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 210. 여름이었다. (1부 完)
* *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안수호는 그 명제를 떠올리며 성유진을 내려다보았다.
마지막 말을 남길 시간을 주자 짧은 욕지거리만 뱉은 그 남자는, 두 눈이 풀린 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물론 말 또한 없었다. 그런 성유진을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 이내 안수호가 그에게서 대여섯 발자국 떨어졌다.
푸욱!
그가 지면에 손을 박아 넣었다.
직후.
콰과가가가강!!
거센 폭발과 함께 지면이 뒤집어졌다. 땅속에서 분출하듯 사방으로 퍼지는 검은 연기. 이내 그 연기가 흩어지자 그곳에는 사람 한 명쯤 충분히 묻을 수 있는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수호 씨? 지금 뭘”
“놈의 시체를 묻을 겁니다. 시체가 발견되게 놔두는 거보단 실종 처리되는 게 나을 테니.”
안수호가 성유진의 시체를 구덩이 앞까지 질질 끌고 왔다. 그럼에도 축 늘어진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 몸은, 안수호로 하여금 그가 확실하게 죽었다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
시체를 던져넣기 직전, 그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친다. 성유진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이 곧 성유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다른 손에는 여전히 은빛으로 빛나는 단검이 꽈악 쥐어져있다.
안수호는 성유진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그의 목을 꺾어 세웠다. 그러고는 팽팽하게 당겨진 목 근육에 단검을 박아넣는다.
푸욱!
그 모습에 설아현이 흠칫 놀랐다. 그러나 안수호는 아랑곳 않고 목에 박아넣은 단검을 열심히 놀렸다. 스걱스걱. 불쾌한 고기 썰리는 소리와 함께 성유진의 목이 점점 몸에서 떨어지기 시작하고.
투둑.
마침내 그의 목이 완전히 몸에서 떨어졌다. 잘렸다기 보다는 찢어발겨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엉망진창인 절단면. 전깃줄처럼 늘어진 근육과 혈관에서 미처 흐르지 못했던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제아무리 S급 초인이라도 목이 떨어졌는데 살아있을 순 없다. 안수호는 그제야 만족하며 그의 머리와 몸통을 구덩이에 밀어넣었다. 그러고는 실비를 삽으로 변형시켜 구덩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설아현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걸 느꼈다.
설아현은 가녀린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1회차의 삶에서도, 그리고 지금의 삶에서도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자였다. 그럼에도 그녀가 소름이 돋은 이유는, 죽은 적의 목을 잘라 확인사살하는 안수호의 모습이 너무나도 차가워 보였음이라.
그러는 사이 안수호는 묵묵히 매장을 끝마쳤다. 봉긋하게 솟은 땅을 평평하게 다지고.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진한 한숨을 내쉰다.
“후우우우우…….”
끝났다.
성유진을 죽이고, 그 목을 자르고, 몸의 자그마한 한 부분조차 보이지 않도록 깊숙이 묻은 뒤에야 비로소 안수호는 그 사실을 실감했다. 그러자 홀가분함과 동시에 급격한 탈력감이 몰려왔다. 그의 무릎이 꺾이며 그가 털썩 지면에 꿇어앉는다.
“수호 씨?!”
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부리나케 달려온 설아현이 안수호의 몸을 옆에서 부축했다. 그제야 설아현을 돌아본 안수호가 멋쩍게 웃었다.
“그냥 긴장이 풀린 것뿐입니다.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하군요.”
빈말도 겸손도 아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다. 그러나 설아현이 보기에는, 그런 안수호의 모습이 자신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거의 두 달 넘게 성유진한테 시달려왔잖아.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어.’
자신이나 한여름이 옆에서 도와주었다곤 해도, 안수호는 한낱 개인의 몸으로 성유진과, 그리고 여일이라는 기업에 맞섰다. 그가 느꼈을 중압감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고생하셨어요. 수호 씨.”
설아현이 안수호의 몸을 꽈악 안았다.
비록 조금 전에는 안수호의 낯선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던 그녀였지만, 그 감각은 이제 그녀의 머릿속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의 설아현에겐 그저 안수호를 꽈악 안아주고, 그의 곁에서 그를 지탱해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아현 씨?”
“진짜, 진짜 고생했어요. 무사히 잘 끝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따스한 감촉이 그의 몸을 감쌌다. 안수호는 그 포근함에 자각하지 못했던 피로가 확 몰려오는 걸 느꼈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그녀의 품에서 한숨 푹 자고 싶었다만.
‘그러기엔 아직 마무리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지.’
하지만 당장 서둘러야 할 이유 또한 없었다. 고로 잠깐 늦장을 부리며 밍기적거리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라며.
안수호는 그렇게, 설아현을 자신의 품에 마주 안은 채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아침 10시경 지난 18일 발생한 ‘기생괴수 호송 습격 사건’과 ‘성남 연구소 습격 사건’의 배후에 대한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각각 국가지정 테러단체 여명단과 길드 ‘겨울동맹’의 서브마스터 성유진 헌터를 지목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 및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삑.
……하여 김준성 연구소장 및 한용수 회장의 장녀 한여름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성유진 헌터가 연구소의 보안에 침입, 격리 해제 사태를 임의로 일으켰다고 볼 수 있겠죠. 따라서 성유진 헌터에게는 대량살인뿐 아니라 괴수및던전부산물관리특별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죄목이 추가된다 한들 사실상 사형이 확정인 건 변함이 없습니다만…….
삑.
현재 도주 중인 것으로 여겨지는 S급 헌터 성유진에 대한 수사가 오늘로 일주일째에 접어들게 됩니다. 시민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 성유진을 하루 빨리 잡아들여야함을 촉구하는 한편,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의 목적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현역 S급 초인이자 성유진과 같은 현직 특급 헌터이신 ‘용살자’ 오지훈 헌터의 의견을 들어보겠습
삑.
확실히 그것 또한 이번 사건에 있어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죠. 네버랜드 사태의 기생괴수 피해자로만 여겨지던 E급 초인이 고가도로 습격에서는 경찰과 함께 여명단에 맞선 것은 물론, 연구소에서는 S급 초인인 성유진과 싸워 그를 몰아내지 않았습니까? 이건 즉 그에게 책정된 초인 등급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거죠. 사실 저희 업계 사람들도 내심 그가 국내 통산 18번째 공식 S급 초인으로 선정되지 않겠냐고 확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안수호의 나이는 만23세로 최연소 S급 초인 타이틀은 여전히 한여름이 거머쥐게 됩니다만……
삑.
피해자 안수호로부터 적출한 기생괴수, 임시 명칭 ‘실버 스펙터’가 실험 중 사망하여 폐기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김준성 연구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개체는 일반적인 은의 끓는점의 두 배에 달하는 섭씨 4000도의 고온 환경 하 적응 실험에서 사망하였으며, 괴수의 시체 및 잔여물은 관련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폐기되었다고 합니다.
삑. 삑. 삑.
기계적으로 리모콘을 돌리던 안수호가 이내 김 빠진 얼굴로 TV를 껐다.
여기도 저기도 죄다 저번 사건 관련 이야기뿐. 관련자인 안수호로선 상당히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뉴스 채널은 그나마 낫지만, 케이블 채널에 편성된 특별 프로그램 등에선 안수호나 성유진, 그리고 여명단과 관련된 온갖 음모론을 마치 사실인양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뭐, 그래도 조만간 잠잠해지겠지. 설령 아니더라도 7월에는 그 사건이 있으니까…….’
리모콘을 책상 위로 툭 던진 안수호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그는 현재 아카데미 내에 마련된 경비초소에서 근무 중이었다. 오늘로서 재출근 3일차에 접어든 그는 근무시간 내내 거의 이 초소에 박혀있다시피 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민채령의 의도였다.
‘그동안 쉰만큼 벌충하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 해도 업무 시간 내내 근무를 풀로 때리는 건 무슨 심보야?’
지난 사흘 동안 안수호는 사무실에 붙어 있던 시간이 채 2시간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순찰이나 초소 경계 근무로 보냈으며, 밤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야간 근무가 잡혀있었다. 안수호는 말만 벌충이지 그 처사에 민채령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했음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나쁘진 않네.’
창밖을 거니는 학생들을 보며 안수호가 생각했다.
지난 두 달 동안의 대부분을 구치소, 격리연구소, 별장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만 보낸 그는 지금 보는 아카데미의 풍경이 신선했다. 종강을 하루 앞둔 교내는 한껏 들떠있어서, 그 평화로운 분위기에 안수호는 자신에게 닥쳤던 연속된 위기들이 마침내 끝났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뿅. 뿅. 뾰뿅.
그리고 그가 느끼는 평화로움에 지대하게 일조한 이가 여기 한 명 있었으니.
“잇! 으익! 이러케! 좋아! 핫하! 조아써!”
4평 남짓한 초소. 안수호가 앉은 반대편에는 그의 파트너인 채소연이 있었다. 파트너라는 이유로 안수호와 세트로 묶여 근무 지옥에 빠진 그녀는, 안수호와 달리 지금의 상황을 하늘이 내려준 휴가로 여기며 희희낙락 즐기고 있었다.
“좋았어! 39지역도 클리어! 으, 근데 지금 조합으로는 다음 지역은 못 뚫을 거 같은데……. 캐릭터들을 좀 더 육성해야하나? 아니면 이번에 뽑기로 나온 한정캐릭터를……. 그렇지만 돈이 없는데…….”
채소연은 순찰이나 초소 경계 같은 근무를 좋아했다. 그녀는 성격이든 능력이든 사무실에서의 서류 업무에는 맞지 않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무실 외 근무에 열심히 임하는 건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모바일 게임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월급 루팡짓을 일삼고 있었으니.
“안수호. 나 돈 좀 빌려”
“응 없어.”
“없긴 왜 없어! 월급 받은 건 다 어쨌는데?”
“그 월급이란 걸 받아본 지 두 달이나 됐으니까. 무급 휴가 동안 들어온 수익이 하나도 없어서 당장 다음 달 집세도 위험한 판이야. 게다가 월급 액수는 너나 나나 똑같잖아. 넌 다 어쨌는데?”
“여기!”
채소연이 핸드폰을 짠! 하고 들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화면 좌측에 표시된 휘황찬란한 복장의 여성 캐릭터 일러스트를 보며, 안수호는 저 여자애가 채소연의 월급을 죄다 빨아먹었구나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맞다. 너도 이거 해볼래? 용빈 선배가 추천해준 게임인데, 지금 여름맞이 이벤트 직전이라 시작하면 보상 잔뜩 주거든! 만약 시작하게 되면 추천인 닉네임에다가 ‘소연짱맨짱짱맨’ 적어주면 너한테도 보상 가니까”
“추호도 할 생각 없으니까 포기해라. 설령 하게 되더라도 용빈 선배 아이디로 입력할 거야.”
“우째서?!”
“그게 사회생활이란 거잖니.”
‘사회생활을 따질 거면 둘 밖에 없는 동기를 챙겨야지!’라고 외친 채소연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 안수호는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땡깡마저 좋았다. 뭐가 됐든 채소연이 저럴 수 있는 것도 다 평화로움 덕분이었으니까.
똑똑.
그때 안수호의 등 뒤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린 안수호는 이내 예상 외의 방문객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끼익.
“한겨울 학생? 여긴 어쩐 일로…….”
하늘이가 찾아왔겠거니 싶던 그는 실로 일주일만에 보는 붉은 머리 여학생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에게 한겨울이 새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볼일이 있으니까 왔죠. 한 번 맞춰보실래요? 제가 왜 여기 왔는지.”
“그거야 뻔하죠. 랭킹전 결과 말해주러 온 거 아닙니까.”
“윽…….”
안수호의 허물없는 말에 한겨울이 정곡을 찔린 듯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안수호의 말마따나 뻔해도 너무 뻔한 일이었다.
‘그렇게 대놓고 입단속을 시켰는데 모를 리가.’
한겨울과 류태현의 랭킹전이 있었던 건 지난 주 목요일. 그리고 안수호는 주말 즈음에도 한겨울의 연락이 없자 류태현에게 전화로 넌지시 물어보았다. 혹시나 한겨울이 그에게 결국 패배해버려서 연락이 없는 건 아닌가 하여.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돌아온 대답은 ‘그건 겨울이에게서 직접 들어줘.’라는 한 마디뿐이었다. 자신은 이번 결과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한다고.
그리고 그 반응은 강하늘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다 랭킹전 결과에 대해 함구하는 그 모습에, 안수호는 승패의 향방이 어떻게 된 건지 내심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오늘까지 랭킹전 결과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채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고.
마침내 오늘, 한겨울이 안수호 앞에 나타났다.
“일주일 동안 기다리느라 궁금해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랭킹전은. 이겼나요?”
“그거야 당연하죠! 제가 누군데! 류태현 그 녀석 콧대를 아주 납작하게 밟아줬다고요!”
그리고 안수호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겨울이 주먹을 힘차게 쥐며 대답했다. 한겨울의 얼굴에 떠오른 환한 웃음은 그녀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가. 결국 정말 이긴 건가.’
그 모습에 순간 안수호의 뇌리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원작보다도 훨씬 빠른 한겨울의 성장세. 특히 1학기 중에 류태현을 이겼다는 그 사실이 앞으로의 전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소설 빙의자로서 당연하게 해왔던, 미래를 유추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
‘……굳이 지금 생각할 필요는 없나.’
그러나 안수호는 그런 사사로운 것들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어떤 생각도, 눈앞에 선 한겨울의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제가 뭐랬습니까? 이번엔 이길 수 있을 거라 했잖아요. 그래도 축하합니다 한겨울 학생. 결국 정말 해냈네요. 그 기세 그대로 2학기에는 연전연승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후후. 뭘 당연한 걸 말하고 있어요. 류태현 걔는 이제 저한테 안 된다고요. 당신이 경기를 봤어야 하는데. 그래, 저 폰에 경기 영상 있는데 지금 한 번 보실래요? 저 안에 들어가도 괜찮죠?”
“일단은 근무 중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말한 안수호는 한겨울의 얼굴에 떠오른 실망의 기색에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뭐 근무이탈도 아니니 괜찮겠죠. 안으로 들어오시죠.”
기실 근무라고 해봐야 유사시를 대비해 초소를 지키기만 할 뿐인 일이었다. 학생 한 명 상담해준다 치고 초소 안에 들이는 것 정도야 별 문제도 아닐 터.
“후후후. 실례할게요.”
“뭐야? 누가 들어왔……. 앗! 그때 그 싸가지 빨갱이!”
“…………네? 거기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요?”
순식간에 살벌해진 분위기. 안수호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피곤한 얼굴로, 될 대로 되라는 듯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창밖에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그의 몸을 비췄다.
정확히는 따스하다기 보다는 뜨거운 햇살.
‘여름이구만.’
내리쬐는 여름햇살 사이로 두 여자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에 안수호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이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