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 167. 흑룡회에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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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호가 이따금 자차처럼 끌고 다니던 차량은 민채령에게서 빌린 차였다. 정확히는 2팀의 업무용 차량 같은 개념이었는데, 다른 팀원들은 저마다 자차가 있어서 사실상 안수호 전용 차량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차량을 빌릴 수 없었다. 오늘 안수호가 받은 휴가는 일종의 자숙 개념이었는데, 그 첫날부터 바깥을 쏘다니겠다며 차를 빌려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종의 양심상의 문제였다.
물론 그런 부분을 신경 쓴다면 아예 바깥에 나가지 않는 게 맞겠다만, 안수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설아현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이번 일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 성유진에 관한 대책을 논해야 했으니까.
그리하여.
안수호는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본래 세상이라면 속초에서 서울까지 교통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겠지만, 이쪽 세상은 그린하우스 덕에 속초에서 서울까지 직통으로 뻗은 철도 노선이 존재했다.
‘사람이 별로 없네.’
평일 오전 시간대의 기차는 텅텅 비어 있었다. 덕분에 안수호는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좌석을 한껏 뒤로 젖힐 수 있었다. 편안하게 눕다시피 앉은 그가 스마트폰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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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소요 사태 여전히 졸속수사. 경찰 曰“도주 경로 추적 슬럼지역에서 끊겨. 추적 난항”
경찰, 기생괴수 피해자 A씨 신원 함구. “국민 안전 위해 신상 공개하라” 국민청원 20만 명 돌파.
전대미문의 S급 기생괴수에 관련인 경악. 게이트 관리국의 관리 실패 또 다시 터진 것인가.
2분기 게이트 발생률 이전보다 19% 증가. B급 이상은 34%. 인력부족에 따른 게이트 처리 난항, 이대로 괜찮은가.
어린이날에 벌어진 대참사. 동해시에서 A급 던전 크라이시스. 피해규모 추정 150억에 이재민만 1,000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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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문득 본 뉴스페이지의 기사는 열에 대여섯은 안수호와 관련된 기사였다. 비록 민채령이 힘을 썼다곤 하나 그녀 혼자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그나마 나도 피해자라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서 다행이네.’
만약 이번 사태에 안수호가 가해자로 취급되었다면 지금처럼 느긋하게 외출 따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론에선 안수호의 신상과 그가 끼친 피해 규모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온 나라 사람들이 그를 끔찍한 범죄자라며 손가락질했겠지.
‘그래도 경비대 관련 언급이 없는 걸 보면 다행히 일반 언론에는 내 신상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혹시나 싶어 안수호는 경비대, 아카데미 따위의 키워드를 넣어가며 뉴스페이지를 살폈다.
그러자 눈에 확 들어오는 헤드라인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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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때린 게 아니라 주먹을 뻗자 자기가 와서 맞고 뻗었다.” 미국의 영웅 채소연, 자택 앞에서 파파라치 폭행에 억울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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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안수호는 열흘 전으로 올라와있는 그 기사를 클릭해보았다. 그러나 내용은 기사 제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채소연의 집 앞에서 서성이던 파파라치를 채소연이 폭행, 일반인이던 파파라치가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했다나.
‘채소연 이거이거 좆된 거 아닌가?’
안수호가 불안한 낌새로 관련 기사를 순서대로 훑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기사에는 폭행 사실은 사실무근이며 파파라치 본인이 달려들다 넘어져 다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안수호는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부자연스러운 파파라치의 진술 내용에서 민채령이 힘을 쓴 낌새가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민채령도 참 고생이군.’
채소연과 안수호가 쌍으로 문제를 일으켜대니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닐 것이다. 안수호는 그제야 민채령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 그날 구치소에 울려퍼졌던 민채령의 노성은 쓸데없는 화풀이 따위가 아니라 진심어린 호소였구나 하며.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지나고. 서울에 도착한 안수호는 곧바로 흑룡회 본사 건물로 향했다. 일찍이 한 번 와봤던 본사 건물은 그날도 여전히 휘황찬란한 마천루들 사이에 우뚝 솟아 있었다.
안수호가 안으로 들어서자 1층 로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일단 헌터길드 건물이긴 했지만, 그들 전원이 헌터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숫자만 보면 헌터를 포함한 초인보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일반인이 훨씬 많았다.
‘겉모습만 보면 그냥 회사 건물 같은 느낌이네.’
당연한 이야기지만 헌터길드는 일선에서 싸우는 헌터들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현장에서 그들을 보조하는 인력은 물론이고 재무, 회계, 홍보, 기획 등 일반적인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은 당연히 헌터길드에서도 필요로 한다. 헌터길드도 결국 이익구조로 돌아가는 하나의 기업체인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덕분에 흑룡회 같은 유망 길드는 헌터지망생뿐 아니라 일반 취준생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직장으로 통한다. 즉 설아현은 흑룡회라는 길드의 길드마스터임과 동시에 동일한 이름의 중견기업 사장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저, 실례합니다.”
당연히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을 무턱대고 만나러 갈 수는 없는 법. 안수호가 접수처에 서자 담당 직원이 친절한 미소로 답했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안수호는 자신이 설아현과 오후에 만나기로 했음을 접수처 직원에게 설명했다. 혹시라도 드라마나 소설 속처럼 ‘너 따위가 어디 사장님을!’ 따위의 대사라도 뱉으며 문전박대하면 어쩌나 싶었으나, 다행히 직원은 안수호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를 알아보고 예의바르게 응대했다.
“1시에 미팅 예정이신 안수호 님 확인했습니다. 회주님께선 아직 회의 도중이신지라, 죄송하지만 잠시만 로비에서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곧 담당자가 내려올 겁니다.”
“예. 그럼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죠.”
안수호는 로비 좌측에 마련된 휴식 공간으로 향했다. 휴식공간은 요즈음 트렌드를 따라 개방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군데군데 놓인 소파에는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 각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수호 또한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이 죄다 정장 차림이긴 했으나, 안수호 본인도 깔끔한 셔츠에 슬렉스 차림이라 적당히 그 풍경에 녹아들었다. 오히려 적당히 힘을 뺀 복장덕에 꼭 내부 직원처럼 보이기도 했다.
‘커피라도 마실까.’
로비 한쪽에 마련된 카페를 보며 안수호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안수호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안수호는 드디어 담당자가 왔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흑룡회 직원이 아니었다.
“한여름 학생?”
“수호 씨 맞네요.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한여름은 평소처럼 맵시 있게 정장을 차려입은 채였는데, 덕분에 안수호보다도 더욱 이 장소에 녹아들어 있었다. 동생보다 더 진한 붉은빛 머리카락은 얼마 전에 손질했는지 어깨선에서 깔끔하게 잘려 있었고, 끄트머리가 살짝 웨이브져 있어서 그녀가 걸을 때마다 탄력 있게 통통 튀어올랐다.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그러는 한여름 학생도 흑룡회엔 무슨 일이죠? 한여름 학생이 인턴하는 길드는 아스테로이드인 걸로 아는데…….”
“저번 기사의 무덤 공략 관련해서 아스테로이드랑 흑룡회 사이에 미팅이 있어서요.”
“공략 끝나고 보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관련 업무가 남은 겁니까?”
“보스만 죽였다고 던전 공략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요. 명색이 오버랭크 던전이라고 관련 업무도 역대급으로 많은 거 있죠? 덕분에 다들 하루가 멀다하고 야근이가 외근이다 바빠 죽겠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한여름의 행동거지에는 여유가 한껏 묻어나왔다. 그녀가 안수호의 맞은편 소파에 풀썩 앉았다.
“커피는 안 드시나요? 여기 카페 원두 꽤 괜찮은 거 쓰던데. 한 번 드셔보시죠?”
“일 때문에 바쁘다 그러셨는데 꽤 여유로워 보이시네요.”
“바쁜 건 정규직 사람들이지 인턴인 제가 아니니까요. 오늘만 해도 담당자가 따라오라 해서 일단 오긴 했는데, 막상 미팅 들어가려 하니까 비용처리라든가 수익분배 같은 문제는 인턴 끼고 논할 문제가 아니라며 아래서 기다리라는 거 있죠? 참나, 이럴 거면 뭐하러 부른 건지…….”
공략 때는 인턴이고 나발이고 바로 최중요전력으로 치더만 이제 와서 학생 취급이냐며. 한여름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았다.
“일단 인턴이시니까 현장 견학 차원에서 따라오라 한 거 아닐까요?”
“견학도 현장을 보여줘야 뭘 보든 말든 하죠. 기업 로비야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들락날락하는 곳인데. 시간 낭비라니까요 진짜.”
한여름은 자기 시간이 낭비되는 걸 극도로 혐오한다. 그렇기에 안수호는 그녀의 불쾌한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뭐, 그래도 완전 시간 낭비는 아니게 됐네요. 여기 온 덕분에 당신이랑 만날 수 있었으니까.”
“예?”
“언제 한 번 수호 씨 얼굴 좀 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없었거든요.”
한여름이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그렇게 말했다. 안수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한여름이 날 만나고 싶어 한다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한겨울과 관련된 거였다. 중간고사 기간 때 랭킹전에서 한겨울이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류태현에게 패배했으니까. 그 일과 관련해서 자신을 찾아온 것인가 싶었다.
“수호 씨. 요즘 힘든 일 없으세요?”
그러나 한여름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가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수호의 몸을 훑었다.
“힘든 일이요? 딱히……. 뭐, 괜찮습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 알고 왔으니까.”
그 말에 안수호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한여름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이번에 터진 기생괴수 사건. 그 괴수한테 기생당한 피해자 A씨가 당신이라면서요?”
떠보는 질문이 아닌 확신에 기반한 확인사살이었다. 안수호는 괜히 발뺌해봤자 소용없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 성유진이나 설아현도 알아챘는데 한여름 정도 되는 사람이 안다 해서 이상할 건 없지.’
본래 경찰 내부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는 게 원칙이지만, 초인 관련 범죄에 한해서는 유독 비밀보장이 잘 안 되었다. 나라의 기득권 한 축을 담당하는 유력 초인들 사이에 진한 커넥션이 형성되어 있는 탓이었다.
그리고 안수호 눈앞에 있는 한여름은 그 커넥션의 정점에 자리한 자. 그 민채령조차 한여름의 인맥 앞에서는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갈 정도였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구치소 생활에 심문에 각종 검사랑 실험에……. 당신도 참 고생이 많았네요. 그래도 다행이죠. 기생괴수 제거에 성공해서 이렇게 풀려날 수 있었으니까. 안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한여름이 안수호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까만 가죽장갑으로 감추어져 있는 오른손을.
대외적으로 안수호, 그러니까 기생괴수의 피해자 A는 기생괴수 제거에 성공해 구류에서 풀려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임대를 격멸한 괴수를 민간에 풀어놓았다고 발표할 수는 없었으니까. 심지어 일선 경찰들조차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진실은 어떠한가. 태초의 은은 여전히 안수호의 오른손에 달라붙어 있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일부 인원은 그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윗선의 압박 때문에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여름은 바로 그 윗선과 연결되어 있는 자, 혹은 윗선 그 자체였다. 당연히 모든 진실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엄청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런 한여름이 지금, 숨겨진 진실을 슬쩍슬쩍 들춰내며 안수호를 압박하고 있었다. 안수호는 한여름의 그런 태도에서 익숙한 향기를 느꼈다.
‘하는 짓이 민채령이랑 비슷하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은 다들 뱃속이 시꺼매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해도 유독 한여름은 민채령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덕분에 한여름의 압박에도 안수호는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있죠. 제가 요 며칠? 몇 주 지켜보니까 수호 씨가 참 이래저래 복잡한 일에 잘 얽히더라고요. 주변에서 사건이 많이 터진다 해야 하나? 아무리 초인이라도 일반인 신분으로 그렇게 사건에 휘말려대면 피곤하고 힘들지 않아요?”
“힘들긴 하죠. 그래도 뭐, 견딜만 합니다.”
“수호 씨도 나름 빽이 있으시니까요. 이번 일만 해도 수호 씨네 팀장분이 도와줘서 빨리 풀려날 수 있었던 거고. 그런데……….”
한여름이 요염하게 다리를 꼬며 말했다. 늘씬하게 빠진 허벅지살이 눌리며 요염한 곡선을 만들어냈다.
“좀 불안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일개 경비대 팀장일 뿐이잖아요. 보아하니 여기저기 연줄이 닿아있는 것 같긴 하지만, 고작 연줄만으로는 여차할 때 힘을 못 쓸지도 몰라요.”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더 든든한 뒷배가 필요하진 않냐는 거죠. 가령 이번 일만 해도 제가 힘을 썼다면 수호 씨는 훨씬 금방 풀려나셨을 거예요. 언론 통제도 저희 한성그룹의 힘을 쓰면 손쉬운 일이고요.”
“한여름 학생이 제 뒤를 봐주겠다는 겁니까?”
“당신이 제 사람이 된다면요.”
악마의 속삭임처럼 한여름의 목소리가 안수호의 귓가를 간질였다.
“안수호 씨. 저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요?”
한여름은 기사의 무덤 공략 이전부터, 안수호가 강하늘을 구하기 위해 빌헬름과 1대1로 싸웠다는 보고서를 입수한 그 시점부터 안수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이런저런 사건이 벌어지며 그 욕망은 더더욱 커졌다. 한여름은 특유의 분위기 외에도 뛰어난 인재를 원한다는 점 또한 민채령과 비슷했다. 때문에 민채령과 비슷하게 안수호라는 인재를 탐냈다.
“같이 일하자니. 뭐 회사 경호원으로라도 고용하시려는 겁니까?”
“아뇨. 헌터로서 고용할 거예요.”
“헌터?”
안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성그룹은 국내 1위의 대기업이었지만 헌터 업계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물론 관련 사업에 조금씩 발을 걸치고 있긴 하지만은, 여일그룹처럼 직접 길드를 운영하거나 투자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건 아직 대외비이긴 한데…. 이번에 저희 그룹에서 자체적으로 헌터 길드를 하나 만들 생각이거든요. 저희 경쟁 상대인 여일만 해도 겨울동맹이라는 걸출한 길드를 제것마냥 데리고 있는데 저희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헌터 업계는 좁습니다. 그리고 각박하죠. 아무리 한성그룹이라도 후발주자로 이 시장에 끼어드는 건 많은 출혈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그치만, 저희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쪽 업계로 진출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어때요? 한성그룹 헌터길드의 개국공신으로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 제안이. 수호 씨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몸만 오시면 돼요. 그럼 섭섭지 않게 챙겨줄 테니까.”
구미가 당기지 않으신가요? 하고 덧붙이며 한여름이 미소지었다.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긴 하지.’
앞서 안수호는 한성그룹의 헌터 업계 진출을 비관적으로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일 뿐이었다. 국내 1위 그룹이 작정하고 자금을 수혈한다면 그깟 후발주자의 디메리트 따위 금방 뒤집고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유일한 불안요소라고 해봐야 인재 풀 정도지만 그마저도 반쯤은 해결된 거나 다름없었다. 한여름부터가 최연소 S급 초인 후보고 동생 한겨울도 이미 A급의 반열에 올랐으니. 그 둘만 해도 업계 10위 내 안착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한테는 이미 경비대라는 직업이 있으니까요.”
안수호는 한여름의 제안을 깨끗하게 거절했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네?”
그 거절을 들은 한여름의 미소에 쩌적 금이 갔다.
“……수호 씨. 지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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