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화 〉 253. 케빈과 제시카(1)
* * *
류태현이 성철파에 투신하여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권은하가 말한 그 추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추론, 심증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프로페서를 통해 그 심증을 확증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블랙 도베르만의 정체를 알았던 게 성철파 안에서도 단 두 사람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조차 100% 확신할 수는 없겠지.
그렇기에 필요한 게 자체 조사.
프로페서와 접선할 토요일까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스스로 알아내는 편이 보다 진실을 향해, 류태현의 소재를 향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도착했네요.”
이에 두 사람은 슬럼 중심에 위치한 어느 펍으로 향했다.
펍의 이름은 ‘칼리스토’.
용문, 성철파, 블랙스미스의 삼대 세력의 지배 구역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곳은 슬럼 안에 몇몇 존재하는 일종의 교류의 장이었다.
정보상이나 청부업자, 용병 등, 슬럼에는 속칭 개인사업자가 잔뜩 있다. 그러나 오르테가나 프로페서처럼 그 명성이 자자하지 않는 이상 고정 손님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 이전에 일을 따내는 것부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
그렇기에 뜨내기 업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직접 영업을 뛰러 다녀야 했다. 그리고 칼리스토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된, 일종의 영업장이었다. 불특정다수의 사람이 드나드는 펍이라는 장소는 고객을 찾는 업자들에게도, 업자를 찾는 고객에게도 안성맞춤인 장소였으니까.
“선배,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점검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를?”
“아마 저 안, 죄다 남자들밖에 없는 남탕일 거라서요. 근데 선배는 그런 장소 좀 거북하시잖아요?”
“아…….”
그 말에 조유리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물러선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건……걱정하지 않아도 돼. 능력을 쓰면 떨림이나 매스꺼움 같은 건 최소한으로 억누를 수 있으니까.”
“무리하진 마세요. 대화나 그런 건 다 제가 하면 되니까.”
“괘, 괜찮다니까 그러네.”
선배인 자신을 못미더워 하는 게 심술이 났는지 조유리가 살짝 볼을 부풀렸다. 그 모습에 안수호가 어깨를 으쓱 튕기며 엄지로 펍을 가리켰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 ……!!
펍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자 왁자지껄한 소음이 문틈으로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안수호가 문을 열자 닫혀 있던 안쪽의 소리가 단번에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의 귓가를 두드렸다.
“호오.”
가게 전체에 은은하게 풍기는 맥주 향에 원목 위주로 이루어진 따스한 느낌의 인테리어.
가게 안에는 작은 볼륨으로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한 켠에 있는 TV에서는 축구 경기 중계가 송출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영국 본토에나 있을법한 정통 펍이라고. 영국엔 가본 적도 없으면서 안수호는 무심코 그런 감상을 품었다. 문외한조차 그런 감상을 품을 정도로 가게 자체가 잘 꾸며져 있다고 봐야겠지.
“이쯤에 앉을까요.”
두 사람은 적당히 보이는 빈자리에 앉곤 주위를 둘러봤다.
안수호의 말마따나 주위에는 죄다 남정네들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이긴 했으나 묘하게 날이 서있는 것이, 그들 대부분이 평범하게 술과 음식을 즐기러 온 손님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호야. 저거…….”
“게시판……이네요.”
그리고 한쪽 벽면에는 벽 전체를 차지하는 커다란 게시판이 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수많은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대부분은 자신의 의뢰를 맡아줄 업자를 찾는 공고문, 혹은 용병이나 청부업자 개인이 고객을 찾는 광고물 따위도 있었다.
다만 그 안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종이가 3개.
게시판 정중앙. 의도적으로 다른 전단지 들을 치워 비워둔 공간에 떡하니 붙어 있는 3개의 전단지는 각각 용문, 성철파, 그리고 블랙스미스에서 붙여둔 것이었다. 그 내용은 들여다 볼 필요도 없었다.
“무슨 기업 공채 포스터마냥 붙어있네.”
“실제로도 별반 다르진 않죠. 자기들을 위해 싸워줄 용병을 모집하고 있는 거니까…….”
“아무것도 안 시키고 앉아만 있으면 수상하게 보일 것 같은데. 주문이라도 할까?”
“그러죠. 선배는 여기 계세요. 제가 다녀올 테니까.”
술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잔뜩 앉아 있는 테이블 사이를 지나,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카운터로 다가가 주문을 해야 했다. 남성공포증이 있는 조유리에겐 당연히 부담이 될 터.
“아니, 나도 같이 갈게. 나도 너랑 똑같이 일하는 중인데 너한테만 시킬 순 없으니까.”
선배로서 후배에게 다 맡기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며. 조유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 얼굴은 긴장감, 내지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낌새가 역력했다.
“……혹시 능력 안 썼어요?”
“평소보다 조, 조금만 썼어. 내 이런 부분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태, 태호가 나한테 그랬거든.”
그렇게 말한 조유리가 먼저 카운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읏.”
특징적인 머리색에 남자들의 이목을 휘어잡는 외모. 자연스레 몰리는 시선에 조유리가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올곧게 나아가던 그 발걸음이 아주 살짝 비틀거린다.
“선배.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안수호. 그러나 그가 조유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었다. 결국 그는 불안한 시선을 유지한 채 조유리와 함께 카운터에 도착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슬럼 치고는 깔끔한 인상의 청년이 그렇게 물었다. 카운터 위에 코팅되어 붙어있는 메뉴를 쓰윽 훑어본 안수호가 짧게 말했다.
“저는 그냥 생맥 한 잔 할게요. 선배는요?”
“……기네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종업원이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맥주를 준비하는 사이, 두 사람은 카운터에 어정쩡하게 기댄 채 이를 기다렸다. 그들의 양 옆에는 당연하게도 카운터석에 앉아 술을 즐기던 손님이 있는 상태.
그중 조유리 쪽에 있던 손님이 유독 그녀에게 찐득한 시선을 보냈다. 안수호와 동년배, 혹은 그보다 살짝 어린 청년이었다.
밝은 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에 잔뜩 박은 피어싱과 팔의 절반을 덮고 있는 문신.
태닝만 했다면 그야말로 금발 태닝 양아치의 표본이었겠지만, 아쉽게도 피부는 병에 걸린 것처럼 하얬다. 그러나 피부가 하얗든 말든 질 나쁜 양아치인 건 변함없었다.
“누님, 이 근처에서 못 보던 얼굴인데. 바깥에서 왔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양아치는 자기 옆에 기대 있는 조유리에게 곧장 말을 걸었다. 가늘게 찢어진 두 눈이 그녀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
“대답은커녕 시선도 안 주네? 차갑기는. 난 그냥 예쁜 누님이 옆에 왔길래 친해지고 싶은 것뿐인데. 그렇게까지 쌀쌀맞게 반응할 필욘 없잖아?”
“……일행 있어.”
“알아. 근데 그게 왜? 애초에 이 가게에 왔다는 것부터가 인맥을 넓히기 위함이잖아?”
“그 인맥에 너 같은 양아치는 포함 안 돼.”
양아치의 노골적인 추파에도 조유리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초능력을 약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양아치라니 섭하네. 이래 보여도 이쪽 바닥에선 꽤 유명하거든 나. 누님이 그쪽 형씨랑 같이 한탕 해보려고 바깥에서 온 외지인이라면, 나랑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고 보는데…….”
말끝을 흐리던 양아치의 손이 슬쩍 조유리의 엉덩이로 향했다. 가급적 조유리에게 상황을 맡기고자 했던 안수호도 그 모습에 보다 못해 주먹을 꽉 쥐며 나섰다.
“이봐, 너 지금”
허나 안수호의 제지보다 조유리의 행동이 더 빨랐다.
우득!
“끄아아악!!”
소란스러운 펍 안에 새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자신에 엉덩이로 향하던 팔을 순식간에 낚아챈 조유리가 그의 손목을 안쪽으로 꺾어 제압했다.
“팔! 팔! 아파, 아프다고!”
“좀 전에도 말했지만 난 너 같은 양아치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 없고. 처음 보는 여자 성추행이나 하려는 성범죄자 새끼랑은 더더욱 친해지고 싶지 않아. 알겠으면 고개 끄덕이고, 얌전히 앉아서 맥주나 마셔.”
“알겠어!! 알겠다고!! 알겠으니까 이거 팔 좀 놔봐 좀! 끄아아악!!”
양아치의 애원에도 조유리는 손목을 꺾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을 가하자 양아치가 자리에서 미끄러지며 우당탕탕 넘어졌다. 그제야 손을 놓은 조유리 앞으로 때마침 종업원이 술을 내왔다.
“주문하신 생맥과 기네스입니다 손님.”
“고마워요. 그리고 소란 피워서 미안해요.”
“뭘요. 여기선 흔한 일입니다. 여긴 중립지대지만 안전지대는 아니니까요.”
그 말대로 이런 일이 하루이틀이 아닌지 종업원은 손목을 붙잡은 채 앓는 소리를 내는 양아치를 보면서도 태연했다. 조유리 또한 자신 몫의 술을 받곤 태연하게 뒤돌아 자리로 향했다.
“선배, 괜찮으시”
그 뒤를 따른 안수호가 염려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유리가 테이블에 있던 냅킨으로 자기 손을 슥슥 닦았다. 아주 잠깐 남성과 몸이 닿았음에도 그녀의 손바닥에는 식은 땀이 흥건했다.
“무리하지 마시라니까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선배가 남자 무서워하는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저랑 처음 만났을 때는 대화는커녕 눈조차 제대로 못 마주치셨으면서.”
“…….”
“뭐 그래도……. 조금 전 모습은 좀 멋있었어요 선배. 유리 선배가 그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거든요.”
“……얘는 선배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안수호의 감탄에 조유리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내심 마음에 들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슬쩍 시선을 돌린 채 잔에 든 흑맥주를 홀짝 마셨다. 안수호도 마주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그때.
“잘생긴 형씨에 예쁜 누님이라. 꽤 보기 드문 조합인걸.”
병에 담긴 맥주를 홀짝이며 한 남성이 다가왔다. 더벅머리에 턱수염이 삐죽삐죽 자라난 꾀죄죄한 청년이었다.
방금 전 치근덕대던 양아치를 혼쭐내고 왔음에도 질리지도 않는 건가. 조유리가 짜증 섞인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청년이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어이쿠. 그렇게까지 경계할 것 없어. 난 저기 저 양아치 놈이랑 달리 그쪽이랑 어떻게 잘 해보려고 온 게 아니니까. 그냥 동향 사람이 반가워서 인사하러 온 거라고.”
“동향 사람?”
안수호가 무슨 소리냐는 듯 묻자 청년이 씨익 웃었다.
“지들끼리만 붙어먹는 슬럼에서 같은 외지인인면 그게 동향 사람이지 뭘. 여긴 죄 슬럼 토박이들밖에 없어서 힘들었거든. 텃세가 장난이 아니야. 하긴, 지들 밥그릇 뺏어먹으러 온 놈을 달갑게 맞이해줄 리도 없지만.”
“우리가 외지인인 건 어떻게 알고?”
“그거야 뭐 척하면 척이지. 아, 합석해도 되지? 같은 외지인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세상 사는 이야기나 해보자고. 응?”
자연스레 의자를 끌고 와 앉으려는 청년의 모습에 주위에서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무언가 쑥덕대는 것이, 청년의 말처럼 외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같았다.
“선배.”
“…….”
안수호의 물음에 조유리는 살며시 고개만 끄덕였다. 조금 전에 양아치야 손버릇이 나빠서 혼내줬다만, 애초에 두 사람은 이곳에 정보를 얻기 위해 온 것이었다. 오는 사람을 마냥 밀어내기만 해서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앉으시던가.”
“분부하신 대로!”
호들갑스런 태도로 털썩 앉은 청년이 대뜸 안수호에게 악수를 권했다. 그가 씨익 웃으며 자기를 소개한다.
“인천에서 온 목진우다. 본업은 흥신소 겸 심부름센터. 여기는 부업 느낌으로 한 몫 챙기러 잠깐 온 거야. 전쟁이랍시고 용병 시세가 팍팍 뛰는데 안 올 수가 없잖아. 그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면 실력에 자신이 있나 보지?”
“그럼! 이래 보여도 B급 초인에 나름 특전사 출신 엘리트라고. 부대에 있을 때엔 ‘피바람 목진우’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
“그럼 군대에 계속 있지 왜 흥신소를?”
“그거야 뭐 사람 인생이란 게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게 아니잖아. 다 사정이 있는 거지 뭘. 그래서, 두 사람은 어디서 온 누구신가?”
그 물음에 아주 잠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이미 이런 질문에 대비해서 말을 맞춰둔 뒤였다.
“난 제시카. 이쪽은 케빈. 둘 다 본업은 PMC(민간군사기업) 소속 에이전트야.”
조유리의 소개에 목진우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워했다.
“이야, 이거이거 진또배기 용병들이셨구만. 근데 케빈이랑 제시카?라기엔 둘 다 너무 한국인 같은데…….”
“당연히 가명이지. 굳이 신원을 노출할 리스크가 어디 있다고.”
“하긴, 나야 여기서 하는 일로 본업 쪽 광고도 된다지만 댁들은 아니니까.”
목진우는 두 사람이 가명을 쓰는 것에 별 대수롭게 반응하지 않았다. 자기만 본명이 노출된 꼴이지만 별반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본업이 용병이라면 역시 전쟁으로 한 몫 벌려는 생각이겠지?”
“그렇지 뭐.”
“그렇군. 그럼 혹시 어느 쪽에 붙을지는 정했고?”
“아직. 슬럼에 온 게 바로 어제거든. 혹시 슬럼 선배로서 추천한다면 셋 중 어느 조직이 제일 좋다고 보지?”
“슬럼 선배? 으하하핫! 하긴, 내가 선배는 선배지. 그래봐야 한 달 남짓이지만.”
안수호의 너스레에 목진우가 쾌활하게 웃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사람 좋은 웃음이었다.
“추천할만한 조직이야 댁들이 뭘 원하냐에 따라 다르지. 안전지향이라면 지금 가장 세력이 큰 용문으로. 돈을 원한다면 페이가 가장 확실한 블랙스미스가 좋겠지.”
“성철파는?”
“거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걸. 예전에야 슬럼에서 가장 세력이 컸다지만 요 4, 5년 사이에 엄청 몰락했거든. 두목은 몸져 눕고 부두목은 진즉에 죽었다나?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지만, 그래서야 용문이나 블랙스미스한테 밀리는 건 순식간이겠지. 그런 상황이니 당연히 용병들도 그쪽으로는 잘 안 가려는 추세고.”
“호오. 엄청 잘 아는군.”
3대 세력의 상황이야 이미 권은하에게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안수호는 처음 듣는다는 듯 반응했다. 그러자 목진우가 헤헷 하고 웃으며 제 가슴을 엄지로 가리켰다.
“이래 보여도 본업이 흥신소니까. 정보 수집이나 정세 파악 같은 건 특기거든. 아마 내가 어지간한 슬럼 주민보다야 훨씬 전쟁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걸?”
“그래 보여. 그런데 한 가지 좀 이상한 게, 성철파가 그렇게 상황이 안 좋으면 페이는 오히려 거기가 가장 세야 하는 것 아닌가? 용병들이 오기를 꺼려하면 더 많은 보수를 제시해서라도 전력을 보충하고 싶어 할 텐데.”
“맞아. 단순 액수만 놓고 보면 성철파가 가장 높긴 해. 대신 상황이 가장 열악한 만큼 그쪽으로 가면 죽도록 구르는 거 확정이지. 리턴보다 리스크가 더 커. 그럴 바에야 돈도 적당히 많이 주고 위험부담도 적은 블랙스미스 쪽이 훨씬 낫지.”
“하지만 전쟁이 6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만 보고 성철파로 가는 용병도 꽤 있다는 거네?”
그렇게 물은 안수호의 눈초리가 일순 날카로워졌다. 비단 지금까지의 질문 자체가 다 블랙 도베르만에 대해 묻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었기에.
“그거야 그렇지. 어딜 가든 돈에 미친 놈은 있는 법이니까. 안 그래도 그 뭐냐, 4년 전인가 성철파 아래서 엄청 활약했던 용병이 이번에 다시 성철파한테 고용됐다는 소문도 돌더라고.”
“용병 주제에 충성심이라도 있는 건가? 별 희한한 놈이 다 있네. 혹시 이름이라든가 알아?”
“이름은 몰라. 신원이 노출되지 않은 용병이거든. 일단 사람들은 블랙 도베르만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블랙 도베르만.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안수호와 조유리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빙고.’
설마 초장부터 류태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줄이야.
그동안 행운 능력치에 줄기차게 투자했던 덕을 이제야 보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안수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블랙 도베르만이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혹시 이야기해줄 수 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