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62화 (163/266)

〈 162화 〉 161. 서로 인사해 인사

* * *

“안수호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악!!!!!!!!!”

민채령의 노성이 온 지하에 울려 퍼졌다. 꽉 막힌 벽에 반사된 날카로운 목소리가 몇 번이고 반사되며 메아리쳤다.

“어우…….”

안수호가 철창 너머에서 놀란 소리를 뱉었다. 그가 씨익 씨익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이는 민채령에게 능글맞게 물었다.

“귀 떨어지겠습니다 팀장님. 여기 지하라서 엄청 울린다고요. 왜 그렇게 화내십니까?”

“왜? 왜애? 왜애애애애????”

­콰앙!

민채령이 있는 힘껏 벽을 때렸다. 그러자 충격을 감지한 감시카메라가 그녀에게 향했다. 차가운 렌즈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민채령의 모습이 담긴다.

“왜 그렇게 화내냐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티, 팀장님……?”

생각보다 훨씬 감정적인 모습에 안수호가 적잖게 놀란다. 그 딴에는 농담 삼아 건넨 말이 민채령이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점화시켰다.

“강하늘 지킨답시고 따라간 놈이 대뜸 놀이공원을 다 부수질 않나! 특임대랑 싸워대지를 않나!! 그래놓곤 지 여친 시켜서 자기 좀 변호해달라고 전화 한 통 틱 던져두고 체포됐다는데!!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어?! 내가 네 뒤치다꺼리나 해주는 사람인 줄 알아?!!?!?”

민채령은 한바탕 소리 지르고도 분을 삭이지 못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쯤 되자 안수호도 그녀가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수호.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넌 왜 그렇게 가는 곳마다 사건을 몰고 다녀서 안달이야…? 응……?”

“…………죄송합니다.”

안수호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철창 안에서 족쇄를 찬 채 그러고 있으니 진짜 죄인 같았다. 민채령 입장에서 보면 죄인이 맞긴 했다.

“………….”

민채령은 원망 섞인 눈으로 그런 안수호를 내려다보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라앉던 화마저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민채령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가 나는 건 화가 나는 거고,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녀가 안수호에게 짜증이 역력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 기생괴수는?”

“여기 있습니다.”

안수호가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손등에 아로새겨진 은색 얼룩에서 자그마한 촉각 하나가 삐죽 튀어나왔다.

­안녕.

그 촉각이 부르르 떨리며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기생괴수라는 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인사.

민채령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태초의 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만 들어보면 초등학생 꼬맹이 같은데. 이게 특임대 절반을 쓰러뜨렸다라…….’

민채령은 이미 사건 당시의 영상 자료를 확인한 뒤였다. 그녀가 본 안수호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괴수’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안수호는 강한 초인이었다. 그러나 특임대는 그런 ‘강한 초인’의 상대를 전문으로 하는 부대. 안수호가 특임대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그의 몸에 기생한 저 기생괴수 때문이리라.

그 부분에 대해선 민채령도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이거, 정말로 괴수 맞아?”

그동안 강력한 괴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기생괴수도, 말을 하는 괴수도 드물지만 선례가 없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 드문 특성들이 한데 겹쳤다는 것이, 심지어 그것이 안수호의 몸에 기생했다는 공교로운 우연이 과연 정말 우연일까.

민채령의 의심에 안수호는 철창 안팎을 살폈다. 여기저기 늘어서 있는 감시카메라나 벽이나 바닥의 틈새 따위 등, 무언가 숨겨져 있을만한 장소들을.

“걱정하지 마. 위쪽에서 볼 수 있는 건 영상뿐. 우리가 하는 대화를 들을 순 없어.”

“확실한 겁니까?”

“거의? 지금 여기에 경찰서장 본인도 모르는 도청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괜찮을 거야.”

민채령의 보증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 안수호가 조심스럽게 진실을 꺼낸다.

“사실 이건 기생괴수가 아니라 태초의 은이라는 아티펙트입니다.”

“아티펙트라고?”

“예. 중국 쪽 던전에서 나온 특급 아티펙트인데, 그쪽 높은 사람이랑 겨울동맹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거든요. 그걸 제가 사이에 끼어들어서 슬쩍 한 거죠."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다 방법이 있죠.”

안수호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했으나 민채령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수호가 말해주기 전까지 민채령은 태초의 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모르고 있는 게 당연하긴 했다. 아무리 그녀라 해도 이역만리 떨어진 중국의 사정까지 일일이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뛰어난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세상 모든 정보가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가령 오늘 대통령의 저녁식사 메뉴가 무엇인지 따위야 민채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대통령의 저녁 메뉴를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태초의 은도 마찬가지였다. 민채령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특급 아티펙트들을 리스트업 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겠지만, 그녀는 그런 곳에 노력을 쏟지 않는다.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태초의 은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

허나 그렇다면 안수호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것인가.

평소부터 중국이나 겨울동맹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나? 혹은 광범위하게 조직화된 정보망이 있어서, 어디서든 유용한 정보가 잡히면 바로 그에게 보고가 올라가는 구조인가? 어느 쪽이든 평범하진 않았다. 평범하지 않다 뿐일까, 민채령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일이었다.

게다가.

‘중국 정부와 겨울동맹 사이의 뒷거래. 당연히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이루어졌을 거야. 근데 그런 거래를, 정확한 거래 일시나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물건을 가로챈다고?’

생각할수록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적어도 개인 레벨에서 저지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민채령조차 가능하다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지금 민채령의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말도 안 돼.’

만약 안수호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는 민채령을 뛰어넘는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십 년도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음지에서 암약해오며 쌓아올린 그녀의 정보망을, 경비대 입사 전까지 변변찮은 경력조차 없던 평범한 24살 남자가 능가했다고.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민채령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태초의 은이 빼꼬옴 하고 촉각을 들이밀었다. 좌우로 천천히 흔들리며 그녀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꼭 호기심 많은 고양이 같았다.

“……괜찮으십니까?”

안수호의 걱정 섞인 물음에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놀라는 건 나중이다. 지금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민채령이 태초의 은을 가리키며 물었다.

“기생괴수가 아니라 아티펙트라 그랬지? 그럼, 특임대하고 싸웠던 것도 사실 네 의지였어?”

“그건 아닙니다. 이 녀석은 아티펙트인데도 자아를 가지고 있거든요. 낮의 전투는 얘한테 조종당한 일종의 폭주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멀쩡한데?”

“둘이서 진솔한 대화 끝에 잘 합의했거든요.”

순간 그게 말이 되나 싶었으나 민채령은 그러려니 했다. 자아가 있는 아티펙트는 이미 몇 건의 선례가 있었으니까. 전혀 말이 안 되는 일은 아니었다.

물론 사용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몸을 조종해대며 폭주하던 아티펙트와 고작 몇 시간만에 합의를 이뤄냈다는 건 여전히 믿기 어려웠지만…….

민채령은 의심하기보다는 일단 질문하기를 우선했다. 안수호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일단 재료를 갖춰놔야 판단도 할 수 있는 법이니.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건 더 이상 네가 낮처럼 폭주할 가능성은 없다는 건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거의 그렇죠.”

“아티펙트의 효과는?”

“일종의 무기 비슷한 겁니다. 장착하면 엄청 강해지죠. 얼마나 강해지는지야 뭐 이미 알고 계실 테고.”

“자아가 있다 그랬지? 그럼 네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는 거야?”

“글쎄요. 제가 머릿속으로 부탁하면 그 즉시 얘가 파밧! 하고 움직여주는 느낌이라. 이 아티펙트의 의사에 반하는 일을 제가 강제로 밀어붙일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안수호는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민채령의 질문에 답해줬다. 태초의 은에 대한 거야 딱히 무조건 숨겨야 할 정보인 것도 아니었고, 지금 상황에서 아쉬운 건 민채령이 아닌 안수호쪽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팀장님? 그래서 저는 언제쯤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요?”

생각에 잠긴 민채령에게 안수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두 눈을 게슴츠레 흘겼다.

“글쎄? 네 멋대로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었다가 네 멋대로 체포된 건데 왜 내가 널 꺼내줘야 하는데?”

“에이. 또 괜히 그러신다. 저희 저번에 서로 협력하기로 했잖습니까. 쓸데없이 날 세우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서로 돕자고요.”

“분명 그랬지. 근데 어째 나만 계속 손해 보는 느낌이라서 조금 그러네?”

“뭐어, 분명 지금까진 팀장님께서 일방적으로 절 도와주시긴 했지만…….”

안수호가 슬쩍 태초의 은을 향해 눈짓했다.

“이렇게 생각해보십쇼. 이번에 절 도와주시는 걸로 특임대와 정면으로 싸울 수 있는 전력을 손에 넣으시는 거라고. 그럼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주제에 되게 뻔뻔하네?”

“뻔뻔하게 부탁할 정도로 급하니까요. 일단은 저도 이놈한테 조종당한 피해자라 죗값을 물 일은 없지만……. 이대로 가다간 오른손이 댕겅 잘리거나 어디 연구소 같은 곳에 끌려가서 실험동물 취급당할 것 같아서요.”

일련의 폭주 사태는 안수호로서도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 안에서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무사히 빠져나갈 방도를 모색하곤 있지만, 결국 이리되나 저리되나 민채령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했다.

“흐음…….”

민채령이 다리를 꼬며 고민에 잠겼다. 안수호를 빼내주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안수호의 오른손에서 씰룩거리는 태초의 눈으로 향한다.

“아티펙트……라 그랬지? 새로운 초능력 같은 게 아니라.”

“?? 그야 그렇죠. 사람이 어떻게 초능력을 두셋씩 가집니까? 한 사람의 초능력은 하나. 상식이잖아요.”

안수호는 원작에 등장했던 다중능력 실험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구태여 티를 내진 않았다. 티를 낼 필요가 없었다. 관련자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다중능력자라는 개념은 여전히 허황된 이야기였으니까.

“……하긴. 그건 그렇지.”

안수호의 대답에 민채령이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그녀가 손을 살며시 뻗어 태초의 은을 만지려 하자, 태초의 은이 퍼뜩 놀라며 안수호의 손등으로 휘리릭 빨려들어갔다.

“……진짜 살아있는 동물 같은 반응이네.”

“말씀드렸잖습니까. 자아가 있다고.”

“그 자아가 어느 정도 수준인데?”

“얼추 초등학생 정도?”

“그럼 어지간한 사리분별은 다 된다는 이야기구나. 이름은 있어?”

“이름말입니까?”

의외의 질문에 안수호가 허를 찔린 표정으로 되물었다. 동시에 태초의 은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름? 나. 이름 없어. 이름. 지어줄 거예요?

그 질문에 안수호가 고민에 빠졌다.

‘이름이라…….’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름이 있으면 편할 것 같긴 했다. 태초의 은이라는 아티펙트 이름은 너무 길고, 그렇다고 부를 때마다 야, 너, 거기 하는 식으로 부를 수도 없으니까.

“아직 없긴 한데 대충 짓죠 뭐. 아티펙트 이름이 태초의 은이니까 실버……. 어, 실비?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허락을 구하니? 너랑 그 아티펙트가 마음에 들어하면 됐지.”

­실비? 실비. 저 좋아요. 마음에 들어요. 제 이름. 실비예요.

“그렇다는군요.”

태초의 은, 실비는 처음 받은 이름이 기쁜지 짧은 촉각을 좌우로 으쓱으쓱 움직였다. 그 앙증맞은 모습에 두 사람은 이게 정말 낮에 특임대를 상대로 무쌍을 찍던 그 괴물이 맞나 싶었다.

“어……. 그래서 팀장님? 저 구해주실 거죠? 설마 이래놓고 네 일은 알아서 하라느니 그러시는 건­”

“말 안 해도 꺼내줄 거니까 걱정 마. 이미 윗선에 말은 다 해놨어. 아무리 그래도 바로 풀어줄 수는 없으니 형식상의 안전 검사로 며칠은 걸릴 테지만…….”

“감사합니다. 팀장님. 맞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됐죠? 예원이나 하늘이, 그리고 류태현이랑 같이 온 학생들이요.”

“네 여친들은 저 옆에 호텔에서 투숙 중. 다른 학생들은 다 돌아갔어. 류태현도 간단한 조사만 마친 뒤 오후에 훈방조치 됐고. 네가 말한 그 중국인 브로커가 두둔해준 덕이 컸다 그러던데.”

민채령의 말에 안수호가 안심했다. 류태현이 자기처럼 구속당한 상태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 부분은 해결된 모양.

“그럼 혹시 예원이랑 하늘이한테 말 좀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며칠 걸릴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돌아가라고.”

“아주 내가 부하고 네가 상사지? 알겠습니다. 말씀은 전해드리죠. 그 외에 더 시키실 건 없나요? 안수호 팀장님?”

“글쎄. 생각 좀 해보고.”

노골적으로 비꼬는 민채령의 말을 안수호가 한 술 더 뜨며 받아쳤다. 민채령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돋아나는 걸 보고 안수호가 피식 웃었다.

“하아……. 진짜 철창 안만 아니었어도 한 대 쥐어패는 건데…….”

“채소연도 아니고 절 왜 팹니까.”

“둘이 하는 짓은 비슷비슷하거든? 그래 말 잘했다. 야, 안 그래도 채소연 때문에 머리아파 미치겠는데 너까지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난 지금 니들 때문에 어제부터 한 숨도 못 자고 있는­”

말을 잇던 민채령이 아차 하며 입을 다물었다.

“밤을 새셨다고요? 혹시 제 일 말고 또 무슨 일 있습니까?”

“아냐. 아무것도. 그냥 소연이 일 때문에.”

안수호는 박지현이 도망친 것을 모른다. 아니, 애초에 그는 박지현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몰래 잡아둔 박지현이 도망쳐서 걱정이라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 있을 리가.

‘한 번 떠보듯이 말해서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보고 싶기도 하지만…….’

민채령이 다 죽어가던 박지현을 무리해서 살려내서 가둬둔 건 전적으로 안수호 때문이었다.

그날, 빈사 상태에 처한 박지현을 안수호는 민채령 앞에서 급하게 죽였다. 부자연스럽게, 마치 입막음을 하려는 듯이 말이다.

이에 민채령은 박지현이 안수호와 무언가 연관이 있으리라 직감했다. 그것도 안수호 본인이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석연찮은 연관이.

‘이제 와선 다 소용없는 일이 됐지만…….’

안수호의 약점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싶어 살려둔 박지현은 민채령의 부하였던 어느 시체성애자 때문에 도망쳐버렸다. 심지어 그녀가 지닌 능력 탓에 찾아내기도 힘들었다. 박지현이 도망치고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민채령은 이미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어차피 못 잡을 거, 차라리 정말 떠보기라도 할까? 사실 박지현은 살아있었다고. 내가 살려뒀다고. 그리고 걔한테서 안수호, 너의 비밀을 들었다고…….’

그것은 문득 떠오른 호기심이었다. 도대체 안수호는 무얼 숨기고 싶었기에 박지현을 죽여 입막음하려고 한 것일까. 민채령에 준하는, 어쩌면 그녀보다 뛰어난 정보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그가, 도대체 무얼 숨기고 싶어서.

“안수호.”

이에 그녀가 안수호를 불렀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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