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173. 그녀가 그를 걱정하는 이유
* * *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예전엔 잘만 사용하게 해줬잖아요. 뭐 저 나간 사이에 거기 꿀단지라도 새로 숨겨두셨습니까?”
“…….”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에 민채령이 마른 침을 삼켰다.
‘꿀단지 수준이 아니지.’
일전 지예원이 살았던 안전가옥은 본래 한성그룹 소유이나, 모종의 거래에 의해 사실상 민채령의 사옥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 지하에는 지금 여명단 간부였던 유현호가 감금되어 있는 상태.
거기까지는 안수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문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예원과 안수호가 안전가옥을 떠난 뒤, 민채령은 해당 안전가옥을 일종의 불법 업무 전용 사무실처럼 쓰고 있었다. 시설 보안성도 출중하겠다, 기왕 박지현이나 유현호를 가둬놨으니 남은 공간도 유용하게 쓰자는 생각에서였다.
때문에 지금 안전가옥에는 민채령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이런저런 것들이 잔뜩 있었다.
고위층 뇌물이나 접대 관련 장부라든가, 외국에서 밀수한 무기라든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사뿐하게 즈려밟아주시는 여러 약물이라든가.
꿀단지는 없지만 민채령의 약점을 잡고 싶어하는 안수호 입장에선 하나같이 꿀단지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고로 그녀가 안수호에게 집을 내주기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
물론 그런 자료나 물건들을 숨긴 뒤 집을 내주는 방법도 있지만,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그런 귀찮은 짓을 자처할 의리는 없었다.
“엊그제 널 구치소에서 꺼내준 것만으로 난 이미 충분히 내가 할 도리를 다 했어. 그러니 이제부턴 네가 알아서 하렴. 네가 벌인 일이니 책임도 네가 지는 게 맞잖아. 안 그래?”
“참 매정하시네요 팀장님.”
“네가 필요 이상으로 다정한 거지. 막말로 그 샤오메이라는 중국인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야? 내 부하도 뭣도 아닌 사람인데. 게다가 너랑도 완전 남남이잖니?”
“남이긴 해도 저 때문에 사람이 죽을 지경이라는데 어떻게 외면합니까.”
“원래부터 그렇게 정의감이 투철했나?”
“애들 지키는 경비대원이 정의감이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지 않나요.”
“글쎄. 아무튼 난 이번 일에 이 이상 관여하기 싫으니까 네가 알아서 하렴.”
민채령의 한결같은 거절에 안수호도 결국 두손두발 다 들었다. 더 물고 늘어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 민채령의 말은 하등 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안수호가 양심이니 도덕이니 운운하며 샤오메이를 돕고 싶다 한들, 그 책임의 의무는 사태의 원인인 그 자신에게 있지 민채령에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예. 팀장님 뜻이 그러시다면야 뭐, 알겠습니다. 주거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해보죠.”
“지낼 곳이 없으면 차라리 네 방에라도 재우지 그래? 어차피 지예원도 옆집이겠다, 그냥 네 방 내어주고 이참에 동거하면 되는 거 아니야?”
“저도 그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집에 외간 여자를 들이는 것이든 지예원과의 동거든, 일단 강하늘과 지예원하고 상담하고 결정할 문제였다. 어느 쪽이든 두 사람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 문제니.
‘예원이랑 같이 산다고 하면 하늘이가 엄청 싫어할 것 같은데.’
싫어한다기 보다는 질투한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지예원과 달리 안수호의 첫 번째가 되고 싶어하는 강하늘이 보기에 두 사람의 동거는 결코 달갑지 않은 사태일 테니.
그렇지만 그 외엔 딱히 별 수가 없었다. 당장 샤오메이는 주말 안에 기숙사를 나와야 했으니까. 그 이후는 비싼 돈 들여가며 호텔방을 전전하느냐, 아니면 두 명의 초인이 지키는 원룸에 사느냐의 양자택일이었다.
“그래서? 더 할 이야기는 없니? 볼일은 이걸로 끝이야?”
민채령의 물음에 안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럼 이 이상 쏘다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박혀있어. 너한테 준 휴가는 근신하라는 뜻이지 여기저기 놀러 다니라고 준 게 아니니까.”
말은 근신이지만 이는 안수호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간의 사건들과 달리 이번 일은 뉴스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때문에 어떤 세력이 그에게 주목하고 있는지, 겨울동맹 외에도 그를 노리고 있는 진영이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민채령이 이야기하자 안수호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겨울동맹 성유진이 흑룡회 설아현한테 개인적으로 접근했다고 합니다. 아마 저와 아현 씨가 협력 관계인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
그러자 민채령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녀가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되묻는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제 설아현 쪽에서 말해줬거든요. 성유진이 우리 사이를 의심하고 있으니 본사로 와서 의논 좀 하자고. 그래서…….”
“어제 서울에 다녀왔다고?”
“예. 알고 계시던 거 아닙니까?”
뭘 새삼스레 물어보냐는 듯 안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나한테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민채령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니야 말을! 내가 뭐 지장보살도 아니고, 네가 어디서 뭘 하든 손바닥 위 보듯 다 알고 있는 줄 알아?!”
“……예. 평소엔 제 일거수일투족 다 알고 계셨잖아요.”
“그거야 안 바쁠 때 이야기지! 너랑 소연이가 쌍으로 일을 산더미처럼 만들어서 갖다 줘서 바빠 죽겠는데 내가 네 행적까지 일일이 파악하고 있겠냐고! 그냥 집에 얌전히 잘 박혀있겠구나 싶었지!”
짜증 섞인 목소리는 이내 억울한 외침으로 변했다. 그 목소리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억하심정에 안수호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내가 서울에 갔던 것도 지금껏 모르고 있었다고?’
그 의아함은 당연한 감정이었다. 실제로 평소의 민채령은 안수호의 행적을 훤히 꿰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민채령의 말마따나 그녀는 요즘 바빠도 너무 바빴다. 아직 채소연의 난리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수호마저 사건을 터뜨려대니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평시 업무가 줄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니 그야말로 업무 과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평소처럼 안수호가 어디서 뭘 하는지 다 파악하기란 무리였다. 그래도 내심 자기 말대로 집에서 가만히 사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야, 너 미쳤어?! 내가 당분간 몸 사리랍시고 휴가 줬더니만 첫날부터 서울로 넘어가? 그랬다가 겨울동맹 쪽에서 너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게다가 어디 적이 걔네뿐이야? 여명단에다가 중국 공안까지 얽혀 있는 일이라며?!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지금 제정신이야?!”
“팀장님…….”
안수호가 살짝 감동한 눈으로 말끝을 흐렸다.
“……팀장님께서 절 그렇게까지 걱정해주시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야, 좀 감동이네요.”
“감동은 개뿔!! 이 이상 쓸데없이 내 일 늘리지 말라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민채령이 안수호를 걱정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 걱정이란 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감정적인 녀석은 아니었지만.
민채령은 이미 안수호를 몇 번이고 도와줬다. 안수호가 가진 능력이 나름 출중하니 언젠가 득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안수호에게 무언가 시켜보기도 전에 그가 잘못되었다간, 지금껏 그녀가 투자한 비용이 싹다 수포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흔히 말하는 매몰 비용이라는 녀석. 따라서 민채령은 싫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안수호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걱정이란 게 사람 대 사람의 걱정이라기보다는 고점에 물린 주식을 바라보는 듯한 걱정이긴 했지만, 어쨌든 걱정은 걱정이지 않은가.
“……이제라도 부탁 좀 할게. 제발 어디 쏘다니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주라. 최소한 내가 돌아가는 상황을 다 파악할 때까지 만이라도. 응? 제발 부탁할게.”
절절하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한 부탁에 안수호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던 민채령의 모습은 늘 자신감이 넘치고 속이 시커먼 모습뿐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약한 말을 해대는 민채령은 상당히 낯설었다.
‘어지간히도 힘든가 보네.’
안수호는 새삼 그간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말로는 협력관계니 뭐니 하면서 매번 민채령에게 받기만 했다고. 자신이 일을 벌이면 뒷수습은 늘 민채령 몫이었노라고.
“죄송합니다 팀장님. 앞으론 조심할게요.”
지난날의 이기적인 삶을 반성한 그가 민채령에게 살짝 목례했다. 물론 고작 그 정도로 풀릴 억하심정이 아니었지만.
“……알면 됐어.”
민채령은 덤덤이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 이상 말해봤자 그녀의 입만 아플 뿐이요 그녀만 피곤해질 일이었으니까.
민채령 입장에서 안수호는 그야말로 계륵 같은 존재였다. 품기에는 귀찮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그녀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안수호를 노려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흑룡회주랑은 무슨 이야길 했는데?”
“그러니까…….”
안수호는 어제 나눴던 대화를 복기하며 민채령에게 설명했다. 물론 밝힐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안수호. 왜 이런 중요한 내용을 이제서야 말하는 거야?”
“원래 어제 여기로 돌아오자마자 말씀드리려 했는데…….”
안수호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민채령이 퇴근할 즈음에 맞춰 연락하려고 했으나 지예원과 강하늘 때문에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민채령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잊어버릴만했다고 안수호가 생각했다.
“아무튼. 겨울동맹이 얽혀있을 때부터 설마설마하긴 했는데 역시 이번 건도 성유진이 얽혀있었구나. 골치 아프게 됐네.”
“분명 두 분이선 친분이 있다 그러셨죠. 아카데미 선후배 사이던가.”
언젠가 지나가며 들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며 안수호가 물었다.
“그런데?”
“혹시 그 선후배간의 연줄을 이용해서 뭐 어떻게……. 안 됩니까?”
“안타깝게도 40억짜리 아티펙트 도난을 무마할 정도로 끈끈한 사이는 아니야.”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 친밀도만 놓고 보면 나름 가까운 사이이긴 했다. 그러나 사적인 친밀감을 내세우기엔 서로가 선 입장이 복잡해도 너무 복잡했다.
“성유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이쪽도 긴장해야겠네. 그녀석은 겉으로만 건실한 청년사업가 겸 헌터지 속은 아주 음흉하기 그지없거든.”
그러니 제발 쏘다니지 좀 말라고. 민채령이 거듭 안수호에게 부탁했다. 안수호 또한 스스로 조금 안일하게 행동한 감이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근데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저랑 샤오메이 안전가옥에 넣어주시면 안 됩니까? 여기저기서 절 노려서 위험하다면서요?”
“절대 안 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아니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그럽니다. 뭐 제가 없는 사이에 내연남이랑 살림살이라도 꾸려두셨”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얌전히 집에 박혀있기나 해. 그리고 솔직히 안전가옥이라 해봐야 작정하고 뚫으려면 뚫리는 수준인데, 그럼 네 집에 있든 안전가옥에 있든 별반 차이 없잖니?”
“저희 집은 CCTV도 강철차폐문도 없는데 차이가 없긴 뭐가 없습니까.”
안수호가 아무리 불평해도 민채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절대 안전가옥을 내주지 않겠다고. 그 의지를 느낀 안수호가 결국 몇 번의 볼멘소리를 끝으로 포기했다.
“……그럼 샤오메이는 제 집으로 데려가든 아니면 호텔로 보내든 하겠습니다. 어차피 주말 전에는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니까요.”
“용건은 이걸로 끝? 혹시 좀 전처럼 나한테 보고해야 하는데 말 안 한 거라든가 없지?”
“없습니다. 이번 사태 관해선 전부 말씀드렸어요.”
“그럼 이제 돌아가. 어디 쏘다니지 말고.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집에 가만히 박혀 있”
“예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바깥은 위험하니까 집안에 콕 박혀서 가만히 있기. 정말 지극정성으로 걱정해주시네요. 누가 보면 제 엄마인줄 알겠습니다.”
“……너, 너 미쳤어!? 누가 네 엄마야!?”
“말이 그렇다는 거죠. 농담도 못합니까?”
안수호의 우스갯소리에 민채령이 진심으로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얼른 집으로 꺼지라는 그녀의 축객령에 안수호가 꾸벅 목례한 뒤 팀장실을 나섰다.
본래라면 그 길로 곧바로 귀가해야 했지만.
‘이후 방침이야 전화로 알려줘도 되지만, 모처럼 출근했는데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낫겠지.’
안수호는 샤오메이를 만나기 위해 남자기숙사로 향했다. 학생기숙사는 기본적으로 학생과 일부 교직원을 제외하곤 출입 금지지만, 말쑥한 근무복에 특책과 대원증까지 걸고 있던 그를 정문 경비는 흔쾌히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기숙사 안은 고요했다. 어느 학년이나 수업이 한창인 오전 시간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안수호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류태현의 방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음?’
헌데 계단을 올라온 직후, 안수호는 류태현의 방 앞에서 서성이는 학생 한 명을 발견했다. 거리가 꽤 있음에도 학생이라 바로 알아본 이유는 그 남성의 행색 때문이었다.
어딜 봐도 ‘나 대학생이요’라고 말하는 듯한 캐주얼 스트릿 패션에 전공책이 잔뜩 들어있는 듯한 묵직한 백팩. 거기에 목에 보란듯이 걸고 있는 학생증까지.
그 학생을 발견한 게 다른 장소였다면 눈에 들어오지조차 않았을 정도로 주변 환경에 잘 녹아든 모습. 그럼에도 안수호가 그에게 주목한 건 순전히 그가 있는 위치가 류태현의 방 바로 앞이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태현이 친구인가?’
안수호가 의아한 듯 바라보고 있자 학생 또한 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안수호의 복장을 파악한 그가 꾸벅 목례했다.
“거기 학생? 혹시 누구 찾아온 건가요?”
안수호가 친절한 톤으로 물으며 접근했다.
“아, 네. 친구한테 빌린 참고서 좀 돌려주려고요. 자기 지금 실습중이니까 기숙사 방에다가 두고 가라 그래서.”
“친구 방이 거기인가 봐요?”
“……네.”
학생이 아주 잠시 망설인 끝에 대답했다. 안수호는 그 망설임을 놓치지 않았다.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 뻔히 샤오메이가 방 안에 숨어있는 걸 아는 류태현이 친구 보고 자기 방에 책을 두고 가라 했다고?’
안수호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의 모습을 쭈욱 훑었다. 그러자 학생 또한 안수호를 훑는다. 그러다 학생의 눈이 안수호의 가슴께, 그의 목에 걸려있던 대원증에 멈춘다.
그 순간 학생의 눈에 피어오른 동요의 감정.
그 찰나의 동요를 감지한 안수호가 작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그러자.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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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창 열람 불가. ]
[ 대상은 아카데미 관계자가 아닙니다. ]
[ <스킬 :="" 아카데미의="" 경비원="">으로는 아카데미 관계자가 아닌 자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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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안수호가 사내의 학생증을 바라본다. 헌터과 20학번 김준수. 분명 그렇게 적혀있음에도 상태창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위조 학생증?”
“!!”
안수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내가 몸을 내뺐다. 그러나 안수호에게서 도망칠 순 없었다.
콰앙!
순식간에 손을 뻗은 안수호가 그의 멱살을 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러자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서 나온 실비가 사내의 사지를 단단하게 결박한다.
“크윽!”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내. 그러나 단단히 묶인 팔다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카데미 재학생 사칭에 학생증 위조, 거기에 허가받지 않은 기숙사 침입이라…….”
그런 사내의 등을 무릎으로 꾸우욱 짓누르며, 안수호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묻는다.
“안 봐도 뻔하네. 겨울동맹에서 보냈나?”
그 물음에 사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