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 244. 슬럼 잠입(2)
* * *
조유리가 안수호의 무전을 따라 그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골목길에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는 소녀.
그리고 그 앞에서 지가 그 소녀의 담임 선생님이라도 되는양 쓴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안수호.
“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인성교육을 조금.”
“인성교육은 무슨. 꼰대마냥 잔소리나 잔뜩 해댔으면서.”
불평불만을 하면서도 머리 위로 든 손만은 내리지 않는 소녀를 뒤로한 채 안수호가 조유리에게 지갑과 핸드폰을 건넸다. 그녀가 사라진 물건이 없어 안심하자 소녀가 킥! 하고 비웃었다.
“나한테 소매치기 당한 걸 그나마 다행으로 알아!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가도 소매치기가 아니라 칼부터 찔러대는 놈들도 허다하니까!”
“이게 반성하라고 벌 세워놨더니 반성하는 티도 안 내네?”
“반성은 무슨! 이쪽 사정도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도둑질은 나쁘네 뭐네 가르치려 들지 마!”
소녀가 날선 태도로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안수호가 말없이 꽉 쥔 주먹을 들어보이자 ‘씨잉….’하고 울먹이며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조유리가 식겁해서 물었다.
“……설마 수호 너, 애를 때, 때렸어…?”
“딱 꿀밤 정도로만요. 저도 분별은 있습니다.”
“분별이 있기는 지랄! 한 대 맞자마자 두개골 깨진 줄 알았거든?!
“예쁜 말.”
“외지인 주제에 가르치려 들지 마!”
“안 그래도 그러려고. 이 5분 동안 네가 도저히 갱생 불가능한 범죄자 꿈나무라는 걸 아주 잘 알았거든.”
그 말에 소녀가 억울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허나 안수호는 그런 소녀 앞에서 콧방귀나 뀌어댈 뿐이었다.
바로 그 때.
“저기, 혹시 언니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조유리가 소녀에게 슬쩍 물었다.
“좀 전에 우리 보고 외지인이라고 했잖아. 혹시 티가 많이 나?”
“그걸 몰라서 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나 슬럼 모르는 생판 외지인이요!’하고 대놓고 광고해대는데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어디서 그렇게 티가 났는데?”
“…….”
조유리의 질문에 소녀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홱 돌렸다. 안수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앞으로 나섰으나 조유리가 그를 제지했다.
스윽.
그러곤 소녀 앞에 쭈그리고 앉는 조유리.
소녀가 슬쩍 고개를 돌리자 조유리가 싱긋 웃었다. 그녀 특유의 연약하고 서글서글해 보이는 미소.
“………………하아.”
그 사람 좋은 미소에 소녀가 쳐둔 견고한 철벽이 무너져내렸다.
“…………일단 언니 지갑이랑 폰. 누가 훔쳐가기 좋게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놨잖아. 슬럼에선 절대 귀중품을 그런 식으로 보관 안 해. 겉옷 안주머니에 넣거나, 아니면 가슴에 착 붙는 웨이스트백을 써.”
“그렇구나. 그리고 또?”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그런 꼴을 하고 다니면 이목이 끌리는 건 당연한데도 꼭 시선이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쭈뼛거렸잖아. 그리고 거기 너.”
“……너?”
“그래 너. 폰으로 길 찾으면서 걸어 다녔잖아. 어딜 가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슬럼에서 그러고 다녔다간 외지인이라고 광고하는 꼴밖에 안 돼. 길은 지도 어플이 아니라 머리로 기억하라고.”
소녀가 지적한 사항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만한 점들이었다. 두 사람은 뒤늦게 자신들의 안일한 태도를 떠올리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간을 찡그린 채 무릎을 탁탁 턴 소녀가 두 사람에게 말한다.
“다 말했는데. 그럼 나 이제 가봐도 돼?”
소녀의 물음에 조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수호도 가든 말든 상관 안 한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 반응에 소녀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온갖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슬럼. 소매치기짓을 하다 잡히면 훔씬 두드려맞아 불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었다.
헌데 이토록 관대한 처사라니. 과연 외지인은 외지인이구나.
“……당신들, 척 보니까 슬럼이랑은 안 어울리는 사람들인 것 같아서 충고 하나 해줄게. 당장 여길 떠나. 지금 슬럼은 외지인이 한가롭게 기웃거릴 분위기 아니니까.”
“충고는 고마운데. 우리도 사정이란 게 있거든.”
“아아, 그러셔? 그럼 마음대로 해. 괜히 설치고 다니다 골목에서 칼 맞고 죽어도 난 몰라.”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소녀가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
그러나 안수호의 제지에 그녀가 한숨을 쉬며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또 왜. 이제 와서 한 대 패고 싶어지기라도 했어?”
“사실 우리는 슬럼에 사람을 찾으러 온 거야. 소매치기 짓을 하고 다니는 걸 보면 거리에서 사람들하고 잔뜩 마주치겠지?”
“……댁들이 찾는 게 누군데?”
“기다려봐. 지금 사진 보여줄 테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안수호가 류태현의 사진을 폰으로 띄워 보여줬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 이름은 류태현. 혹시 어디서 본 적 없어?”
“글쎄? 난 이런 사람 모르는데.”
허나 돌아온 대답은 칼 같은 부정. 애초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안수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폰을 집어넣었다. 그러자마자 소녀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잠깐.”
“또 뭔데!”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지당하자 소녀가 열불이 뻗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런 소녀에게 안수호는.
스윽.
“자, 받아.”
안수호의 행동에 소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다. 그녀가 안수호의 손에 쥐어진 5만원권 한 장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뭐하자는 건데? 적선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설마. 정보료야. 우리한테 외지인 티를 안 내는 방법을 알려줬잖아.”
명목은 정보료였지만 그게 그저 같다붙인 명분임을 소녀는 모르지 않았다. 때문에 그녀는 자존심이 잔뜩 상했지만, 그렇다고 자존심이 어디 밥이라도 먹여주는가.
홱!
“감사 인사는 안 해! 이건 정보료니까! 누가 고마워할 줄 알아!”
그렇게 외치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을 달려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수호 너, 은근 인정이 많구나?”
소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조유리가 수호를 향해 고개를 스윽 들이밀며 그렇게 말했다. 그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글쎄요. 애들은 좋아하지만 제 주머니 털려고 한 애한테까지 동정을 베풀 만큼 성인군자는 아닌데요.”
“그럼 정말 정보료로 준 거야?”
“설마요. 다 꿍꿍이가 있으니까 그랬죠.”
안수호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조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꿍꿍이인데?”
“방금 류태현 사진을 보여줬을 때. 전 분명 이렇게 물어봤어요.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냐.’고. 근데 저 여자애가 뭐라 대답했는지 기억하세요?”
“그거야…….”
글쎄? 난 이런 사람 모르는데.
소녀의 대답을 떠올린 조유리가 작게 ‘아’하고 탄성을 뱉었다.
“‘본 적 없다.’가 아니라 ‘모른다.’. 물론 제 과민반응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전 왠지 저 여자애가 제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요.”
“네 말은 알겠어. 근데 그거랑 돈을 준 거랑은 무슨 상관이야?”
“저 애한테 준 돈에다 살짝 ‘장치’를 해뒀거든요.”
안수호가 싱긋 웃으며 오른손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스륵.
그 오른손 손등에는 은색 촉수 한 가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
소매치기 소녀를 떠내보낸 뒤, 안수호와 조유리는 지예원이 기다리고 있는 슬럼 동남쪽 외곽 모텔로 향했다. 거리가 꽤 있는데다가 애초에 슬럼에 들어왔던 시각 자체가 늦었기에,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진 다음이었다.
안수호와 조유리가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여성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네.”
여성은 허리보다 조금 위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지니고 있었다. 눈동자는 보석 같은 자주빛이었으며, 까만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허나 안수호는 그 모습이 지예원이 변장한 모습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마스크와 위로 드러난 눈매가 그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짓는다.
“소개할게. 이쪽은 이번에 나랑 같이 임무에 투입된 경비대 선배 조유리. 유리 선배, 이쪽은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원예나예요.”
원예나. 거꾸로 하면 ‘나 예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안수호가 조유리 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원예나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조유리에게 악수를 건넸다.
“편하게 예나라고 불러요. 저도 편하게 부를 테니까.”
“아뇨. 절 부를 땐 유리 씨라고 불러주세요. 경어도 꼬박꼬박 쓰시고요. 저도 그럴 테니까.”
그러나 조유리는 명백한 적의를 띤 채 날선 대답을 던졌다. 기껏 건넨 악수조차 무시한 채.
그 날카로운 태도에지예원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슬쩍 안수호 쪽을 보며 눈치를 주는 것이 ‘이 사람 엄청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이라 그러지 않았어?’하고 말하는 듯 했다.
‘나도 놀랐다고. 남자 앞일 때랑 여자 앞일 때랑 성격이 달라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칼 같이 태도가 갈릴 줄이야.’
안수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지예원이 다시 조유리를 바라보았다. 내민 손을 잡을 기미도 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조유리의 모습에, 그녀가 손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유리 씨’. 깔끔한 비즈니스 관계. 저도 좋아하는 거예요.”
“비즈니스 관계라……. 하하.”
그때 조유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비즈니스 관계를 원하신다면 그 마스크부터 벗으시죠. 그리고 머리카락도. 그거 가발이죠? 가까이서 보면 다 티 나요.”
"……."
두 사람 사이에 살벌한 기류가 흘렀다.
이상하리만치 지예원에게 날 선 태도를 보이는 조유리의 모습에 안수호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장 1시간 전 협력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해도 이런 태도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네요.”
허나 안수호와 달리 지예원은 일말의 당황도 보이지 않았다.
안수호도 산전수전 겪으며 성장했다지만 지예원에게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녀는 이처럼 남을 속이기 위해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데에 있어선 프로나 다름없었으니까.
“당신도 알겠지만 전 그리 떳떳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슬럼에서 살아가면서 뭐어…. 바깥세상에선 쇠고랑 신세질 크고 작은 범죄 몇 개 정돈 저질렀죠. 그런데 당신은 아카데미 경비대니까, 말하자면 경찰 비슷한 사람인 거잖아요? 그런 사람 앞에서 제가 어떻게 맨얼굴을 드러내겠어요. 댁을 믿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지예원의 말투, 표정, 몸짓은 그야말로 슬럼의 범죄자 그 자체였다. 애초에 지예원이 범죄자이긴 했지만, 단순히 범죄자라는 사실과 상대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끔 만드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흐응. 그래요? 그런 것치곤 이렇게 저와 당당히 마주하고 있네요. 당장 제가 당신을 붙잡아서 경찰에 넘길지도 모른는데.”
“당신은 믿지 못하지만, 제 친구는 믿을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조유리가 슬쩍 안수호를 돌아보았다. 시선을 돌리기도, 그렇다고 그 눈을 마주보기도 애매했던 안수호가 멋쩍은 웃음만 흘려댔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나온 건 댁들 그린하우스 경비대를 도와주기 위해서예요. 본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러기로 결정한 건 전적으로 제 ‘친구’ 안수호에 대한 신용 덕분이죠.”
“……그래서요?”
“저한테 감사하란 말은 안 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기회를 마련한 당신 후배에 대해선 감사하란 거예요. 그리고 감사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태도를 갖추시고요. 모처럼 나와 준 협력자에게 범죄자 취조하듯 대하지 마시고.”
깔끔한 비즈니스 관계. 그게 좋다면서요?
그렇게 덧붙인 지예원의 눈매가 가느다란 호를 그렸다. 그 눈웃음에서 안수호는 무심코 민채령이나 한여름을 겹쳐보았다.
‘……아니지, 아니야. 저건 다 연기. 내가 아는 예원이는 그런 뱀 같은 여자가 아니라고. 암, 아니고말고.’
고개를 휘휘 저으며 애써 잡념을 털어보지만, 지예원의 연기가 소름 돋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니, 어쩌면 저 모습이야말로 지예원의 여명단으로서의 본모습일지도
“크흠!”
다시금 차오르는 우려를 종식시키며 안수호가 앞으로 나섰다.
“주차장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니 슬슬 올라갈까요?”
“그래. 위에 방을 잡아놨으니 이야기는 거기서 마저 하자고. 괜찮죠? 유리 씨.”
“……그렇게 하죠.”
세 사람은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에 있는 모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출입구가 자동문이 아니라 두꺼운 철문이라는 것과, 카운터의 유리가 유독 두껍고 단단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좀 전에 말했던 두 사람이에요.”
지예원이 카운터를 향해 말하자 안쪽에 있던 덩치 큰 사장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듯 친근해 보이는 모습이 안수호가 슬쩍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예전에 저 사장님이 하는 일을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어. ‘본업’이랑은 관계 없이 말이야. 그러니 안심해도 돼.”
즉 여명단과 연결된 사람은 아니란 말이었다. 애초에 지예원이 미쳤다고 여명단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겠냐만은.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갔다. 7층에 있는 방은 701호부터 704호까지 총 4개였다.
“가운데 702호가 제 방. 당신들 방은 701호랑 703호로 잡았어요. 우선 제 방으로 가죠.”
“방을 잡았다고요? 저희는 묵고 간다고 한 적 없는데”
“외지인이 하루가 멀다하고 슬럼 안팎을 왔다갔다하면 눈에 너무 띄어요. 당신들이 찾는 학생을 찾을 때까지는 가급적 슬럼 안에 머무는 게 좋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여기도 나름 살만한 동네니까.
그렇게 덧붙인 지예원이 702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유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르고, 가장 마지막으로 안수호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나타난 건 적당히 넓은 크기의 트윈 베드룸.
“어?”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한 명의 선객이었다.
두 개의 침대 중 방 안쪽에 있는 침대. 그 위에는 농염한 분위기를 풍기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걸터앉아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검정색 스트레이트 헤어에 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도색잡지를 찢고 나온 듯한 글래머러스한 몸에는 타이트한 와이셔츠와 정장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행색만 보면 커리어우먼처럼 보였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불건전 그 자체.
‘뭐야. 도대체 누구야 저건.’
지예원이 부른 협력자? 그렇다면 미리 말을 했을 터다. 아니, 모텔 주인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으니 저 협력자라고 말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나. 그렇지만 이 방에 있다는 건 앞으로의 일을 함께 상의하겠다는 건데, 그런 상대라면 미리 자신에게 말해줘야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
혼란에 빠진 안수호의 머리에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쳤다. 그런 안수호만큼은 아니지만 조유리 또한 예상치 못한 선객에 놀란 건 마찬가지.
“안녕?”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여성이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스륵.
인사를 하며 살짝 고개를 기울이자, 옆머리에 가려져있던 하늘색 브릿지가 삐죽 흘러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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