당으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예. 잘됐네요. 쓰레기. 두번째의 기회를 손에 넣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두번째 인생을 즐겨주세요. 푸흣."

조롱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아리아는 짓궃은 아이처럼 웃는다.

"자 그럼 따라와라."

"사비서. 아니 사리아라고 했나? 설마 네가 나를 배신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사리아에게선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공오빈은 비틀린 웃음을 띠며 사리아의 허리에 손을 가져간다.

"아흑."

사리아는 달콤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여간 죽어서까지도 변함이 없네요. 주인님?"

차가웠던 표정은 온데 간데 없이 촉촉히 젖은 녹아내릴 듯한 시선으로 사리아는 싱긋 웃으며 교태스럽게 말한다.

"배신했던 것 아니었나?"

공오빈은 은밀하게 사리아의 봉긋한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아..응.. 그건 면목없습니다만, 저로서도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며 사리아는 공오빈에게 접근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구속한 듯 보였지만 공오빈은 그새 사리아가 원하는 바를 눈치채곤 손을 놀린다. 딱히 섹스하지 않고 손을 휘적이는 것만으로도 사리아는 전신이 파르르 떨린다.

"설마 아리아님에게 그리 대들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평소의 비굴하신 모습은 어디로 가신건지. 아흣♥"

"그보다도 어째서 나를 배신했지?"

"제가 배신하지 않았다면, 아리아님은 저를 소환하고 다른 천사를 내렸겠죠. 하지만 그리 되면 주인님은 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위해 배신했다는 건가?"

"물론이에요."

그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암컷의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사리아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리아는 공오빈이 왜 미소를 지었는지 잘 알고 있다. 이미 공오빈과 하계에서 비서 생활을 하며 공오빈의 색으로 짙게 물들어 버린 그녀다. 천사로서 섬기던 신을 배신하고 공오빈을 따른다는 배덕적인 언행은 그의 주인에게는 최고의 찬사이며 양념이나 다름없다.

"전생이라는 건 뭐지?"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 주인님이 가시게 될 곳은 이라고 불리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에에잇 저항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어라.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습니까? 사리아."

청량하지만 냉랭함이 묻어 나오는 아리아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온다.

"네. 이 쓰레기가 자꾸 반항을 하여 전이하지 못했습니다."

방금전까지 녹아내릴듯한 얼굴을 했다고 믿겨지지 않을 차가운 얼굴로 사리아가 말한다. 야한 장난을 쳤던 공오빈조차도 질릴 정도로 냉랭한 태도다.

"정말로 바퀴벌레 같이 끈질기군요. 수고를 덜어 드리죠. 사리아. 얼른 그 쓰레기를 전생 시키도록 하세요."

아리아의 손가락이 공오빈을 가리킨다. 새하얀 빛이 공오빈과 사리아를 휘감았고, 그와 동시에 주변의 시야가 바뀐다.

"아무래도 자세히 설명할 시간도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주인님이라면 잘 해나갈 수 있겠죠."

"네 상사의 말을 빌리자면 쓰레기인 내가?"

"아뇨. '쓰레기이니까'입니다. 당신은 제가 지금까지 봐온 쓰레기들 중에서도 명실상부한 진짜 쓰레기니까요."

가랑이를 덮고 있는 얇은 천을 들어 올리며 사리아는 발정난 얼굴로 말한다. 가랑이 사이에서는 애액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사리아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공오빈은 뱀처럼 손을 움직여 그녀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사리아! 아직인 건가요?"

"여기까지네요. 그럼."

사리아는 아리아가 보란 듯이 공오빈을 걷어 찼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감각과 함께 공오빈의 의식이 멀어져 갔고, 그렇게 공오빈의 현생은 끝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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