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80화 (181/266)

〈 180화 〉 179. 회담(1)

* * *

성유진은 비서 역할로 대동한 부하 한 명과 함께 설아현 측에서 제시한 회담 장소로 향했다. 머릿속으로는 민채령이 건넨 경고를 곱씹으면서.

‘그럼 제가 안수호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태초의 은을 받아낸다 치면, 그땐 그대로 넘어가주실 겁니까?’

‘글쎄. 그거야 뭐,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

입가에는 미소를 띤 주제에 내용은 한없이 차가운 경고. 성유진은 민채령의 그 최후통첩에 적잖이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

‘이번엔 물러나주실 줄 알았는데.’

그러한 판단에는 많은 근거가 주석처럼 달려 있었다.

그 근거에는 민채령이 여일과의 전면 대립만은 어떻게든 피할 것이라는 게 가장 컸으며, 내심 선후배간의 정을 생각해 한 발 양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으나.

‘허황된 기대였어.’

성유진인 목구멍에서 넘어오는 씁쓸함을 도로 삼키며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완연하게 저문 밤하늘 아래로 허름한 상가가 주욱 이어진다.

­끼이익.

“도착했습니다. 이사님.”

이윽고 도착한 곳은 그런 상가 사이에 위치한 허름한 룸살롱.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작게 선 ‘천사의 쉼터’라는 간판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갓길에 차를 대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가게는 오늘 아예 장사를 하지 않는 건지 조용했다. 유일하게 있는 사람이라곤 카운터에 앉아있는 요염한 마담뿐.

“…….”

권태로운 얼굴로 담배를 뻑뻑 피우던 그녀가 두 사람을 발견하곤 짧게 ‘8번’이라고 내뱉었다. 안내 따위도 없었으나 성유진은 군말 없이 안쪽으로 향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한편 그 시각.

마담이 말한 8번 방에는 이미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흑룡회주 설아현과 그 비서 예카테리나, 그리고 안수호였다.

‘……내가 살다살다 룸살롱을 다 와보네.’

안수호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괜히 주위를 둘러보거나 소파를 쓸어보거나 했다. 이런 장소와는 통 연이 없었기에 와본 것만으로도 신기하긴 했으나, 그보다 더 신기한 건 바로 이런 장소가 두 길드 간의 회담 장소로 선정되었단 점이었다.

‘뭐, 설아현의 말을 들어보면 평범한 룸살롱은 아닌 것 같지만.’

그 말처럼 천사의 쉼터는 평범한 룸살롱이 아니었다. 번화가에서 빗겨간 재개발 예정지에 위치한 이 허름한 룸살롱은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이른바 비밀스러운 접선지이자 중립지대로 통했다.

가령 오늘처럼 두 집단이 서로 비밀 회담을 나눌 때, 양 진영이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회담에 임하려면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적인 장소가 필요하다. 더불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회담의 내용이 결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보안성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소리.

그리고 천사의 쉼터가 바로 그러한 조건들을 만족하는 접선지 중 하나였다. 이 나라의 음지에 발을 걸친 자들끼리의 이해관계 하에 만들어진,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중립지대.

이곳에서는 제아무리 설아현이 흑룡회의 리더고 성유진이 여일그룹의 이사라 한들 결코 마음대로 날뛸 수 없었다.

그것이 규칙이었으니까.

“……근데 수틀리면 규칙이고 뭐고 걍 날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안수호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부터 만나는 상대는 국내 현역 초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S급 초인. 문자 그대로 걸어다니는 자연재해였으니까.

“그럴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아무리 성유진이라도 여기선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규칙이란 건 압니다. 그렇지만 성유진 쯤 되면 그깟 규칙 정도야 얼마든지 무를 수 있는 힘이 있잖습니까. 완력이든 권력이든.”

막말로 빌헬름과도 정면으로 붙었던 그가 날뛰기 시작하면 누가 막을 수 있으며, S급 길드의 서브마스터이자 여일그룹의 사외이사가 권력을 앞세우면 뭔들 무마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니까 그럴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니까요.”

설아현이 고개를 젓다가 이내 아, 하고 탄성을 뱉는다. 그러고 보니 하나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수호 씨. 들어올 때 카운터에 계시던 여성분 보셨죠? 이 가게 마담하시는…….”

“예. 보긴 봤죠. 근데 그분이 왜요?”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그분 사실 1세대 헌터셨어요. 그것도 국내에 몇 없는 전직 특급 헌터. 초인 등급은 당연히 S급이고요.”

“네?! 1세대 헌터요? 1세대면 그…….”

“지금은 전설로 회자되는 여인혁 헌터와 같은 시기를 살았던, 이른바 살아있는 전설이시죠.”

그 말에 안수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설아현이 그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1세대라니……. 그럼 거의 5, 60년 전이잖아. 전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안수호가 보았던 마담, 정미주는 많이 쳐줘야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업소 특유의 진한 화장을 감안하면 민낯은 그보다 더 젊게 보일 수도 있을 터.

“그 얼굴로 7, 80이라고요? 뭐 반로환동이라도 하셨답니까?”

“현역 시절 여인혁 헌터의 근골정렬 효과로 우연히 영원한 젊음을 얻으셨다나 봐요. 정작 능력을 쓴 본인조차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시던 눈치지만. 아, 그러고 보니…….”

말끝을 흐린 설아현의 눈동자에 미묘한 그리움이 감돈다.

“저도, 수호 씨도, 그리고 성유진도. 오늘 모이는 사람들은 죄다 할아버……여인혁 헌터의 덕을 본 사람들이네요.”

안수호가 천지 던전 중심에서 여인혁에게 근골 정렬로 둔재의 몸뚱이를 범재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듯이. 설아현과 성유진 또한 여인혁의 축복을 그 몸에 받아들인 이들이었다.

‘이른바 이라는 건가.’

혼자 속으로 생각한 안수호가 피식 웃은 순간이었다.

­벌컥.

줄곧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성유진과 부하가 안으로 들어왔다. 말없이 안수호 일행의 맞은편에 앉은 성유진이 휑한 테이블 위를 훑어봤다.

“인호 씨.”

“예. 이사님.”

“마담한테 적당히 괜찮은 위스키 한 병만 얼음하고 같이 넣어달라 부탁해줄래요? 글라스는 세 개만. 인호 씨랑 저 비서 분은 가실 때 운전하셔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성유진의 말에 부하 박인호가 곧바로 룸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쫓던 설아현이 떨떠름하게 묻는다.

“……성유진 헌터. 저희가 지금 같이 술이나 마시자고 모인 건 아닐 텐데요.”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뭣하면 저 혼자 마시죠.”

성유진의 시선이 잠깐 안수호에게 향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성유진이 입가에 힘없는 미소를 띠었다.

“제가 여기 오다가 좀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술이라도 한 잔 해야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군요.”

***

룸살롱 천사의 쉼터에서 열린 비밀 회담.

그 논제는 당연히 태초의 은의 소유권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본래 겨울동맹이 받았어야 할 물건이니 돌려달라고.

허나.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뻔뻔한 얼굴로 그렇게 답하는 안수호를 보며 박인호는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꽈악 쥐었다.

박인호. 그는 선민사상에 찌든 남자였다. 자신이 뛰어난 초인이라는 사실에, 그리고 자신이 국내 최고의 길드라 자부하는 겨울동맹의 간부이자 성유진의 측근이라는 사실에서 우월감을 느끼며 남들을 낮잡아보는, 전형적인 소인배.

그런 그가 보기에 안수호는 출신이고 능력이고 배경이고 쥐뿔도 없으면서 꺼드럭대는 무뢰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뒤를 봐주는 줄 알았던 흑룡회가 회담 시작 직후 자신들은 이번 일과 무관계하다며 발을 뺀 뒤로는 더더욱 안수호가 고깝게 보였다.

네가 뭔데 감히 성유진의, 겨울동맹의, 여일그룹의 뜻에 거스르냐고.

“이거 참 죄송합니다. 태초의 은은 이미 저한테 귀속된 상태나 마찬가지라서요. 돌려드리고 싶어도 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허나 박인호가 무어라 생각한들 안수호는 뻔뻔하게 자기주장을 내세울 뿐이었다. 이에 성유진이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되묻는다.

“아티펙트의 귀속을 해제하는 방법이라면 이미 마련해 두었습니다. 당신만 동의한다면 어떠한 부작용 없이 태초의 은을 회수해드리죠. 물론 부대 비용은 전부 저희가 지불할 거고요.”

“하시는 말씀은 알겠습니다. 근데 아마 소용없을 겁니다. 설령 태초의 은을 제게서 떨어뜨린다 해도, 곧바로 다시 저한테 돌아올 거예요. 실비는 자의로 저한테 붙어있는 거니까.”

“실……비?”

­맞아. 실비는 주인님이 제일 좋아.

안수호의 부름에 작은 인형 크기의 여자아이가 그의 손등에서 뽈록 튀어나왔다. 샤오메이를 지키기 위해 신체의 대부분을 원룸에 남겨두고 따라온, 비율로 따지면 약 20%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

­실비는 주인님 꺼야. 주인님한테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왜냐면 주인님하고 있으면 계에에에속 배부르게 있을 수 있으니까.

어느덧 유창하게 인간의 말을 구사하기 시작한 실비를 보며 그 성유진조차 신기하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아가 있는 아티펙트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거의 사람이나 다름없는 수준이군요.”

“예. 하신 말씀처럼 어지간한 사리분별은 할 줄 아는 녀석입니다. 이런 녀석을 저한테서 억지로 떨어뜨렸다간, 최악의 경우 저번처럼 폭주하게 될지도 모르죠.”

­실비. 이제 주인님이 명령하지 않으면 폭주 안…….

말을 잇던 실비가 갑자기 한 차례 부르릇 떨더니 이내 유독 차가운 어투로 말을 고쳤다.

­……맞아. 실비. 주인님이 너무 좋아서. 주인님한테서 떨어뜨리면 폭주할지도 몰라. 놀이공원에서의 참사, 다시 보고 싶다면 실비는 말리지 않아.

‘라고 말하면 되죠?’라고 사념으로 물어본 실비에게 안수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뻔히 보이는 연극에 성유진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 짧은 시간에 아티펙트를 거기까지 길들이시다니 대단하시군요. 중국에서는 정착을 시도한 초인 7명이 죄다 부작용으로 급사했다던데.”

“?!”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안수호가 실비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 실비의 사념이 흘러들어온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은 실비의 식성, 버티지 못하고 멋대로 죽었어.

그 말은 즉 탈리스만에서 마력을 빨아먹던 기세 그대로 평범한 초인의 마력을 빨아먹었단 소리였다. 당연히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시발 저주받은 아이템도 아니고. 원작에선 이런 후덜덜한 설정 없었는데.’

초인 7명이 급사. 까딱 잘못했다간 자신 또한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으리란 생각에 안수호가 소리 없이 떨었다. 이 또한 아라엘이 말했던, 난이도 상승의 결과가 아닐까 하며.

“흐음.”

한편 성유진은 말없이 굳은 안수호를 흘겨보며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태초의 은의 흉포함은 보통이 아니야. 그런데 그걸 저렇게까지 고분고분하게 길들이다니…….’

당장 성유진의 경우 태초의 은을 사용할 때 ‘지배의 고리’라는 별도의 특급 아티펙트를 병행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태초의 은의 폭주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안수호는 그깟 아티펙트의 도움 따위 없이 자력으로 태초의 은을 굴복시켰다. 적어도 성유진 그가 보기에는.

‘과연. 채령 선배가 그렇게 싸고 도는 이유가 있긴 있었네.’

민채령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자기 분야에서 특출난 엘리트들. 그리고 안수호는 그 안에서도 유독 뛰어난, 민채령이 아끼는 장기말일 거라고. 성유진이 혼자 지레짐작하며 말했다.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저희로서는 안수호 씨에게 어떻게든 책임을 물 수밖에 없습니다. 안수호 시는 저희 물건을 멋대로 훔쳐간, 이렇게 말하면 좀 표현이 그렇습니다만, 도둑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도둑이라뇨.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뭐 임마?!”

“인호 씨. 가만히.”

흥분해 자리를 박찬 박인호를 제지하며 성유진이 고개를 까딱였다. 어디 어떤 궤변을 준비했는지 한 번 들어나 보자며.

“태초의 은을 훔쳐가려 한 건 제가 아니라 여명단 놈들이죠. 저는 그 극악무도한 테러 단체에게 이런 위험한 아티펙트가 넘어가는 걸 막은 것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기 있는 흑룡회주, 아현 씨의 도움을 받은 거고요.”

“저희 쪽 헌터가 습격받았을 때 도와주신 건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그 이후에 다시 납치돼서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지만…….”

“맞습니다. 한가람 헌터는 결국 놈들 손에 죽었죠. 그리고 태초의 은도 제가 아니었다면 놈들에게 빼앗겨버리고 말았겠죠.”

안수호는 뻔뻔하게 주장했다. 자신은 결코 도둑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사악한 테러리스트 놈들의 계획을 저지하고 이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의인이라고.

그 주장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리나 결국 궤변이었다. 안수호는 여명단이 빼앗은 태초의 은을 다시 한 번 탈취한 게 아니라, 애초에 거래가 이루어지기 전에 샤오메이를 속여 가로챈 것이었으니까.

허나 성유진은 그러한 내막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 당시 거울미로 안에서 이루어졌던 일은 안수호와 샤오메이 두 사람밖에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흠.”

고로 뻔뻔한 궤변에 불과했으나 성유진 입장에서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저도 이렇게 태초의 은을 가로채는 형태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았습니다. 일단 여명단한테서 무사히 물건을 지켜내기만 하면, 그 다음은 얌전히 당신들한테 넘길 생각이었어요. 그 전에 얘가 멋대로 폭주해서 정착해버려서 그렇지.”

그럴 의도는 없었다. 원래는 돌려주려고 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뻔히 보이는 말이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래서야 겨울동맹 측에선 안수호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리가.

허나 수십억이 오간 거래를 도의적인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저희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라도 배상해주시죠. 이런저런 부대비용은 다 뺀다 치더라도 아티펙트 원가만 약 30억입니다.”

생각에 잠겨 침묵하고 있던 성유진을 대신해 부하 박인호가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평범한 서민이라서요. 그만한 돈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흑룡회 측에서 대신 지불할 의사는?”

“없어요. 애초에 왜 저희가 대신 내줘야 하죠? 좀 전에 말씀드렸듯 저희는 수호 씨의 말을 듣고 그쪽 헌터를 구하려고 한 것뿐이지, 아티펙트니 밀거래니 하는 이야기는 다 처음 듣는 거라서.”

“하, 이 사람들이 듣자듣자하니까 진짜!”

­콰앙!

그때 그간 계속 분을 삭이고 있던 박인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찼다. 이번에는 성유진도 그를 막지 않았다.

“물건도 돌려주지 못하겠다! 돈도 지불할 수 없다! 댁들 지금 협상할 마음이 있기는 한 겁니까!? 50억! 우리는 자그마치 50억을 이번 거래에 들였단 말입니다! 아티펙트를 돌려주든! 아니면 돈을 내든! 그 50억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라고!”

흥분해 날뛰는 부하를 보며 성유진이 속으로 웃었다. 다중능력 연구에 관해 모르는 박인호 입장에서야 아티펙트를 받지 못한다면 돈으로라도 받아내야겠다 싶겠지만, 성유진 입장에선 무조건 태초의 은이 필요했으니.

“……겨울동맹 측의 의사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쪽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걸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안수호가 말끝을 흐리며 작게 웃었다.

“겨울동맹의 사정도 사정이니, 말씀하신 것처럼 50억에 상응하는 대가는 제가 어떻게든 지불하겠습니다. 그게 돈이나 아티펙트는 아니겠지만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제가 우리 팀장님한테 등용된 이유가 사실 정보력 때문이거든요.”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안수호가 성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한테 겨울동맹에게 꽤 유용할‘정보’가 여럿 있는데, 혹시 저와 거래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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