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198. 임시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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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에서 잊을만하면 나오는 적과 아군의 임시동맹.
보다 사악한 거악에 맞서기 위해 방금까지 싸우던 적과 아군이 손을 잡고 공투한다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나, 냉정하게 생각해서 급조된 팀이 손발이 척척 맞을 리가 없다.
때문에 임시동맹 전개에는 그 전개를 뒷받침해줄 그럴듯한 설정이 따라붙는다. 임시로 손을 잡은 적과 아군이 숙명의 라이벌 관계라 서로 잘 안다든가. 혹은 한때 동료였기에 과거의 경험을 살려 협력할 수 있다든가. 아니면 협력의 당사자 둘 다 경지를 가늠할 수 없는 고수라 순식간에 서로의 움직임에 맞춰줄 수 있다든가.
대개 그러한 뒷설정이 따라붙어야만이 성공할 수 있는 게 임시동맹이요, 그마저도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뜨거운 열정이나 기합, 혹은 개그로 얼버무려야만 하는 게 또 임시동맹이었다.
그렇다면 안수호와 허성찬은.
서로가 숙명의 라이벌인 것도 아니요.
한때 동료였던 적도 없고.
순식간에 합을 맞출 만큼의 고수도 아닌 그들의 임시동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으악 씨발?! 하마터면 맞을 뻔했잖아!”
“네가 알아서 피해! 네 신경까지 쓰면서 못 싸운다고!”
정답은 아니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그 촉수인지 채찍인지 좀 잘 놀려보라고! 계속 나한테 날아오잖아!”
“난 제대로 공격하고 있어! 네가 통통 튀어다니면서 내 공격 궤도로 들어오는 거잖아!”
“그래서 말했잖냐! 내 움직임에 맞추라고!”
“그럼 좀 가만히 있든가! 탱탱볼처럼 계속 불규칙적으로 튕기는데 그걸 어떻게 예상하냐?!”
임시동맹이란 말이 무색하게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빈틈을 노리고 아이기스와 러스티네일이 달려들었다. 연신 삐걱여대는 두 사람과 달리 암살팀으로 오랫동안 함께해온 그 둘의 연계는 물 흐르는 것처럼 완벽했다.
“저기 온다! 집중해!”
콰앙!!
허성찬의 주먹이 러스티네일의 안면에 꽂히려던 순간, 반투명한 반사필드가 그의 주먹을 막았다. 필드에 비스듬히 부딪힌 스프링 주먹이 미끄러지며 안수호가 휘두르려던 칼날의 경로를 가로막았다.
“엇?”
“이런 씨바”
깜짝 놀란 안수호가 가까스로 칼날을 거둬들였다. 그로 인해 발생한 틈을 파고드는 아이기스의 발차기. 필드의 반발력을 이용한 발차기가 그의 명치에 깊숙이 박혔다.
“크윽?!”
안수호의 몸이 기역자로 꺾이며 튕겨져나가고, 직후 허성찬 또한 누구에게 당했는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후퇴했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노려봤다.
“너 방금 나까지 베려고 했지?!”
“방금 그건 사고지 사고! 게다가 따지고 보면 이번에도 네 쪽에서 달려든 거잖아!”
“저 방패가 내 공격을 다 튕겨내는데 어떡하라고!”
“그럼 위력이나 반사각도를 생각해서 공격하든가!”
“난 그런 쪼잔한 짓은 못해! 계속 잔소리하면 확 저놈들 말고 너부터 죽여버린다!”
다시금 언성을 높이며 싸워대는 두 사람을 보며 아이기스가 생각했다.
‘지리멸렬이군.’
아이기스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둘이 본래 동료가 아니라는 사실만 짐작할 뿐. 허나 그걸 감안해도 두 사람의 연계는 최악에 가까웠다. 애초에 연계랄 것도 없었지만.
그리고 안수호 또한 때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젠장……. 이딴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혼자 싸우는 게 낫겠어. 그치만 혼자서는 여전히 저 둘을 상대로 이기지 못해. 즉 어떻게든 허성찬과의 연계를 보완해야 하는데…….’
안수호가 슬쩍 허성찬을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공투를 통해 느낀 바에 따르면 허성찬은 결코 안수호를 배려해주거나 그의 스타일에 맞춰줄 위인이 아니었다. 즉 안수호 쪽에서 허성찬에게 맞춰야 했다.
‘생각하자. 허성찬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허성찬의 강점이란 뭐지? 능력을 사용한 입체 전투? 그렇지만 그건 이런 탁 트인 지형에선 제약이 커. 공중에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움직임이 평면상으로만 제한되니까…….’
그 순간 안수호의 뇌리에 한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촤라라락!
안수호의 왼손에서 수십 갈래의 촉수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친 촉수들이 하늘로 솟구쳐 서로 얽히고 또 얽혔다.
잠시 뒤 이윽고 만들어진 것은 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직경 20미터의 거대한 원형 그물.
“‘발판’이다 허성찬. 설명은 안 해도 되지?”
안수호의 물음에 허성찬의 입가에 진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마치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앞에 둔 어린아이 같은.
“좋네 이거!! 아주 마음에 들어!!”
파앙!!!
직후 허성찬이 개구리처럼 뛰어올라 허공의 그물을 밟았다. 힘의 방향을 따라 쭈욱 늘어난 그물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그의 몸을 밀었고, 허성찬은 그 반동까지 더해 더욱 빠른 속도로 뛰쳐나갔다.
파앙!! 파앙!! 팡! 팡! 파바바바바방!!
한 번 그물을 밟을 때마다 점차 빨라지는 속도. 그 전까지 가지고 있던 상하 축의 제약이 사라진 허성찬은 물 만난 고기처럼 미친 듯이 몸을 놀려댔다. 그 모습에 아이기스와 러스티네일이 서로의 등을 맞붙이며 경계했다.
“흐아아압!”
터엉!!!!
그 순간 날아든 불시의 일격. 아이기스는 자신이 쳐둔 반사필드를 때리는 묵직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허성찬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뛰어 사라진 상태였다.
터엉!!
직후 반대 방향에서 날아든 일격. 이번에도 반사필드를 통해 막아냈지만, 역시 이번에도 반격을 가할 수는 없었다.
터엉!!
그리고 또 일격.
터엉!
일격.
터엉!
일격.
터어엉!!!!
그리고 또, 일격.
터엉! 터엉! 터더덩! 터덩! 터더더덩!!!
사방에 메아리치리는 충격음에 아이기스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안수호는 그 짧은 순간에 허성찬이 활약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는 보이는 바와 같았다. 반격조차 여의치 않는 극한의 속도와 자유로움 앞에 두 암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방어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러스티. 그물을 부식시켜서 놈의 움직임을 막아라.”
“뭐?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러라는 건데?! 네 옆에서 좀만 떨어져도 저 미치광이한테 얻어맞겠구만!”
“너는 내가 책임지고 지킨다. 그러니까 얼른!”
“이이이익! 그, 그 말 반드시 지켜!”
러스티네일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이기스의 곁을 박찼다. 안수호가 만들어낸 발판을 부식시키기 위해.
“어딜!”
터엉!
허성찬은 그런 그녀를 넋 놓고 보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기스는 확실하게 그녀를 지켜냈다. 자신에게 할애하던 반사필드마저 그녀에게 올인한 채.
‘어차피 놈은 날 공격할 수 없다. 러스티를 방치했다간 발판이 무너지니까.’
아이기스의 판단은 지극히 이성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게 하나 있으니.
퍼어억!!
“크헉?!”
“너 방패 비었다!”
허성찬은 그의 예상과 달리 이성으로 움직이는 생물이 아니었다.
퍼억! 퍼버벅! 터엉! 텅! 퍼억! 터더더덩!
급하게 반사필드를 그러모으며 방어로 들어간 아이기스가 당황에 찬 얼굴로 생각했다.
‘어째서? 러스티를 방치한다고? 그랬다간 방금 전까지의 우위를 만들어줬던 발판이 망가질 텐데!’
아이기스의 눈이 러스티네일의 뒷모습을 쫓았다. 허성찬의 추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녀는 이제 막 은빛 그물을 그 손으로 거머쥐려 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투화아악!!
“윽?!”
그녀가 손을 가져다대기 직전, 그물에 새겨진 얇은 틈에서 고압의 연기가 칼날처럼 뿜어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물러난 덕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그녀의 왼팔에 진한 자상 한 줄기가 그어진다.
투확! 투화악!
연기 칼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러스티네일을 압박했다. 자신의 목을 떨어뜨릴 기세로 날아드는 고압의 기체 칼날을 피해대며 러스티네일이 안수호를 노려봤다.
‘이 검은 연기는 분명 저 남자의 초능력……. 그렇지만 자료에서는 분명 연기는 양손에서만 나온다고 그랬는데?’
비밀은 안수호가 사방에 친 그물에 있었다. 안수호의 왼팔에서 뻗어나온 촉수는 내부가 텅 빈 구조였다. 안수호는 그 통로를 통해 고압의 연기를 분출, 러스티네일 주변의 그물에 얇은 틈을 내어 압축 커터 식으로 내뿜은 것이었다.
‘닿기만 해도 부식되는 걸 내 눈으로 분명 봤는데 내가 대책도 안 세워놨을 것 같냐?’
눈앞을 가리는 연막과 그 틈을 노리고 날아드는 고압의 기체 칼날에 러스티네일은 그물을 앞에 두고 접근했다 후퇴하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초조한 감정.
‘그래, 차라리 본체를 공격하면’
투콰아아앙!!
겨우 타개책을 찾았나 싶던 순간 시꺼먼 탁류가 그녀를 덮쳤다. 오른손의 갑옷을 포신 형태로 바꾼 안수호가 기분 나쁘게 비웃었다.
“저 자식이 진짜…!”
러스티네일이 분노에 차 외쳤으나 직후 다시금 덮쳐드는 연기 칼날과 탄환 앞에 그녀는 두 팔로 가드를 내세운 채 방어를 굳힐 수밖에 없었다.
실비에게 있어 그녀의 초능력은 천적이나 다름없었지만 반대로 안수호의 초능력 또한 그녀에게 있어 극상성이었다. 아스팔트마저 부식시키는 그녀의 능력이라 한들 기체까지 녹이 슬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허성찬에게 꼼짝없이 붙들린 아이기스. 그리고 안수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러스티네일.
그 두 사람을 보며 안수호가 생각했다.
‘가능하다. 이건 이길 수 있어!’
본래 2대2 상태에서는 안수호 쪽이 월등히 불리한 싸움이었다. 동료 간의 연계에 있어 안수호와 허성찬은 그야말로 바닥에 가까운 팀워크를 보여줬으니까.
허나 일련의 흐름을 통해 2대2의 싸움을 1대1과 1대1로 나눈 결과 안수호는 싸움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다. 거기엔 안수호와 허성찬의 능력이 각각 러스티네일과 아이기스의 능력에 유리한 능력이라는 것도 한 몫 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서로의 적을 일방적으로 압도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조금씩 확실하게 상대를 무너뜨리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안수호는 생각했다. 이길 수 있다고.
쐐애애애액!
허나 그 판단은 비록 성장했다곤 하나 아직은 미숙한 그가 눈앞의 싸움에만 정신이 팔린 결과였다.
퍼어엉!!
귓가를 때리는 폭음에 안수호가 퍼뜩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앞을 새하얗게 메우는 백색 에너지탄환들.
“이런”
콰아아앙!! 콰가가가가강!!!!
주홍색 화염과 폭발이 일어나며 안수호의 몸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가까스로 실비를 방어로 돌린 덕에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그 방어 때문에 허성찬을 위해 준비한 발판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공격은 도대체……. 이런 망할, 그러고 보니 한 놈 더 있었지.’
아뿔싸 싶은 얼굴로 고개를 든 안수호의 눈에 폭연 사이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는 큐브의 모습이 보였다. 험상궂은 얼굴을 한 사내가 양손에 에너지 탄환을 띄우며 동료에게 말했다.
“이 주변 조무래기들은 대충 정리했다. 슬슬 너희한테 가세하지.”
“참 빨리도 오네 진짜…….”
“나 한 명 없어도 잘 할 줄 알았지. 이야, 그 사이에 호되게도 당했군! 팔다리가 아주 피로 시뻘건데?”
키이이이잉!!
태평하게 말하던 그의 손에서 회전하던 에너지탄환이 일제히 다른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직후 거센 폭발이 일어나고 허성찬이 그 폭연에서 도망치듯 안수호의 곁으로 날아들었다.
“허성찬!”
“이런 씨발! 거의 다 팼는데! 갑자기 방해하고 지랄이야!”
허성찬의 시선 끝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이기스가 있었다. 그가 자랑하던 반사필드는 그 사이 3분의 1이 깨져 사라지고 없었다. 러스티네일과 마찬가지로 아이기스 또한 상성상 불리한 허성찬에게 호되게 당한 결과였다.
“어휴. 암살팀 6위 7위라는 것들이 꼴이 말이 아니구만. 뭐, 그래도 이젠 내가 왔으니 안심들 하시라고.”
타오르는 불꽃을 배경으로 사악하게 웃는 큐브. 그를 중심으로 아이기스와 러스티네일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 광경에 안수호가 입술을 잘근 씹는다.
‘결국 3대2인가…….’
꼼짝없이 3대1로 싸울 줄 알았던 전보다는 나았으나 불리한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좀 전의 전법 또한 큐브가 합세한 이상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터.
“저 자식이 목표지? 자, 빨리빨리 끝내자고!”
그 순간 큐브의 양손에 떠오른 에너지 탄환이 수백 개의 큐브 조각으로 분리되어 날아들었다. 생각에 잠겨있던 안수호는 그 공격에 대한 반응이 살짝 늦었다. 피하는 건 무리라 생각한 그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양손으로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냈다.
파지지직!
그러나 공격이 안수호의 방패에 닿기 직전, 그의 귓가를 울린 자그마한 소음.
콰르르르르릉!!!
직후 강렬한 천둥과 함께 날아들던 에너지 탄환이 일제히 폭발했다. 안수호는 폭발의 순간 그 중심에서 오른발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는 한 남자의 그림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신재호!”
“언제 봤다고 말을 까냐!”
그 정체는 조금 전 허성찬에게 당해 뒤로 빠져있던 신재호였다. 기대치 않던 아군의 등장에 안수호의 얼굴에 화색이 돈 순간, 그의 등 뒤로 수많은 인기척이 따라붙었다.
“안수호 씨!”
“경위님? 그리고 뒤에는……. 다른 특임대 대원분들인가요?”
“저 세 사람은 특임대원분들이 상대해주실 거예요! 수호 씨는 이쪽으로!”
정지민의 손길에 이끌린 안수호가 얼떨결에 물러나고 그 자리를 세 명의 특임대원이 차지했다. 신재호까지 하면 총 넷. 본래 안수호의 컨테이너를 호위하던 자들이었다.
“분명 다들 다른 곳에서 싸우느라 바빴을 텐데 어떻게…….”
“좀 전에 저 남자가 일으킨 폭격 덕분이죠. 피아 구분도 없이 펑펑 터뜨리니까 몇몇 적이 싸우다 말고 도망가더라고요. 덕분에 빠르게 인원을 수습하고 수호 씨한테 가세할 수 있었어요.”
암살팀이 도착하기 전 경찰 병력과 싸우던 이들은 사냥개 부대와 청부업자의 혼성 부대. 그중 청부업자들은 세뇌로 인해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사냥개 부대와 달리 돈에 의한 이해관계로 얽힌 자들이었다. 당연히 제 목숨이 아까우면 도망치는 자도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안수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행운이다. 나답지 않게 오늘은 운이 따라주는걸?’
안수호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현재 자신에게 가세한 특임대원이 넷이고 아직 전장에 묶여있는 대원이 또 넷. 만약 사냥개 부대를 정리한 뒤 저들까지 이쪽에 가세한다면 암살팀 셋을 상대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봐! 이 용수철 인간은 뭔데?! 왜 좀 전에는 날 패던 놈이 갑자기 네 편이 된 거야?”
그때 신재호가 자기 옆에 붙은 허성찬을 보며 외쳤다. 그러자 허성찬이 뻔뻔하게 웃으며 답했다.
“임시동맹이야! 여기 있는 놈들 중에선 그나마 니들이 제일 맘에 드니까 지금은 니네 편에 서줄게! 아, 좀 전에 때린 건 미안!”
“뭐? 지금 사람을 반 죽여놓고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야? 이 범죄자 자식이 진짜”
“신재호 대원님! 그 자가 범죄자긴 해도 지금은 저희 편입니다! 지금은 한 명이 아쉬울 상황이니까 일단 자잘한 건 나중에 따지도록 하죠!
“자잘한 거?! 내가 이녀석한테 지금 갈빗대만 세 대는 나갔는데 자잘한……. 에휴 됐다. 그 말이 맞지. 지금은 저기 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놈들 잡아족치는 게 먼저니까.”
신재호가 툴툴 대는 태도로 암살팀을 노려보았다. 굳게 지면을 디딘 그의 발끝에서 샛노란 전기가 파직 튀어올랐다.
“헐 대박. 쟤네 특임대라는데? 이봐 아이기스. 설마 우리 이제부터 특임대랑 싸우는 거야?”
그 흉흉한 기세에 러스티네일이 뱀 같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기스를 툭툭 쳤다. 아이기스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특임대랑 엮여서 좋을 건 없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지. 무슨 일이 있어도 태초의 은을 회수하라는 게 보스의 명령이었으니.”
“오케이 접수! 언제 한 번 저놈들하고도 싸워보고 싶었다고!”
“아이기스 너도 참 맨날 귀찮다 귀찮다 노래부르는 주제에 정작 임무에 들어가면 성실하다니까? 그러니 허구한 날 지 방에 박혀서 아이돌 덕질만 해대도 보스가 봐주는 거겠지.”
“쓸데없는 소리 마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완벽한 임전 태세에 들어갔다.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형형한 살기에 안수호 또한 주먹을 꽈악 말아쥐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넌 물러서 있어.”
그런 안수호를 신재호가 툭 밀치며 뒤로 물러서게 했다. 의아해하는 안수호에게 그가 툭 쏘아붙인다.
“싸우는 건 우리가 한다. 넌 지금 당장 연구소로 가.”
“예? 그게 무슨”
“상황이 급해서 용인해줬지만 애초에 너는 전투원이 아니잖아. 우리 일은 널 안전하게 연구소까지 호송하는 거고 네 역할은 얌전히 연구소에 가서 검사를 받는 거야. 그러니까 얼른 가라고.”
“……설마 지금 저보고 당신들을 남겨두고 도망치라는 겁니까?”
신재호의 갑작스런 명령에 안수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나 신재호는 짜증이 역력한 기세로, 제 뜻을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듯 확고하게 답했다.
“그래. 당장 꺼져. 우리 싸우는 거 방해하지 말고.”
“아니…….”
이에 어이를 상실한 안수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뭔 개소립니까 도대체.”
직후 신재호의 미간 또한 강하게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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